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나를 찾아서...7-2 (쑤완나폼공항-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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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의 나를 찾아서...7-2 (쑤완나폼공항-대만)

007테디 3 2411
【(정신을 잃고나서) 7일】
 
 
눈을 떠 보니 나는 어느샌가 정신을 잃고 칠키로 위에 엎어져 자고 있었다.
시간은 보딩패스 발급 30분 전 이었다.
중화항공 안내창구 앞쪽 의자로 자리를 옮겨서 게슴츠레하게 시간을 보냈다.
참 위안이 되었던 것은, 나만 추레한게 아니라 내 앞, 뒤, 양옆, 동서남북 사방팔방 모든이가 그러했던 것이다.
 
 
마침내 중화항공 언니들이 안내창구에 자리를 잡고 발권이 시작되었다.
비몽사몽 하면서 나는 왠지 칠키로와 기념품보따리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졌다.
무게를 달아봐도 되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하였다.
 
 
칠키로+기념품보따리=9kg
 
 
두개의 무게가 얼추 비슷했으니 아마도 칠키로는 사키로정도로 살이 빠지고 (옷을 절반 이상 버렸다),
기념품보따리가 삼키로 정도 나가는것 같았다.
여담이지만 나의 기념품은 실로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여행을 하면서 내 끼니는 거를지언정, 기념품은 가게에 들러서 꼭 챙기고
세븐일레븐이나 패밀리마트에서 파는 소소한 과자나 말린과일같은 주전부리도 종류별로 챙겨서 샀다.
나는 이곳에서 모든것을 다 구경하고 돌아가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그렇지 못 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무리 재미있게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다못해 과자봉지 하나라도 거기에 인쇄된 꼬불꼬불 태국어를 직접 보면서
나의 가족들도 내가 느꼈던 즐거움에 조금이라도 더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보딩패스를 받고 면세점들을 처언천히 구경했다.
태국에서 커피, 꿀, 실크가 유명하다고 했던것이 기억났다.
나는 엄마에게 드릴 커피를 몇 개 담았다.
꿀도 있었는데 정말 귀여운 나무통에 담겨 있었다.
조금 비쌌다.
취직하고나면 사 가야겠다.
 
 
조금 더 걷다보니 Jim Tompson 실크매장이 있었다.
이 사람이 태국 실크의 대부라고 한다.
일본에서 온 아저씨가 섬세한 눈빛으로 넥타이를 고르고 있었고,
뒤에서는 점원이 아저씨가 고른 넥타이를 받고 있었다.
오, 저거다.
엄마는 커피, 아빠는 넥타이.
나도 조용히 옆에 가서 구경했다.
조금 비쌌다.
취직하고나면 사 가야겠다.
 
 
괜찮아.
그제 짜뚜짝에서 아빠 넥타이 샀어.
(엉엉)
불효자 취준생은 웁니다.
 
 
그러고보니까 아빠,
내가 사 온 넥타이 시장에서 사 온거라고 안 하고다니는거 아니지? (엉엉)
 
 
 
이리저리 면세점 구경을 마치고나니 돈이 150밧이 남았다.
어떻게 사용해야 잘 사용했다는 말을 들을까.
가다보니 작은 가게가 보였다.
아마도 king power 계열사인것 같았다.
훈남점원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물었다.
 
 
'제가 남은돈을 다 쓰고 싶은데요.'
'^^얼마가 남으셨나요?'
'150밧이요.'
 
 
훈남점원은 몇가지 물건을 보여주었고 나는 코코넛과자를 골랐다.
 
 
태국여행에서 내가 본 잘생긴 세명의 남자들이 있는데,
3위. 코코넛과자를 추천한 훈남점원님 (♥♥♥)
2위. ? (♥♥♥♥)
1위. 왕궁 앞 군인?경찰? 님 (♥♥♥♥♥)
 
 
2위는 잠시후에 공개됩니다. (하트는 다섯개 만점 입니다)
 
 
게이트 앞에서 노래를 들으며 탁 트인 창 너머로 천천히 밝아오는 모습을 하염없이 보고 있으니 참 좋았다.
새삼 혼자 여행이 이렇게 좋은것이구나, 싶었다.
머릿속에는 그동안의 일정들이 한데 모여서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웅웅웅 울리고 있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이유도 있겠지만 이곳을 떠나는 아쉬움과, 집으로 돌아간다는 기대와, 앞으로 내 일상에 새로운 변화가 있을것이라는 즐거움에 떨리는 것 같았다.
 
 
탑승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오르는데, 문득 생각이났다.
아까 발권할때 창가쪽에 앉을건지, 복도쪽에 앉을건지, 왜 안 물어본거지?
왜?
 
 
역시 내 자리는 복도였다.
엉엉엉.
내 옆에는 일본인 부부가 앉아있었다.
비행기 좌석은 드문드문 빈 자리가 많았다.
그러자 일본인 부부는 자리를 옮겨도 되냐고 묻더니, 저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인되는 사람은 나에게 '스미마셍' 하고 인사했다.
 
 
나의 태국여행에서 아쉬운게 딱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여유로운 일정운영을 하지 못 한것,
나머지 하나는 바로 이때 '이이에, 다이죠부데스.' 라고 하지 못 한것 이었다.
아쉽데스...
 
 
하지만, 덕분에 나는 이 부인되는 사람이 앉았던 창가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야호!
비행기의 날개때문에 창밖의 경치가 약간 가려지긴 했지만 어차피 난 영화를 볼테니 괜찮았다.
 
 
비행기가 이륙 준비를 마쳤다.
지난 5박 7일의 일정이 이제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방콕, 안녕!
다음에 또 보자!
 
 
*쑤완나폼 공항 면세점*
-Jim Tompson 매장 넥타이는 1500밧 정도 입니다.
-예쁜 나무통에 들어있는 꿀은 400밧 정도 입니다. 일반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는 꿀은 200밧 정도 입니다.
-커피는 스틱 30개들이 한 봉지에 100밧~150밧 정도 입니다.
-훈남점원이 있습니다.
3 Comments
jindalrea 2013.02.04 14:30  
왠지 뭉클해지네요..
음..능력도 출중하고, 아리따운 분이시니..
곧..좋은 직장에 취직하시리란 예감이 팍~~!!
호키포키 2013.02.04 14:52  
새삼스레 비행기에서 창가자리를 원하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비행기 여행이 거의 항상 출장이다 보니 복도자리를 선호했는데 가만 기억을 떠올려보니 저도 젊었을 땐 창가 자리를 좋아했던 것 같네요 ^^.
shtersia 2013.05.16 17:45  
아..신선합니다.
여행기 내내 귀여운 모습이 그려지고
고생했지만 즐거웠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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