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2?] 뜨랑 폭포에서 길 잃었던 이야기
아래 박리키 님의 글을 보다가 올해 뜨랑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 나 오랜만에 짧게 글을 올려 봅니다. 그 날은 마가 끼기라도 한 건지 이상하게 운이 좋지 않더군요. 그 날일이 액땜이었던지 이후 여정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뜨랑 시내에서 반나절 내로 다녀 올만한 곳을 찾아보다 2개의 폭포가 인접해 있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똔 때(Ton Tae) 폭포, 나머지 하나는 똔 똑(Ton Tok) 폭포. 리뷰들을 보니 현지인들이 주로 놀러가가는 곳은 똔 때 폭포인 것 같아서 똔 때를 먼저 들렀다가 내키면 똔 똑까지 가 보는 걸로 하고 뜨랑 역 앞에서 스쿠터를 빌려 출발을 했습니다.
- 미리 검색해 본 게 맞았던 건지 역시 똔 때 쪽은 뭔가 관리된 느낌입니다. 입구에서 공원 입장료도 받고..
- 스쿠터는 입구에서 더 이상 못 들어가지만 내부에도 이렇게 포장된 도로들이 있고...
- 이정표를 따라 가다보면 이런 조형물도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계곡를 따라 폭포로 이어지는 산 길로 들어 섰습니다. 아래 쪽 계곡에 보니 놀러 온 현지인들이 좀 있었는데, 생각보다 폭포가 높은 곳에 있고 계곡이 구불구불해서 그런 지 아래 쪽 계곡에서는 폭포가 제대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대략 300m 정도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폭포 아래에 이를 수 있는 것 같더군요.
날도 덥고 해서 산길 오르기가 부담스러워 그냥 돌아 갈 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폭포는 제대로 보고 가야지 하는 생각에 산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대략 중간 쯤까지 올라갔을까.. 등산로처럼 보이던 길이 끝이 나고 그때부터는 길이라고 할 만한 게 애매해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래도 올라가는 방향이 확실하고 바위 사이 사이 사람들이 오간 것 같은 흔적들이 있어 갈 수는 있겠다는 생각에 한참을 이리저리 찾아 올라가다 보니 폭포 아래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 고생한 것에 비하면 폭포 자체는 그리 멋있지가 않습니다.. 길이가 320m 정도 된다는데..
- 올라 오는 길에 마주 치는 사람이 전혀 없더니 폭포나 그 밑에 소에도 아무도 없고..
잠깐 땀 좀 식히다가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이런... 올라 올 때와 달리 내려 갈 때는 길이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이 쪽으로 난 흔적도 길 같고, 저 쪽으로 난 흔적도 길 같고.. 감에 따라 내려가다보니 길을 잘못 찾아 바위들 사이 수북히 쌓인 나뭇잎 속으로 종아리까지 쑥 빠져 들기도 하고.. 발을 잘못 디뎌 이리 저리 긁히기도 하고.. 나무들 때문에 시야가 제한적이라 더욱 길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계곡 쪽으로 들어 가 계곡의 바위들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조금 가다 보니 낙차가 커서 도저히 내려갈 수 없는 지점이 나옵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산길을 찾아보려고 들어갔는데.. 이후로도 몇 번 길을 잘못 찾다보니 점점 마음이 급해져 옵니다.. 산 중이라 해가 언제 떨어질지 예상도 안 되고..
입구에서 요금을 걷던 관리 사무실에 구조 요청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마트폰을 봤더니 신호가 잡히다 말다 합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계곡 쪽으로 다시 나오니 다행이 좀 나아지더군요.. 근데, 외국인이 거의 안 오는 곳이라 그런지 구글링을 해 봐도 관리 사무실 전화 번호가 나오질 않습니다.. 받았던 티켓에도 전화번호가 없고.. 그때부터는 정말 큰 일 났다는 생각에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구글맵을 켜고 돌아다녔던지라 배터리도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고.. 오토바이 빌렸던 곳에도 전화하고, 대사관에도 전화하고 한 바탕 난리를 쳤는데... 다행히 대사관 당직자 분이 공원 관리 사무소에 연락을 해 줘서 관리소 직원이 와서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올라가는 길에 사람이 없고, 중간에 길이 모호해졌을 때 되돌아 왔었어야 하는 건데, 태국을 돌아 다니면서 이런 저런 폭포들을 많이 가 봤던 지라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 돌아오는 길에 아래 쪽 똔 똑 폭포에도 가 봤는데, 폭포가 크지는 않지만, 접근하기도 쉽고 물놀이 하기에도 좋아 보이더군요.
- 물에 젖고 흙투성이가 되어 버린 운동화를 씻으려다 놓치는 바람에 떠 내려가는 운동화 주우러 가느라 고생한 걸 제외하면..
예전에 구글맵 믿고 마을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가다 길이 끊어져 고생한 적이 있어 그 후로는 경로를 찾을 때 좀 돌아가더라도 큰 길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제 앞으로는 길이 애매한데도 무모하게 혼자서 산길을 올라가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일은 없으시겠지만, 그 때 도움을 주신 대사관 직원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