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삽질힐링여행 27 - 여행 후 생각의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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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된 삽질힐링여행 27 - 여행 후 생각의 단편들

Robbine 58 3307
여행을 하면서, 하고 나서 느낀 여러 가지
 
 
1.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암파와의 생명의 은인들은 꼭 다시 찾아가서 감사인사를 해야겠다.
암파와 호텔 사장님에게 메일을 보내두었는데 읽지도 않으시는거 같다 ㅠㅠ
시장에서 만난 분들이 그 자리를 계속 지켜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2. 나는 정말로 덤벙거리기를 잘하는 허당일 뿐이었다.
기분파,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감정적이고, 단순하고, 마법에 걸렸을 때 티가 확 날 만큼 짜증이 늘어난다.
지금까지 내 주위에서 이걸 겪었던 분들께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ㅠㅠ
 
 
3. 허술하고 자기것 못챙긴다고 생각했던 동생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야무지고 나보다 똑부러지는 구석이 있었다.
여행지에서 믿고 의지할만한 동반자다.
다음 여행은 니가 계획해 보는건 어때?
 
 
4. 방콕, 맛있는 것도 많고, 음식도 저렴하고 강가 풍경도 예쁘고 좋은 것이 너무 많지만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후진국이라서? 약간 더러워서? 댕덤에 너무 데여서? 뭐 때문일까?
이것은 방콕 뿐만이 아니다. 암파와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좋았지만 다음에 또 여행와야지 라는 생각이 들 뿐, 살고싶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5. 태국에서의 10박 12일 동안 단 한 번도 가족이 그리운 적이 없었고(고양이들 제외), 한국 음식이 먹고싶었던 적이 없었다. 태국을 있는 그대로 100% 즐겼다. 매일 저녁 호텔에서 한국의 (내가 주목하고 있는) 특정 소식을 검색하며 일상에서 완전히 분리되지는 못했지만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다. 일상에서 완벽히 분리되지 않았는데도 스트레스 제로였던 이유는 뭘까? 음식? 지리적 단절?
 
 
6. 안그러고 싶었지만 나는 역시 뼛속까지 한국인인걸까? 귀국행 비행기에서 들었던 승무원들의 모국어 인사는 너무 반갑고 안심되었다. 태국에서 엄청난 고생을 했거나 이방인이라서 불이익을 받은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느꼈을까?
 
 
7. 남들이 보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실수 많고 덤벙거리는 멍청이?
까다롭고 잘 따지는 까칠이?
준비 철저한 척 하면서 실수 연발인 허당?
좀 어른스럽고 멋지고 유쾌하고 밝은 사람이고 싶은데 내 영혼은 왜 이렇게 어두운지..
 
 
8.  고양이들 만지고 싶다.
사실 고백하자면 방콕 5일째 까지는 고양이들 생각도 안났다.
그 만큼 생활이 힘들었던 걸까? 다 잊고싶을 만큼?
나를 불쌍히 여기는건 어린애들이나 하는 짓이라는데 난 왜 늘 자기연민에 빠져 있을까?
그런 생각은 그만하고 싶은데 나는 자기합리화를 너무 잘한다.
 
 
9. 늘 끌고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동생이 의지할만할 때도 있다는걸 경험하고 나니 뭔가 조금 가벼워진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내가 그 만큼 믿음직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는걸 깨달은건 씁쓸하다.
 
 
10. 옆 자리 깡마른 아가씨는 온 몸으로 괴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옆에 있는 나까지 그게 느껴진다. 나도 좁은 비행기 안에서 힘들긴 마찬가지지만 좀 너무한거 아닌가 싶을 만큼 짜증을 뿜어낸다. 근데 한 편으로 생각하면 나도 주위사람들에게 저런 모습이었을거 같기도 하다. 세상의 불의에 분개하던 내 모습은 저렇게 짜증을 뿜어냈던 모습과 같았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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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행 비행기 안에서 잠이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적어둔 메모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분석이 많아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기 조금 부끄럽기도 하네요.
그래도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이러한 자기반성 혹은 내적 성찰에 있는게 아닌가 싶어 올려둡니다.
 
이제 진짜 여행기가 끝이 났어요.
그 동안 재밌다고 해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사진 올리는 방법을 조금 더 일찍 터득했더라면 초반 여행기에서도 사진을 많이 올릴 수 있었을텐데 그것이 조금 아쉽네요.
하지만 사진을 선정하면서 저도 고민해서 추린 것들이니 그것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것 같아요.
 
다른 분들의 새로운 여행기를 기다리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58 Comments
디아맨 2014.11.06 09:26  
그 여고생은 집에서 쥐를 키우는대 고등학교 입학후 학교에서도 쥐를 키울수잇다고..
좋아하며 그 동아리에 들엇대요.. 근대 그 동아리는 쥐를 키워 납품하는 부업을 하는대..
쥐를 죽여서 납품해야 한대요.. 그 죽이는 작업을.. 그 여고생이 햇대요..
모. 어렷을땐.. 그것도 힘든일일지도.. 세월지나고나면.. 별것도 아닌일인대요..
세월지나면.. 세상일이.. 덧없는것 같아요^^;;
Robbine 2014.11.23 21:39  
누군가에겐 별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겐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힘든 일일 수도 있지요. 같은 것을 경험하더라도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다르듯 말이에요. 슬픈 이야기에요.
cktlso 2014.11.04 15:38  
여행지로는 만족하나 살고싶지는 않다.. 공감이가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가장 내겐 익숙하고 편한것 같아요..
Robbine 2014.11.04 22:15  
고향이 좋다는 말씀에 저도 공감합니다.
최근에 타향살이 중 고향말을 들으니 참 반갑더라구요.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ㅋ
매력돌이 2014.11.23 17:38  
로빈님 여행기 잘보았습니다^^
힘내시고 ,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Robbine 2014.11.23 21:40  
응원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하고 무사히 돌아오세요~
문진진 2014.11.23 21:33  
처음부터 찬찬히 다시 읽어보려고 해요 ㅎㅎ여행기 잘봤습니다
Robbine 2014.11.23 21:40  
찬찬히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후회없는 여행 하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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