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치앙라이(Chiangrai, Thailand)-땅위에 흐르는 별, 2015/04/09~12
하늘에 별이 있는 것과 같이 땅위에도 별이 있다.
항성처럼 스스로 빛을 내며 머물러 있는 별이 땅위에도 있고
행성처럼 항성의 주위를 일정한 궤도로 회전하는 별이 땅위에도 있고
유성처럼 일정한 궤도없이 흐르다가 행성의 대기권으로 들어와 산화해버리는 별이 땅위에도 있다.
항성을 땅위에서 찾자면 인물전집에서 만났을 위인들이거나 무형의 국가권력, 법률, 사회규범, 통념, 종교교리등이 아닐까 싶고
행성정도이면 이 땅위에서 살다가 죽은,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의 우리가 아닐까 싶으며
유성이라 함은 행성으로 살다가 자유로이 땅위를 흐르는 이들이 아닐까 싶다.
일정한 영역내에서 거의 고착화된 궤적을 돌고 돌다 보면 행위는 물론 사고마저 경직된다.
그러다 보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항성의 중력에 사로잡혀 주어진 일정한 궤도만 밟아야 한다.
그러나 모든 항성이 정의롭거나 옳거나 바르지도 않고,
궤도를 벗어난다 하여 당장 소멸하거나 산화하지도 않지 않은가.
더구나 유성으로 떠돌다가 행성으로 돌아갈 자리는 아직은 있지 않은가.
이런 연유로 1년에 2번 정도는 흐르는 별이 되고자 한다.
그렇게 땅위를 흐를 때 마다 또다른 흐르는 별과 인사를 건네고, 세상 다른 곳의 이야기도 나누고,
흘러갈 곳이 같다면 동행도 하게 된다.
치앙라이는 흐르는 별들이 만나기 좋은 조건을 갖춘 듯 하다.
이 곳을 통해 태국에서 라오스로, 라오스에서 태국으로 별들이 흘러가며
몇 일 머물러 있기에도 좋은 볼거리, 먹거리, 잠자리가 있다.
그런 치앙라이의 길위에서 한 때 이 곳의 빛나는 별이었을 멩라이왕을 만나고
여전히 빛나는 별인지 모를 Thawan Duchanee 의 블랙하우스혹은 Baandam museum 까지 흘러가보고
새로운 궤도를 찾아 흐르는 한국에서 온 유성 커플을 만나 유쾌한 저녁식사를 하고
고단했을 궤도로 부터 벗어나 휴식을 갖는 한국에서 온 별을 만나 치앙라이의 밤을 누볐으며
유성을 꿈꾸는 현지의 행성을 만나 시원한 음료를 대접받고
난감한 상황에 처한 중국에서 온 별을 도와주고
송크란을 미리 축하하는 자리에 어울리고
송크란을 미리 준비하는 물을 맞고
우연히 들른 커피숍에서 맑은 미소를 가진 현지의 행성에 반해 이틀 연속 뜨거운 걸음으로 찾아가기도 한다.
이틀 동안 그녀는 나의 항성이었고 나는 그녀의 행성이었음은 당연했다.
그러나 흘러가야 했던 나는 길위에서 작별을 건네며 어떠한 기약도 전하지 못한다.
그렇게 그 때 만난 모든 별은 저마다의 빛이 있어서 밝았고 저마다의 중력이 있어서 건강하다.
머물러 있든 흘러 가든, 길위에서 모두 오랫도록 밝고 건강한 별이 되길...
이제 라오스로 궤적을 옮겨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