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여행 생초보를 위한] 35세 독거노인 방콕 표류기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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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여행 생초보를 위한] 35세 독거노인 방콕 표류기 (19)

케이치 8 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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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친절한 금자씨! - 사바이 사바이 마사지 샵을 찾다


싸톤은 샹그리라 호텔을 비롯해서 짜오프라야 강변에 위치한 고급호텔들이 즐비한 곳입니다. 대신 그 바로 인근해서는 특별한 관광거리가 많은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싸톤을 꼭 와야할 이유가 있었던건 아닙니다. 일단 르아 드언을 타보고 싶었기에, 르아 드언을 타고 강을 내려와 다음 목적지가 될만한 곳으로 가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싸톤이었기에 이쪽으로 온 것이죠. 그리고 굳이 이유를 들자면, 이쪽으로 들린 김에 사바이 사바이 마사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죠.


여튼 그런 생각으로 싸톤 선착장을 내려 외길을 따라 시내쪽으로 걸어갑니다. 가다보니 배가 고픕니다. 하긴 고플 때도 되었죠. 시내로 진입하는 길 끝 쯤에 방콕 어디서나 많이 보이는 노점식당이 하나 보입니다. 뭔가 국수같은게 주종인 듯 합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까 여행 안내 책자에서도 본 것 같습니다.


“이거 꾸어이 띠아우인가요?”

“네, 꾸어이 띠아우~”

“하나 주셈~”


꾸어이 띠아우는 태국식 쌀국수입니다. 맑고 시원한 국물에 몇 개의 어묵, 돼지고기 한 장을 얹고 약간의 야채를 넣어서 말아주는 국수입니다. 대체로 한국인들의 입맛에 매우 잘 맞을만한 음식입니다. 특히 제가 방콕에 있는 동안 먹어본 세 그릇의 꾸어이 띠아우 중에는 이 곳에서 먹은게 전 제일 맛있더군요. 사실은 꾸어이 띠아우를 이날 처음 먹어본건데, 이 날 먹어보고 맛있어서 남은 얼마 안되는 시간 동안 두 번이나 더 먹었습니다. ㅎㅎ


국수면발의 굵기를 말하면 그에 맞춰서 해주신다는데, 저는 그냥 가는데마다 그냥 한 그릇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항상 가는 국수가 나오더군요. 그게 디폴트인가 봅니다?

그리고 팍치라는게 들어가는데 한국인들에게는 이게 입에 거슬리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래서 미리 “마이 싸이 팍치(팍치를 빼주세요)” 라고 말하는게 좋다고 하네요. 근데 저는 그 말도 안하고 항상 그대로 받아 먹었는데요, 입에 거슬리는거 하나없이 매번 잘 먹었습니다. 뭐 여행 다닐 때는 입이 안짧으니 여러모로 편하긴 합니다. 그 약간 아삭아삭한 숙주나물같은게 팍치란건가요? 아님 외국인인걸 보고 알아서들 빼주신건가? 꾸어이 띠아우와 팍치에 대해 잘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 ^^


* 꾸어이 띠아우 한그릇 : 25바트 (다른 곳에서도 거의 가격 동일)


아, 그리고 일반적으로 꾸어이 띠아우는 성인 남자 한명의 식사로서는 양이 조금 적은 듯 합니다. 출출할 때 간식 정도로 딱인 양 정도? 그리고 이 집 꾸어이 띠아우는 다른 집에는 고명이 어묵과 돼지고기 중심인데 반해서, 무슨 튀김을 썰은 것 같은 걸 같이 넣어주셨더라구요. 그게 짭쪼름해서 더 맛있다고 느꼈던 듯~


이 노점식당에서 로빈싼 백화점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봅니다. 바로 왼쪽으로 가면 가까이 있다네요. 이 로빈싼 백화점 안에 제가 목표로한 사바이 사바이 마사지가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찾습니다. 이 건물 4층에 사바이 사바이가 있습니다. 이거 무슨 주문을 외는거 같기도 하고? 야발라바히기야? ^^

로빈싼 백화점은 방콕시내에 매우 여러 곳에 자리한 대중적이고 저렴한 백화점입니다. 사실 백화점이란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구요, 큰 아파트 단지 근처에는 하나쯤 있을 법한 동네쇼핑센터 정도의 내부 인터리어이며, 다만 그런 쇼핑센터들에 비해서 규모는 더 커 보입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결국 닿은 사바이 사바이 마사지~ 우선 객관적인 평가부터 먼저 말씀드린다면, 보이는대로 저렴하고 무난한 마사지 샵 그 자체다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특별할 정도로 안마를 뛰어나게 잘 한다거나, 전체적으로 고급스럽다거나 안락한 느낌을 준다거나 하는 곳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곳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냐구요? 일단 마사지샾에 들어서니 마사지사님들이 한 쪽에 몰려앉아 간단한 간식을 드시면서 즐겁게 수다를 나누고 계십니다. 그 중 한분이 나와서 저를 맞네요.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마사지 받는 손님들 사이를 나눠놓는 커튼도 우리가 여름에 치는, 건너편이 훤히 보이는 발 같은 정도입니다. 중간중간에 애들도 너무 소란스럽지 않을 정도로 간혹 뛰어다니기도 하구요, 손님과 마사지사들도 대부분 안면이 있는 듯 무슨 이야기들인가 나누면서 웃음소리도 많이 터져나옵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한 20-30여년 전 한국 어느 동네의 미용실에 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전 어릴 때부터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거든요. 그래서 그 분위기를 지금도 잘 기억합니다. 마치 잃어버렸던 시간을 거슬러온 듯한 묘한 기분이 약간 들더군요.

<사바이 사바이 마사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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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를 해주시는 분이 대강 봐서 20대 중반 정도되어 보이는 여자분이였습니다. 저번 렛츠 릴렉스에서의 고통을 상기하며, 가냘퍼 보이는 여자라고 방심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리라 속으로 결심합니다. 실제로 시원하게 매우 잘 해주셨어요~

마사지를 하는 도중에 제 팔을 가르키더니 아플거 같다고 하십니다. 영어도 조금 하시더라구요. 하긴 제가 봐도 아프게 생겼습니다. 한창 새빨갛습니다. 어제 짜뚜짝, 두싯에 오늘 오전 내내 왓 프라깨우, 왕궁, 왓 포까지 계속 햇볕 아래 방치한 결과죠. 마사지해 주시는데, 팔과 목 뒤는 근육보다 마사지 하는 손길에 마찰되는 피부가 훨씬 더 아프더군요.

“호~ 해주세요 ^o^”


라고 하고 싶었으나, 저보다 열 살 정도 어려보이는 여자분에게 할 말이 아닌 듯 싶어 간신히 참습니다. ㅋㅋ


근데 이 분께 제가 그런 말을 농담으로 건네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편하게 느껴졌던 것이, 저는 오전의 발발거리고 돌아다님으로 인해 전신은 물론이고, 옷도 전부 땀에 펑 젖은 상태였거든요. 제 상의를 벗으라고 하더니 위에 옷걸이에 걸고 선풍기를 돌려서 말려주십니다. 또 다른 선풍기도 하나 제 쪽으로 해서 벗어서 말릴 수 없는 제 다른 옷들과 제 몸도 말려주시고~ 한 시간 후 사바이 사바이를 나설 때는 그래도 상의는 거의 다 말라서 나올 수 있었어요.

어릴 때 미용실 가면 미용사 누나들이 머리 깎은 후 웃통 벗겨서 머리카락 다 털어내줄 때, 뭐 그런 기억이 났었습니다. (제가 머리숱이 좀 정상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많은지라 한번 깎고 나면 좀 난리였습니다. 지금도 별 다르지 않지만~) 안그래도 힘들고 지쳐서 들어왔는데, 어찌 보면 그런 특별하달 것도 없을지 모르는 친철이 저에게는 정말로 고맙게 느껴지더군요.

* 사바이 사바이 마사지 태국 전통 마사지 1시간 : 150바트 (팁 포함 200바트 지불)



안마도 좋습니다만, 고급업소들과 같은 수준은 아닙니다. 깔끔하기는 하나, 럭셔리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약간 소란스럽게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적입니다. 전 그게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다만 정말 마사지를 제대로 받으시는 것이 목적이시라면(사실 대부분의 관광객이야 당연히 그러실테니까요), 다른 약간 고급업소를 찾으시는 쪽이 나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 미인이기도 하셨는데~ ㅎㅎ 마사지 자체보다는 여튼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은 듯한 향수에 만족스러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회복된 체력과 마른 옷도~


* 사바이 사바이 마사지 영업 시간 : 10:30 - 21:30

* 사바이 사바이 마사지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

: 태사랑-여행게시판-노는 이야기-검색어「사바이」로 검색-「사바이 사바이 마사지」, 오롱이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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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상의나마 마른 옷을 입게 된 저는 싸얌의 쇼핑몰 밀집지역으로 향합니다. 사실 전 쇼핑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기에 세상 구경하러 떠난 길이라 쇼핑에 대해서는 그다지 드릴 말씀이 없을 듯 해요.


여튼 그래서 앞으로 남은 일정은 싸얌의 대형쇼핑몰 구경 - 그리고 두 번째 어고고바 진출기 - 마지막 날 또 마사지를 한번 받고, 오후에는 팟퐁을 잠시 들렸다가 귀국길에 오르는데서 마무리가 됩니다.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었지만 정말 막바지로 여행기 거의 다 오고 있습니다. 이미 풀어놓은 이야기가 앞으로 풀어놓을 이야기보다 훨씬 많기에 글도 점차 빨리 진행될 듯 하구요.

가능한 빨리 틈틈이 정리하여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


언제나처럼 제가 쓴 한편 분량이 태사랑에 올리면 어중간한 두편 분량이 되어버리기에, 이번에도 글이 잘려서 뒤엣 글은 짧은 글이 되어버렸군요. 언제나처럼 남는 자리에 사진 한장 더해봅니다.


이거 제가 길 가다가 무슨 카센터였나 자동차 대리점이었나 여튼 그런 곳에 걸려있는거 보고서 찍은 사진인데요, 이 분 혹시 색소폰 사장님 아니세요? 제가 보긴 맞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색소폰 사장님 정말 태국에서도 연예인급이신가봐요? 정확히 아시는 분 정보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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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파주군김포댁 2007.04.24 00:11  
  잘 읽고 갑니당..
감사여^^
변덕 2007.04.24 13:02  
  호~해주세요.ㅋㅋㅋㅋㅋㅋ 으이긍;;;
아~ 마사지 받고싶어라 ㅜㅜ
변덕 2007.04.24 13:05  
  글구...수상버스 13b(?) + 국수한긋 25b + 마사지 200b
=238b =7,140원의 행복..으앙.ㅠㅠ 
시골길 2007.04.24 13:57  
  팍치는 미리 빼준 것 같네요...푸른색의 강렬한.. 아삭거리는 것은 역시나 우리의 숙주나물 설 익은 것이죠..^^
마이 싸이 팍치....중국에서는 부야오 샹챠이~ 필수!!
쪽빛 2007.04.24 17:05  
  석달전에 후배랑 패키지로 다녀왔었는데...
이번엔 자유여행으로 한번 더 가볼려고 하는데
글 참 잼있게 잘 읽었어요

사람 입꼬리를 스르륵 올리는 재주가 있으신거 같네요^^

좀 덜 막막해졌습니다


멋진 한주 되시구요~!
케이치 2007.04.24 18:45  
  시골길님 /
역시 팍치가 빠진 거였군요.
아무리 제가 막입이라지만 너무 거슬리는게 없더라구요~
알려주셔서 감사요~  ^^

쪽빛님 /
과분한 말씀에 감사요~ ^^
bluelove 2007.04.25 09:05  
  전 태국가서2킬로 쪄서 왓어요~~태국음식 체질인가봐요~ㅋㅋ[[으에]]
etranger 2008.08.13 13:13  
  피곤할때의 맛사지 한번, 천국이 따로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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