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방콕 - 16. 다이빙 오픈워터코스 - 둘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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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방콕 - 16. 다이빙 오픈워터코스 - 둘째날

제쏘미나 11 2929
-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 지금 그동안 비밀로 해왔던 것들이 친구들에게 다 들통나서, 지금 시달림(?)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저녁 친구들에게 스토리를 줄줄 얘기해 주느라, 글 쓰는 것이 늦어졌네요~ 머릿 속 자가발전 지우개가 또 활동을 하기 전에 얼른 써야 하는데... ^^ 참, 글고 앞에 글 두개 갑자기 반말로 된 건... 그게 너무 많이 쓰다보니, 졸다 써서... ㅎㅎㅎ -


<<다이버 자격증 따기 이틀째.>>

7월 27일, 수요일



수영장에서 제한 수역 교육? 뭐, 그런 걸 합니다.
아침밥 먹고, 저는 한국에서부터 가지고 간 맥심 모카골드 인스턴트 커피 두 개를 들고 가서 찌~인 하게 타서 원샷~

직장생활 10년 넘으면, 원두커피는 원두커피대로 마시고, 인스턴트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대로 마셔줘야 합니다. 매일 마시다 보니, 중독이 되서, 이제는 아침에 이 [맥심]을 먹어주지 않으면, 웬지 하루가 시작이 안되는 것 같은 느낌... -_-;

- 저, 맥심 알바 아님돠. 초이스도 괜찮습니다... -

다이빙 리조트에서 마스터 코스를 하고 있는 분들이 앉아계시더군요. 언니들...이라고 하고 싶지만, 모두 저보다 한참, 하~~~안참 아래입니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모두 선배님, 선생님들이니... 존대를 해야죠~

제 맥심을 보고 눈이 반짝반짝들, 합니다. 흘~~ ^^

숙소에 가서 대여섯개 가져다 인심좋게 드렸습니다.
엄청 좋아하시더군요~ 하긴... 태국커피에 비할쏘냐~~~


수영복을 모두 입으니, 살짝쿵 부끄럽습니다.
대담스레 비키니만 입은 친구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3피스, 4피스 입니다. 그러나, 잠시 후.....

다이빙복을 입어야 한다는 걸, 생각 못했습니다.
결국, 비키니 상태로....
우아하게 걸어가서, 다이빙복 착용하고 물 속으로 풍덩? 63빌딩 수족관 안에서 우아하게 손흔들던 인어언니의 모습을 떠올렸지만...

이노무 다이빙복이 고무도 아닌데, 완전히 스판덱스, 성능좋은 쫄쫄이 같아서, 입는데, 낑낑 거리면서, 겨우겨우 잡아당겨서 입어야 합니다. 그러니, 우아하고 좋은 폼?은 기대할 수 없고, 정말이지, 여자들은 다이빙복 입느라 잡아당기다가 손톱이 부러지고, 찢어지는 사태... 가뜩이나, 비키니만 입고있느라, 민망해서 후딱 입을라고 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안입어집니다. 배에는 힘 잔뜩 주고 있어야지, 다이빙복은 안올라가지, 제기랄....


낑낑 거리고 겨우 다이빙복 입고, 수영장에서 여러가지를 배웠습니다.
다이빙 장비 채우는 법, 해체하는 법, 그리고 물에서 뜨는 법, 물속에서, 스노클이랑 오리발 신고 수영하는 것,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 등등... 하도 많고, 용어도 분명히 전문적(?)인 이름이 있었는데.... 다 까먹었습니다.

저, 수영 못합니다. 게다가 키도 160cm도 안됩니다.
수영장에 들어가니, 이런 젠장할... 제일 얕은 곳에서도 발끝으로 서 있어야 입이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까치발을 하고서서 계속 깡총거리면서 서 있는데, 오리발까지 신으니, 이노무 오리발을 신고서는 제대로 깡총거릴 수가 없는 겁니다.

점점 기가 죽었습니다. 분명히 따오 오는 차 안에서는 다들, 언니, 저도 수영 못해요~~ 저, 시험 떨어지면 어떡해요~~ 우리 끝까지 같이 나머지 해요~~ 이러던 아이들... -_-; 물에 들어가니, 다, 박태환 사촌들인지, 물에 뜨라니까, 다 잘 뜨고, 왔다갔다 다 합니다.

나이도 젤 많은데다가, 수영도 못하지, 강사도 저보다 어립니다.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그래도 연장자인 내가 뭔가 모범은 되야할 것 같은 부담감과 여러가지가 겹쳤습니다. 그러니, 모르겠어요~~~ 저 좀 잡아주세요~~ 막 이러면서 강사한테 매달리지도 못하겠고, 애들한테 매달리지도 못하겠고, 설명은 귀에 안들어오고, 발은 점점 땅에 안닿고, 배우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점점 자기비하적 생각만 들고, 그러니, 더 안되더군요.

드디어, 스노클도 없이, 그냥 배영으로 물에 뜨라더군요. 그냥 드러누우면 뜬다고 발도 땅에 안닿는 수영장에서 10분동안 떠 있으랍니다.

다른 애들은 다 잘하는 것 같습니다. 여자애들은 좀 못하는 것 같으면, 강사선생님한테 저 좀 잡아주세요~~ 다시한번 알려주세요~ 막 이럼서, 합니다. 저 웬지 못하겠습니다. 구석자리로 가서 조용히 시선을 피하고 숨어있는데, 딱 걸렸습니다. 하랍니다.

.... 안됩니다. 무쟈게 창피했습니다.
드러누웠다가, 안되믄, 일어섰을 때 발이 땅에 닿으믄 좋은데, 여기는 너무 깊습니다.
우리 동기들 총 11명입니다. 그래서 하나씩 다 하다보니, 진행이 좀 느렸나 봅니다. 그래서 다른 강사님 한 분 더 와서, 반으로 나눠서 진행했는데도, 느린가봅니다. 강사님, 막 재촉하구, 시간없다 하구, 나 때문에, 다른 애들은 계속 기다리구... 사면초과... T_T

정말 울고 싶은데, 울면, 진짜로 완전 쪽팔린 상황이 될 것 같아서,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강사님, 내가 안되니까, 그냥 저쪽에 가 있으랍니다. 허걱... 버리는겨?

다들, 물에 뜬 상태로 수영장 저 쪽 3미터 깊이까지 갑니다.

저 혼자 이쪽에 남았습니다.

다른 사람들 다 하고, 저 혼자 마지막에 다시 하랍니다.

이런 멍멍이 쪽팔림이라니....

1년전 생각이 났습니다.
회사에서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이 심각해졌었습니다.
세상에서 제가 제일 못났고, 저는 무슨 일을 해도 안될 것 같았습니다.
그 때는 정말 죽고싶은 생각뿐이어서, 가진 돈 모두 털어서, 태국 어디 구석진 섬에 가서 돈 떨어질 때까지 있다가 돈 떨어지면 확, 바다에 빠져 죽어버릴까, 그랬었습니다.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고작 이런 수영장에서 죽을까봐 겁나서 못하는거냐,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러니 한거죠. 바다에 빠져 죽어버리자, 했으면서, 3미터 수영장에서 죽을까봐 물에 뜨지도 못하고, 사람들한테 민폐 끼치고, 망신당하고 있는 꼴이라니...

민망하고 겁나서 못하고 있는데, 좀 자상하게 해주믄 어디 덧나나, 냉정하게 말하는 강사님한테도 화가 났습니다. 저 열받으믄 또 B형성격 나옵니다. 삐딱선 잘 탑니다.

그래~ 해주마~ 어디 두고보자~ 뭐, 잘못되믄, 내가 영영 안깨어나길 바라는 게 좋을거다. 깨어나믄, 내가 한국에서 클레임 여왕인 거,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테니....

두 눈 딱 감고, 그냥 누웠습니다.
옆에서 눈 뜨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뜰라고 했는데, 내 몸이 내 몸이 아닙니다. 안떠집니다. 그냥 감은 채로 있었습니다. 귀가 물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해서, 주변 사람들 소리, 강사님 소리가 들렸다, 안들렸다, 웅웅거리고.... 내 심장소리만 쿵...쿵...쿵......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주변이 조용한 것 같기도 하고....
강사님이 눈 떠 보랍니다.
살짝 눈 떴습니다. 이번에는 노력을 하니, 살짝 떠지더라구요.

.........?.......!!!!


제가 아까 위치에서 수영장 반대편으로 와서, 3미터 깊이 위에 떠 있는 겁니다~!!!!

그 바람에 놀라서 물 속으로 꼬르륵~~~~

간신히 수영장 옆 벽을 잡고 매달려 나왔습니다.
애들이 다들, 웃으면서 한 마디씩 합니다.
언니, 잘 하네 뭘~~~~

강사님도 한 마디 합니다. 거봐요~ 눈 뜨라니까... 본인이 물에 떠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지금 10분도 더 있었을껄?


민망해서 한 마디도 못했습니다.
그 상황에 뭐라고..... 할 말이 없더군요......


물 밖으로 나왔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거립니다.

밖으로 나오니, 마스터 과정 하는 언니들(아니, 동생들)이 막, 아는 척 해줍니다.

"언니~~ 잘 했어요? ^^ 우와~~ 수고하셨어요~~~ "

헤헷~

보람찬! 하루 일을! 끝내고나면~~~! 앗싸앗싸~~~! ^^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면서, 다음의 할 일은........

수영을 했으니, 당근!! 밥 묵어야죠~~~ ^_________^


리조트 안 식당에서 다같이 씻지도 않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배고파 죽을 것 같은데, 이노무 밥이....

그 날의 스페샬 런치가 두 가지가 있어서, 하나를 시켰는데, (왜냐하면 스페샬 런치가 60밧으로 그나마 쌌거든요)

무슨무슨 커리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게 맛이..... 웩~! 도저히 넘길 수 없는 묘한 향이... 다른 하나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서 먹을 수가 없고....

이게 팍치인가? 했더니, 아니랍니다. 팍치는 다른 거고, 이건 또 다른 무슨 향신료나 그런 것인가 봅니다.

도저히 먹을 수는 없고, 배는 고프고, 오후에는 배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하는데, 물 속에서 실신하지 않을라믄 뭐든 뱃 속에 넣어놔야 합니다.

그래서.....

그냥 맨 밥 먹었습니다..... 배 고프니까, 맨 밥도 잘 넘어가데요..



점심을 먹자마자, 오후에는 드디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제한수역 교육을 받지만, 특별히, 바다에서 하기로 했답니다.

저는 걱정이 됐습니다. 서울에서 시내버스만 30분 이상 타도 멀미하는 사람인데, 배 타고 나갈 생각을 하니, 아득합니다. 멀미약을 챙겨오긴 했는데, 밥 먹고 씻고, 시간이 없어서, 약을 미처 먹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더라구요. 그 날부터 코스 패스하고, 펀 다이빙 할 때까지 배 무지 많이 탔는데, 거기 다른 친구들, 마스터 과정 하는 사람들도 멀미하는데, 저는 한번도 멀미를 하지 않았답니다.~

각자, 자기 다이빙장비를 챙겨서 들고, 배에 올라타야 합니다.
무슨 군인을 완전군장 정비하듯 하고나서, 짊어져야 하는데, 에고고.... 너무 무겁습니다. 허리가 휘청, 합니다. 이건 누구한테 들어달라 할 수도 없고, 본인이 들어야 합니다.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허리를 거의 기역자로 꺾은 상태로 휘청휘청 배로 올라탔습니다.

배에 올라타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이었으면, 저 배에 올라타는 데만 비명 열댓번 지르고, 한 1시간 끌었을 겁니다.
배에서 배로 막 건너뛰어야 하고, 배는 막 출렁거리는데, 이쪽 난간에서 저쪽 난간으로 계속 건너야 합니다.
다행히 제가 배에 올라타거나, 난간을 건널 때는 거기 현지 도우미 분들이 들어주시더군요. 제가 워낙 낑낑대니까... ^^;;;


배를 타고, 무슨 다이빙 포인트로 갑니다. 한 40분 이상 간 것 같습니다.
파도두 잔잔하고, 우리는 처음이니까, 잔잔한 만에서 제한수역 교육을 한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공기탱크 메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 고야~~~

.... 무! 섭! 다! ...........

심장이 벌렁거리는 걸 애써 태연하게 감추고.......... 싶었으나,
아무리 파도가 잔잔하다고 해도, 배는 출렁출렁 거립니다. 바닥은 바닷물로 미끈미끈 거리는데, 맨발로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데, 거기서, 군인들 완전군장하듯, 공기탱크 메고, 스노클 쓰고, 오리발 신고, 난간으로 이동해서 뛰어내릴 준비 하랍니다.

다이빙은 혼자 하는 게 아니랍니다. 항상 짝과 함께 둘이 하는데, 그 짝을 버디라고 한답니다. (남들 다 아는 얘기를 이렇게 쓸라니....참... 부끄럽네요... ^^;;; )

버디랑 같이 서로의 장비 체크를 해주는데, 분명히 셤에도 나온, 다섯가지가 있는데..... 순서를 까먹었습니다...

순서 무시하고,

1. 공기탱크 열렸는지 확인하고,
2. 공기 냄새 확인하고,
3. 자켓에 공기 넣다, 뺐다 잘 되는지 확인하고,
4. 웨이트벨트랑 장비 확인하고,
5. 게이지 확인하고 (200bar 이상, 180 이상이면 ok)

- 이거 맞는지, 틀리는지 모릅니다. 틀려도 뭐... ㅎㅎㅎ 이미 자격증은 받았다구~~~ 케케케~~~ -




예상치 못했던 난관이 생겼습니다.

저는 다이빙을 할 때, 제가 수영을 못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체력, 체력이 젤 중요합니다.

웨이트벨트에 돌덩어리를 4개씩 달고 있어야 하는데, 이 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위치 잘못 잡아놓으면 이 돌덩이가 골반뼈를 막 짓누릅니다.
그 상태에서 오리발을 신고, 얼굴에는 스노클 마스크를 쓰고, 공기탱크를 짊어져야 하는데, 그 무게가.... 처음에 저는 아예 일어서지를 못했답니다.

일어서고 싶은데.... 서지지가 않는 겁니다. 뒤로 넘어가겠더라구요.

강사님이 공기탱크를 들어줬습니다.
일단, 일어섰습니다.
강사님이 손을 뗍니다.
휘청~

완전히 꼬부랑, 꼬부랑 할머니 자세로 억지로 짊어졌는데, 무릎이 달달 떨립니다. 이대로 힘 살짝 풀면, 그대로 꽈당입니다. 바닥은 물 때문에 미끌거리고, 배는 흔들거리고, 사람들은 왔다갔다 바쁘고, 제 머릿속 정신상태도 왔다갔다..... @.@

난간에 서서, 한 손으로는 마스크를 누르고 한 손으로는 배에 게이지를 잡은 상태로 앞으로 한 발 크게 걷듯이, 그렇게 바다로 풍덩........

하랍니다.........


근데, 거의 그 정신없는 상태에서 설명이 제대로 안들어옵니다.

한손으로 마스크를 꽉 눌렀어야 하는데, 그냥 손만 갖다댔습니다.

그리고, 저............. 풍덩~

..................


꾸르르륵................... @*!~$68*~$~\\

"......... 마스크 잡으랬잖아~! ............"


강사님 고함소리가 저멀리 들립니다.


정신 오락가락 합니다.
마스크를 꽉 안누르고 있어서, 마스크가 이마까지 올라갔습니다. 그 덕분에 코로 입으로 물이 꾸역꾸역 들어갔습니다.

어떻게든 물 밖으로 나가야 눈을 뜨던지, 숨을 쉬던지, 마스크를 다시 쓰던지 할텐데, 정신이 없습니다.

간신히 조끼에 공기 넣고, 물에 떴습니다. 겨우 눈을 뜨고, 마스크 다시 착용합니다.

헉, 헉, 헥, 헥...... 우웩~~~~~

막, 헛구역질이 올라옵니다.

그 와중에 우리 팀원들은 모두 바다에 입수했습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 첨에는 스노클 입에 물고, 물 위에 떠서 물 속 내려다 보고, 오리발질 하기, 등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영장에서 배웠던 여러가지 스킬들을 바닷 속에서 하고, 한 수심 5M 정도까지 잠수를 했습니다.

귀가 막 멍멍합니다. 이퀄라이징을 하라고 했습니다. 코를 잡고 코 풀듯이 하라고 했는데, 전 신체가 뭐가 이상한지, 내 몸이 내 맘대로 잘 안됩니다.

도대체 코 푸는 걸 어떻게 했더라....


귀가 막 아픕니다. 빨랑 해야 하는데, 그 때 코를 잡고 막 힘을 주니까, 귀에서 뽀옥~~ 소리가 나면서, 물 속 소리가 잘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오호~~~

- 이후, 비행기 타면서도, 귀가 멍멍하니까, 나도 모르고 코를 잡고 이퀄라이징을 하려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ㅎㅎㅎ -

바닷 속 세상은..... 참으로........

뭐라고 말 할 수가 없더군요......

정말....... 무슨 해양 영화를 내가 보고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면, 살짝 꿈 속 같기도 하고....


모든 것이 사이즈가 커 보입니다. 처음엔 사람들도 무섭더라구요. 강사님들과, 다른 다이버들이 먼저 물 속에 들어가서 있는데, 사람이 덩치가 한 2배는 다 커 보입니다. 뭐랄까.... 바닷 속 거인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

내 덩치도 다른 사람이 보면 커 보이겠지만, 나는 나를 못보니 말입니다.


그리고 다 슬로우로 움직입니다. 물론, 물 속이니까요~ ^^
슬로우로 안 움직이는 건 물고기 밖에 없습니다. 얘네만 필름이 빨리 돌아갑니다.


'후~~욱, 후~~~욱.........'

내 숨소리만 제일 크게 들립니다.

꿈 속처럼, 강사님이 '주목~' 하라는 의미로 공기탱크를 땡,땡 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금 내가 깨어 있는 거 맞는 거야?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꿈 속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묘합니다.


문득, 따오로 함께 내려왔던 두 남정네가 생각났습니다.

불 탄 버스랑 시트란 배를 같이 타고 왔는데, 기타 하나 메고, 가더군요. 그들은 이미 다이빙 자격증도 상당히 높은 데까지 땄는데도, 다이빙이 좋아서, 다이빙하러 또 간다고 했습니다.

다이빙 리조트에 있던 사람들.... 몇달씩 다이빙만 하면서, 있던 새까맣게 그을렸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살짝, 알 것도 같았습니다.

[..... 갸들은.... 뽕 맞은겨........]

[... 이 바다가.... 마약보다 더한 중독성이 있겠구마는..... ]

뭐 하나에 빠지면, 물 불 잘 못가리는 저... 살짝 위험을 느끼며....

더이상 탕진할 가산도 읍따... 정신 차리자..... 에비~!

배를 타고 다이빙 포인트로 나가면, 두 번의 다이빙을 합니다.

체력도 많이 소진되죠~ 하지만, 그렇게 오후의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오는 뱃전에서, 낡아빠진 플라스틱 커피잔에 인스턴트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저멀리 지는 석양을 바라보던... 그 시간이....


지금 얼마나 그리운지....

아마, 우리 다이빙 동기들..... 지금 똑같은 맘일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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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omments
2008.08.26 02:13  
  저는 다이빙하다가 체력 떨어져서 후덜덜 떨었다가 갑압병 걸린줄 알고 산소 마스크 하고 응급실 실려 갔던 적도 있습니다-ㅋㅋㅋㅋ 그래놓고서 따오에서 어드밴스 땄다는-
flow 2008.08.26 06:27  
  다이빙할 떼 체력 중요합니다...그리고 수트 입을 때도  힘을 아껴야 합니다 잘못하면 물에 들어가기 전에 그로기상태 ㅎㅎㅎ
나빈 2008.08.26 09:14  
  저도 물은 완전 겁나는데~~~
바닷속이 마약같은 중독성이 있다니까 어째 함 해보고싶다는 몹쓸 용기가 불끈...(마약 절대 안해봤음 -_-;;)
meiyu 2008.08.26 10:32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것 같애요.

다이빙복 입은 것 보면 다 날씬해 보이는게 이유가 있군요.
커피향이 묻어나는 일몰이 바다가 보입니다.
너무 멋지네요.
코알라80 2008.08.26 13:24  
  멍멍이 쪽팔림.. ㅋㅋㅋ  너무 웃겨요.. 암튼 부럽습니다~ 저도 다이빙 하고싶은뎅
봉사랑 2008.08.26 14:32  
  다이빙해보고싶네요
etranger 2008.08.26 18:45  
  참 ! 그용기에 박수 보냅니다.
도사2008 2008.08.28 01:52  
  맥심커피부럽네요..에스프레소블랙 열라써요 블랙먹어야 싸니..ㅎㅎ저도먹고싶었었는데..빙그레ㅎㅎ
브런치 2008.08.28 08:50  
  다이빙.. 느므 하고싶다눈~
fusion12 2008.09.01 21:07  
  .....  갸들은....  뽕 맞은겨.......
...  이 바다가....  마약보다 더한 중독성이 있겠구마.....

다이빙을 배워야할 이유를 알았습니다.
하즈마루 2008.09.01 23:26  
  다이빙해보고싶어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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