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방콕 - 11. 팟퐁은 싫다구!
팟퐁? 거기 일명, 환락가 아녀? 그런 델 왜 가~~~ 난, 싫었습니다.
그랬더니, J양이 클럽에서 만난 프랑스여자친구가 다큐멘터리 작가인데, 태국에서 외국남에게 몸던지는 태국녀들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팟퐁에 가서도 일종의 조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같이 가서 구경하자고 합니다. 거기 쇼 하는데 들어가진 않고, 그냥 구경만 할거라고 했습니다. J양 내일이면, 자기 귀국하는데, 마지막인데, 같이 가자고 설득을 합니다.
일주일동안 저 많이 챙겨줬는데, 마음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결국.... 가기로 했습니다.
밤9시에 람부뜨리 거리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합니다. J양, 저,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돌아온 D군과, D군이 만난 무명씨 한명, 이렇게 우리 네 명은 그 프랑스 여자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 아무리 기다려도 안옵니다.
저, 또 신경질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저, C군에게 말했습니다.
"야... 프랑스어로 욕할라믄 머라고 해야 하냐...."
"이것들, 코리안타임 어쩌구 하더니, 얘네들은 시간관념이 없냐...."
J양, 원래 외국애들 시간관념 없답니다.
미안하다고 연신 말합니다.
그 여자 거의 1시간 지나서 연락이 왔습니다.
프랑스 여자감독이랑, 또 일행이 있습니다. 태국녀와 프랑스남 커플, 그리고, 또 다른 외국인 형제, 이렇게 우리 일행은 엄청나게 불어났습니다.
팟퐁에 도착하니 이미 11시가 넘었습니다.
저, 이미 지겨워졌습니다.
근데, 이 외국애덜, 지들끼리 한참 떠들고, 밥 안먹었다고 또 밥 먹는답니다.
저, 영어도 안되고, 계속 벙어리로 앉아있을라니, 점점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저것들 늦게 와놓고, 미안한 기색도 없습니다.
이래저래 벌써 12시가 됐습니다.
저는 그냥 일행 뒤만 계속 쫓아다녔습니다.
팟퐁거리에 들어가니, 짝퉁 명품들을 놓고 팝니다. 짝퉁 솜씨야, 한국이 최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길을 가는데, 길이 너무 지저분 합니다. 카오산이나, 다른데서도 이 정도로 지저분한 곳은 못봤습니다. 길가에 쥐가 막 돌아다니고, 군데군데 구데기가 우글거립니다. 분명히, 저 봤습니다. 윽~~~
그러더니, 길가에 쇼 장에서 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있던 여자들이 나와서는 소위, " 놀다 가~~~~" 손짓을 하면서, 갑자기 가뜩이나, 수영복같은 것만 입고 있더만, 위에 입고 있던 것을 벗어버리지 멉니까~!
허거...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일행에 남자애덜도 있는데, 내가 벗은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쪽팔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때, 사람들이 어느 쇼 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나는 멈춰서서, J양을 불렀습니다.
" 안들어간다고 했잖아~ "
" 저 사람들이 들어간다고 하네~~ "
내 이럴 줄 알았다... 여기까지 와서 안갈리가 없지... 저 여자들이 가슴까지 훌러덩 보여주면서, 유혹을 하는데, 이미 길거리 남정네들 눈이 반쯤 다 풀렸구마는....
" J야, 나는 그만 돈나로 돌아갈래~ 난 여기 싫다. "
난 조용히 딱, 잘라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더 이상 있기 싫었거든요.
그리고, 애초부터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D군과, D군이 데려온 무명씨를 쳐다봤습니다. 같이 갈거지?
그런데..... 이 자슥들..... 갑자기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첨에 가기 싫다고 나보다 더 그러던 것들이, 내가 간다는데도 머뭇머뭇합니다. 이것들아... 이 밤에 이 누나를 혼자 보낼것이여~~?
J양이 일행 중 같이 있던 프랑스남이 택시 태워주겠다고 합니다. 여기 여자혼자서는 택시 못잡는다고 위험하다고 합니다. 나는 프랑스남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다시한번 C군을 쳐다봤으나, 이들은 이미 시선이 가게 안쪽으로 향해있습니다.... T_T
"...알았어.... 잘 놀다 와...... "
대머리 프랑스남은 매너있게 저를 팟퐁 바깥 거리까지 데리고 가서 택시를 잡아줬습니다. 팟퐁은 환락가라 택시들도 미터로 안갑니다. 다들, 부르는 게 값입니다. 다행히 이 프랑스남은 태국서 3년이나 산 사람이라 태국말을 잘 했습니다. 흥정을 해서 미터로 카오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 택시 타고 오는데, 화도 나고, 기분도 우울했습니다.
뭐, 내 남친도 아니고, 걔네들이 절 챙길 하등의 이유는 물론 없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혼자 택시 타니, 무섭습니다. 자꾸 택시기사가 절 흘끔거리는데, 무서워 죽겠어서, 문쪽에 바짝 앉았습니다. 뭐, 여차하면 열고 뛰어내려야죠, 머....
근데, 기사가 중간중간 자꾸 택시 안에 불을 켰다,껐다 하는 겁니다.
마치, 어딘가로 무슨 수신호를 하는 것처럼....
길은 모르지, 이 아자씨가 날 어디로 끌고 가는 건 아닌가 싶고,
혼자서 완전히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택시기사 뒷통수를 째려봤습니다.
허튼 짓만 해봐.... 덜덜 떨면서....
하지만, 택시기사, 허튼 짓 안하고 무사히 카오산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민망해서 거스름돈 안받고 팁 넉넉히 줬습니다.
혼자, 숙소로 돌아와서, 조용히 씻고 누웠습니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남자가 여자들 쇼 하는 것 보는 것도 싫지만, 더구나 여자가 같은 여자들이 그러는 거, 보는 거 아무렇지 않을까.... 자긴, 저 여자들과 다르다, 이건가?
과연 다를까?
저런 쇼는 아무렇지 않게 보면서, 트렌스젠더들이나, 이런 사람들은 보고 징그럽다, 어떻다 막 그럽니다.
근데, 전 오히려 그런 사람들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냥 다, 똑같은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 사람들은 그저 영혼과 육신이 바뀌어서 괴로웠던 사람들이고, 그래서 본인 선택에 의해 육신을 수술한 사람들일 뿐이죠. 성형수술과 별반 다를 거 없습니다.
근데, 한국사람들은 트렌스젠더 언니들 보고, 징그럽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설사, 속마음은 그렇더라도, 너무 대놓고,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니지요. 아무리 말이 안통해도, 욕이나, 감정은 다 통합니다.
그 사람들이 성 전환 수술을 했을 뿐, 범법자도 아니고, 열심히 자기 일 하면서 살아가는데, 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합니까?
전 방콕에서 있으면서, 열심히 일하고 착한 젠더 언니들 많이 봤습니다.
사실, 눈썰미가 없어서, 전 젠더인지, 아닌지도 잘 구분도 못하지만, 굳이 또 구분을 뭐하러 합니까? 그냥 저 분은 친절한 커피숍 여종업원이고, 저분은 팟타야 요리사, 저 분은 맛사지사, 그냥 그러면 되는거지....
갑자기 제가 트렌스젠더 옹호자가 된 것 같군요...
또 너무 급 흥분했어.....쯥.....
B형 성격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