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방콕 - 12. 짜뚜짝에서 길을 잃다.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어메이징 방콕 - 12. 짜뚜짝에서 길을 잃다.

제쏘미나 13 3405

7월 27일, 일요일

또, 새벽같이 일어났습니다.
J양은 팟퐁에 갔다가 새벽4시에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짜뚜짝가기로 어제 철썩같이 약속을 했었드랬습니다.
아침 9시에 카오산로드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저는 이미 6시에 눈이 떠져서, 그냥 씻고, 나갔습니다.

어제 일 때문인지, 웬지 기분이 우울합니다.

이럴 때는 좀 비싼 걸 먹어줘야 합니다.

아침 일찍이라 카오산 로드에는 일찍 문 연 가게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전, 한국에서도 잘 안가는 스타벅스로 갔습니다.
헉... 커피 한잔이 거의 100밧 가까이 하는군요. 커피랑 샐러드를 시켰습니다. 거의 200밧 가까이 나왔습니다. 허거거...제대로 질렀습니다.

손님이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 바깥에 나와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mp3 외장스피커로 켜 놓고, 음악을 듣는데, 김동률 노래가 무쟈게 슬픕니다. 제가 여행을 오게 된 일들... 많은 것들이 생각이 나고, 서럽고, 갑자기 울컥, 해져서는 그만 그 아침에 스타벅스 앞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스타벅스 종업원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아침 댓바람부터...

황급히 선글라스를 껴고, 눈을 가렸지만, 뭐, 이미 다들 눈치 챈 상황...


게다가, 카오산의 스타벅스는 거의 한국여자들이 엄청 많이 오더군요.

차츰, 진정이 되어 가고 있는데, 시간은 이미 9시 반이 넘었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분명 9시에 다들 만나기로 했는데... 내 이럴 줄 알았지... 다들 늦잠 자는 게 틀림 없습니다. 문자를 날렸지만, 아무도 답이 없습니다.

또, 서럽고, 외롭습니다.


그래.... 어짜피 혼자 떠나온 여행이잖아? 혼자서 하는거야~

혼자서 짜뚜짝으로 가기로 합니다.

버스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저, 어느 버스 타는지 모릅니다. -_-;

태사랑에서 프린트한 정보랑, [태국]책에 있는 정보랑 버스 번호가 왜 틀린거죠? 이상하다.... 정류장에 있는 대학생 같아보이는 여자한테 버스번호를 물었습니다. 얼려? 이 여자는 또 다른 번호를 말합니다.

어느 게 맞는 것이여~~~

그러다, 어쨋든, 에어컨 버스 하나를 탔습니다. 안내양한테 짜뚜짝? 물으니 맞답니다.

한 45분, 50분쯤 갔더니, 내리랍니다.

찻길을 건너니, 거기가 전부 짜뚜짝 시장입니다.

그 때, 따오에 다이빙 하러 갔던 H군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새벽에 돌아와서, 그들도 짜뚜짝에 올거라고 합니다. 내가 J양이랑 다같이 오라고 했습니다.

흠.. 시장에서는 가방을 젤 조심해야지~
가방을 앞쪽으로 돌려서 꼭, 쥐고는 여기저기 구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이 넓다고 하니,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일직선으로 다니자.

한 두세번 일직선으로 왔다갔다 했더니, 너무 덥습니다. 뒤쪽에 레스토랑 같은 게 있습니다.

거기 가서 수박쉐이크 하나 시켜놓고, 에어컨 바람 좀 쑀습니다.

사람들도 정말 많고, 물건도 많습니다. 뭘 사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 갖다 줄 선물도 사야겠고, 옷도 사고 싶고, 그러다 하나씩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 분이 오셨습니다... 지름신.... ^^;

이젠, 눈에 불을 밝히고, 막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영어 못하는 거 문제 없습니다. 역시, 돈이 연관되면, 못하는 영어도 막 나갑니다.

"this.....how much? "

"discount , please~~~"

안되는 애교를 막 부려가면서, 깎아봅니다. 그러다가, 한국사람 목소리가 들리면? 바로 입 닫습니다. 저렴한 영어, 쪽팔립니다. 그냥 입 닫고, 조용히 있다가, 걔네들 가면 그 때부터 다시~ ^^


애들이 시계탑으로 1시 반까지 오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시간에 맞춰 갔지만, 애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한바퀴를 도는데 너무 덥습니다. 이제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기도 지치고, 애들도 좀 얄밉고, 그래서 , 아까 쥬스 마셨던 레스토랑에서 기다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거길 다시 찾아가기 시작했는데.....
이상합니다... 분명히 그 길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나오질 않습니다.
계속 이상한 상점들만 나오고, 길거리에서 화상입은 사람들이 구걸을 하고 있는데, 한참 가면, 아까 봤던 사람이 또 있고, 그렇습니다.

짐은 점점 무거워지고, 날은 너무 덥고, 짜뚜짝 시장은 가건물이라, 밑에서는 하수구에서 열기가 올라오고 안은 완전히 찜통속입니다.

이러다...이러다.... 나 죽을 것 같어..... @.@

점점 정신도 몽롱해지고... 그냥 시장 밖으로 나갔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나가는 출구도 못찾겠습니다. 계속 시장 안만 맴도는 겁니다.

숨도 못쉴 것 같습니다. 답답합니다.
다리도 너무 아프고, 그냥 길가에 쭈그리고 앉았습니다.
옆에 가게 쥔장이 비키랍니다.

아... 정신 차려야 하는데, 이러고 있음 소매치기한테 지갑 잃어버리는데...
이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가방을 꼭 끌어안았습니다.

날씨는 정말 최고로 더웠습니다.
간간이 비도 오더니, 오늘은 비도 안옵니다.
정말 환장할 것 같습니다.


그 때, 간신히 머리를 굴려 핸드폰을 들었습니다.
왜 그 때까지 핸드폰을 안봤나 모르겠습니다. 정신이 없어서 그랬겠지요.
핸드폰 난리났습니다. J군이 전화를 여러 통 하고, 문자 보내고....
캄보디아 대학생인 J군은 내가 길눈이 어둡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오산에서도 나한테 길을 가르쳐 주려고 여러번 애를 썼습니다.
근데, 저, 한국에서도 길눈 어둡기로 유명합니다.
아직도 혼자 명동에서 명동성당을 못찾아갑니다. -_-;
맨날, 람부뜨리랑 카오산 거리를 왔다갔다 하는데도 낮이랑 밤이랑 왜이리 길이 달라보이는지.... 돈나 숙소를 혼자 못찾아가서, 항상 J양이나, 이 J군이 데려다 줘야만 했지요~

그러니, J군, 내가 혼자 짜뚜짝 온 걸 알고, 십중팔구 길을 잃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물론... 예상대로 지금 상황은 그렇게 됐구요.....

바로 통화버튼 눌러버렸습니다. 전화요금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문자 누를 힘도 없습니다.

" 누나! 어디세요~~? "

".... J야.... 나 좀 데려가.... 나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오....." T_T


"누나, 그냥 왼쪽으로만 쭉, 걸으세요~~"

"..... 어디를 기준으로 왼쪽이라는 겨~~~~ "

-_-;;; 지금 내가 왼쪽, 오른쪽 구분할 정신도 읍따....


" 누나, 그럼, JJ Mall을 물어서 찾아오세요. 저희가 거기서 기다릴께요~ "

" JJ몰? "

아흑 --; 죽을 것 같은데, 도대체 거길 또 어떻게 찾는단 말이야....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그냥 걸었습니다.

이상한 가게들만 나옵니다. 옷가게는 없고, 막 동물들을 팝니다. 쬐그만 우리에다가 강아지, 고양이들을 넣어놓고 팝니다. 이 더운데.... 쟤네들 오늘 해 못넘기고 다 죽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다람쥐인지, 그냥 쥐인지, 그런 것도 팝니다.

거북이 새끼 같은 것도 팝니다. 색깔이 하얗습니다. 등딱지도 제대로 없이 말랑말랑한 갓 태어난 새끼들입니다.

또 한참 걸으니, 비닐봉지에 관상어를 넣어놓고 팝니다. 바닥에 죽 널어놔서, 걸어가다 밟을까봐 걱정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excuse me, where is jj mall... " 했지만, 그 동네는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나 봅니다. 다 외면을 해버립니다. 아고.... X.X

그렇게 시간이 흘러흘러, 몇 사람을 실패하다가, 한 학생에게 물었더니,

" 쩨제몰? " 합니다.

아.. 발음이 제이제이몰이 아니라, 여긴 쩨제몰~ 그런가 봅니다.

그 학생이 길을 가르쳐 줘서, 찾아갔습니다. 가는 길에 드디어 세븐일레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무작정 들어가서 냉장고 옆에 그냥 털석 주저앉았습니다. 물 하나를 사서 벌컥벌컥 마시고, 차가운 냉장고에 얼굴을 대고 잠시 쉬었습니다. 머리가 띵~ 합니다.

다시 무거운 dooballo를 이끌고, 걸어서, 드디어, 제이제이몰을 찾았습니다.

바로 지하로 들어갔습니다. 커피숍이 있더군요. 볼 것없이 그냥 들어가서 구석자리에 앉아서는 음료 하나 시키고 눈 감고 벽에 기댔습니다.
머리가 핑,핑 돕니다. 쓰러질 것 같아서 기대 있었습니다.

애들한테 전화해서 나 여기 커피숍에 있으니, 찾으라고 했습니다.

한참을 지나자, C군이 나를 찾았습니다.

저를 본 C군 표정이 묘합니다. 너무 안쓰러운 표정입니다. 제가 너무 상태가 안좋아 보였나 봅니다. 제 짐보따리를 들어줍니다. 언제나 착한 C군~

C군을 따라가니, 애들이 다들 모여 있습니다.
다들 저를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그 시간까지 다들 아무도 쇼핑을 하지 못했습니다. 살짝 미안합니다.
내가 나는 여기 그냥 있을테니, 얼른 들~ 쇼핑하고 와~~ 했습니다.

다들, 흩어져서 쇼핑하고, 5시 반에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는, 커피숍에 있다가, 어쩔까, 하다가, 그냥 에어컨 잘 나오는 제이제이몰에서 어슬렁 거렸습니다. 서서히 정신이 들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문자가 왔습니다.

한국에서 나의 소울메이트에게 온 문자입니다.

제가, 여행 온 것, 회사 그만 둔 것,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왔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도 모릅니다.

[....나, 너네집에서 지내면 안되니...]

엥??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래?

이 친구 결혼한지 4년, 남편이 실직한지 거의 3년입니다. 지금까지 그래도 이 친구,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잘 버텼는데, 올해초부터 점점 사이가 안좋아졌습니다. 드디어, 사단이 난 모양입니다. 전에 농담으로 너 헤어지고 갈 때 없으믄 울 집 와라, 했는데, 정말로 울 집 올 생각인 모양입니다.

문제는 근데, 지금 제가 한국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제가 열쇠도 들고 와버려서, 이 친구가 들어갈 수 없다는 거죠.

이번에도 요금 생각할 겨를 없이, 전화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일어날 일이 일어난거지...." 친구, 담담하게 말합니다.

친구가 지금 인생 최대 위기에 있는데, 하필 이런 때, 내가 여기에 있어서 도와줄 수 없다니, 미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사실은 내가 지금 한국이 아니야.... 열쇠까지 들과 와서 어쩌니... 미안하다....

친구가 괜찮답니다. 괜히, 여행 도중인데, 자기 땜에 심난하겠다며 여행 잘 하라고 하고는 요금 많이 나온다고 바로 끊습니다.


항상 이렇게 절 배려하는 친구입니다.
오늘 이런 소식 들으려고, 아침부터 그렇게 기분이 안좋았나, 싶습니다.

오늘 최악으로 기분이 다운됩니다.

결국, 하루에 두번째로 또 커피숍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내가 가장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눈물이 그치지 않습니다.

하필, 나는 왜 이럴 때 여행을 와서는....

J양이 걱정합니다.
아까는 그렇게 무덥더니, 창 밖에는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그래도 어떡하겠습니까.
현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쓰디쓴 에소프레소 한잔을 마시고,
퉁퉁 부은 눈을 썬글라스로 가렸습니다.
쇼핑 간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입니다.


두시간동안 참 빠르게도 쇼핑을 했습니다.
H군이랑 애들이 어제 팟퐁 일도 있고, 미안하다며, 반지를 하나 사왔습니다. 핑크색 반지인데, 소재는 알 수가 없습니다. 오래 끼고 있으면 점점 윤이 난답니다.
정말 신기한 건, 제가 여자치고 손가락이 굉장히 굵어서 사이즈를 맞추기 힘들었을텐데, 딱 내 약지에 맞는겁니다.
누가 고른건지...참~ ^^


돌아올 때는 그냥 택시를 탔습니다.
태국택시는 정원이 없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누가누가 많이 타나, 하듯이 뒷자리에 4명이서 탔습니다.
제일 키 작고 덩치 작은 제가 당연, 가운데였죠.
그래도 에어컨 나오는 택시가 낫죠.
우울한 기분을 그렇게 아이들과, 떠들며 날려보냈습니다.


-------------------------------

나중에 친구와 다시 통화를 했습니다.

친구는 다행히 남편과 다시 화해를 해서 이 위기를 넘겼습니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제나 제가 말하지 않아도 제 맘을 알아주는 제 소울메이트,

그 친구에게, 항상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13 Comments
mybee 2008.08.23 02:56  
  상황 설명이 실감나네요..잘 읽고 있어요...무사히 배낭여행 다녀오신거죠?
쭈여사 2008.08.23 15:35  
  아흐~가끔은 훌쩍 눈물 날때는 울어줘야 한다더군요..
타국에서흘리는눈물.. 더 가슴아파요..
그래두 시장까지 혼자 가시고 장하십니다~~
etranger 2008.08.23 15:46  
  어제는 희극 , 오늘은 비극 ㅎㅎㅎㅎㅎㅎ 저는 그런 친구하나 없읍니다. 인생 헛 살은거지요.
라비스 2008.08.24 01:16  
  여행기 읽으면서 계속 느낀건데... 인복이 많으신거 같아요... 분명 제쏘미나님 마음이 이쁘셔서 그런거겠죠? ^^
Goliath 2008.08.24 20:37  
  함께 여행 하고픈 분인것 같군요....
참 맘이 착하시네요....
나빈 2008.08.25 12:00  
  아 혼자서 울어버릴거같은 기분이 들다니~~~
그나저나 진짜 저랑 나이 비슷하신거같아요 ㅋㅋ
미칠듯한카리스마 2008.08.25 14:40  
  저도가서 울지나안았음 하는 바램이네요.
도사2008 2008.08.28 01:48  
  자뚝짝은 정말냄새많이나더군요..저도동물,물고기.등등 파는데지났더니 냄새때문에 어질어질..암튼 장하십니다.
브런치 2008.08.28 08:28  
  이 글을 읽으며 옆에서 같이 동반여행 하는 느낌 입니다.
하즈마루 2008.09.01 23:15  
  진짜최고....
다스베이글 2008.09.01 23:36  
  저도 짜뚜짝에서 길 잃고 자리에 주저앉았던 적이 있어요.
불쌍한 표정짓고 앉아있으니 사람들이 다가와 동전을 던져주..더군요-_-;;;;;;;;;;; 
계속 앉아서 동전벌이나 해볼까 했지만 대한여걸의 가오가 있지..
그냥 67밧정도 됐을때  냉큼 주워서 씩씩하게 뛰어갔습니다..뒤도 안돌아보고..ㅎㅎ
땡모빤이랑 닭꼬치같은거 사먹으니 살것같더군요. ㅎㅎ 가끔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코끼 2008.09.04 23:57  
  제쏘미나님 글 읽으면서... 처음으로... 눈가가 촉촉해지는걸 느끼네요..
암튼... 친구분 일이 잘 해결 되었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바로 2008.09.22 08:50  
  ㅎㅎㅎ
안그래도 재미있고 실감나게 글읽고 있는데 다스베이글님 댓글에 웃음이 한방 더.... ㅎㅎ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