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나를 찾아서...5 (쑤쿰윗-짜뚜짝주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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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의 나를 찾아서...5 (쑤쿰윗-짜뚜짝주말시장)

007테디 6 3443
【5일】
 
 
상쾌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오늘의 일정을 위해 떠날 채비를 하였다.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 머물고 싶었다.
사실은 비싸기도 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앉아있고 싶었다ㅋㅋ
하지만 떠날때 에는 떠나는것이 바람따라 가는 배낭여행자의 모습이라 생각하고
쿨하게 숙소를 떠났다.
안뇽!
 
 
안내책상으로 내려가서 키를 돌려주고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안내책상 담당언니는, 올라가서 내가 묵었던 방을 점검하는 동안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어떤 남자분이 올라갔는데 금방 아무이상 없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이 빠른 전개가 아마도 침대위에 올려놓은 팁 덕분이 아니었나 싶었다.
안내책상 담당언니가 나더러 가도 좋다고 했다.
 
 
밖을 딱 나서려는데 내 앞을 가로막은건
하늘에서 후두두두두두두두두두 떨어지는 소나기였다.
비가 오는걸 몰랐다.
괜히 체크아웃 일찍했네, 어쩌지, 하고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안내책상 담당언니가 잠깐 들어와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오늘 일정이 늦어질까 걱정했는데 안내책상 담당언니는 조금 기다리면 비가 멎을거라고 했다.
 
 
숙소 1층 옆으로 바로 이어지는 카페가 하나 있었다.
cozy at 10 계열사인것 같았다.
운영하냐고 물어봤더니 커피는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커피한잔을 주문하고 비가내리는 밖을 구경하였다.
오토바이택시를 타고 출근하는듯한 아가씨,
우산없이 잘 다니는 몇몇 동네사람들,
비 냄새.
튜빗가든의 새하얀 담장을 우두커니 보면서 커피잔을 비우고 나니, 비도 잦아들었다.
 
 
난 솔직히 커피가 무료로 제공될거라 은근히 기대해보았지만 그건 내 생각.
'50밧입니다.'
'예, 여기있습니다.'
 
 
뜨거운 커피덕분에 몸속에 남아있던 아침의 게으름도 사라지고 몸도 따뜻해졌다.
나는 튜빗가든으로 들어갔다.
역시 잊지않고 사진을 찰칵찰칵 찍었다.
 
 
부유한 개인 사업가가 자신의 사유지를 공원으로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한 곳 이라고 한다.
정원이 참 정갈하고 세심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아침에 내린 비를 잔뜩 머금은 나무와 꽃과 풀들이, 푸하아아 하고 싱그러운 향을 내보냈다.
나도 이 사람처럼 언젠가는 멋지게 나의 정원을 꾸며서 사람들이 함께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일단 취직을 해야겠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력서를 열심히 써야지.
아, 나의 여행의 끝이 이렇게 다가오는구나.
나는 어렴풋이 내 여행의 끝을 예감하고 있었다.
 
 
나는 키가 아주 큰 나무 꼭대기에 있는 다람쥐를 동영상으로 찍으려고 모가지를 쭉 뻗고 뒤로 한껏 재치고는 카메라의 줌을 당기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얘가 카메라를 의식하는지 자꾸만 잎파리 뒤쪽으로, 가지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한참동안 그렇게 하고 있으니, 다람쥐 찍다가 내 목이 부러질것만 같았다.
이런 상황에 처한 누구나 그렇듯, 나는 아주 천천히, 처언천히 나의 머리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어떤 반바지 반팔 차림에 하얀색 운동양말을 정강이까지 쭉 끌어올린 멋진 모습을 한 할아버지 한분이 저쪽에서 달려오면서 인사를 해 주셨다.
나도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섣불리 고개를 꾸벅 숙였다가는 목뼈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서 어정쩡하게 인사를 했다.
 
 
공원을 한바퀴 쭉 돌고 나서기가 아쉬워 다시한번 돌아보고 길을 떠났다.
 
 
오늘 나의 일정은 짜뚜짝 주말시장.
 
 
역으로 걸어가던 도중, 노천 식당에서 아침밥을 해결하기로 했다.
식당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밥을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된다고 했다.
메뉴판을 5회독 정독 한 후에, 모닝글로리가들어간 볶음밥과 똠양꿍을 주문하였다.
똠양꿍은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라고 한다.
저렴한 버전으로 한번 먹어보리라! 도전했다.
 
 
그리고 후회하였다.
 
 
내 여행일지에 간략히 적어놓은 똠양꿍의 맛은
 
 
≪생강 우려낸 물로 끓인 김치찌게의 신맛(혹은 쉰맛)≫
 
 
다행히 볶음밥은 내 입맛에 맞았다.
나는 돈이 아까워서 똠양꿍에 들어간 새우와 버섯만이라고 건져먹으려고 했다.
버섯은 먹을만 하였지만, 새우에는 똠양꿍의 쉰맛이 강하게 베어 있었다.
사약을 받아마시는 표정으로 똠양국물을 퍼 먹는 내 모습을 식당 관계자들은 유심히 바라보았다.
 
 
두번다시 똠양꿍은 먹지 않으리.
 
 
밥을 다 먹고 계산하려는데, 어느샌가 내 뒤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자애 한 명이 앉아있었다.
나의 확신을 더 해 준것은 그 애가 입고있던 THE NORTH FACEㅋㅋㅋ
한국에서 오셨어요?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 애 표정을 보니 차마 말을 건넬 수 없었다.
THE NORTH FACE 친구도 똠양꿍을 먹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얘는 똠양꿍만 먹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고생좀 하겠다 싶었다ㅋㅋㅋㅋ
 
 
계산을 하려는데 밥값이 130밧 이라고 했다.
뭐가 이렇게 비싸지?
볶음밥은 메뉴판을 보고 주문했지만, 똠양꿍은 천막에 걸려있던 그림만 보고 주문한거라
똠양꿍이 얼마인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바가지 아주머니는 볶음밥이 50밧이고 나머지 금액이 똠양꿍값 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똠양꿍은 얼마냐고 다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바가지 아주머니는 볶음밥이 40밧이고 나머지 금액이 똠양꿍값 이라고 하였다.
볶음밥은 메뉴에 45밧으로 적혀있다고 말하고 싶은게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그냥 값을 치루고 나왔다.
 
 
모칫역에 도착해서 허다한 무리의 행렬을 따라가다 보니, 짜뚜짝 시장에 도착하였다.
잃어버린 지도책자 맨 마지막장이 짜뚜짝 시장 전도였다.
아쉬웠지만 일단 막 걸었다.
사람은 참 많았다.
오전 10시쯤 이었는데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았다.
 
 
이리저리 돌아보는데, 어떤 일행이 지도를 들고 한 상인에게 길을 묻는 모습이 보였다.
얼른 다가가서 지도가 어디서 났는지 물었더니 상점주인이 주었다고 했다.
친절한 그들은 지도를 하나 더 달라고 상인에게 부탁하여 내 몫도 챙겨 주었다.
 
 
짜뚜짝 주말시장에는 내가 카오산과 담넉싸두억 수상시장에서 본 물건들 대부분을 팔고 있었다.
내가 짜뚜짝에서 못 본 물건은 수상시장에서 팔던 보트타는 여인 인형이었다.
 
 
시장구경은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막 돌아다니다가 어깨가 아파서 잠시 노천카페에서 쉬기도 하였다.
얼음이 든 녹차라떼를 주문했는데 한국에서 먹던 녹차라떼와 오묘하게 맛이 달랐다.
혹시 고수풀을 빼 주세요, 하고 말했어야 하는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시장에서 나는 또 할아버지를 보았다.
굉장히 신기했다.
아유타야에서 두번이나 뵙고, 여기서도 뵙네요.
 
 
시장에서 나는 새댁언니 부부도 만났다.
그분들도 주말시장에 올 계획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만나니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다.
 
 
손수건, 팔찌, 넥타이, 자석, 장식품 등등 이것저것 구경하고 샀다.
10밧짜리 막대 하드도 사 먹었는데, 다양한 색깔이 있지만 맛은 한 가지 인것 같았다.
밀키스 얼린 맛인데 참 맛있었다.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토핑도 올려 주는데 내가 고를 수 있었다.
'콘?'
'노우.'
아주머니는 크게 한 숟가락 퍼서 옥수수를 얹어 주셨다.
아니라고요, 옥수수 안 먹는다고요, 노우, 노우, 노노노노노노노노!!
그래도 맛은 괜찮았다.
 
 
한참 잘 돌아다니고있다가 어느순간 가방을 들여다보니,
500밧이 사라졌다.
여기저기 찾아 보았지만, 정말로 500밧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소매치기를 당한건가?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감히 내 돈을 슬쩍?
 
 
일단 진정하고 구석으로 가서 그동안 산 물건값을 계산하고 남은돈을 계산해 보았다.
 
 
범인은 바로,
나다, 취준생!
내가 쓴거야!
내가 나의 손으로 직접 가방에서 돈을 꺼내고 지불하고 물건을 받았어, 범인은 나다!
 
 
나는 나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에,
나의 현금들이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니 물건으로 바뀌어있는것을 경험했다.
 
 
500밧으로 진땀을 빼고 난 후 나는 구경에 의의를 두기로 하였다.
 
 
나는 애완동물을 파는 곳에 꼭 가고 싶었다.
물어물어 드디어 도착하였다.
너무너무 귀여운 포메라니안 들이 머리핀 하나씩 머리에 달고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꺄~
강아지 한 마리 가격은 1000밧 이었다.
한국에 비하면 참 저렴했다.
당장 한마리 데려가고 싶다는 비 이성적 사고가 머리속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그 앞에 서서 만져보고, 구경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귀여운 외모 때문인지, 유독 포메라니안을 많이 팔았다.
나는 운 좋게 강아지를 구매하려는 현지인을 만나 그 옆에서 잠깐 흥정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과 엄마가 강아지를 사러 왔다.
아들은 벌써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좋아하고 있었다.
강아지 장수는 이 모자에게 한 마리를 더 사 가라고 설득하는 중 이었다. (내 생각)
모습을 보아하니, 아들은 품에 안은 한 마리에 이미 정신을 빼앗겼고
엄마만 장사꾼에게 시달리며 고민하는 중 이었다.
 
 
저쪽으로 가 보니 테리어 종류도 팔고 있었다.
흠, 너희는 너무 무섭게 생겼어.
쓰다듬어 주지 못 하겠구나.
테리어들은, 우리를 쓰다듬어주지 않으면 물어버릴꼬야 하며 쳐다보았고
나는, 쓰다듬어도 물거잖아 하고 쳐다보았다.
 
 
강아지를 파는 상점마다 선풍기를 돌리고 있었는데, 덕분에 강아지 상점이 밀집한 곳에는 개 냄새가 엄청났다.
개 알러지 있는 사람들은 이곳을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에 조금씩 익숙해 지면서 나는 흥정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짜뚜짝은 무조건 흥정하고 보라고 하는데, 정찰제로 되어있는 가게에서는 흥정이 거의 되지 않으니 참고해야 한다.
가격이 붙어있지 않고 가게주인이 젊은것 같으면 나는 흥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짜뚜짝의 가격이 카오산이나 수상시장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지나친 흥정의 묘미를 즐기고 싶다면 카오산이나 수상시장이 더 적합한 것 같다.
 
 
오후 2시를 넘어가면서 나는 숙소를 찾으러 시장을 떠나기로 했다.
오늘의 숙소는 씨암 근처에서 잡을 예정이었다.
 
 
모칫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물어물어 가던 나는 결국 지쳐서 어떤 공원에 들르게 된다.
공원은 Queen Sirkit? 을 위해 조성한 공원이라고 했다.
나는 어깨가 아파서 이곳에서 조금 쉬었다 가기로 하였다.
 
 
*튜빗가든*
-입장료는 무료 입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방인것 같습니다.
-공원이 매우 깨끗합니다.
-cozy at 10 바로옆에 있습니다.
-공원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짜뚜짝 주말시장*
-모칫역에서 도보로 5분정도 입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4시간 정도 돌아보면 시장 전체를 얼추 돌아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카오산이나 담넉 싸두억 수상시장에 비해 저렴합니다. 기념품은 이곳에서 사는것을 추천합니다.
-말린과일 (망고, 파인애플 등)들은 약간 비싼 편입니다. 공항 면세점에서도 말린 과일을 살 수 있습니다.
짜뚜짝 말린망고 - 110밧 (흥정 후 가격)
면세점 말린망고 - 100밧
요정도 가격차이가 있습니다.
-지나친 흥정은 욕을 불러옵니다. 적당히 합시다.
-저렴하다고 마구 물건을 사다가는, 소매치기를 당한듯한 착각을 느낄수도 있습니다.
6 Comments
여행너부리 2013.01.31 11:18  
저렴하다고 마구 물건을 사다가는, 소매치기를 당한듯한 착각을 느낄수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
jindalrea 2013.01.31 17:50  
정말 글 잘쓰네요..오랜 만이에요..
이런 느낌..ㅎㅎㅎ
새삶을꿈꾸는식인귀 2013.01.31 18:03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어제 글 안 올리시나 여러번 왔다리갔다리 했어요 ㅎㅎㅎ
다음편으로 고고~
항상고점매수 2013.01.31 20:39  
매니아층이 꽤 있으시네요^^ 저도 그중한명^^
날자보더™ 2013.03.29 17:54  
범인은.. 바로 나다!!!  _(≥▽≤)/
shtersia 2013.05.16 17:05  
ㅎㅎㅎ 그무거운 배냥을 메고..
숙소잡고 짐을 맏기고 다니믄
좋았을것을..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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