원래는 예전처럼 여행기를 시리즈로 써볼까 했는데...

귀차니즘이 몸에 배이니 이것도 쉽지 않네요.

하지만 몇개월에 한번씩 다시 걸리는 태국병증상이 도져 12월에 다시 들어갈 생각을 하니 또 가을전어 굽는 냄새 맡고 돌아오는 며느리 마냥 태사랑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09년 7월 여름휴가를 내고 태국에 홀로 다녀왔던 때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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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간의 휴가를 얻어 방콕에 들어온지 둘째날인갑다.

오늘은 뭐 할까....하고 책을 뒤적여본다.

쌘쌥운하? 안양과 몇년전 왔을때 해본 70밧짜리 운하여행이 생각나서 운하를 함 타보기로 한다.

씨암이나 빠뚜남 가기 좋다는데 마침 카오산에서도 그리 멀지 않으니...
(쌘쌥운하 타는법은 따로 교통정보에 올려놨더랬습니다.)

운하버스를 타고 씨암근처에서 내려 마분콩에서 안양 줄 시계도 하나 사고 내 백팩도 하나 사고 30대중반의 아저씨 혼자 열심히 쇼핑에 매진하신다.

< 마분콩 1층의 빵집에서 점심겸 먹은 것들. 태국빵들은 왤케 맛나는겨~~~ 근디 커피는 믹스만 팔아서 퐈~였음>

빅씨까지 걸어가서 또 열심히 뭔가 산다. 또 안양줄 발스크럽. 한국에서는 안파는 멘토스 열대과일맛(?) 몇줄사고.

멋드러진 한국어가 써져있는 운동화를 살까말까 살까말까 고민하는 태국아가씨를 정중히 만류해보기도 한다.


<태국에서 대유행중인 '바오지'社의 '하혹쨋뺏까오'모델>

빅씨에서 나와 빠뚜남 시장으로 가서 또 쪼리도 사고, 안양하고 같이 낄 플라스틱 반지도 사고, 내가 봐도 신기해. 어쩜 이리 쇼핑을 좋아할까나...
(할게 없으니 그렇겠지)

살거 다사고 이제 할일없는 난 빠뚜남 시장에 있는 PC방에 들어가서 daum의 축구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글들을 보고 있는데...

어맛! 이게 뭐람. 오늘 태국국대와  EPL의 리버풀이 방콕에서 게임을 갖는다는 소식.

오옷!!!!!!!!!!!!!!!!!!!!!!!!!!!!!!!!!!!!!!

축구광인 6공병이 이런 대박 게임을 놓쳐서는 안되지!

EPL, 세리아, 프리메가 3대빅리그를 적당히 좋아하던 6공병은 3년전부터 국내축구리그인 K리그에 푹~ 빠진 터였다.

그때 시간이 대략 오후 5시. 경기까지는 한 3시간 남았다. 일단 무슨경기장인지 경기장이름 확인하고 지도를 보는데 안나온다.....뭐 경기장쯤이야 지도에 잘 안나올수도 있지.
PC방 언니한테 이 경기장 어떻게 가야하나? 물어보니 퇴근시간이라 길막힌다고 오토바이택시 타고 가란다.

나가서 바로 모토를 잡는데 옆에 다른기사에게 거기 어딘지 서로 상의를 한다. 그러더니 타라고....50밧 내라고. 50밧? 응? 좋아 50밧.

타고 신나게 달린다.

6공병.....모토 첨 타본다.

바람을 가르며 차 사이사이를 헤집으며 ....할튼 조낸 빠르게 잘도 달린다.

무섭다......엄마가 오토바이 타지 말라캤는데 왠지 아스팔트에 두개골부터 꽂을까봐 겁난다.

한 20분가량 달렸을까......오토바이가 도착한곳은 국립경기장.....

국립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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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국립경기장?

분위기가 싸~ 하다. 경기장 주변은 적당한 소란스러움. 태국의 여느거리와 비슷한 북적거림.

대박경기가 있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내가 타고온 모토 기사가 다른 기사들에게 이 경기장 아니냐고 묻는 분위기.....덴장.

모토기사가 다른데로 가야한단다. '이 경기장이 아닌가벼~'

또다시 시작된 죽음의 레이스.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 내가 도착한 곳은 빠뚜남.

빠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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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여기 왜 왔어?

모토기사가 빠뚜남 선착장에서 쌘쌥운하버스타고 랑캄행쪽으로 가는게 제일 빠른길이란다.


아오오옥!!!!!!!!!!!!!!!!!!

이럴려구 내가 모토타고 1시간동안 뺑뺑이 돌았냐고!!!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 나의 첫 모토경험기....

그것도 공짜는 아니다. 드라이브 시켜준 값으로 30밧 지불.ㅠㅠ

그렇게 할수없이 운하버스를 탔다.

그런데?

난 랑캄행 방면만 알지 이 운하버스를 타고 어디서 내릴지 모를 뿐이고~

운하버스에서 내려도 어떻게 경기장을 가는지도 모를 뿐이고~

엄마 보고 싶을 뿐이고~


축구가 뭐길래... 리버풀경기 함 보겠다고 무작정 길을 떠난다.
 
<퇴근시간의 쌘쌥운하버스는 이런 번잡함을 보여줍니다. 땀냄새, 의외의 적막함. 알아서 자리를 찾아 앉는 사람들. 뒷편에 서서 가는 사람들...>

아무생각없이 99% 현지인들에 둘러쌓여서 배를 타고 가는데 마침! 리버풀 레플리카를 입고 있는 한 태국청년 탑승! 마침 내 뒤에 앉는다.

6공병 : ' 너 경기보러 가니?'
버풀팬 : ' 응 난 스티븐 제라드의 팬이야. 친구는 벌써 가있고 난 회사끝나고 가는길'

마침 영어도 왠만큼 통하는 친구! 오예~~~

6공병 : ' 난 오늘 경기한다는거 방금알고 부랴부랴 가는중이야. 길도 몰라'
버풀팬 : ' 어 나 따라와. 내가 알고 있으니까. 근데 표는 샀어?'

아....
아......
아.......
아........

표.

그래...경기장은 표를 사야 들어갈 수 있지. 근데 난 없어.

게다가 리버풀의 방문경기. 그것도 상대팀은 태국국대.

어마어마한 이벤트....

표가 남아 있을리가 없다. 일찍 가는것도 아니고...ㅠㅠ

6공병 : '표 어떻게 못구할까? 난 돈도 없어서 3등석 원하는데'
버풀팬 : '음....나도 3등석인데 이미 2달전에 매진됐어.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6공병 : '3등석 얼마디?'
버풀팬 : '600밧'

아옥.....맨유가 내한경기를 했을때의 분위기를 떠올려보면 될것 같았다. 매진된 상암경기장.
600밧....당시환율 대략 24000원. 대박 비싸다. 태국에서 3등석 600밧이면 당췌 1등석은 얼마일까???

궁금했다....궁금했어.

근데.......1등석 좌석 얼만지 이따 알게된다.

뭐. 암표라도 있겠지. 암표사지 뭐. 리버풀게임을 눈앞에서 보는건데.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했는데 운하버스는 1시간이상을 달려도 이 친구는 내릴 채비를 하지 않는다.

내가 방콕지도를 꺼내서 우리가 가는 경기장이 어디쯤이야? 물어봤더니 내가 가지고 있는 방콕지도를 대충 보더니 지도바깥으로 주~욱 나가서 30cm는 벗어난 허공을 가르킨다.

'아마도 여기쯤?'

아.....멀구나. 알았으면 안왔을것을...... 펍에서 편하게 맥주나 마시면서 볼것을.

그놈의 리버풀 함 보겠다고. 토레스 함 보겠다고, 제라드 함 보겠다고~~~ㅜㅠ

표는 또 어떻게 구할꼬......


<얘기가 길어져 스크롤압박으로 2편으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