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s 태국에서 눌러앉고 싶어요. - 자연 앞 나약한 인간.
그 십 여분의 시간이 열 시간처럼 느껴졌던 순간.
배가 뒤집히자 우린 바로 물 속으로 빠졌고
난 물에 빠지자마자 내 걱정보다 Jin이 걱정이 먼저 되기 시작했다.
(Jin이가 제발 이 카약을 붙잡길...)
하며 물 밖으로 나왔다.
파도가 꽤 높았지만 난 카약을 잘 붙잡았다.
그리고 앞을 보니 상덕오빠 역시 무사히 카약을 붙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Jin이가 보이질 않는다.
난 서둘러 주위를 살폈다.
그 때 물속에서 튀어나오는 Jin.
난 그녀에게 크게 외쳤다.
[Jin아, 카약 잡아!!!!]
그런데 그녀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무언가만 잡고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바로 아쿠아백이었다.
여기서 잠깐!!!
아쿠아백을 아시나요??
(방수백으로 안에 공기가 차 있는 작은 백입니다)
Jin이가 꽉 붙들고 매달려 있던 건
아까 카약타고 나오기 전 퀘군에게 부탁해서 들고 나온 그 아쿠아백이었다.
난 왼손에 꽉 잡고 있던 노를 Jin이 쪽으로 뻗었다.
[이거 잡아!!!!]
그러나!!!!
Jin이는 손을 뻗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발을 굴러 조금이라도 이쪽으로 오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그저 아쿠아백만 잡고
겁에 잔뜩 질린 채 파도에 더 멀리 떠내려 가고만 있었다.
난 저 멀리 바이킹 해변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던 퀘군을 봤다.
그런데 그 사람.
아무것도 안하고 도와줄 생각도 안하고 보고만 있는 것이다.
난 그를 향해 외쳤다.
[퀘군!! Jin이, Jin이를 구해줘!!!]
하지만 그 폭우에, 그 파도에 내 말이 들릴리가 없었다.
난 노를 들고 있는 손을 최대한 높게 뻗어 그를 부른 후 있는 힘껏 소리쳤다.
이번엔 상덕오빠와 함께.
[Jin, Jin!!!]
그 때 이미 Jin이는 그 작은 아쿠아백을 붙들고
점점 멀리 더 떠내려가고 있었다.
퀘군 그제야 심각성을 느꼈는지 티셔츠를 벗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폭우에 파도를 가로질러 Jin이에게 수영해서 간다.
퀘군,
완.전.멋.있.다.
퀘군이 수영을 잘한다는 거 그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Jin이가 사느냐 죽느냐인 그 와중에 퀘군이 갑자기 남자로 느껴진다.
사실 내가 남자에게 섹시함을 느끼는 세 가지가 있다.
1.수영 잘하는 남자 - 22살 때 호주에서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이 있어서
물에 빠졌을 때 멋지게 날 구해줄 수 있는 남자가 좋다.
2. 운전 잘하는 남자 - 21살 때 딴 면허증이 장롱속에 쳐박혀 있는지라
내가 못하는 운전 잘하는 남자를 보면 왜이리 가슴 떨리는지~
3.젓가락질 잘하는 남자 - 젓가락질을 완벽히 하는 남자를 보면
왠지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섬세해 보여서 넘 섹쉬해!!!
여하튼 퀘군에게 무사히 구출된 Jin이.
이어서 수영 잘하는 서양 아해들이 뛰어들어와
우리를 도와주고 카약과 노를 챙겨 물밖으로 나왔다.
정말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린 모두 무사히 비를 피해 레스토랑으로 들어갔고
살아있음에 감사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거기엔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 ㅠ.ㅠ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그 순간 창피함이 앞선 순간이었다.
(아... 완전 쪽팔려...... ㅠ.ㅠ)
퀘군은 따뜻한 커피를 한 잔씩 우리에게 나눠주며 괜찮냐고 물었다.
Jin이는 그 순간까지도 아무 말이 없이 겁에 질려있는 표정이었다.
난 커피를 마시며 퀘군에게 물었다.
[퀘군, 왜 우리가 물에 빠지자마자 구하러 들어오지 않았어?
Jin이가 혼자 멀리 떠내려가는 거 봤잖아.]
그러자 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퀘군.
[나 사실 너 빼고 다 수영 잘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수영해서 나올거라 생각하고 웃으면서 보고만 있었어. ^^
위험한 상황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구.
Jin이가 물에 잘 떠있길래~ 하하]
[저 아쿠아백이 없었으면 정말 Jin이 큰일날 뻔 했어.
게다가 우리 바이킹으로 돌아오는 길이 조금이라도 늦어서
바다 한 가운데에서 물에 빠졌다면
어떤 상황이 되었을지 상상만해도 끔찍해...]
그리고 뒤이어 난 Jin이에게 물었다.
[아까 노를 내밀었을 때 왜 안잡았어?
그거라도 붙잡았으면 멀리 떠내려가진 않았을텐데.]
[언니 죄송해요...
그 순간 너무 무서워서 팔을 뻗을 수가 없었어요...
저 수영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물속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라요....]
아.....
Jin이가 그 정도인줄 알았다면 구명조끼를 입혀서 가는거였는데...
하지만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있으니 우리 命에 감사하는 수 밖에.
우선 몸을 따뜻하게 녹이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먼저었다.
우리는 타올로 몸을 감싸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몸을 추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빗줄기는 약해지고 파도도 조금씩 잔잔해지기 시작한다.
그 때 레스토랑으로 들어오는 레오나와 오빠들.
다짜고짜 레오나 나에게 화를 낸다. ㅜ.ㅜ
[어떻게 된거야?
우리 니네들이 바다에서 갑자기 없어져서 얼마나 걱정했는데?]
[우리... 죽다가 살아났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레오나 목소리가 부드러워지며
천만다행이라며 우리를 위로해준다.
[너네들은 어떻게 된거야?
카약이 뒤집혀서 어떤 배에 구출되는 거 봤어.]
[어, 우리 카약이 이상했어.
처음 출발할 때 부터 중심이 안잡히더니 결국 뒤집힌거야.
그래서 다시 타려고 시도했다가 또 뒤집혀서 매달려 있다가
지나가는 배가 도와줬어.]
[그래, 다행이다.... ㅜ.ㅜ
우린 아까 일 상상도 하기 싫다.....]
뭐, 여하튼 그 끔찍했던 날씨속에서
여섯명 모두가 무사하니 천만다행이다.
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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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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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군이 다시 한 번 새롭게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