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ja의 배낭여행 (치앙라이, 매싸이, 치앙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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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ja의 배낭여행 (치앙라이, 매싸이, 치앙센)

산달마 6 3603
'태국여행중 가장 행복했던 잊을수 없는 치앙센'


[8/4(월), 여행 18일차, 매홍쏜-치앙마이-치앙라이 1일차]


숙소; 로터스 게스트하우스 (싱글, 팬, 공동욕실, 80밧)
주요일정; 치앙라이이동 숙소잡기, 시내도보 구경


매홍쏜에서 출발한 예상치 못한 허접버스는 중간중간에 사람들을 태우는데, 어느분의 여행기에서 읽었던 '지옥버스'가 된다. 한줄에 5인좌석의 좁은 버스 자리가 꽉차고 서있는 사람까지 있다. 매싸리앙에서 타려던 여행자들은 몇번 시도하더니 포기한다.


자리는 거의 90도에서 움직이지 않고, 옆사람 때문에 옴짝달싹도 못하고, 창문은 열린채 선풍기는 돌아가 눅눅한 공기가 더욱 갑갑하게 만든다. 새벽엔 추위에 바람막이 외투와 모자를 꺼내 쓴다.(매우 아끼는 OR등산모자-버스에 두고 그냥 내린다 ㅠ.ㅠ) 잠은 오지 않고 그저 무심의 눈동자만 산을 넘어가는 컴컴한 고갯길에 줄뿐이다. 짐작컨데, 많은 현지인들이 월요일 치앙마이로 바로 출근하는 관계로 그렇지 싶다.


8시간쯤 결려 치앙마이에 새벽 3시 50분에 도착한다.(198밧) 치앙라이로 가는 첫차는 6시, 천천히 볼일(?)도 보고 가이드북과 일정을 점검하고 차에 오른다. 치앙라이까지 가는 길은 고속도로 같이 시원했지만 3시간 40분을 달려 9시 40분에 도착한다.(108밧)


로터스 게스트하우스는 최근 관리가 안된다는 평판으로 머뭇 거렸으나 그냥 체크인 한다. 낡았다고 하지만 나에겐 그렇게 문제되지 않았고, 가격도 싸고 넓은 마당이 시원하다. 스텝들도 친절하게 대해 주는 것 같아 오히려 편한 느낌이었다.

주인인지 관리자인지 '운' 이라는 사람은 대화를 해보니 정이 있어 보였다. 저녁엔 아카족인 친구와 로비옆 테이블에서 술좌석을 벌이며 조인하라고 했지만 사양했다. 나중에 북부 국경쪽 다녀올 때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일정 이었지만 아침에 나가면서 편하게 짐을 맡기고 다녀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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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는 첫 인상부터 별로 특별하게 다가오는 게 없었고, 실제 별 내용이 없다. 북부라고 하지만 물가는 비싼 듯 했고, 오토바이 대여도 빠이나 매홍쏜보다 비쌌다.


콕강은 멀리 떨어져 있어 가까이 에서는 결국은 보지 못했고, 강변 언덕위에 있는 왓프라탓 도이텅에서 멀리 한번 바라봤지만 이 역시 전망이 썩 좋지 못하다. 저녁에 나이트바자도 그 규모나 분위기가 치앙마이에 비해 너무나 떨어진다.



[8/5(화), 여행 19일차, 치앙라이- 매싸이- 치앙센 1일차]


숙소; JS 게스트하우스 (4인베드 도미토리, 혼자 숙박, 팬, 공동욕실, 100밧)
주요일정; 매싸이 국경마을 구경, 치앙센 시내 및 강변, 치앙센 숙박


아침에 혹시 당일로 돌아 올지 모르기 때문에 큰 배낭은 두고 작은 배낭에 비상용품만 챙겨 숙소를 나왔는데 이게 이번 여행의 최대 실수였다.


매싸롱, 매싸이, 치앙센과 치앙콩을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딱히 계획이 서지 않는다. 이럴 땐 힘들더라도 짐을 싸서 그냥 매싸롱부터 쉬엄쉬엄 가야 하는데, 효율적인 일정만을 너무 고려하다보니 매싸롱은 제외하고 매싸이, 치앙센, 치앙콩으로 돌아오자고 생각하며, 혹시 늦어지거나 하면 하루쯤 자고 오자고 생각했다.


역시 나중에 알았지만 치앙라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 쪽도 작은 마을 곳곳에 가 볼만한 곳이 많은데, 빠이, 매홍쏜과 마찬가지로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도시에 대한 정보만 알고 있을뿐이다.

그러다 보니 매싸이는 국경마을, 치앙센은 골든 트라이앵글이니 하는 단순한 정보만 알 수 밖에 없다. 하기야 가이드북에 많은 도시와 정보를 다 담을 수는 없겠다. 어차피 장기여행자는 인터넷정보나 현지 지도, 정보를 구해서 오토바이 등으로 돌아 본다든지 할 수 밖에 없겠다.


우연히 치앙센에서 또 만난 프랑스에서 온 세바스챤에게 자기는 이제 필요없다고 준 현지인이 만든 약도를 보면, 내가 만나 보고 싶었던 순수 고산족 마을인(돈내고 들어가 사진 찍듯이 보는 곳이 아닌..) 아카족, 라후족, 야오족등의 마을과 동굴, 사원등도 표시되어 있다.


세바스챤은 매싸이에서 현지인이 만든 지도를 얻어 오토바이를 렌트, 도이텅과 몇몇 고산족을 돌아 봤다고 한다. 아~ 이거구나 싶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밖에...


매싸이 터미날에 내리자, 나란히 기다리던 쏭테우가 국경마을 가는 사람들을 한차 가득 실어 간다. 국경에서는 가이드북에만 의존하여 숙제하듯 부지런히 확인을 한다.

국경마을의 분주한 장사모습, 미얀마여인들의 금빛 칠한 얼굴이 신기하다. 게스트하우스의 풍경이 어떤지 몇몇 곳을 기웃거려 보지만 왠지 사근사근한 친절은 느끼지 못한다.

매싸이 강이 국경을 가로 막고 있는데, 강폭과 양쪽 마을의 생김새를 보니 얼마든지 불법으로 국경을 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호기심이 발동, 국경과 약간 떨어진 강변으로 다가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한 사람이 나룻배로 강은 건너고 있다.

사진을 찍으니 '설마.. 저 친구가..' 하는 표정으로 쳐다 보더니 그냥 건넌다. 강을 건너고 나서도 좀 불안했던지 집안의 구멍으로 한참을 쳐다본다. 국경직원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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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막차라는 골든 트라이앵글 가는 쏭테우를 탔다.(Soi 6과 8사이 세븐일레븐 앞)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골든 트라이앵글 가는 길은 한적했다. 같이 타고 가는 여행자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도 영어로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골든에 다 왔을 무렵부터 간혹 강변풍경이 눈에 들어 온다. 태국사람과 미얀마 사람들이 어떻게 국경을 넘나 드는지 구경을 해 본다. 대형버스는 단체관광객들을 부지런히 내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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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서 치앙센으로 가는 쏭테우 막차시간이 궁금했다. 이론적이라면 매싸이에서 11시 막차니까 내가 타고 와 내린 쏭테우가 막차인데?? 아마 치앙센과 골든 주변을 오가는 쏭테우들이 따로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서쪽(매싸이쪽)으로 가는 쏭테우 기사를 보고 치앙센 방면으로 손짓을 하니, 거기서 기다리면 온다는 시늉을 해준다.


치앙센에서 치앙콩으로 가는 쏭테우 막차도 오후 2시라고 하니, 골든에서도 오후 2시전에는 타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할 뿐이다. 1시 넘어 오는 쏭테우를 잡아타니 금방, 오후 2시가 되기전 치앙센에 내린다.

강변을 둘러보다가 태국최고의 강변도시로 느껴지는 치앙센에 완전 반해 버려, 큰배낭을 안 가져오고 부실한 숙박준비를 해 온 것이 후회가 된다. 무조건 하루는 머물러야 겠다고 생각하고 숙소를 구하러 간다. 치앙라이에서 일단 체크아웃 해두길 잘했구나.


숙소 구하러 가는 길에 치앙센에서 3개의 마사지샵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 성업 중인 강변샵에서 '쿤타이'라는 여사장에게 심심하던 차에 말을 걸며 수작을 부렸는데, 이 계기로 이번 여행에서 다시는 잊지못할 하루를 보내게 된다.


오랫동안 고객만 상대하며 살아온 '친절한 쿤타이씨'는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여기 하루 머물 거라고 하니, 저녁 초대를 하면서 다시 강변으로 나오라고 하고, 장기체류하고 있는 친구를 소개 해주겠다고 한다.

이방인인 나에게 이렇게 친절을 베풀다니.. 의아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털어도 아무 것도 나올게 없는 내가 아닌가? '오냐' 하면서 그러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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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센에는 별 다른 숙소가 없고, 가격이나 강변에 있는 위치를 볼때, 고민할 필요없이 100밧짜리 치앙센 게스트하우스. 그러나 유럽인으로 보이는 주인장은 100밧짜리 싱글은 더 이상 없고 150밧으로 올렸다고 한다.

150밧 이라도 괜찮았지만 '저예산 배낭여행자를 위해서 100밧짜리를 준비해 주세요!'라고 무언의 항의를 하듯 '탱큐~" 하며 일단은 그냥 나온다.


JS게스트하우스도 가보고 싶었다. 싱글방은 250밧이상, 도미토리가 100밧이라고 하면서 보여 주는데, 수영장 바로 앞에 있는 토미토리는 오랫동안 손님이 없었는지 아주 깨끗했고, 바로 옆이 공동욕실이다.

보나마나 나 외엔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게 틀림없어 체크인 한다. 드디어 이번 여행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미토리에서 자게된다. 방만 도미토리고 4인실 베드 대형방에 나 혼자 자게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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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콩강변의 치앙센은 태국여행 중 나에겐 가장 인상 깊었고, 평안하고 한가롭게 머물렀던 도시다. 태국에서 강변이 이렇게 시민들에게 그대로 오픈되어 있는 도시가 많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 유명 호텔이나 음식점등이 강변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강변과 더불어 잘 정리된 도로, 마치 자연속 그대로 인듯한 잘 보존된 사원들, 그리고 그 잔디길들이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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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늘어선 마사지샵 의자에 편안히 누워 있는 사람들의 한가로움, 포장마차 같은 점포에서 강변에 내어 놓은 돗자리에 앉아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외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유유히 흐르는 매콩강과 어우러진 풍경은 내가 여행 떠나기 전 생각했던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한적한 강변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한없이 바라보며 상념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더군다나 강변은 바로앞에 경찰서가 지키고 있어 간단한 등산용 메트리스만 있으면 충분히 비박이 가능한 천혜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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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쿤타이씨" (야위는 '쿤타이'로 불렀고, 정작 본인은 '쿤탠'으로 발음함)

 

도대체 강변 최고 요지의 자리를 어떻게 차지 했는지, 시로부터 태클은 없는지 궁금했는데, 대화를 하면서 오랫동안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친절한 쿤타이씨'로 맺은 인맥으로 가능하리라 짐작을 해본다.

초대시간에 가까워 쿤타이의 강변샵을 서성이는데, 스페인에서 온 노인을 친구라며 소개해주며 그녀의 샵 옆에 있는 강변카페의 돗자리 한 곳으로 안내한다. 마음까지 활짝 열리는 강변에서 첨 보는 낯선 여행자를 따뜻하게 대해주며 술과 저녁을 대접하는 두 사람에게 한없이 감사한다.

쿤타이는 치앙센 출신으로 9살된 아들이 있는 이혼녀이고, 치앙센에서는 상당한 부와 인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친구는 스페인에서 온 60이 다된 야위(Javier)라는 분.

일본에서 일을 하며 목돈을 마련해 동남아를 돌아 다니다 4년 전 어느 날 치앙센에 왔다가 지금까지 머물고 있는, 내가 만나보고 싶어했던 장기체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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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에 불과한 한국에서 온 여행자에게 두 사람은 오랜만에 보는 친구 대하듯 따뜻하게 대해준다. 그야말로 책에서 본듯한 장면이다.

내가 과연 이런 친절을 받아도 될까... 이게 여행인가? 나도 그렇고 이분들도 그렇고 서로를 해칠 사람들이 아니란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치앙마이에서 '한국인이 한국인을 조심하는' 현장에 있었던 나로서는 이분들에게 따뜻한 가슴을 느끼며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질투까지 느껴졌다.


야위에게 내가 알고 싶었던 장기체류자의 여러 얘기를 듣는다. 치앙센에서 4년간 체류하다보니 야위는 많은 사연을 알고 있다. 밤이 늦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얘기하는 야위는 그간 말상대가 없어 무척 외로웠을 것이리라 짐작된다.


그렇게 아름다운 저녁을 보내고, 도미토리 앞 의자에 앉아 얼근히 취한 목소리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을 자랑한 후 잠자리에 든다.



[8/6(수), 여행 20일차, 치앙센, 치앙라이-치앙마이(1일차) 이동]


주요일정; 오후 치앙라이로 이동 , 저녁에 치앙마이로 이동


아침 9시에 조식을 하자며 늦지 말라는 쿤타이의 말에 역시 긴가 민가하면서 강변으로 가니, 세상에! 어디서 주문을 했는지 여행자들이 숙소레스토랑에서 주로 먹는 미국식 조식 2인분과 중국식 차를 이쁜 주전자와 찻잔에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다. 야위는 늦잠을 자는지 쿤타이가 몇번 전화를 해서야 '쏘리'를 연발하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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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이는 10시부터는 손님맞이에 바쁘다. 쿤타이가 손님들이 더 오기 전에 마사지를 공짜로 받으라고 강요(?)한다. 오늘은 특별히 '야위 너두 무료로 해줄께' 라며 둘다 자리로 끌고 가려한다.

종업원들은 서로 '내가 내가' 라며 농담을 한다. 나는 마사지를 안받는 이유를 설명해주며 양해를 구했고, 야위도 멋쩍은지 안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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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센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문 후 치앙콩으로 가기위해 나선 프랑스커플인 세바스챤을 강변에서 또 만난다. 치앙콩을 통해 라오스로 넘어간다고 한다.

아뿔사~ 일정을 점검해보니 나도 그렇게 라오스로 가야 하는데..,
짐이 없다. 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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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위와 나는 얘기하다가 심심하면 의자에 누워 졸기도 하는데, 점심때가 되자 쿤타이는 뭔지 모를 간단한 태국요리와 과일을 마련 해온다. 그러니까, 전날 저녁부터 다음날 점심까지 하루끼니를 얻어 먹은 셈이다.

일정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치앙콩가는 쏭테우 막차시간인 두시가 지난다. 어차피 국경은 넘지 않을거, 치앙콩은 치앙센과 유사하다고 하니 생략한다. 두 분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치앙라이가는 버스에 올랐다. 꼭 한국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고, 다음번에 치앙센에 들르면 꼭 내가 저녁을 대접 하겠다고 말하고 이별을 한다.

치앙라이로 가는 차안에서 졸음이 왔다 갔다 하는데, 야위가 한말이 왠지 가슴에 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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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토키오(Tokyo)에서 죽었으면 해! 꼭 그렇게 할꺼야!'


거리에는 또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한다.

6 Comments
anypie 2008.09.12 03:23  
  여행의 묘미를 대리만족합니다. ^^
etranger 2008.09.12 15:13  
  태국을 막 휘젖고 다니시는군요. 10월에 갈려고 하는데 님의 괘적을 함 따라가볼려구요. 될지모르겠네요.
산달마 2008.09.12 16:47  
  허접한 개인감상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뜨랑제님, 아시다시피 첫 태국여행이라 그저 북부도시 확인하러 돌아 다녔구요, 들이대다 보니 여기저기 운도 따르는 것 같습니다. 10월 여행 기대할께요.
예로 2008.09.19 16:39  
  산달마님 따라 북부 여행 잘 하고있네요..

내년 봄에 일 끝나면...직접 가보려 합니다...좋은 글 고마워요
longwood 2008.09.19 17:23  
  좋은 사람들을 만나 교감한다는건...행운이자 진정한 여행의 기쁨이 되지요.
님도 좋으신 분이기에 가능했을테죠.... 
shtersia 2008.12.15 11:23  
아~~강물같은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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