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방콕 - 3. 첫번째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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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방콕 - 3. 첫번째 과제

제쏘미나 22 4514

이번 여행에서의 저의 첫번째이자, 유일무이한 과제는,

[수완나품 공항 무사히 통과하기] 였습니다.

비행기표두 첨 사보고, 인천공항두 첨 가보고, 모든 것이 처음입니다.
다 신기하고, 다 두렵습니다.

돈 아낀다고 국적기 안탄 것도 후회스럽습니다.
말이라도 통해야 뭘 물어볼텐데...

기내식을 주는데, 무슨 훈제연어 비슷한데, 냄새가 이상합니다.
그냥 덮었습니다.
비행기에서도 한국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유일한 한국사람은 웬 불륜남녀처럼 보이는 아저씨와 언니?
나더러 자기네 같이 앉고 싶다고 자리 좀 바꿔달라더군요.
그래서 바꿔줬더니, 타이페이 연인들 옆자리 입니다.
둘이서 끌어안고, 계속 쏼라쏼라 합니다.

그냥 저, 모른척 하고, 밤새 선곡해서 녹음한 4기가 mp3 나 듣자, 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 타이페이녀가 저한테 말을 겁니다.
헉.... 저 영어 아주 짧습니다.
뭔 소린지....
여자, 다시 말합니다.
아.... 비행기 안에서, mp3 같은 전자기기 쓰면 안된답니다.
또 망신살 뻗칩니다. 몰랐습니다. 핸드폰만 안쓰면 되는 거 아닌가?
ok~~ 하고 바로 가방에 넣었습니다.

할 게 없습니다. 그냥 멍... 때렸습니다.

한 두어시간 가더니, 타이페이에 도착했습니다.
1시간 경유한다고 했습니다.
타이페이에서 내리는 사람들 내립니다.

전, 경유, 스탑오버가 뭔지 몰랐습니다.
그 때 제 생각, 아~ 버스처럼, 직항은 바로 가는거고, 이건 완행 같은거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여기 정류장에서 내릴 사람 내리고, 난 더 갈 거니까, 안내려도 되는군..
계속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다 내립니다.
..... 다 내렸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갑자기 막 청소를 합니다.
웬지.... 나도 내려야 할 것 같은....
잠시 청소를 하나? 그럼, 잠깐 내렸다, 다시 타야 하나보다....
다시 탈건데, 뭐,
짐 다 그냥 두고, 저 내렸습니다.
통로를 나가니, 경비처럼 생긴 아저씨가 방콕? 합니다.
예스~ 했더니, 뭔 표를 하나 주고는 저쪽으로 가랍니다.
근데, 거기 대합실처럼 생겼는데, 들어가면 다시 못나오게 생겼습니다.
비행기에 두고 온 짐이 생각났습니다.
물어봐야 하는데... 짐.... 짐이 영어로 뭐냐..... --;
"excurse me.... my bag....."
"...?...."
"e.......... my bag!, my sunglass, my, my....... "
아저씨, 손짓으로 가져오랍니다.
나, 후다닥 도로 뛰어가서, 짐 다 가지고 다시 왔습니다. 꼴찌로, 그렇게 타이페이에 내렸습니다.

예매할 때, 1시간 10분인가 경유한다고 했습니다.

역 대합실 같은데서 그냥 기다리다가, 화장실이나 가자, 갔다왔습니다.

이상하게, 화장실만 갔다오면 상황이 변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막 줄을 서 있습니다.
무슨 줄인가? 내가 아는 사람들이 있나? 봤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안보입니다.
그래서 내가 들고 있던 표를 보니까, Thai 라고 써 있는데, 보라색입니다.
같은 걸 들고 있으면 같은 비행기 사람들일 것 같은데,
줄 서 있는 사람들 것은 핑크색도 있고, 초록색도 있습니다.
흠.. 다른데 가는 사람들인가보다.

전, 다시 대합실에 앉아서 멍, 때렸습니다.
8시 15분이면 출발한다고 했는데, 시계를 보니, 8시 10분입니다.
왜 타라고 안하지?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좀 이상합니다.....
그 때, 웬 경비아저씨 같은 분이 들어옵니다.
저를 쳐다보길래, 나 뭐 법에 저촉될 일 한 거 없는데, 괜히 찔려서, 손에 들고 있던 표를 보여줬습니다.
아저씨, 왈 " hurry up!~"

젠장맞을..... X.X

아까 그 줄이 내가 서야 할 줄이었나봅니다.
근데, 왜 표 색깔이 달랐던거야~~~ 다 똑같이 주면 좋자너~~~
나중에 생각한건데, 아마, 비즈니스, 이코노미 색깔이 달랐거나, 색깔은 별 의미가 없었거나, 그런 것 같습니다.
어쨋든 그 대합실에는 오로지 방콕가는 같은 비행기 사람들만 있었던 겁니다.
전 그걸 몰랐던 거고... 쩝....

잘못 했으면, 타이페이에서 미아.... 아니, 미성인 될 뻔 했습니다.

겨우 숨 돌리고 잠이나 자자 싶었지만, 경유 비행기, 왜 싼지 알았습니다.
잘 만 하면, 승무원들이 돌아다닙니다.
음료수 주고, 치우고, 땅콩 주고, 물수건 주고, 치우고, 밥 주고, 차 주고, 술 주고, 치우고, 면세물건 사라고 돌아다니고... 그러면 내려야 하고, 타면 다시 또 반복이네요.

밥을 또 먹으면, 돼지같을 것 같아서, 안먹었습니다.
공짜라고 주는데로 다 먹으믄 너무 무식해 보일까봐... ^^;
(..... 돌아올 때는, 무조건 다 먹었습니다.....)

우아하게 그냥 화이트와인만 한잔 달라고 하고는,
와인을 마시면서, 딴지거는 타이페이 연인도 없겠다, mp3 그냥 들었습니다.
딴 자리 보니까, 어떤 애들은 닌텐도 그냥 하더라구요.

- 참고로, 타이항공 남자승무원들~ 참으로 바람직하게 생겼습니다~ ㅎㅎㅎ 여자들은 좀 별로인데, 남자들은 완전 다 탤런트 수준이네요. 와인 들고 다니던 제일 나이많던 아저씨까지도 넘 핸섬하셨다는... ^^ 오호호~~ -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태국] 책 꺼내서, 어디 갈까, 여기저기 들여다보고 있는데.... 엥??? 내 옆자리는 비어있었고, 그 건너편에 태국여자애가 앉아있었는데, 저한테 말을 겁니다.
...... 머라는겨....????

영어로 하는데도 못알아듣는 나... 손짓으로 승무원을 가리킵니다.
응....? 저 앞으로 지나가는 승무원을 보니, 손에 뭘 가지고 있습니다.
엥? 뭔 카드 써야 하나보다....
나더러 저거 썼냐면서, 얼른 받아서 쓰라고 합니다.
어케~~어케~~~ 저 승무원 태국사람인테 머라고 부르나~~~
내가 당황해서 이러고 있자, 이 태국여자가 승무원을 불러서 카드를 받아서 절 주었습니다. 뭔 immigration 어쩌구 써 있었던 것 같네요.
보니까, 태국책에서 봤습니다. 그래... 뱅기 탈 때는 이런 거 쓴댔어....

태국아이, 친절하게 저에게 어떻게 쓰는지 다 알려줬습니다.
내가 i can not speak english well 했더니, 괜찮다면서, 손짓, 발짓, 천천히 영어로 설명해 줍니다.

주변에 한국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내가 무슨 복으로 이런 아이를 다 만나게 되었을꼬~~~ T_T~~~
그 아이가 비행기에서의 수다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yindee라는 태국학생인데, 한국에 놀러왔다가, 집에 간다고 했습니다. 명동, 동대문에서 쇼핑하고 간다고 했습니다. MBK 근처에 산다는 걸로 보아, 사는 집 딸내미인 게 확실합니다.

저더러, 태국에 얼마나 있을거냐, 친구는 있냐 묻습니다.
1 month, alone 했더니, 그 친구 눈이 동그레 집니다.
why? .......... 뒷 말은 잘 모르겠지만, 왜 태국에 친구도 없이 혼자 여행을 왔냐 묻는 것 같습니다.
my job, too stress.....
i need rest....

어디서 묵을거냐고 물어서 카오산이라고 했더니, 왜 카오산으로 가냐고 합니다. 그래서 방콕에서 아는 데가 카오산밖에 없다고 했더니, 웃네요.

근데, 이 친구가 그럽니다.
카오산 나이트, 덴져러스...어쩌구......
즉슨, 카오산 밤에 위험하다, 여자혼자 가기에는, 안좋다 머 그럽니다.

그래서 저, 여행하는 다른 남자애들이랑 택시 쉐어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걔네들이 숙소 예약해줬다. 말했습니다.

yindee, 눈이 더 커집니다.
what guy?
어떻게 아는 가이냐, 남자친구냐?
아니다
그럼?
인터넷에서 만나서 약속했다
"what!!!!!!!!! no~~ dangerous~~~"
신원이 확실하냐, 계속 묻습니다.
영어는 짧은데,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thai travel information internet site. he is korean traveler"
yindee는 차라리 자기 집에서 묵으라고 합니다.
내가 이미 예약해서 안된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가 누군지 얼굴을 확인하겠다고 합니다.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하니, 어디로 또 가야하나...
두리번 거리다보니, yindee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친구는 내국인이니, 어디 딴 데로 가나부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갔더니, 무슨 심사대 같은 게 나옵니다.
줄이 엄청 깁니다.
핸드폰을 켰더니, 조금 후에 택시 쉐어하기로 한 H군한테 문자가 왔습니다. 3층에서 보잡니다. 3층이 어디여......
저 앞에 yindee가 보입니다.
내국인 심사는 무지 일찍 끝났나봅니다.
끝까지 절 기다려 줍니다. 1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먼저 가라고 손짓했는데, 웃으면서 그냥 기다립니다.
이미 밤 12시가 넘었습니다. 공항버스도 끊겼을테고, 이 친구도 집에 가려면 택시 타야할텐데, 넘 미안해졌습니다.

"i'm sorry. you late, come back home...."
서태지 노래도 아니고.... 문법도 안맞는 이상한 영어를 했지만, 이 친구 다 알아듣고 괜찮답니다.

그리고는 내 짐도 알아서 찾아다 줬습니다.

나는 3층에서 애들 만나기로 했다고 3층이 어디냐고 했더니, 데려다 줬습니다. 같이 의자에 앉아서 수다를 떨면서, H군이 우릴 찾기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왔습니다. 헉... 일행이 엄청 많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한국 여행자들을 만났답니다.
다 같이 가기로 했답니다.
yindee랑 소개하고, byebye 인사하고
나는 일행을 따라서, 공항 밖 방콕 땅에 발을 디뎠습니다.

훕...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덮습니다.

그 더운 열기만큼, 제 가슴에도 앞으로 시작될 여정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마구마구 올랐습니다.

H군과 동생C군, 그리고, 부산 여자 J양, 군대 막 제대하고 온 D군, 얼굴 하얀 S군 그리고 나, 이렇게 여섯명은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서 셋, 셋 타기로 했습니다.


H군은 작년에 다이빙하러 태국 왔었다고 하더니, 택시 흥정하는 게 프로입니다. 오~~ 내가 이 사람들 안만났으면 어쩔 뻔 했어~~
이번 여행은 의외로 제가 인복이 있는 여행인 것 같습니다~

몇 번의 흥정 끝에 택시를 300밧인가에 잡았습니다.
H군,동생 C군,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차에 짐을 싣고 타려는데, 웬지.... 뒷골이 땡깁니다.....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뭔가.....뭔가....... !!!!!!!!!!!!!!!!
허거.... 짐이 하나 없습니다.
분명히..... 손에 면세점에서 산 duty free라고 써 진 봉투 하나가 있어야 하는데, 없습니다. 담배 한보루랑 비싼 향수랑...게다가, 게다가, 그 비닐봉투안에다가 전 여권까지 넣어놨습니다. oh, my God~!!!!!!!!

아까 yindee랑 수다 떨면서 앉아있었던 의자에다가 그냥 놓고, 온 것 같습니다. 그 의자가 어디였더라.... 정신없이, 다시 헐레벌떡 뛰어갔습니다.

한국여권이 태국서 잘 팔린다던데... 한국 신용카드로 해외서 막 수백만원씩 긁혔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우째우째~~~~~ 우앙~~~~~

에스컬레이터에서 막 사람들을 제끼면서, 급하니까, 저절로 excuse me~ sorry, sorry, just moment, 해가면서, 뛰어갔습니다.
사람들이 웃으면서 절 쳐다보더군요. 누가 봐도 뭐 잃어버린 티가 팍,팍 나는거죠, 머.... (-_-);

천만다행으로, 제 duty free 비닐봉투는 그대로 의자 위에 있었습니다.
여권과 물건도 그대로 있구요~
아이고~~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니다, 여긴 태국이니까, 부처님~~~ 감사합니다~~~~!!!

꼭, 절에 시주해야지, 마음을 먹으며, 그렇게 저의 첫 과제,
수완나품 공항 무사히 빠져나가기, 는
완료되었습니다.

** 사진은 아직 디카에서 못뽑았습니다.
나중에 수정해서 올릴께여~~~ **

22 Comments
걸산(杰山) 2008.08.21 04:45  
  매 에피소드마다 흠이진진하네요...
나빈 2008.08.21 11:34  
  허걱 제가 막 다 긴장이 되네요. 아 떨려~~
etranger 2008.08.21 13:59  
  정말 여권 잊어버렸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  생각만해도 아찔 합니다. 남의일 같지 않읍니다.
역마살가족 2008.08.21 14:53  
  ㅎㅎ...넘 넘 재밌어요...ㅋㅋㅋ.....저두 막 떨려요~~!!
미칠듯한카리스마 2008.08.21 15:11  
  하나하나가 모험이시네요`~ 잼있어요 ^^
뽀엄마 2008.08.21 15:31  
  여행기에서 완전 긴장이 느껴지네요..
절에 크게 시주하셔야 겠어요...^^
넘 재미습니다....
켄지켄죠 2008.08.21 16:01  
  완전 리얼리티..긴박감 쵝오에요.ㅎ
pig 2008.08.21 17:26  
  읽는 내내 손에서 땀이 났어요.!
차차야옹 2008.08.21 18:41  
  여권 잃어버렸음 정말 큰일날뻔 했네요..!! 앞으로의 이야기가 너무 기대되요>.<
동심 2008.08.22 01:36  
  이거 원 마음 졸여서 읽겠어요. ㅎㅎㅎ 첨부터 끝까지 조마 조마 합니다. 왠지 저 같습니다. ㅋㅋ
..Jaff.. 2008.08.22 18:36  
  담에 가시면,
여유~~ 롭게  공항 나가실 겁니다    ㅋㅋㅋㅋ
mybee 2008.08.23 02:51  
  여권,,큰일 날뻔 했어요..인복이 많으시네요~
meiyu 2008.08.24 14:03  
  솔직하게 쓰시는 글,
여행 초보자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 될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 내내 행운의 여신이 동행하셨을 것 같네요.
참이슬로 2008.08.25 14:39  
  읽는 내가 더 안타깝네여...좀 차근차근 하시지...
도사2008 2008.08.28 01:27  
  스완나폼으로가나요 전 얼마전 직항타이탔는데 새벽에 도착해보니 후진공항이었습니다 돈무항 공항 같던데요 올때보니 수완폼은 무지화려하더군요 돈무항같은 후진공항으로 내리는거죠.궁금하네
택시비도 450밧..나만바가지네...이휴,,
제쏘미나 2008.08.28 18:37  
  국제선은 모두 수완나품으로 가는것 같던데요?  글고, 가능하면 공항버스 타세여~ 150밧인데, 무쟈게 좋드만요~ ^^ 택시는 진짜 흥정을 잘 해야 하구요~~
코끼 2008.09.04 22:46  
  비행기에서... 친절한 태국녀도 만나시고... 급 좋은 여행이 다가오는 듯 합니다. ^^
태연사랑 2008.09.06 02:29  
  나나 D군.ㅋ
lovelypink 2008.09.10 21:17  
  우아 정말 대단하시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가시다니....증말 대단대단^^
햇병아리 2008.09.29 15:00  
  어쩜 ! 읽는 내내 가슴 졸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재미있게 여행기를 올리실 여유가 있으시니 더 이상의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요?
쁘밍 2008.10.19 15:25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너무 웃겨요!!!! ㅋㅋ
freespirit7 2013.03.02 04:32  
읽다가 손에 땀났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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