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방콕 - 14. 불 탄 버스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어메이징 방콕 - 14. 불 탄 버스

제쏘미나 8 3072


꼬 따오에서 다이빙 오픈워터 코스를 하기로 했습니다. D군은 돈 없다면서도 무리를 해서 어드밴스까지 하기로 했습니다.

오픈워터 코스 가격은 거의 10000밧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가 보니, 지난 주보다 가격이 좀 내린겁니다. 오호~~ 내가 운이 좋은걸? 8900밧인가, 그랬던 것 같네요.

람부뜨리 거리에 있는 부다뷰에서 예약을 했고, 여행사버스는 거의 9시가 넘어서 출발을 했습니다. 같이 가는 인원은 총 11명. 그 중에서 내가 제일 연장자군여. -_-;

가는 길에, 내 무거운 캐리어를 그래도 D군이 들어줘서 어찌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D군도 덕분에 내 애인으로 오해를 받았지만, 내가 분명히 아니라고, 사람들한테 해명을 해줬습니다. 난 분명히 해명 했다구우~~~!

이번 여행은 정말이지, 내가 인복이 있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말 내가 인복 없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이 태국이 정말 나랑 궁합이 잘 맞는 곳인가 봅니다. ^^



부다뷰 앞에서 7시 반에 모였다가, 위엥따이 호텔 앞으로 이동해서, 또 기다리다가, 여행사 2층 버스를 탔습니다. 차에 타자마자, 그냥 내리 자자, 싶어서, 자려는데, 한 두어시간 갔을까, 갑자기 차가 서더군여. 나는 고속도로 휴게소인가? 하면서, 두리번 거리는데, 운전사 당황하며 막 뛰어 내립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고, 그러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

차 뒤쪽에서 검은 연기가 막 올라오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석유 같은 거 태웠을 때 나는 연기처럼 시커먼 연기가 버스 뒤쪽 바깥에서 무럭무럭 올라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잠깐 사이에 연기만이 아니라, 불꽃이 확, 피어올랐습니다.


이거....이거.... 지금 실제상황인거야....????

너무 기막히니까, 놀랍지도 않고, 그냥 멍, 했습니다.

근데,운전사가 버스 문을 닫고 내렸더군여. 사람들이 문 열어달라고 소리쳤습니다. 내려야 할 거 아니냐고~~~!

그제서야, 사람들 부랴부랴, 짐 들고 막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내리자마자, 혹시라도 버스 터질까봐, 전 멀리 떨어져서 앉았죠.

내려서 보니,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2층버스 뒤쪽에서는 심각한 연기와 불이 활활 오르고 있었습니다. 운전사 두 명이 소화기를 들고 오고,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달려와서 화재 진압을 막 하고 있었습니다.

주변 차량들도 멈춰서서 구경하고, 완전히 9시 뉴스감이 따로 없구만...

그렇게 얼마가 지나자, 불은 진압이 되었는데, D군이 차량 쪽으로 가서, 화재원인을 살펴보니, 배터리가 완전히 녹았다고 했습니다. 아이고~~ 차 안에 있는 우리 짐들~ 저 냄새 다 뱄겠다....

우린 찻길가에 하염없이 앉아있었습니다. 한 40분이 지나니까, 그제서야 경찰이랑 소방차가 오더군여. 무슨 소방차가 이제사 오냐~~ 다 타믄 와서 재 치울라고?

또 한참 있더니, 운전수 아저씨가 정비가방 가져와서, 차를 막 고칩니다??

설마, 저거 고쳐서 다시 타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 덕분에 우리는 길바닥에 앉아서, 통성명 하고, 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우려를 하고 있을 때, 한 여행사 버스가 와서 서더군여.

아... 저 버스에 우리도 타나보다.
근데, 그 버스에는 사람이 꽤 많아 보였습니다. 우리가 다 타기에는 자리가 부족할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도, 타란 소리를 안합니다. 도대체 어찌 되는 겨~~~?

이거 한국이었으면, 나 완전 지대로 대박 클레임 걸었을텐데, 정신적 피해보상 금액까지 왕창 보상받아낼 자신 있는데, 외국이라 영어가 안되서 클레임을 못걸겠네요. -_-;;;

한 두어시간 지나자, 운전수아저씨가 우리더러 다시 타랍니다. 차 다 고쳤다고 ok, no problem 이랍니다. 너나 no problem 이지, 우리는 yes problem 이여~~~

우리가 머뭇거리는데, 몇몇 서양외국애들 못타겠다고 클레임을 걸었습니다. 다른 차 타겠다고 바꿔달라고 요구를 하더군여. 그러더니, 걔네들은 다른 여행사 버스로 바로 바꿔탔습니다.

그런데, 우리 한국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다 전원 그냥 그 버스 그대로 다시 탔습니다. 항의를 제대로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어영부영 그러다가, 출발 하더군여.

이 버스, 제대로 굴러가긴 가는거야? 너무 불안해서, 짐을 올려놓지도 못하고,여차하면 바로 들고 뛰어내릴 수 있도록 의자밑에 짐을 두었습니다.


나를 꼬 따오로 가게 만든 녀석들, 얼굴이 하나, 둘 떠오르면서....

이것들 가만두지 않겠어~~~!


우리 버스에 있던 서양애들이 다른 버스로 타는 바람에, 그 쪽 버스에 있던 한 서양커플이 우리 버스로 옮겨와야 했습니다.

얘네들, 이 버스가 불 난 거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알면 안왔겠지....


버스가 출발하고 난 뒤, 아마도 누가 얘기해 준 것 같습니다.
한 30분뒤, 전 분명히 들었습니다.


"......... oh! my god~~~~ ....."

이렇게 불탄 버스에 탄 우리 11명은 특별한 오픈워터 동기생이 되었답니다.


따오에 가서, 우리는 그냥 불탄 버스, 라고만 말하면 다들 아~~~ 하고 알 정도가 되었으니까.... ㅎㅎㅎ


DSC00722.JPG


DSC00721.JPG


아침에 춤폰 시트란 선착장에서 따오 들어가는 배를 탔습니다. 시트란 선착장... 허거거... 장난 아니게 드럽더군여. 도대체 이런 동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물 위에 온갖 오물이 떠다니고.... 역시, 이래서 이게 싸구만... 싶었습니다.

배는 뭐, 작거나, 별로 그런 건 못느꼈습니다. 다들 배에 타자마자 쓰러져서, 자리 차지하고 누워 자느라 바빴습니다.

여행와서 갑자기 잠 없어진 나는, 배 위로 올라가서 바닷바람을 쐬었습니다.

꼬 따오에서의 어메이징한 여행을 기대하면서....



DSC00730.JPG


DSC00723.JPG


8 Comments
windy2222 2008.08.23 02:05  
  1등~ -_-v 잼있게 읽고 있어요!! 화이팅!!ㅋ
etranger 2008.08.23 15:52  
  큰일 날뻔 했네요. 사고나거나 문제생기면 우리는 영어가 않되니 제대로 항변도 못하고... 그러나 외국사람들은 당당히 잘 하고.... 상대방도 영어를 잘못하지만 ...
삘이뽕 2008.08.23 21:44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 나중에 책으로 엮어서 내도 될듯..ㅋ 근데 왜 14편부터는 왜 반말로쓰세요? 농담입니다^^
2008.08.24 13:2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반말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빈 2008.08.25 12:07  
  뭣도 모르고 불탄버스탄 서양커플 넘 우꺄요 ㅋㅋ
"oh my god~~~"ㅋㅋㅋ
니코틴부족 2008.08.27 16:56  
  울 한국인들의 안전 불감증을 다시한번 확인 했다고,,ㅋ
돌아온 당신의 동기들이 말해 주더라는~^^
하즈마루 2008.09.01 23:18  
  재미있어요....불탄버스ㅋㅋ
코끼 2008.09.05 00:06  
  안전하게 돌아오신거죠??
제가... 꼬사멧 갈때... 너무너무 타고싶던... 빨간색 VIP2층 버스가... 꼬창인지 간다던거 같았는데.. ㅠㅠ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