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5)
- 2등석 침대칸 -
방콕에서 3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기차의 내부는 모든 좌석이 침대로 변신해 있었으며 침대마다 커튼이 쳐져 있었다. 짐은 어디에 놓는지 궁금했는데, 저렇게 선반이나 침대 밑에 놓으면 되었다. 타기 전에는 누가 짐을 훔쳐갈까봐 끌어안고 잘 생각이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누가 무거운 트렁크를 들고 가겠나 싶다. 누가 가져간다면 실수로 바꿔 가져가는 것일 것이다.
지금 이 기차는 구형인데, 그런 경우 시설이 좀 낡았고 특히 2층의 경우는 난간이 없이 두 개의 끈으로만 되어 있어서 잘못하면 자다가 떨어질 수 있다. 올 때 보니 신형 기차는 2층 침대에 난간이 있었다. 특히 위층의 경우 침대의 폭도 아래층보다 약간 좁았고, 화장실이라도 가겠다고 오르내리는 것도 솔직히 내 나이에는 힘들다. 따라서 돈을 좀 더 내더라도 마흔살 이상은 아래층을 써야 한다.
잠자리에 들려는데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식당칸으로 갔다. 꼭 무엇을 먹지 않더라도 그냥 커피나 한 잔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흡연은 구형 기차라서 가능한 것이다. 나중에 보니 신형은 객차 전체가 금연이다.
2018년 1월18일(목). 기차 안에서 아침이 밝았다.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식당칸으로 갔다. 구형 기차는 창문이 열린 채로 운행을 하는데, 그렇다 보니 맞바람 때문에 엄청나게 추웠다. 내 자리에 가서 천을 가져다 덮어도 소용이 없다. 배 고프니까 샌드위치 같은 것을 시켜 먹는데, 맛은 없고 값만 비싸다. 물론 비싸다고 해도 우리한테 부담이 가는 수준은 아니다.
날이 밝으면서 차창밖으로 태국의 시골마을이 보인다. 창문이 열려 있으니까 몸을 밖에 내 놓고도 사진촬영이 가능한데, 밖에 있는 시설물들이 선로에 매우 가깝게 있기 때문에 큰일날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치앙마이 역 -
아침 9시30분에 기차는 치앙마이 역에 도착했다. 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정말 이들은 전 세계를 누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인구가 많다보니 해외여행이 가능한 인구만 5천만명에 이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니 어딜 가나 중국인들 판이다.
배가 고프니까 우선 눈에 띄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쌀국수를 시켰는데 맛은 평범했다. 지금은 배가 많이 고픈 상태라 웬만하면 아주 맛있다고 느꼈을텐데..
나를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은 커피 매니아이다. 그것도 좋은 커피만 마시는 사람들이라 식후에는 꼭 커피숍에 들러야 했다. 여기는 노점 바로 옆에 있는 Upper Class cafe.
커피값은 생각보다 비싸지만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니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나서 썽태우를 타고 코리아하우스로 이동. “타논 창뭐이 반 까올리” 이렇게 말하니 썽태우 기사가 알아듣는다. 요금은 1인당 60B. 마침내 고대하던 숙소에 도착했다.
- 도이수텝 -
치앙마이의 첫 인상은 참 좋았다. 구시가를 둘러싸고 있는 해자에서는 물줄기가 시원하게 분출되고 있고, 도시는 깨끗했다. 방콕에 비해서는 기온과 습도가 모두 낮은 것 같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중요한 사원, 왓 프라탓 도이 쑤텝(Wat Phra That Doi Suthep)에 가 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와서 빠뚜 창프악을 지나 세븐-일레븐 앞으로 가서 정차하고 있는 빨간색 썽태우를 타면 된다. 요금은 인당 50B이고, 열 명이 되어야 출발한다.
도이 쑤텝에서 도이(Doi)는 태국 북부언어로 산이란 뜻이므로 글자 뜻 그대로 보면 쑤텝산이다. 높이는 1,676미터. 이 산의 허리에 사원이 하나 있는데, 그 이름은 왓 프라탓 도이 쑤텝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 사원을 도이 쑤텝이라고 부른다. 썽태우를 타고 도착한 입구의 모습. 계단 양옆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힌두신화에 나오는 나가(naga)이다.
이어 304개의 계단을 오를 차례. 옆에 케이블카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올라간다.
란나 왕국시절에 꾸나왕이 불탑을 건립한 것이 이 사원의 시초이다. 이야기에 따르면 붓다의 사리를 싣고 오던 하얀 코끼리가 산에서 죽었다고 한다. 중앙에는 24m 높이의 탑(쩨디)이 있다.
쩨디 주변에는 불상들이 많이 놓여 있다.
나같은 관광객은 사진 찍기에 바쁘지만, 신심이 깊은 신자들은 불상 또는 스님을 찾아 말씀을 들으며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관광객들도 이렇게 자신의 행운을 빌 수 있다.
다시 아래로 걸어 내려오니 저렇게 뚝뚝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돌아가는 요금은 60B. 더 멀리 가면 푸핑 궁전(Phu Phing Palace)이라는 이름의 왕족들의 겨울별장을 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여기서 돌아간다.
뚝뚝 안에서 담배피우면 벌금이 5천밧. 근데 조금 있으니까 기사가 담배를 피운다. 아직은 법이 일상에 녹아들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