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투어 효도관광 5 - 여행의 맛은 역시 조식
우리 방에서 본 풍경
밤보다는 아침에 보는게 더 예쁘다.
저 골목을 지나갈 때엔 사원이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보면 다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높은 건물은 수르야 맞은편에 있는 콘도
저녁비행기에 늦게 잔 것 뿐 아니라
여행의 설렘으로 출발 전날도 밤을 꼬박 새버린 나는 엄청 피곤했지만
가이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고갱님이 벨을 눌렀을 때 일어나야 했다.
세수만 하고 대강 옷을 갈아입고
8시 쯤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우리 더 자라고 고갱님들이 아침에 기다려준 시간이 그 때다.
아줌마 아저씨들 왜케 일찍 일어나시냐능 -0-
마늘인 아침을 포기하고 잠을 선택.
아침쿠폰을 안줘서 그냥 갔는데
입구에서 서류를 보고 방 번호를 확인해서 출입시켜준다.
호텔조식이 처음인 고갱님들 조금 어리둥절해 하시다가
아빠는 바로 적응,
엄마는 자리에 앉아서 뭐뭐 가져다 달라고 시킴ㅋㅋㅋㅋㅋㅋ
'공주인척 하기 있긔 없긔?'
했더니
엄마가 이런데 처음이라 실수할까봐 부끄럽고 소심해서 그렇다고
그냥 좀 가져다 달라고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커피 가지러도 같이 가고 그랬다.
내가 떠온 접시
한 입씩 먹고 찍은건 죄송;
많이 더럽진 않잖아여;;
이해 부탁
시금치도 있고 팟타이도 있고
꽤나 실속있고 푸짐한 조식이었다.
몇성급 호텔 조식 부럽지 않았다능!
과일이 좀 부족했던건 아쉬웠지만
칼도 가져왔겠다, 사먹으면 되니까!
고갱님들은 조식에 매우 큰 만족감을 보이셨다.
나한텐 좀 썼는데
아빤 커피도 진해서 좋아하시고
심지어 잘 드시지도 않던 잼과 버터를 빵에 발라서 두 번이나 드셨다.
빵은 대체로 맛이 매우 좋은 편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바게뜨 모양 빵이 제일 맛있었다.
바게뜨 모양일 뿐 바게뜨 식감은 아니었지만
통곡물이 알알히 박힌 것이 고소하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서 매일 아침 꼭 먹는 빵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먹는다는 초코맛 인간사료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거 안먹어도 먹을거 많아요 ㅋㅋㅋㅋ
아침을 먹고 다시 방으로 올라와서
마늘이를 깨웠다.
맛있는거 많았다고 하니
'그럴 줄 알았으면 나도 먹으러 갈걸' 한다.
낼 먹으면 되지~ 해줬더니 바로 수긍 ㅋㅋ
여행지에서 내일이 있다는건 참 좋은거다.
나갈 준비를 하고 다같이 숙소를 나섰다.
목적지는 낸시 마사지 ㅋㅋ
아빠는 극구 마사지는 안받겠다고 하셔서
저번에 쓰다 들고온 너덜해진 태사랑 지도를 쥐어드렸다.
근처 구경하신다고..
마사지 끝나면 문자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타이 마사지 1시간 짜리 3명을 이야기 하고 들어가려 했는데,
카운터에서 돈 받으시는 분이
천 밧을 냈는데 계산기에 440을 찍어 보여주신다.
'읭?'
'내가 너한테 이 만큼 거슬러 준다고'
'읭?'
'넌 이 돈 받으면 돼'
'이거 아닌데..'
하면서 내가 계산기를 받아서 다시 보여주었다.
220*3=660 ㅇㅋ?
1000-660=340 ㅇㅋ?
'아저씨 클날뻔 했어여. 340만 줘여'
아.. 아! 아~!
하면서 아저씨는 340밧을 거슬러 주었다.
2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누웠다.
엄마 담당 마사지사는 유일하게 여자였는데
우리말을 엄청 잘하시는 분이었다.
힘 빼, 앉아, 잡아, 시원해요? 등등 엄마와 무리없이 소통이 가능했다.
왠만하면 마사지는 기본팁 20밧은 주자고 하고 들어갔고,
마사지를 다 마치고 나와서 팁을 드렸다.
내가 미리 알려준 '카쿤카'를 엄마가 이번에도 써먹음 ㅋㅋ
마사지를 받으면서 낸시의 시원함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손으로 꾸~욱~ 눌렀다가 손을 뗄 때 시원함이 쏴악~ 하고 느껴지는데
나는 그게 기가 뚫리며 통하는 기분이어서 매우 좋아하는 느낌이다.
그 정체는 혈관이었다.
팔 다리의 큰 혈관을 손바닥으로 꾹 눌러 혈류를 잠시 막은 다음
손을 서서히 떼어 혈액이 돌 때 쏴~ 하는 시원함이 느껴지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릴때 친구들이랑 했던 전기놀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시원한 마사지실에서 따뜻한 손으로 오래 눌렀다가 떼는 것이 기분 좋기도 했었다.
또한, 타이 마사지의 특징을 나름대로 분석하자면
잘 안되는 스트레칭을 근육을 조물조물 하면서 늘려서 해주는 느낌이었다.
몸도 비틀고 다리도 비틀고..
난 좀 유연한 편이고 최근엔 잘 쉬어서 뭉친 근육이 별로 없어 마사지가 엄청 만족스럽단 느낌이 없었지만
(팔다리도 길어서 마사지 하시는 분이 조금 버거워 하셨음)
피곤할 때 받으면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의 원인을 찾은것 같아 나름 혼자 기뻤다.
어제 돌아다니면서 쌓인 다리의 피로는 확실히 풀렸다.
마사지가 끝나고 내려오니 1층에 차가 3잔 준비되어 있다.
차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하신다.
엄청 자주는 아니라도 이때껏 낸시만 다닌 나도 처음 받아보는 친절이다.
아마도 아까 마사지비 계산할 때의 정직함 덕분에 받는 친절인 것 같다.
감사히 차를 마시고 아빠에게 문자를 보내서 호텔에서 만났다.
아빠도 혼자서 나름 재미났던 모양이다.
목석같은 아저씨 표정이 만족으로 가득차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