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ja의 배낭여행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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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ja의 배낭여행 (방콕)

산달마 10 4461

저의 여행기는 정보로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 순수한 개인 감상에 대한 기록 입니다.
따라서 유명한 볼거리나 광광지에 대한 안내와 정보는 거의 없으며,
저와 비슷한 분이 계시다면(저예산 홀로 배낭여행, 단순히 머무르며 생각나는대로 움직이는..)
혹시 참고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올려 봅니다.


[방콕, 7/18(금) ~ 20(일) 방콕]


[7/18(금), 여행 1일차, 방콕 1일차]


숙소; 리버라인 게스트하우스, 싱글,팬, 공동욕실 160밧
주요일정; 체크인, 휴식, 카오산주변,
주요메모; 공항~카오산(556번버스대신 551번~59번 갈아탐), 섹서폰바 위치, 대중교통 이용하기

출발 전부터 각오는 했지만 KAL 부산발 방콕행은 새벽 한 시경 도착시간이 문제다. 비록 10여 년 만에 이국 땅 공항에 내렸지만 어색하지는 않다.

카오산행 공항버스는 이미 끊긴 상태, 몇몇 택시 삐끼들을 모른 척 하면서 서두리지 않고 자연스레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버스 승강장에 도착한다. 새벽 1시 20분쯤 되었다.

빈 버스로 승차장에 턱 서있는 카오산행 556번 버스를 확인하고 그 옆에서 출발시간을 기다리려고 이리저리 앉을 곳을 찾아 기웃거리는데, 방콕 도착 첫 현지인이 제법 유창한 영어로 먼저 말을 걸어온다.

"어디 가세요?"
"카오산 쪽이요"
"556번은 한참 있다 출발하니까 551번 타고 전승기념탑에서 갈아 타는 게 좋아요"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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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터미날 시내버스 정류장 (556번은 맨 우측 끝)


556번은 배차시간이 길며 12시 넘으면 운행하지 않을수도 있다는데, 마침 현지인이 굳이 그렇게 얘기 하니 마음이 솔깃 하는 순간, 551번 기사와 안내양(차장)이 출발을 알리며 빈 버스에 먼저 오른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올랐다. 공항이 시내에서 꽤 먼 거리라 시외수준의 차비 35밧(1,050원)에 전승기념탑까지 한참을 간다. 보통의 시내버스는 7밧(210원)~20밧(600원)정도까지 다양하다.

전승기념탑에 내려 마침 인근에 있다는 '섹서폰'바가 생각이 나 찾아 보는데 만만치 않다. 적어온 메모는 '야외시장 뒷골목 잭다니엘 간판' 이 전부다. 야외시장이 어디쯤인지 로타리주변이 어색하고 만만찮다.

야외시장을 대충 영어로 택시기사에게 물으니 대화가 될리가 없다. 어차피 아침까지 시간은 남아 도니, 주변 젊은 친구에게 물어 찾았다.

찾고 나면 별거 아닌 위치, 그래도 산꾼처럼 들머리 안내를 한다면,
'전승기념탑 로타리중 캐논 대형간판 맞은편(대각선) 방향, 59번 버스정유소 뒤쪽에 야외 음식점(푸드코너)이 늘어서 있는데, 여기 우측 끝부분 골목안 약 10미터 들어가면 우측에 1층 잭다니엘 작은간판' 정도 되겠다.

실컷 찾았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밤12시 정도면 마친다고 한다. 길을 가르쳐 준 젊은 친구가 카오산행 59번 버스를 가르쳐 주며 그 버스가 올때 까지 말동무를 해준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공항에서 기다리다 556번을 탈것을 그랬나 싶다. 아니면 터미날이 아주 깨끗하던데 구석자리에서 3~4시간 비박도 괜찮을 듯.

59번 버스를 8밧(240원)에 타고 새벽3시가 넘어 카오산 근처 싸남루앙에 내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여 처음엔 무슨 대형축제를 하는 줄 알았다. 싸남루앙 잔디의 외곽에는 야외 장삿꾼들이 물건을 펼쳐 놓고 밤새 영업 중이거나 물건들을 정리하며 마치는 사람들도 있고, 잔디 위에는 초저가(?) 야외 마사지 영업을 하고 있는 듯하고, 나머지는 노숙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쉬거나 자고 있다.

비록 어깨가 쳐지고 피곤했지만, 이거... 이 시간에 이렇게 보지 않으면 절대 보지 못하는 광경 이겠구나 싶다.


다시 카오산 방향을 물어 드디어.. 새벽 4시경 버거킹에서 카오산 중심쪽으로 걸어간다. 카오산을 새벽 4시경 걸어간 것은 입국 때와 귀국전날 두 번이다. ^^ 유명한 카오산센터 1층은 맥주손님들로 아직도 성업 중이다.
냄새, 지저분, 술취한 서양애들의 소음, 그러나... 안전하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안전'

나뿐만 아니라 나중에 만난 여행생활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들은 것이 이 나라가 '안전하다'는 것이다. 경찰 한 명 보지 못했고, 시커먼 뒷골목에 여기저기 노숙자들 속에서도 전혀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오히려 외국인 여행자들이 더 위협적인 존재일 뿐이다. 선진국 대도시 보다 심리적으로 안전하게 느껴 졌다.

밤 12시가 채 안된 시각에도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아파트 정문앞에 있는 독서실에서 귀가하는 딸아이를 데리러 나가야 하는 대한민국 우리동네 보다 안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우리나라에서 느끼지 못하는 '안전'! 무엇이 그렇게 느끼게 하는 것일까?

미리 생각해둔 '리버라인 게스트하우스'까지 천천히 걸어 가보자며 주변 길을 익힌다. 여기가 D&D 구나, 저기가 람부뜨리거리, 여기가 동대문, 뉴씨암, 타라하우스, 나이쏘이는 안보이네, 나중에 다시와서 쉬어야지 하고 생각해둔 '파쑤언요새(공원)'를 지나 쌈센거리로 들어선다. 저기 Soi 6 골목안에 바로 루프뷰가 있겠구나.

soi3 골목으로 돌아서 벨라벨라 리버뷰를 지나 soi1 골목과 연결된 '리버라인 게스트하우스'를 확인하고 다시 공원쪽으로 터벅터벅 걷는다. 공원에 도착하여 드디어 큰배낭과 작은배낭을 내리고 한숨을 돌린다.

긴장해서 그런지 피곤을 못 느낀다. 벤치에 편안히 앉아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질 않는다. 그냥 어두운 강변을 마냥 바라보며 아침을 기다린다.

파쑤언요새(공원)는 위치도 숙소와 가까울 뿐만 아니라, 방람푸(카오산) 근처에 강을 끼고 있는 깨끗한 공원이 없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데, 나에게는 방콕 머물 때마다 그야말로 소중한 장소가 되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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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밝아 오자 사람들이 몰려온다.


리버라인 게스트하우스는 7시가 넘으니 다행히 체크인을 해주며 방키를 준다. 아이고 그리운 방, 샤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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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는 쌈쎈soi 1 골목끝의 뱀부 게스트하우스에서 좁은 골목길로 10미터 직진(soi3 골목과도 연결됨)

가격은 싱글룸, 팬, 공동욕실 160밧(4,800원), 더블이상은 며칠(5일?)이상 체류시 할인 가능하다고 한다.

 


장점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 조용하고 깨끗한 편. 4층의 테라스와 옥상에서 짜오프라야 강이 보이고 맥주 마시기 좋다. 개인적으로 옥상보다 4층 테라스를 무척 좋아한다.

저녁이면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한없이 강을 바라보고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신다. 아침엔 테라스에 요가하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여행자들과 자연스런 대화를 나눌수 있다. 여기서 두커플과 한분의 장기 여행자들과 대화하는 행운을 가진다.

공동욕실이라고 하지만 한 층에 공동욕실이 한개(2층경우 두개)씩 있으며, 방 바로 앞이 욕실이고, 사용자가 적어 거의 나혼자 쓰는 느낌이라 아무런 불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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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위가 옥상, 나머지는 4층 테라스

단점은 카오산과 조금 멀다는 것이 장점이자 사람에 따라선 단점, 싱글방(팬,공동욕실)은 좀 작은 편이다. 게스트하우스 진입로에 일부 주변집들이 불타서 보기 조금 흉하다.

저녁이후 레스토랑 서비스를 하지 않아 숙소 1층에서 여행자들끼리 대화하며 한가롭게 맥주한잔 하는 풍경은 기대할 수 없다.

주인은 잘 볼수 없으나 가끔 본 주인 인상은 그저 그렇다는 정도이고 결코 친절하지는 않다. 주인영향으로 모든 것을 규칙에 의해 운영하는 느낌이라 스텝들도 다정 다감함은 못 느끼지만, 결코 불친절 한것은 아니다.

그 외에, 아침조식은 70밧 정도는 주어야 먹을 만 하다고 생각하며, 음식서비스는 오후 2시까지 가능해서 저녁서비스는 하지 않는다.

3번에 걸쳐 약 10일간 머물렀는데, 개인적으로 무조건 여기에 머문다.
숙소에대한 평가는 사람에따라 느끼는 바가 확연히 달라 태사랑 정보에는 별도로 올리지 않는다.


정오까지 휴식을 취하고, 오늘은 주변을 걸어서 돌아볼 요량으로 나온다. 생각해둔 곳으로 가서 메뉴판도 보지않고 국수를 먹었다. 종업원이 가격을 한국말로 얘기 하는데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어 본다. 맛은 괜찮았지만 내 예산으로는 많이 비싸다. 태국여행중 가장 비싼 식사를, 그것도 점심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은 셈이다. 어쨌든 경험이다.

카오산을 걸어 한인숙소 DDM을 거쳐 국립박물관(오늘이 7월 17~18일이 공휴일이라 한다)을 공짜로 구경, 왓 마하탓을 둘러보고 타창 선착장에서 한참을 쉰다.

왕궁은 오늘 오전에 클로즈한 상태, 왓포를 구경하고 다시 타티안 선착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관광코스 같은 길이라 별 특별한 내용은 없다. 거리 곳곳의 잔디밭을 보며 '비박하기 좋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첫날 기념(?)으로 긴장도 풀겸, 잠도 푹 자자는 기분으로 맥주와 콘칩 그리고 가져간 소주한병을 오픈했다.



[7/19(토), 여행 2일차, 방콕 2일차]

숙소; 리버라인 게스트하우스
주요일정; 왕궁, 짜오프라야강, BTS, 마분콩(휴대폰구입), 씨암, 센트랄월드, 룸피니공원, 팟퐁


입장료 300밧 이라는 거금을 투자하여 엄청난 관광객들 틈에서 숙제 삼아 왕궁을 돌아 본다. 매표소 지나 입구에서 한국어로 된 브로슈어를 엉겹결에 챙기고 들어간다. 수많은 동양인 관광객들.. 태국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보는 섬세한 불교건축물의 정교함, 왓 프라깨우의 에메랄드 불상의 대단함과 불교관련 벽화들... 관광이 목적이 아닌 닳을대로 닳아 빠진 나에겐 그렇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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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인근 타창 선착장에서 타싸톤까지 내려간다. 배에 타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얽혀 버스차장이 미처 나를 보지 못하고 헤매자, 제법 노슥한 티를 내며 우측손으로 오라고 표시하니, '피프틴!' 이라고 한다.


진작에 느낀 것이지만 우리의 한강처럼 방콕에는 시민들이 걸어서 산책할수 있는 강변이 별로 없다. 대부분 집들이나 호텔 또는 어떤 시설물들이 강변을 막고 있고, 가끔은 다 쓰러져 가는 극빈층의 집이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가 강변을 개발하고 유원지화 하고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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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안에서 찍어본 왓 아룬

BTS를 타고 시내로 가는데, 개인적으로 지하철이나 BTS가격이 버스에 비해 꽤 비싼 것 같다. 국립경기장에 내려, 여행자 숙소거리인 까셈산골목을 둘러보고, 짐톰슨하우스는 관심 밖이라 위치만 대충보고 마분콩으로 갔다.


유명하다는 4층 휴대폰매장, 그 규모에 깜짝 놀란다. 어떤 매장에서 어떤 기종을 어떤 가격에 살지 한참 고민 하다가, 노키아 모델 1200으로 정하고 몇몇 매장과 들러 최저가가 1,000밧 정도라는 것을 확인한 후, 우연히 굉장히 친절하고 신뢰가 있어 보이는 젊은친구가 일하는 점포를 발견한다.


'확실히 새제품 이냐?'라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새제품 샀는데 알고 보니 중고품'에 대한 검증을 확실히 한 후, 심카드 포함하여 1,100밧(33,000원)에 구매하고, 그 친구가 자기폰으로 300밧(9천원)을 충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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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분콩 4층 E11 'FB Phone' (4층 푸드코너 바로앞)

백화점을 좀 둘러보고 씨암스퀘어 주변을 구경하는데 젊은 친구들의 복장을 보니 서울을 뺨칠 정도이다. 천천히 쭉 걸어서 센트랄월드 까지 가는데 많이 덥다. 다리도 아픈 찰나 지구환경과 관련된 사진전이 전시되고 있어 감상하고, 벼룩시장 같은 매장이 열리고 있는데, 빅뱅의 '거짓말'이 크게 울려 나온다. 제법!!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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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화점보다도 이런곳에서 직접만든것이 더 사고 싶었다. 하나도 못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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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완 사당을 거쳐, 룸피니 공원으로 슬슬 걷는다. 룸피니공원 옆길,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브라운슈거 앞에서 오픈준비를 하는 직원에게 6시 이후에 연다는 확인을 한다.


방콕 시내 한복판에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룸피니공원은 매우 넓었다. 보트 타는 사람, 낮잠자는 사람, 조깅, 야외 에어로빅, 장기게임하는 노인분들, 기타 연습하는 사람, 판촉나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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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슈거는 아무래도 저녁 늦은 시간이 절정 일테니 그 시간에 팟퐁이나 다녀오자고 맘먹고 지하철을 타고 무심코 수쿰빗으로 갔다. 요즘 유행하는 개콘의 '왜 그랬을까?'가 생각난다. 지하철 출구를 나가기 전에 혹시나 해서 직원에게 팟퐁을 물었더니 어?? 씰롬에서 내려야 한단다. 내가 씰롬에서 타고 왔는데,.. ㅎㅎ 다시 지하철로 내려가 씰롬역으로 돌아가서 출구를 나오려다가 지하철사진을 한장 찍고 돌아서는데.. 예쁜 여직원 한분이

"사진을 찍으면 안됩니다"
"네?? 무슨 소리예요? 태국의 지하철 시설과 시스템이 이렇게 훌륭한데 널리 알려야지요..??"

알고보니 지하철에 사진촬영금지 안내판이 있었고, 테러등 안전을 위해 사진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팟퐁은 후회 막급일 정도로 실망했다. 나에겐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그냥 경험 삼아 거리 구경만 했다. 아마 현지인이나 잘 아는 분과 단순히 술마시고 즐기러 오기는 좋을것 같다.

브라운슈거로 가기 위해 나서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비를 피해 역위에 한참 있는데 도저히 멈출 기미가 없다. 오늘따라 우산을 안넣어 왔다. 적당히 비를 피하면서 씰롬역 대각선 건너편에서 브라운슈거를 찾아 가는데 아뿔사 길이 이상하다. 비는 비대로 쫄딱 맞았다.

브라운슈거는 포기하고 어딘지 모르는 버스 정유소에서 영어가 안되는 현지인들과 한참을 얘기하다 싸남루앙으로 가려면 다시 건너편으로 가서 79번(?) 버스를 타라는 결론을 얻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어떻게 길이 꼬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집으로 올 때쯤 비는 그치고 카오산을 걷는다.

인터넷 태사랑등에 정보가 나와 있지만, 현지 버스를 이용 하려면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현지어로 알고 있는 게 좋다. 현지 발음을 몇 번 현지인과 연습을 하거나, 목적지를 태국어로 적어두면 더 좋겠다. 가끔 버스안내양(차장)이 영어를 전혀 못하고, 차안에 도움 줄 사람이 없을 경우 참으로 난감하다.


대표적인 몇 곳을 예로 들면,

카오산이나 방람푸는 '싸남루앙' 빅토리 모뉴먼트는 '아눗싸와리' 남부터미말은 '콘쏭 싸이따이' 북부터미날은 '콘쏭머칫마이' 정도는 최소한 외워 두거나 자료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카오산센터 1층에는 초저녁부터 항상 많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맞은편 세븐일레븐 앞 한쪽귀퉁이에 어제 봐둔 '거리 생맥주집'에 앉아 창비어를 한잔 시킨다. 카오산센터 1층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내 쪽을, 나는 그 쪽 사람들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간혹 음악에 맞춰 머리를 흔들대며 '여기 이국땅이 내겐 낯설지 않아', 절대 외롭지 않아' 라는 듯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다.



[7/20(일), 여행 3일차, 방콕 3일차]

숙소; 리버라인 게스트하우스
주요일정; 위만맥궁전, 짜투짝


늦은 아침을 숙소에서 75밧에 먹는다. 내 기준으로 좀 비싸다는 생각이다. 버터가 부족할 것 같아 한 개 더 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계산에 추가된다 ^^;; 가이드북과 노트의 메모를 보고 위만멕 궁전과 일요일이라 짜투짝 주말시장을 구경하기로 한다.

위만멕궁전 가는길은 참 멀다. 두씻가는 버스인 70번 버스를 탔는데 엉뚱한 곳으로 갔으며, 센트랄월드에서 현지인에게 물어 한참 걸어 간 곳에서는 버스가 없다면서 빠뚜남쪽으로 다시 가라고 그러고, 그 곳에서 탄 버스는 전승기념탑 까지만 가는데, 그 곳이 종점인지 다시 시내로 나온다. 아~ 여행 3일차에 다짐이 무너지며 짜증이 몰려오려 한다. 이럴 때는 끝없는 종주길을 걷듯 무심으로 걷는 게 최고다.

결국 두씻은 쌈쎈 숙소에서 천천히 걸어서 가는게 훨씬 좋을뻔 했다. 실제로 빙돌아 그보다 훨씬 더 걸었으니..

전승기념탑 근처에서 어느 학생에게 '두씻' 가는 길을 물었는데, 다른 분들의 여행기에서 읽은 것처럼 나를 데리고 가며 사람들에게 물어서 길과 버스를 알아보려 한다. 나는 그냥 걸어서 갈 것이라고 하니 놀라면서도 전승기념탑까지 동행 하더니 계속 따라온다. 전승기념탑에서는 지도상 두씻까지 직진일 뿐만 아니라 길도 쉽다. 나는 여기서 이제 혼자 찾아갈 수 있겠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 말을 어째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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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이상 같이 걸어 목적지에 데려다준 '방크'


한편,
그 친구도 모처럼 영어로 대화하고 싶은지, 두씻 방향이 목적지인지 모르겠지만 만만치 않은 거리를 무작정 같이 걷는다.

사진도 찍고, 닉네임이 뱅크인 그 친구 꿈인 뱅커에 대해 얘기 하면서 40여분을 걸어서 두씻 위만멕 궁전 앞에 도착했다. 그러더니 '이제 확실히 왔구나' 라는 것을 확인 했다는 듯 그냥 돌아 간단다. 정말 기가 막힌다.

그러니까 오직 순수하게 내가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때까지 그 먼길을 동행 한 것이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버스에 시달린 짜증과 뻐근한 발바닥 통증이 확 가신다. 이메일과 연락처를 주고 받으며 헤어진다.

위만멕궁전 입구에서 200밧 보증금에 긴바지를 빌려 입고, 10여명이 일행이 되어 영어가이드를 따라 사진을 찍을수 없는 궁전을 골목길을 뒤따르듯 투어를 마치고, 매표소 근무자에게 짜투짝 가는 버스를 확실히 알아본 후 짜투짝으로 간다.

뭐라고 표현 할까... 주말 시장규모, 수많은 상품과 인파에 놀라 질려 버린다. 그냥 빙빙 돌며 구경하고, 팥빙수 하나 사 지하철입구 앞에 퍼질고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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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뚜짝, 인기 있었던 어느 가게의 거리공연

 


전승기념탑 근처 섹서폰에 가려다가 피곤해서 그냥 귀가 하려고 맘먹는다. 마침 3번 버스가 쌈쎈거리를 통과해서 카오산쪽으로 가니 잘 되었다.

쌈쎈거리 숙소 근처인줄 알고 버스를 부랴부랴 내렸는데... 헉@.@ 한참 전에 잘못 내렸다. 다시 3번 버스를 기다려 타야 하는데, 무식의 극치.. 그냥 걸어 버렸다. 하도 먼 것 같아 지도를 보니 두씻방면 훨씬전에 잘못 내린 것이다. 오전부터 두씻 찾아 가는 길에 무리한 걸음으로 매우 피곤한 상태에서 한시간을 또.. 걸은 것이다.


등산길과 일반 도로길은 정말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아무런 재미도 없이 목표물을 향해 오직 거리를 줄이기 위한 걸음은 산길과는 다르다. 공기도 탁하고, 악취 및 소음을 느끼며 도심을 걷는 것은 말로만 들었던 것 보다 훨씬 피곤했다.

오늘따라 샌달을 신고 왔네. 두번에 걸쳐 무리한 걸음을 걸었던 이 날의 여파로 귀국 때까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 이후 여행길에서 조금만 걸어도 우측 발바닥 쪽에 통증이 오곤 했다.


아무래도 내일은 슬슬 움직여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10 Comments
samuihong 2008.09.08 23:19  
  정말 차분하면서도 자세한 방콕의 묘사가 좋으네요.
etranger 2008.09.09 00:07  
  제가 베트남 북부지역을 여행 할때와 같군요. 맛사지를 안받는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너무 다리와 발이 아파 발 맛사지를 3번이나 받았어요. 상황 이해됩니다.
산달마 2008.09.11 11:52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네.. 에트랑제님(제가 평소 좋아하는 닉네임^^)
여행하면서 힘들더라도 '하나'정도는 원칙을 세워 지키려고 하다보니 좀 무식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
대만에서 부터~~ 2008.09.11 15:49  
  혼자다니다 보면..마사지 별 생각이 안들더라고여..
갔다와서 후회도 조금은 했지만..
그래도 한번정도는 받을만 한거 같아요.
열심히 날 이끌어준 발에게 포상이랄까..하하
산달마 2008.09.12 16:51  
  네, 그랬어야 하는데, 저는 '무식의 극치' ㅠ.ㅠ
타이킹왕짱 2008.09.13 12:09  
  정말 열심히 걸으셨네요....저는 상상도 못할거 같은..^^;;
메타 2008.09.13 14:55  
  간만에 제대로 된 여행기. 감사합니다.
longwood 2008.09.18 16:01  
  휴가내기 힘들어 짧게 몇번 다녀온 곳들이 눈에 선하네요... 혼자다니면 마냥 걷게되고 자신과 대화하는 버릇마저 생기지요. 빈말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는 대단해 보이고, 알뜰함은 존경스럽기까지 하군요. 
소요산 2008.10.13 21:42  
  정말 너무 잘읽었습니다...저도 전승기념탑에서 아유타야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여기저기 헤메던 생각이 나는군요^^
lilypons 2008.11.19 00:07  
전 올해 구정때 혼자 방콕 갔었는데, 너무 무계획하게 4일을 넋놓고 보내다 온거같아서 참 후회가 됐었습니다. 이번엔 아줌마 신분으로 신랑하고 같이 가는데,, 45일동안 정말 잘 보내고 올수있을지 두려운 마음이 먼저 생기네요,, 올려주신 글들이 저한테 큰 도움이 되고있습니다. 차분하게 설명해주신 글들을 통해서 제 마음속 두려움도 하나하나 사그러들고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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