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방콕 - 4. 태국 첫날 밤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향하는 길...
밤이라, 거리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게 신기합니다.
한국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태국은 보라색을 좋아하나 봅니다. 보라색을 많이 사용하더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보라색입니다.
그렇잖아도 타이항공에서 주는 담요가 보라색이어서 너무 탐이 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비행기 타믄 담요 몰래 집어온다고 하던데, 첨 타는거라 그러다 걸리믄 웬 망신이냐 싶어 용기가 없어서 못집어온게 자꾸 아쉽습니다.
대한항공 베이지 체크무니, 이런 건 별로인데, 보라색.... 탐납니다.
H군이 자기네 게스트하우스에 내 방도 잡았답니다. 무지 고마운 일입니다. 그렇잖아도 방 못잡으면 도미토리라도 가야 하는데, 원래 밤에는 방을 못잡는다고 들어서 이러다 이 무거운 짐 들고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참 어린 H군인데, 내가 의지하려니, 좀 면이 안서기도 하지만, 상황이 체면차릴 상황이 아닌지라, 최대한 의지했습니다.
새벽 1시반쯤... 드디어 방람푸에 도착, 숙소는 타라하우스입니다.
제 원래 생각은 방콕이 더우니, 낮에는 방에서 그냥 책이나 읽고, 아침 일찍 산책도 하고, 저녁에 좀 돌아다니고 그럴려고 했는데....
허거거.... 방람푸의 밤거리는 내가 생각했던거와는 달랐습니다.
카오산길이 아니라서인지, 무쟈게 어둡고, 무서웠습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뭔가 먹고 있는 현지인도 너무 무서웠습니다.
헉... 밤거리를 즐기기는 커녕 해떨어지면, 혼자서 밥도 못사먹을 것 같습니다. 암래도, 이 두 형제를 꼭 따라다녀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어짜피 여행일정이나 루트 암것도 저 없으니, 상관없었거든요~
숙소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좋습니다.
침대로 넓고, 창문도 크고, TV도 천정에 달려있고...
근데, 얘네들은 옆방이 아니고, 아래층입니다.
힝~~ 무서운데....
게다가, 저만 방에 두고, 얘네들은 카오산에 놀러 간답니다.
누나는 피곤하니 쉬세요~~ 하고는 가버리네요...
얘들아.... 나 안피곤해~~~~
피곤해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니들 쫓아가는 게 백번 낫다구~~~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습니다....
20대 한창 애들 노는데, 30대 누나가 끼면, 재미없을지도 모르죠...
방에서 짐 풀어놓고, 화장실에 가니, 샤워기가 있는데,
..... 훔...... 이걸 도대체 어케 쓰는 거냐.....
한참 이리저리 눌러보다가 겨우 사용법 익히고....
자려고 누웠습니다만....
말똥말똥..... 잠이 전혀 안옵니다.
분명, 어제 제대로 못자서 지금 피곤해야 하는데, 잠이 안옵니다.
방문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했지만, 불안합니다.
태사랑에서 와이어로 방문을 잠갔다는 글을 봐서, 저도 와이어 샀는데, 연결이 안됩니다.
그래서 티테이블을 가져다가 문을 막았습니다.
훔... 최소한 누군가 열려고 시도를 하면, 소리가 나겠지....
이 생각, 저 생각....
잡 생각이 납니다.
그지같고, 지옥같았던, 지난 2년 회사생활....
내가 왜 버텼는지 모르겠습니다.
오기인지, 인내인지, 자학인지,
가끔 그런 내가 이해가 안되는데,
아닌 걸 알면서, 버팁니다. 버텨봤자 아닌 걸 알면서....
그만두기로 마음 먹은 날, 불면증에 시달렸었는데, 처음으로 푹 잠을 잤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치고, 너무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요즘 세상에 실업자가 되면, 정말 힘들어지는 거 알고는 있지만,
뭘 해서 먹고살든, 일단 지금 마음은 편해졌다 싶었습니다.
회사 사람들도, 그만두기로 한 뒤로, 갑자기 저더러 이뻐졌다고 하더군요.
그냥 여행하기 위해 머리를 좀 자르고 염색도 좀 했는데, 진작에 좀 그러지... 하더군요.
회사 다닐 때는 스트레스에 마음이 괴로우니까, 나를 가꾸는 것도 관심이 없고, 화장을 해도 표정이 좋지 못했는데, 마음이 편하니까, 내가 봐도 저절로 얼굴이 펴지는 걸 느낍니다.
클라이언트 전화도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화를 받았는데, 마음이 편하니까, 너무너무 친절하게 목소리가 나가더군요. 헐~
너무 변하니까, 직장 상사들 보기가 민망할 정도....
그래도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걸 어떻게 해~~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는데, 갑자기
쾅,쾅,쾅~!!!
헉!!!!!!!!!!!!!!!!!!!!!!
누가 문을 두드리면서, 누군가를 찾습니다.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합니다.
".....누구세요.........?"
에고.......
여긴 한국이 아니라, 방콕인디......
how are you,도 아니고, 누구세요라니....
근데,
대답도 한국말입니다.
누굴 찾습니다. 근데, 어쨋든 전 아닙니다. 아마, 방을 잘못 찾은 것 같습니다.
한밤중에 깜짝 놀라고 나니, 더 잠이 안옵니다.
그렇게 방콕에서의 첫날 밤을 하얗게 지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