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방콕 - 10. 혼자 다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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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방콕 - 10. 혼자 다니기

제쏘미나 10 3738










아마도... 7월 26일, 토요일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동안 같이 있었던, H군, C군, 그리고 중간에 만난 캄보디아 대학생 J군 모두 꼬따오로 다이빙 하러 가고, C군은 앙코르왓 보러 가고, 물론 같이 방 쓰는 J양 시내 쇼핑 가고.... 저 혼자 입니다.

일주일 쯤 됐으니, 이제 저 혼자서 여행을 해 볼 때도 됐습니다.

아침부터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 정말로 인제는 혼자 다니는거야~!

[태국]책을 챙기고, 복사해 간 지도등도 챙기고, 열심히 챙깁니다...

아무래도 한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람부뜨리거리의 oh! hungry 라는 레스토랑에서 아이스커피 한잔 시켜놓고, 책을 정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레스토랑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무지 좋아하는지 걔가 나오는 영화를 주구장창 상영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 카운터에 있는 좀 높아보이는 언니, 별로 안친절한데, 여기 써빙하는 트렌스젠더 언니 있는데, 참 친절합니다. 살짝 어리숙해서 그렇지... 내가 아이스 커피 시키면서, 노 밀크, 슈가 예스, 했는데도, 그걸 제대로 못갖다줍니다.

쩝.... 어쩔 수 없죠. 그냥 마셨습니다.
모, 이런 사소한 걸로 자꾸 시비걸믄, 인생 피곤합니다...

혼자 돌아다니기로 아침부터 마음 먹었으나, 결국, 자리를 박차고 드디어 일어난 건 오후 3시... -_-;

걸어서 왕궁쪽으로 갔지만, 왕궁은 오후 5시에 문을 닫습니다.
지금 들어가면 돈 낭비인 것 같아, 안가기로 했습니다.

그냥 지도만 보며, 무작정 걸었습니다.

한국에서 다이어트 하느라, 하루 1시간씩 지하철역 3정거장 왕복 걷기 한게 도움이 되네요. 뛰는 건 못해도 걷는 건 자신있습니다.

싸남루앙 광장 위쪽에 가니, 이쁜 분수대가 있습니다.

사진 한 장 찍고, 가려는데, 비둘기가 많네요. 조류독감 생각납니다.
쩝....
슬쩍 가서 찍으려는데, 갑자기 뭔가 위쪽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재빨리 뒷걸음질을 쳤는데.... 헉!

제 앞의 커다란 나무 위에는 비둘기가 수천마리가 앉아있었는데, 비둘기가 단체로 하나,둘,셋~! 하고 똥을 싸는지, 비둘기 똥비가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잘못했으면 그거 다 맞을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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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다행으로 피하고, 옆길로, 돌아서 다시 뚜벅이~

계속해서 뚝뚝이 기사들이 말을 겁니다.

"no, thankyou~~~"

"no, thankyou~~~"

......

"No~!, just dooballo~~~~"


난 비싼 뚝뚝이 안탑니다. 만년 튼튼하고, 기름도 안먹는 [두발로]라는 차가 있는데, 왜 탑니까~ 비록, 속도가 쳐져서 그렇지....


걷다보면,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차를 타고 휙,휙 지나치게 되면 놓치게 되는 많은 작은 것들을...

태국에도, 영국처럼 말을 타고 다니는 경찰이 있더군요.

한 경찰이 말 위로 어린아이를 안아태워줬습니다.

주변에서 카메라가 연신, 찰칵,찰칵 합니다. 이 경찰아저씨, 한두번 카메라 받아본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포즈, 자연스럽습니다. ^^

저도 얼른 가서 한 장 찍었습니다. 아웅~~ 나도 태워줬으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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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나무가 우거진 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작은 개천이 나옵니다.

지도로 보니, 로얄호텔쪽에서부터 이어집니다.

개천물은 무지 드럽습니다. 근데, 우리나라 하수처럼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근데, 개천 주위에 나무가 우거져 있고, 다리의 아치가 너무 예쁩니다. 작고 아기자기하니.... 이곳은 어느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았던 곳입니다. 관광지도 아닙니다만, 난 여기가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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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사진을 찍으며, 개천을 따라갔습니다.

개천 주위에는 태국인들이 길거리에 좌판을 깔아놓고,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새것도 있고, 중고물품도 있습니다. 대부분 좀 못사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뒷골목이라, 외국인도 거의 없는지, 저를 연신 쳐다보는데, 말은 안겁니다. 겁 많은 저는 살짝쿵 무서워졌지만, 그래... 이런 도전도 해보는거야... 하면서, 용기를 내며 걸었습니다.

여기서 정말 희한한... 물건? 서비스? 를 봤습니다.

웬 허름한 리어카를 하나 끌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리어카에 써 있는 말이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toilet service]

....??? 화장실 서비스???? 저게 뭐야????
리어카를 가지고 다니면서, 화장실 서비스라니... 도대체 저게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혹시 이동식 요강.....? 아니면, 뚫어 뻥 서비스인가...? 아니지... 주택가도 아닌데, 있는 걸 보면....
이동식 요강 쪽으로 확률이.... -_-;;;;

하여튼, 물어보진 못했습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이 작은 개천 오른쪽에는 태국 관공서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국방부, 외무부 등등... 근데, 건물들이 정말 끝내주게 이쁩니다. 뭐하러 돈 주고 왕궁 보나? 공짜로 관공서만 봐도 이쁘구만...~ 흠~~

우리 나라도 관공서를 우리나라 전통 건축양식을 반영해서 저렇게 이쁘게 지어놨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법무부 앞에는 이 나라 왕비님 사진이 크게 붙어있더군요. 그러고보니, 가이드북에서 얼핏 봤는데, 8월에 왕비님 생신이 있는 걸 봤던 것 같습니다. 후덕하지만, 살짝 엄하게 생기셨습니다.

국방부에는 대포나 기관총 모형같은 것들이 마당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천쪽 뒤에는 철조망으로 출입금지 되어 있고, 경찰인지,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더군요.

외무부는 아무래도 국제적으로 담당하는 곳이라 그런지 살짝 현대적인 건물입니다. 앞마당이 무지무지 넓고 멋집니다. 잔디를 밟아보고 싶었는데, 들어가도 되는건지, 안되는건지 알 수가 없어서 망설이다가, 그냥 말았습니다.

외무부를 지나니, 너무너무 예쁜 길이 나옵니다. 오른쪽에는 계속해서 왕궁 담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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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초록으로 너무 예뻐서 막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저 앞에서 하얀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보잉 선글라스를 쓴 카리스마 있는 경찰이 다가옵니다.

나, 죄 지은 것도 없는데, 괜히 쫄았습니다. 이상하죠? 지은 죄도 없는데, 왜 경찰을 보면 쫄까요? ^^;
경찰은 절 한번 쳐다보고는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쭉 가더니, 갑자기 U턴해서는 다시 저에게 옵니다.
엥...??? 나 아무짓도 안했는뎅....???


제 옆에 패트롤 오토바이를 세우고, 경찰이 말을 겁니다.

"where are you from? "

역시나.... 자동으로 대답이 나옵니다.

"i'm from south korea" --> 여기서 south를 강조한 것은 혹시, north 로 오인해서 뭔가...뭔가.....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까봐, 괜히.... ^^;;;;

"you look for thailand woman....."

뭐, 대충, 이렇게 말한 것 같습니다.
머시라...? 내가 타이여자인 줄 알았답니다.
무슨 의미여...?

그러더니, 왕궁 구경은 해봤냐? 지금은 문 닫았다, 그래서 나도 안다. 아직 못했다. 내가 늦었다.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경찰, 내일 오면, 자기가 구경시켜 주겠답니다.
내일, 자기 쉬는 날이랍니다.
가만가만.... 지금 이 경찰, 길거리에서 나한테 대쉬하는거야??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머리를 쥐어짜서 안되는 영어로 대답을 했습니다.

"thankyou, but i'd like to traveling myself."

문법이 맞는지, 틀리는지 그런 거는 저에게 따지지 말아주십시오....

제가 여기까지 생각해 낸 것도 전 스스로가 무쟈게 대견스러우니까요... -_-;

경찰아저씨, 알았다고 좋은 여행 하라면서, 멋지게 사라졌습니다.

하아.....

저..... 아무래도 태국으로 이민와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태국에서 먹고 살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잠시, 심각하게 고민해 봤습니다.

.....쩝.... 없더군요....

눈물을 머금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나이많다고, 키 작다고, 통통하다고, 인기없던 저였는데,

태국와서, 저.... 이게 웬일입니까~~~ *^^*

고목나무에 꽃이 핍니다~~*


회사 때려치고, 정말, 죽고잡픈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왔는데, 이 태국이 저를 마구마구 살려줍니다.

그래~ 나~ 아직, 안 죽었다, 이거야~~~!

영화 [싱글즈]에서 장진영이 하던 대사가 생각납니다.

"아직, 나, 먹어준다 이거야~~~! " ㅋ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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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계속 걸으니, 바로 옆이 싸란롬 공원입니다.

공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뭔가, 쿵짝짝, 쿵짝짝~ 난리입니다.

보니까... 푸훗~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건 똑같나 봅니다.

한쪽에서 음악 크게 틀어놓고, 아줌마들 에어로빅 하고 있습니다. 음악도 우리나라 에어로빅 음악하고 비슷합니다. 무료로 하는 것 같은데, 아줌마를 열심히 따라하시고, 일부 복장까지 갖추고 하십니다. 젋은 아가씨들은 트레이닝복 입고 하고, 몇 몇 배나온 아저씨들 슬그머니 따라합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리나라 동네 조기축구회처럼, 삼삼오오 남자분들이 모여서, 세팍타크로를 합니다. 구경하다가 잘못해서 공에 맞을 뻔 했습니다.

공원이 생각보다 굉장히 크고 아주 예쁩니다.

태국,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공원 이렇게 좋은데 서울에서도 별로 못본 것 같습니다.

연못도 있고, 분수도 나오고, 중간중간에 그리스 신전처럼 생긴 건물들도 있고, 학사모를 쓴 대학생들이 졸업을 하는지, 친구들끼리 모여서 깔깔거리면서 연신 사진을 찍습니다. 에고~ 파릇파릇하니, 한창 때구나~~

보고만 있어도 이쁩니다~

한쪽에 잠시 앉아서, 디카를 꺼내들고, 사진을 점검하고 있는데, 또 뒤통수가 따갑습니다. 슬쩍 고개를 들었더니, 웬걸 뒤에서 웬 태국 대학생 남자애가 살짝 풀린 눈을 하고, 한쪽 팔을 벽 기둥에 기댄체 느끼하게 서서 저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겁니다.

참, 내~ 태국사람이 느끼하게 느껴지기도 쉽지 않은데, 너도 참 재주다....

울렁거려서,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다들, 연인들이 손잡고 와서 데이트를 즐깁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웨딩사진 촬영이 한창입니다.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제가 계속 쳐다보니까, 신부가 부끄러운가 봅니다. 저를 힐끗 쳐다봅니다. 제가 이쁘다고 해주고, 사진 찍었습니다.
우리나라랑 똑같습니다. 사진사가, 이런 포즈 취해라, 저렇게 해라, 요구를 하고, 신랑, 신부, 잔디밭에 드러눕기도 하고, 끌어안기도 하면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사 포즈가 더 웃깁니다. 티슈케이스를 놓고는 팔꿈치를 대고, 거의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사진을 찍습니다.

한참, 그렇게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슨 음악이 스피커로 나옵니다.

그러더니, 사람들이 모두 stop~ 하더니, 제 자리에서 일어서서 차렷,합니다.

그 분위기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엉거주춤....

조깅하던 아저씨도, 웨딩촬영하던 신랑,신부도, 졸업사진 찍던 학생들도, 모두 차렷자세 입니다.

시계를 보니, 저녁6시, 아마도 지금 나오는 노래가 애국가 비슷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외국인인데, 나도 그래야 하나, 어째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노래가 끝났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사람들은 이전 하던 일로 다 되돌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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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빅 하는 장면을 동영상 촬영하고 싶었는데, 제가 워낙 기계치인데다가, 카메라를 첨 가져와서, 작동법을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사진만 찍고는 그냥 왔습니다.

다른 분들도, 왕궁만 가지 마시고, 여기 공원 꼭 한번 가보세요~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10 Comments
속빠진만두피 2008.08.22 22:54  
  저도 에어로빅하는거 보고 찍어야겠다 싶었는데..ㅎㅎ

just dooballo~! 압권입니다.ㅋㅋㅋ
etranger 2008.08.23 15:28  
  혼자 걸어서 구경하는게 진짜 여행 이지요.이번엔 조금 웃었읍니다.
gogo방콕 2008.08.23 17:06  
  사진없는게 약간아쉽네여~
mybee 2008.08.24 03:33  
  키작고 나이많고 뚱뚱하다고 한국에서 먹어주지 않는 외모,,,이거 저의 항상 똑같은 대사인데요~~ 공감!!
나빈 2008.08.25 11:47  
  혼자가는 여행은 외롭지 않을까했는데~
제쏘미나님 글보면 혼자 가고싶어지네여-
도사2008 2008.08.28 01:42  
  잼있습니다..good
브런치 2008.08.28 08:17  
  고목나무에 꽃이 핍니다~~* 공감 100배여~
하즈마루 2008.09.01 23:10  
  6시에노래나오는게뭐죠?궁금해요-ㅎㅎ
코끼 2008.09.04 23:45  
  아참!! 잊고 있었는데...
그 클럽에서 나오면서 만났던... 태국남은... 담날 전화 안 했나요??
제쏘미나 2008.09.05 01:36  
  태국남은...  ^^;  몇 번 연락이 왔는데... 제가... 씹었습니다..  -_-;  쩝...  좀 미안한데...  영어도 짧은데다, 뭐라 할 말도 없고, 전 따오로 갈 일정이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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