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투어 효도관광 16 - 시암니라밋 II
시간이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한 7시 40분 쯤 입장이 시작되었던것 같다. (부정확)
이제나 저제나 입장만 기다리며 미역놀이 중이던 우리는
입장이 시작되자 재빨리 가서 줄을 선 덕에 빨리 시원한 실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암니라밋은 공연중의 사진촬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들어갈 때 가방검사를 한다.
카메라가 있으면 바로 빼서 맏기고 번호표를준다.
처음엔 뭐지 싶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가방검사를 하는 것이 중학교때 소지품검사 하던 불쾌하고 강압적인 느낌이 있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한 편으로 생각하면 오죽 말을 안들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다.
이래서 좋은 말로 할 때 서로 지킬건 지켜주는게 좋은거다.
5년 전 만큼 살벌한 검사는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가방검사를 했다.
아빠님이랑 마늘이는 통과였는데,
음료쿠폰으로 호텔에서 술 타먹으려고 바꿔놓은 콜라를 가지고 있던
엄마님이랑 나는 걸려서 음료수를 뺏뺏 당했다.
엄마한테는 번호표를 주던데,
난 번호표를 안주길래 안들어가고 좀 개겼더니
아, 이거? 하는 느낌으로 번호표를 줬다.
나란 녀자, 콜라캔 하나에 번호표 받는 녀자.
차가운 도시 여자,
하지만 내 고양이에겐 따뜻하겠지. 훗!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장!!!
좌석표 찾아 들어가는데, 오오오오오!!!!!!!!
금색으로 씌워놓은 비싼자리 의자 구역에서 두 줄 뒤, 가장 가운데가 우리 자리다.
급 예약 넣은거라 좋은 자리 없을거라 하시더니
대빵 좋은 자리였다!!!!
5년 전 다른 여행사를 통해 예약했을 때 앉았던
쩌~~~어기 변방 오른쪽 뒷자리에 비하면 완전 해피해피하다.
앉아서 공연시작을 기다리는데,
계속 서서 기다리며 미역놀이를 한 탓에 다리가 아파서
나도 모르게 자꾸 다리를 뻗다보니 앞 의자를 차게 되었다.
내 다린데 내 의지와 다르게 자꾸 움직여 막..
그래서 마늘이한테 세 번 혼났다.
'의자 차지 마.'
'쫌 하지 마라고!'
'아, 쫌!!'
쭈굴쭈굴 -0-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앞에 사람이 앉기 전이었던게 그나마 다행.
입장이 끝나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국왕에게 경례
처음엔 좀 충격적이고 생소했는데,
태국 문화에서 왕실이 가지는 무게를 생각하니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혹시라도 고갱님들 놀라실까봐 미리 말씀드렸다.
우리나라 임금님 아니니까 난 손은 안올리고 서 있기만 하는걸로~
내가 굳이 존경을 표할 이유는 없잖슴.
예의만 지키면 되지.
첨엔 뭣모르고 국기에 대한 경례 하듯이 막 그랬었지...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는데,
영어로 말해주고, 한글, 일본어, 중국어 이런거는 화면으로 글자를 띄워줬는데
(태국어로도 말해줬나는 가물가물;)
인상적이었던게 글자가 나오는 순서였다.
중국어와 한국어가 한 화면에 나오고,
그 다음에 일본어와 러시아어였나? 여튼 다른 나라 글자가 나왔었다.
우리 또 이런거 목숨걸잖슴?
일본글자보다 한글이 앞에 나왔어!!! 이러면서 혼자 좋아했다.
태국사람들이 일본자본 덕을 많이 봐서 일본사람들 좋아한다더니
요새 한국사람들이 더 돈을 많이 쓰나보네?
이런 생각 하면서 기분좋게 봤다.
근데 한글인데 읽어도 머리에 안들어오는건 함정ㅋㅋ
공연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 부분별로도 스토리가 두 세 개 씩 들어가 있다.
굉장히 신나고 멋지고 웅장하면서도 태국태국스러운 음악과,
화려하고 압도적인 무대미술,
딱딱 맞춰 하는 연습량이 짐작되는 배우들의 춤사위와 동작 등
글자 그대로 "종합예술"이다.
태국의 신화나 역사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이해도가 달라서
감동의 무게도 조금 달라지겠지만,
그 어떤 배경지식 없이 가서 보더라도
눈과 귀가 최대 한도로 호사스러운 그런 공연이다.
진지함과 코믹도 적절히 섞여 있고 말이다.
주기적으로 내용도 바뀐다고 하니 (큰 설정 말고 부분부분 작게작게)
한 번 봤더라도 또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공연의 80%를 나는 조느라 음악만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한 것이,
여행전야 설렌다고 밤 샘,
여행 첫 날 호텔가서 엄청 늦게 잠,
다음 날 고갱님들 조식 드시느라 일찍 일어남,
여행 둘째 날 역시 암파와 가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다가 엄청 늦게 잠,
또 다음 날, 그러니까 공연 당일도 고갱님들하고 방람푸시장에 과일쇼핑 가느라
7시(나한텐 신새벽)에 일어났으니
태국의 야외에서 3시간을 미역놀이하다가
빵빵한 에어콘과 푹신한 의자에 앉으면 졸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말이다.
정말 강력한 의지로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여
음악은 들었다.
나중에 이야기 들으니 엄마님도 졸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엄마님 첼로 솔로 콘서트에서도 눈 반짝거리며 듣던 여사님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연은 80분 정도 했던것 같다.
별에 별 것이 다 나오니 정신 단디 채리고 보면 진짜 볼 것 많다.
<스포 주의!>
<이 아랫줄은 약간 스포성 있음!!>
<난 분명 스포일러 알람 했음!>
공연중에 염소가 무대를 가로질러 뛰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안경을 집에 두고 썬구리만 가져오신 엄마님 왈,
"개 뛰는거 엄청 잘 표현했다! 진짜 개가 뛰어가는거 같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그거 개가 아니고 염소야. 글고 사람 아니고 진짜 염소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줌마가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객석의 의자 열 사이 좀 넓은 곳으로 마당에서 부지런히 돈 벌었던 코끼리가 지나가는데,
그렇게 시끄럽고 불이 번쩍거리는 공연장에서
코끼리가 놀라지도 않고 의젓하게 걸어가는게 정말 대단하다고 엄마가 이야기를 했다.
더불어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힘든 훈련을 거쳤을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에휴, 짠한 것들..
공연대기시간엔 등에 사람 태워서 입장 직전까지 알뜰하게 부려먹고,
오이 팔아 돈 벌고,
사람들이 돈 주면 코로 받아서 위에 올려 직원 주고..
오이랑 돈 구분해서 행동하는게 너무 신기해서 사람들이 자꾸 돈을 주던데,
돈은 안줬으면 좋겠다.
코끼리 불쌍해..힝ㅜㅠ
이번에 시암니라밋을 보고 느낀 점이 있다.
방콕을 여행할 목적인 분들은 반드시 시암니라밋을 봐야한다.
일정이 짧아서 왕궁과 시암니라밋 중 고민이 된다면
무조건 시암니라밋이다.
왕궁 입장료 500밧,
그늘 1도 없다.
사람 드글드글하다.
그 중 젤 많은 중국 관광객의 여성분들, 햇빛에 타기 싫어서 양산 쓰고 다니신다.
콩나물시루처럼 낑겨서 이동하는 그런 곳에서 양산, 우산 쓰고 다니신다.
안구가 쇼즁하다면 썬글라스나 안경을 착용하고, 양산은 보이는대로 쳐내고 다녀야 한다.
관계 직원들 겁내 고압적이고 불친절하다.
명령조..
내가 니 부하직원도 아니고 왜 호통, 짜증을 들어야 함? (개인적인 생각)
결론은 500밧과 시간, 체력이 아까움.
시암니라밋 입장료 1000밧,
공연은 8시 부터 시작해서 1시간 반 가량 한다.
에어콘 빵빵하고 의자 푹신하고 앞 뒤 간격 제법 넓은 공연장에서.
건물도 깨끗해서 화장실도 좋다.
공연시간 전에 여흥을 많이 돋워준다.
기념품샵 구경하며 짜뚜짝에서 쇼핑할 물건을 예상해 보는 재미도 있고,
코끼리도 만질 수 있고 (만지는거 공짜)
타이 빌리지도 잘 되어 있어서 구경하고 체험하는 재미도 있고,
곳곳에 사진 포인트도 엄청 많고,
공연 전 마당에서 벌이는 놀이 한 판도 아주 수준 높은 볼거리다.
게다가 무료음료 쿠폰까지 준다!!!
이런 쪽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시암니라밋 공연은 밑지는 장사같다.
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어떻게든 태국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아주 애를 많이 쓴 느낌이다.
그래서 먹을 것도 공짜로 주고,
체험도 공짜로 시켜주고,
아주 성심성의껏 풀 서비스.
그러니 시암니라밋은 두 번 봐도 아깝지 않다.
세 번 째는 좀 지겨울지도 모르지만 일단 두 번 까진 괜찮은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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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진 찍지 말라고 가방검사까지 당해놓고도
공연 시작하고 초반에 젤 앞 몇 줄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직원이 가서 제지를 해서 그 뒤로 안한건지,
아니면 각자 스스로 찔려서 안한건지는 몰라도
한국사람이라면.. 제발 그러지 말자.
딴 나라 사람이야 내 알 바 아니고,
한국 사람만 안그러면 된다.
제발 넘의 나라 가서 욕 먹을 짓 하지 말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