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4일-5월16일, 방콕-부산
평소보다 과한 맥주를 마신 취기탓과 시원한 에어컨 바람, 우본에서의 고행에 가까운 자전거 타기에 따른 피로가 겹쳐 지난 밤 기차안에서 숙면을 취했다.
06:50분, 열차는 방스(Bangsue)역에서 하차해서 MRT 타고 전날 450밧에 예약한 Ratchada17 place hotel로 간다. 그러자면 수티산역에서 내려야 겠다.
지도상으로 봐서는 역에서 호텔까지 그리 멀지 않겠거니 생각해서 걸어 갔는데 1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아침이라고 해서 무시할 방콕 더위가 아니다. 더 알아보고 호텔을 정할 껄 하는 후회도 밀려왔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
그래서 찾아간 호텔, 아침 8시가 안된 이시간에 체크인을 해주는 배려. 싱글베드이지만 잘돌아가는 에어컨, 깔끔한 침구, 담배 피우기에 적당한 발코니, 강한 수압의 샤워시설에 욕조까지. 와이파이도 잘터지고 게다가 수영장까지 있다.
그래, 오늘은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묵은 빨래도 하고 욕조에 몸도 담그고 수영장에서 놀아보자.
볕이 좋아서 빨래는 대충 짜서 널어도 서너시간이면 충분히 말라 버린다.
요기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가볍게 해서 큰 도로까지 걸어 나간다. MRT 역 근처여서 그런지 먹거리, 살거리, 볼거리 노점들이 많이 있다. 은행에 들러 50달러를 1,607.50밧으로 환전도 한다.
배도 부르고, 여정도 막바지이고 하니 전투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호텔 가는 길은 20밧을 주고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간다.
반바지만 걸치고 수영장에 간다. 다섯명의 현지 꼬마들과 그 만큼의 서양 성인 남녀가 물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다. 소독약품 냄새가 강한게 흠이지만 숙소의 수영장을 이용하는 호사가 어딘가. 현지 꼬마가 경주를 하잔다. 해준다. 그리고 져준다. 아니 졌다. 괜한 승부 근성이 튀어나와서 풀장 옆의 탁구대를 가르키며 탁구 경기 하자고 졸랐지만 내 제안을 녀석은 무시해버린다. 꼬마들 중 막내 쯤 되는 너댓살 되는 여자애가 혼자 풀장 밖에서 떨고 있다. 조심스레 안아서 풀장으로 데려와서 나름대로 수영하는 법을 알려준다. 한 손으로 배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물장구 치는 법을 알려준다. 꽤 즐거워한다. 나중에는 나한테 찰싹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른다. 그나저나 요맘 때 여자애가 요만큼이나 가벼운지 처음 알았다. 깃털 보다 조금 더 무거웠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귀국하는 비행기 시간은 16일 00:50분. 지금은 15일 08:00. 남은 시간을 어떻게 유용하게 보낼까.
딱히 방콕에서는 가보고 싶은 곳이 없으니 최대한 늦게 체크아웃해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JJ mall로 갔다가 해지고 나서 호텔로 와서 베낭을 찾아야 겠다.
해도 떨어졌으니 베낭을 찾아서 슬슬 공항으로 가서 쉬어야 겠다.
호텔에서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후이캉(Huaikang)역으로 가서 먹거리 야시장을 슬쩍 간이라도 봐야 겠다.
MRT와 ARL의 환승역인 마카산역 근처에서 타이뽁음국수로 저녁을 먹고, 주위 밤 풍경이라도 담아봐야겠다.
제주항공 부산행 출국 게이트는 F1이다. 투명 창 건너로 막 입국하는 객들의 들뜬 모습을 볼수 있는 곳이다.
그들이 몹씨도 부러워진다.
태국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염두에 뒀던 이란이나 터키, 우즈베키스탄 중 한 곳을 골라 떠나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굳게 해본다. 고온과 다습에 트러블이 생긴 몸 구석 구석을 긁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