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나를 찾아서...3 (방콕-아유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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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의 나를 찾아서...3 (방콕-아유타야)

007테디 7 3303
【3일】
 
 
여행 셋째날 아침이 밝았다.
태사랑에서 어떤분이, 태국에 머무를 때 미 를치는 새 한마리 때문에 아침잠에서 깨었다고 한걸 본 적이 있었다.
그 미 를치는 새가 어떤새 인지 알것 같았다.
지금, 내 창밖에도 와 있는것 같았다.
 
 
KS게스트하우스에는 비밀이 있었다.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나는 지난 밤을 지새우면서 깨닳았다.
이곳에는 개미가 참 많다.
정말 많다.
 
 
잠깐 내 여행일지를 그대로 옮겨보자면
 
 
≪오늘 아침에는 7시 조금 전에 일어났다. 지난 밤에는 후덥지근하고, 시끄럽고, 컨디션도 좋지않고, 온 몸이 가려워서 잠을 설쳤다. 다행히도 새벽 1시가 넘으니 사람들이 잠잠해졌고 가려운건 그냥 포기하고 나니 잠이왔다. 도대체 내 방에는 왜 이렇게 개미가 많은걸까? 울고싶었다.≫
 
 
어제 화장실에서 세면대 위로 개미 두어마리가 지나갈 때에도,
내 발밑으로 개미 세네마리가 기어갈 때에도 미처 깨닫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방에서는 지내본 적이 없기때문에 문득 슬퍼졌다.
하지만 오늘은 방콕에서의 두번째 아침! 여행 셋째날! 힘차게 시작해야 한다!
 
 
오늘의 일정
 
 
아유타야 (여행사 없이 자유여행으로)
 
 
아유타야까지 가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후아람퐁 기차역으로 간 다음, 기차표를 사서, 종점인 아유타야역 까지 가면된다.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게, 후아람퐁역과 아유타야역은 끝과 끝이기에, 정신차리고있다가 중간에 내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유타야는 태국의 옛 수도로, 버마에 의해 망했다는 도시이다.
아유타야가 폐허가 된 후, 방콕으로 수도를 옮겼다고 한다.
그리고 방콕을 수도로 건설하면서, 아유타야에 있던 쓸만한 자재들을 가져와서 사용했다고 한다.
아유타야는 섬 지역이기에 수상버스같은것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루종일 유적지에서 내 칠키로와 함께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체크아웃을 하는 대신에, 하룻밤 더 예약을 하고 칠키로는 방에 놓아두었다.
대신에 나는 꼭 청소를 깨끗이 해 달라고 신신당부 하였다.
침대 시트도 꼭 갈아달라고 했다.
 
 
여권가방, 보조가방만 들고 나는 상큼하게 길을 나섰다.
어제 여행사에서 알려준 대로, KS게스트하우스 앞에있는 버스장류장에서 53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길을 건널 필요도 없으니 참 간편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53번 버스가 도착했다.
편의점에서 아침밥을 사고 싶었는데, 아침은 기차역에 가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탈 때에나, 수상버스를 탈 때에나, 나는 늘 같은 행동을 한다.
주머니에서 동전 한 주먹을 꺼내어 펼쳐보이고 목적지를 말한다.
그러면 친절한 안내양, 안내군, 안내남, 안내녀 들이 알아서 얼마간의 동전을 가져가고, 엄지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표를 끊어준다.
버스비가 얼마인지 모르니, 늘 이런식이었다ㅋㅋ
 
 
버스에는 출근하는 사람, 학교가는 학생 등으로 꽉 차 있었다.
나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간신히 서 있었다.
버스안에 외국인은 나 혼자였다.
여행객들은 버스를 잘 안 타나보다.
 
 
간신히 사람들 틈에 끼어 있는데, 11시 방향으로 두 자리가 비었다.
오.
그러나 내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런데 내 옆에 서 계시던 태국인 아주머니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나의 등을 떠밀어 주셨다.
앉으라는 것이었다.
감사하다고 하면서 앉았다.
뚫린 창문으로 바람이 슝슝 들어왔고, 기분좋게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렸다.
난 어제 머리를 감았다.
 
 
그런데 잘 가고있던 버스가 멈추었다.
그러더니 버스 안의 승객들이 모두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이게뭐지?
여기는 기차역이 아닌데?
설마 이 버스 후아람퐁역을 안 가나?
어제 여행사 사장님이 간다고 하셨는데?
우물쭈물하면서 미적거리고 있으니, 안내녀가 어서 내리라고 한다.
 
 
어벙한 표정으로 내리고나니, 문 밖에 서 있던 기사아저씨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태국어로.
무슨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
감사합니다, 하고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아저씨들이 부른다.
돌아보니 또 다른 버스 하나를 가르키며 뭐라고 하셨다.
나는 군소리 않고 감사합니다, 하고 버스에 올라서,
또 동전 한주먹을 꺼내고 후아람퐁역을 외쳤다ㅋㅋㅋㅋㅋ
그랬더니 안내녀가 나를 앉으라고 밀어 넣었다ㅋㅋ
 
 
집에와서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옛날에는 그렇게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는 일이 많았다고 하시면서 아마도 버스 고장이 아닐까, 라고 하셨다.
음 그런것 같다.
그런데 그땐 몰랐지.
 
 
이제 나는 고뇌에 빠지기 시작했다.
버스를 갈아탔으니, 이제 이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그때당시 나는 근거도 없이 무작정, 이 버스가 왔던길을 되돌아 가는 걸 거라고 생각했었다ㅋㅋ
 
 
초조함에 떨던 나는, 옆에앉아있던 조신한 여학생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지도를 보여주며, 후아람퐁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학생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태국어로.
가는 영어가 있으면 오는 영어도 있어야 하는데, 여긴 그런게 없다.
나의 몸짓언어는 만렙이었지만, 상대방의 몸짓언어를 읽는건 아직 미숙했기에 도대체 이 사람이 뭐라고 하는지 잘 몰랐다.
아마도 본인이 내리고 나서 바로 그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라는 것 같았다.
고맙다고 인사했다.
 
 
얼마 가다보니, 그 여학생이 내렸다.
내리면서 나에게 막 손짓했다.
따라오라고.
나도 얼떨결에 따라 내렸다.
학생은 이 곳이 후아람퐁역 이라고 설명 해 주었다.
 
 
후아람퐁역은 우리나라의 서울역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역사 외부의 모습은 굉장히 근사하다.
주변 환경정리도 잘 해 놓은 편이다.
하지만 길을 건너는건 역시 어려웠다.
나는 역사를 바로 눈 앞에두고 중앙선에 서서 한참동안 건너갈 타이밍을 찾아야 했다.
신호등이 없었기에 이렇게 해야했다.
방콕에서 길을 건너는건, 나에게 매 순간 용기와 결단력과 약간의 운을 요구했다.
 
 
매표소로 가서 아유타야행 기차표를 달라고 했다.
나는 3등석 표를 구입했고, 가격은 20밧 이었다.
표파는 아저씨는 기차표를 주면서 다음 열차가 3분후에 출발이라고 했다.
급한 마음에 기차역에서 해결하려고 했던 아침밥은 아유타야에 도착해서 해결하기로 했다.
 
 
승강장에 들어서니, 우와, 진짜 기차다.
호그와트행 급행열차와 비슷하게 생긴 기차가 승강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에 올라타면서 표를 보여주니 저쪽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신나게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ㅇㅇ   ㅇㅇ
ㅇㅇ   ㅇㅇ
 
 
ㅇㅇ   ㅇㅇ
ㅇㅇ   ㅇㅇ
 
 
ㅇㅇ   ㅇㅇ
ㅇㅇ   ㅇㅇ
 
.
.
.
.
 
 
좌석은 이런식으로 생겼다.
가운데 통로를 두고 양 옆으로 4좌석이 있는데, 2자리씩 서로 마주보는 구조였다.
 
 
3분 후에 출발한다던 기차는 15분이 지나서야 출발하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침밥이라도 사 먹는건데...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안 되니, 직원 한 명이 다니면서 펀치로 승객들의 기차표에 확인표시를 찍어주었다.
나도 기차표를 보여주었다.
직원은 확인표시를 하고 표를 돌려 주려고 하다가 다시 표를 가져가서 펀치로 기차표를 요리조리 찍었다.
 
 
뭐하삼?
 
 
직원은 표를 돌려주더니, 씩 웃었다.
감사합니다, 하고 받았는데 직원이 가지를 않는다.
나에게 고갯짓으로 가리킨다.
뭐지 하면서 받은 표를 펴 보았다.
아하.
기차표에 하트모양을 찍어 주셨다.
다시 감사합니다, 인사했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갔다.
 
 
통로 건너편에는 한 외국인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계셨다.
이 분은 이후에도 우연찮게 꽤 자주 뵙게된다.
그래서 또 할아버지 라고 하겠다.
 
 
나는 혼자서 4 좌석을 차지할 생각에 좋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 한 명이 오더니 내 맞은편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정말 싫었지만 괜찮다고 했다.
20대 초반으로 생긴게, 내 또래일 것 같았다.
중국에서 온 사람인 것 같았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친구는 어떻게든 대화를 해 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나는 같이 말하고싶지 않아서 계속 여행일지를 썼다.
기차 좌석이 굉장히 좁았기 때문에, 마주앉으면 무릎이 서로 닿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나는 창가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친구는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있었다.
나는 기왕에 mp3까지 꺼내서 노래를 들으며 여행일지를 썼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친구는 초조해하며 자신도 아이폰을 꺼냈다.
그리고 건너편 통로에서 이 모든 광경을 또 할아버지가 구경하고 계셨다.
 
 
*KS게스트하우스*
-개미가 많습니다.
-특히 여자분들에게 절대 가지 말라고 하고싶습니다.
-청소를 잘 안 해줍니다.
-따지고 보면 지저분합니다.
-저는 bed bug도 한마리 봤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나옵니다)
-싱글, 에어컨, 방에서 사용하는 무료 와이파이, 580밧 저렴한 가격. 이 모든것을 부질없게 만드는 개미들이 있습니다.
 
 
*아유타야역 가는법*
-후아람퐁역을 갑니다.
-택시를 추천합니다. 카오산에서 후아람퐁역까지 택시비는 약 70밧 입니다. (다음 이야기에 나옵니다)
-후아람퐁역에서 아유타야행 기차표를 삽니다. 가격은 3등석이 20밧 입니다.
-시간은 1시간30분~2시간30분 입니다.
-태국의 교통상황은 한국의 교통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시간을 대중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7 Comments
새삶을꿈꾸는식인귀 2013.01.26 13:17  
테디님의 여행기는 정말 ... 용기 있는 자의 여행이에요! 흐흐흐

제가 좋아하는 한 언론 총수 왈,

한때 배낭여행을 자주 떠났는데 처음 짐을 싸면 엄청난 양을 싼다.
그럼 말해준다.
그 짐을 사람 많은 지하철 버스에서 들고 다닌다고 상상해봐라.
그때부터 짐을 마구 덜어내기 시작한다.

ㅋㅋㅋㅋ

테디님의 여행기를 읽으면, 아.. 여행은 이렇게 했야하는데 ...!
라는 생각을 합니다.
^^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갈근탕 2013.01.26 17:06  
다음편 빨리 고고 ^ㅡ^
hobbang 2013.03.05 16:20  
푸하하하하 그 직원은 왜 하트모양을 만들어 주셨을까요??ㅋㅋㅋㅋ
날자보더™ 2013.03.21 13:30  
사진 하나 없는 여행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제 첫 방타이가 떠오르기도 하고 뒤늦게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첫날 그러니까 7kg 배낭을 들쳐메고 왕궁을 돌아다니신거죠?? 세상에...

"그런데 그땐 몰랐지.."
요거.. 유행어로 막 밀고 싶어지는데요~
쿄숙 2013.04.29 20:43  
가는 영어가 있으면 오는 영어도 있어야 하는데, 여긴 그런게 없다.
나의 몸짓언어는 만렙이었지만, 상대방의 몸짓언어를 읽는건 아직 미숙했기에 도대체 이 사람이 뭐라고 하는지 잘 몰랐다

빵터졌어요 ㅅ ㅅ 가는영어가 있으면 오는 영어ㅋㅋㅋ
seyi0823 2014.07.11 16:12  
580밧이면 저렴한건가요..?
LoVee 2014.10.21 18:30  
아...뒷북인데.... 너무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
난 어제 머리를 감았다 에서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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