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삽질힐링여행 23 - 계속되는 삽질
여행 9일차
여행 초반부의 빡빡하고 고된 일정에 비해 여유롭고 슬렁슬렁한 일정으로 움직이는 후반부는
일정이 여유로워서도 있겠지만 방콕에 그 만큼 적응이 되어서인지
여행지의 생소함 내지는 신기함도 사라지고,
거의 열흘동안 누비고 돌아다닌 카오산도 이젠 우리동네 골목같고 그랬다.
수르야에서의 일정은 여전히 '힐링'이 테마인 관계로 이 날도 특별한 무엇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사랑 방람푸 아침시장은 들러준다.
또 새벽에 노세수 바람으로 츄리닝입고 당당히 시장으로 ㄱㄱㅆ
또 차분히 한 바퀴 둘러 보았다.
어제 망고를 너무 많이 사서 망고는 아직 남아있고,
망끗(망고스틴)을 사야겠다 싶어서 찾았더니 안판다 ㅠㅠ
두리안도 사야하는데 어제 그 아저씨도 없었다.
이런!
오늘도 아침 일찍 간 관계로 알배기 똠얌꿍은 못먹고,
어제처럼 돼지고기 덮밥 집에서 할머니에게 도시락을 두 개 샀다.
두 번째 라고 할머니가 아는채도 해주시고, 외국인이라도 이젠 당황하지 않으신다 ㅋㅋ
길을 따라 쭉 나가다가 새로운 큰 길이 나오는 곳에서 파는 꼬치구이를 샀다.
동생은 흥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돼지고기 덮밥의 돼지고기 반찬은 양이 부족할게 분명하니까 두 개를 샀다.
제법 실한 고기 덩어리가 꽂혀있는데 가격은 착하게도 2개에 20밧!
그리고 돌아서 나오는데 또 눈에 띈 닭다리 튀김.
어제 수르야 맞은 편 길에서 샀던 거랑은 비쥬얼이며 사이즈가 다르다.
"어머, 이건 사야해+_+!" 심정으로, 다 먹을 자신은 솔직히 없었지만 하나 지르고
나오는 길에 보이는 새로운 음식인 코코넛 빵도 샀다.
음식은 충분히 샀지만, 맛이 궁금하니까 하나 사 보았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먹어보겠어 하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나서 어제 언뜻 보았던 또 다른 과일가게를 찾아 갔다.
은근 길치인 나에게 어제 그런 것도 못봤냐며 그 쪽은 뭐 없다고 구박하듯 동생이 이야기 했지만,
나는 내 기억력을 믿고 따라만 오라고 큰소리 친 후에 앞장을 섰다.
그래봐야 몇 걸음 ㅋㅋ
땡화생을 오른쪽으로 두고, 아침시장 골목을 지나서 조금 더 위로 가면 길가에 할머니가 파는 과일노점이 있다.
노점이 나오자 동생이 머쓱하게 "어, 있네!" 이런다.
이게 무슨 애플이라더라..
여튼 그닥 맛있을것 같진 않은 과일
여긴 망끗도 있었다.
살짝 눌러보니 아주 질이 좋아보였다.
너무 큰 망끗은 과육안에 커다란 씨가 들어있어서 먹기가 불편했으므로,
자잘한것 위주로 골라 담았다.
키로에 50밧 하는 망끗을 적당히 마음에 들 때 까지 담으니까 2.6키로 정도 되었다.
그냥 3키로 채우기로 하고 더 담았다.
너의 사랑 나의 사랑 망끗
우리가 잔뜩 담아서 남은게 몇 개 없다.
속이 주황색인 멜론이
멜론을 저렇게 조각으로 파는 것이 좋아보였다.
나같은 자취생은 수박 사먹기가 부담스럽다.
반 잘라놓은 수박은 마트에서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을 팔기 위해 잘라두는 것이라 사기가 싫고
(신선도도 떨어져서 꼭다리도 자르고 파는 주제에 가격도 비싸다)
그렇다고 한 통을 사면 먹기가 조금 부담스러운데,
저렇게 바로바로 신선한 것을 원하는 만큼 잘라서 팔면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냥 사과인가?
우리나라 사과보다는 맛이 없을것 같았다.
대체로 우리나라에 있는 과일은 한국산이 더 맛있었던것 같다.
딸기, 배, 사과, 귤 등등
특히 동남아지역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딸기를 그렇게 먹고 간다고 하던데 ㅋㅋ
맛이 좋긴 하지 ㅋㅋ
두리안도 사려고 가격을 물었더니 키로에 100밧이란다.
어제랑 같네.
근데 그걸 사려고 하니까 할머니가 이거 말고 뒤에 있는 저걸 사란다.
이것보다 뒤에 있는 두리안이 더 좋고 맛있는 거라면서.
근데 그건 키로에 150밧이란다.
헐;; 비싸요 ㅠㅠ
그러면서 두리안 껍질을 살짝 잘라서 속을 만져보라고 내미시는데,
확실히 100밧 짜리보단 150밧 짜리가 약간 더 물렁하고 노랬다.
아니, 100밧 짜리가 조금 더 단단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과일은 비싸도 좋은 것을 사먹어야 한다는 아빠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비싼 것으로 달라고 했다.
근데 어제 먹은 100밧 짜리도 맛이 좋았는데.. 싶어서 둘 다 사서 먹고 비교를 해보고 싶었다.
100밧 짜리도 하나 달라고 했다.
과일 값이 거의 천밧 가까이 되니 흥정을 해보고 싶어졌다.
물건을 살 때는 깎을 수 있다는 말을 본 거 같은데, 지금까지는 못해봤으니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우리 많이 사는데 좀 깎아주세요~잉~~
네에~^^?
이렇게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부리며 흥정 시작
근데 할머니 단호하시다 ㅠㅠ
처음부터 내가 너무 깎아달라고 해서 그런 듯..ㅋ
원래 저렴하게 파는 물건이라 잘 깎아주지 않나보다.
하지만 결국 조금 깎긴 했다 ㅋㅋ
두리안+_+
앞에 있는 것은 키로에 100밧
뒤에 길바닥에 놓인 것은 키로에 150밧
종자가 다른것 같기도 하고.. 숙성도가 다른건가?
여튼 가격도 다르고 맛도 조금 달랐다.
근데 넘 비싸 ㅠㅠ
우리도 두리안 사려고 아줌마가 다 사갈 때 까지 기다리고 있다.
저 현지인 아줌마는 100밧짜리 사가시던데..
더 새파래서 덜 익은거라고 생각했는데
저 두리안 과육이 더 노랗고 말랑할 줄이야..ㅋ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종자가 달라보이긴 한다.
그렇게 알찬 쇼핑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돼지고기 덮밥과 돼지고기 숯불구이 꼬치
꼬치는 고기가 야들야들하고 숯불향이 나서 맛이 참 좋았다.
저 정도 질과 양의 고기를 그 값에 샀다니, 정말 싸게 잘 산거 같다.
다음에 가면 두 개 머거야징~ 헤헤~
이건 조금만 먹고 많이 남겼다.
비쥬얼은 겁내 맛있어 보이는데 맛은 그냥저냥..
퍽퍽하고 그냥 그렇다.
중간중간 뼈도 많아서 먹기 불편하고..
무엇보다도 이상한 것이, 어제 터미널21에서도 그랬지만
닭튀김을 사면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튀겨서 따뜻하게 해서 줄줄 알았는데
그냥 바로 잘라준다.
나는 식은 닭은 별론데..
그래서 남긴것 같다.
물론 먹을게 이거 말고도 엄청 많기도 했지만 ㅋㅋ
주문을 하고 돈을 꺼냈는데, 다시 데우지 않고 바로 칼질을 해버렸는데
안데워준다고 안사겠다고 할 수가 없어서 ㅠㅠ
당연히 소스도 같이 준다.
동남아 국가 중에는 태국만 가봐서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그런가 모르겠는데,
저 소스 포장기술이 대단한것 같다.
언뜻 별것 아닌것 같아 보이지만
저렇게 공기를 빵빵하게 같이 넣어서 꽉 묶으면 봉지 자체가 하나의 반찬통이 되는거니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잘 터지지도 않고
먹으려고 꺼내서 풀 때에도 좋았다.
맛이 궁금해서 산 코코넛 빵
맛은 없다.
걍 밀가루 반죽 구이에 채 썬 코코넛을 넣은 맛
단맛도, 짠맛도, 신맛도 나지 않는 무미건조한 맛
몇 가지 안되어 보이지만, 한~짐 사온 과일까지 풀어놓고 먹으니
오늘 아침도 배가 빵빵해졌다.
배도 부르니 편안한 침대에서 짜오프라야의 아침햇살을 맞으며 또 한 숨 잔다.
이런게 천국아닐까 싶다 ㅋㅋ
걱정근심 없이, 배고프면 먹고, 잠오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고~
더 이상 뭘 바랄까.
그렇게 자고 일어났더니 어딘가 나가야 할 것만 같았다.
며칠 못가본 낸시에 가보기로 했다.
이제 내일이면 방콕과도 안녕이니까.
내일 할 짜뚜짝 쇼핑을 대비해 엄마가 쥐어준 비상금으로 환전을 했다.
사설 환전소가 환율이 좋다고 했는데, "사설"이라는 말이 왠지 무섭게 느껴져서
그냥 호텔 맞은 편에 있는 노랭이 은행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기로 했다.
외국에서 환전 잘못했다가 큰일나면 안되니까.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런 걱정은 쓸데없는 삽질이었다.
노랭이 은행에서 돈을 바꿔준 은행원 아저씨는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는데,
잘 쳐주지도 않는 한국돈을 거기서 바꿔가는 우리가 순진해서 바보같으면서도
자신들이 얼마나 바보같은지도 모르고 좋다고 바꿔가는 모습이 웃겼던거 같기도 하다.
이렇게 또 수업료 내고..
낸시로 마사지 받으러 가는 길에 공항까지 갈 롯뚜를 예약했다.
내일 짜뚜짝에서 돈을 다 쓰기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할것 같았다.
이건 생존신고로 매일 적은 글에서 댓글로 받은 소중한 정보를 바탕으로
1인당 100밧 짜리를 예약했다.
카오산 경찰서 앞에 인당 150밧 짜리가 있고, 거기서 조금 더 걸어 나오면 130밧 짜리도 보이는데
싸면 위험한걸까요? 이렇게 적었더니
찾아보면 100밧 짜리도 있고, 위험하지 않다고 알려주셔서
마음놓고 100밧 짜리를 예약했다.
일부러 찾으려고 찾아다닌건 아니었고, 낸시에 다니다보니 자연히 눈에 띄었다.
낸시 골목에 100밧짜리 공항가는 롯뚜 2 군데나 있으니 다른 분들도 거기서 예약하면 될 것 같다.
호텔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 예약할 때 편하다.
영수증을 주는데, 이건 보관했다가 롯뚜 탈 때 보여줘야 한다.
롯뚜 예약을 마치고 낸시로 ㄱㄱㅆ 이라고 해봐야 몇 발자국.
저번에 받았던 마사지사님이 안보여서 새로운 사람으로 할거면 여자 마사지사로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동생과 마사지를 받고 나왔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배가 꺼진 상태였는데
동생이 매우 마음에 들어했던 나이쏘이에 가고싶어 했다.
나도 나이쏘이가 좋았었고, 역시 배는 고프지 않지만 점심때가 조금 지났으니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이 때가 아니면 이제 오랫동안 못먹을것 같아서 나이쏘이로 갔다.
주문은 늘 먹던거 ㅋㅋ (겨우 두 번째 갔으면서 이런 시건방ㅋㅋ)
근데 이 때는 밥타임이 지난 때여서 좀 여유가 있었는지,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이 주문을 받으러 왔는데 피셋 두 개 라고 하니까 못알아 들었다.
역시 면 종류나 그런 세세한 것을 정해서 이야기 해줘야 하는데, 우리가 너무 간단하게만 이야기하니까
당황한것 같았다.
근데 우리 수준이 또 면을 정하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ㅋㅋ
그냥 피셋 둘 이라고만 계속 이야기 했더니 어딘가로 갔다가 다시 와서는 알겠다고 하면서 메뉴판을 가져갔다.
주인 할머니에게 물어보고 온게 아닐까 싶다 ㅋㅋ
나이쏘이 사진은 전에 넣었으니 이번엔 사진도 안찍고 그냥 흡입 ㅋㅋ
따라서 사진 패스ㅋ
배는 불렀지만, 나이쏘이에서 나와 호텔로 가는 도중에 마주치는 쏨땀 욕크록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동생은 역시나 배부르지 않냐며 타박을 했지만
쏨땀 쯤은 먹을 수 있을것 같았다.
살도 거의 없는 닭튀김도 그렇고.
주문을 하려는데, 동생이 쏨땀은 싫다며 다른 돼지고기 어쩌고를 시켰는데
비쥬얼은 돼지고기 들어간 쏨땀이다 ㅋㅋㅋㅋ
이 날이었다.
중국인에게 중국인으로 오해받은 것이.
가게 안에는 혼자 앉아서 커다란 밥그릇에 한 가득 들어있는 밥과
비슷한 양의 닭튀김을 반찬삼아 쏨땀도 없이 밥을 먹고 있는
덩치 큰 중국 남자가 있었는데
주문을 마치고 쏨땀총각이 쏨땀을 만들러 가자, 이 남자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촤이니즈??"
근데 이 때의 표정이, 뭐랄까..
머나먼 타국땅에서 고국사람을 만나서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고국말로 이야기라도 해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가득 담긴, 그리움이 뭍어나는 표정이었다.
타향에서는 고향 까마귀도 반갑다던 엄마 말씀이 떠오르면서
차마 아니라고 말하기 힘들었던 마음은 2초.
그 뒤에 따라온 생각은 '내가 그렇게 촤이니즈처럼 생겼나 ㅠㅠ' 였다.
태국인에게 오해받는거야 모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중국인에게 오해받다니 ㅠㅠ
하지만 이런 멘붕도 잠시!
음식이 나오니까 다 잊혀지더라.
편의점에서 사먹은 코카콜라보다 훨~~~~~~~~~~~~씬 맛이 좋았던 이스트 콜라
그래도 펩시가 조금 더 낫긴 하다.
내가 주문한 기본 쏨땀
닭튀김
배 불러도 부담스럽지 않은 닭튀김 ㅋㅋ
동생이 주문한 돼지고기 어쩌고 쏨땀
얘는 태국에서 내내 돼지고기와 소고기에 꽂혀있어서 주로 이런 메뉴를 골랐다.
가격도 비쌌는데, 비싼만큼 양도 많고 이것저것 뭐가 많이 들어가 있다.
우리는 쏨땀총각이 할 일이 없을 때 앉아있는 카운터 바로 앞 테이블에 앉았었는데,
(복도를 사이에 두고 중국 남성이 앉아있어서 거기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동생이 거리 쪽을 향해서 앉았고, 나는 카운터 쪽을 향해서 앉아 있었다.
음식이 다 나오고, 내가 버릇처럼 아무 생각없이 "잘먹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포크를 들었는데
너무 기뻤던 나머지 목소리가 좀 컸나보다.
무표정으로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뭔가에 집중하고 있던 쏨땀총각이 급미소를 띄며
"뭐 필요해? 왜?"
이런다.
순간 미남이 웃으면서 말 걸어주니까 급 쭈구리가 되어서 왜 나한테 저러지? 싶었는데
3초 후에 내가 혼자말로 한 잘먹겠습니다를 듣고 자기한테 말을 건 줄 알고 그랬다는걸 깨달았다.
동방예의지국에선 이렇게 늘 밥 먹기 전에 감사인사를 하고 먹는다는 설명을 해주고 싶었는데
쏨땀총각이 너무 미남이라 나도 모르게 떨렸나보다 ㅠ_ㅠ
어버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말이 빨라지고 막.. 여튼 설명을 하긴 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코리아 다녀온 적 있다고 이야기 하는데,
서로 대화를 얼른 끝내고 싶었던 상황이어서 그렇게 대화는 급마무리 되었다.
음식은 맛있었는데 우리가 배가 불러서 힘들게 먹었다.
동생은 쏨땀일줄 모르고 돼지고기만 생각하고 주문한건데, 좋아하지 않는 땅콩도 들어가고 하니까 먹기가 싫었던것 같다.
하지만 냉정한 언니인 나는 니가 시켰으니 니가 다 먹어라~ 하면서 난 내가 주문한 쏨땀을 먹었다.
열심히 열심히 다 먹었다.
닭도 다 먹고 ㅋㅋ
결국 거의 손도 안댄 동생이 주문한 메뉴는 포장을 해서 호텔로 가져왔는데,
아침에 샀던 닭튀김이랑 몇 젓가락을 (나만) 더 먹고 결국은 다 먹지 못했다.
역시 마지막 날이라 우린 또 무리를 했다.
그 골목에서 첫 날 봤던 아기자기해 보이는 케잌집이 있었는데, 동생이 거길 가고싶어 했다.
수르야에 묵는 동안은 일정이 헐렁하니까 여기서 케잌에 차 한잔 마시며 여유부려보자고 했던 빵집을 지나치다가
동생이 오늘은 꼭 가야겠다고 하길래 마지막 날이니까 배는 부르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들어갔다.
사실 처음 봤을 땐 밤이어서 이 때는 이 빵집이 거기인지 아닌지도 확실치 않았는데
진열장에 놓인 예쁜 케잌에 반해서 동생이 꼭 먹어야 겠다고 했다.
그게 여기다.
수르야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나온다.
근데 진열장에 적힌 메뉴 이름 아래에 있는 일본글자가 맘에 안들었다.
일본글자 있다고 다른데로 가자고 했더니,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별것 아닌 이유로 반대한다고 동생이 확 토라지며
언니야가 안가도 내 혼자 갈거다
이런다.
헐;;
유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가임기 미혼여성으로서 우리는 일본산 원재료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일본 글자가 적혀있다는 것은 일본 고객을 많이 상대한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메뉴도 일본에서 인기있는 것들 위주로 구성되었을 것이며,
보다 일본인에게 어필하기 위해 일본산 재료를 가져다 쓸지도 모른다는데에 생각이 미친 나와는 달리
동생은 그냥 일본 글자도 적혀있네. 일본인도 오나보다. 이 정도 생각이었다.
그래서 내가 꺼려하는데에 그렇게 발끈했었던 거였다.
근데 여정 막바지에서, 게다가 타국의 길거리에서 이 나이 먹고 동생하고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내키지는 않지만 같이 가게에 들어갔다.
혹시나 싶어서 재료의 원산지를 물어보니 자기가 만든게 아니고 동생이 만든거라 자긴 잘 모른단다;
불안한 예감이 막 든다.
동생이 신나서 예쁜 것들로 두어가지 주문했다.
케잌만 먹으면 목이 막히니까 타이 밀크티도 주문했다.
먼저 나온 케익을 한 입 먹고 내 표정은 정말 -_- 이렇게 변했다.
인간적으로 너무 맛이 없다.
가격도 비싼편인데 맛까지 없으니 더 화가 난다.
동생도 마찬가지였지만, 자기가 우겨서 들어온 가게라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밀크티는 괜찮겠지, 단 거 먹으면서 먹으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티를 받아들어 한 모금 마셨는데 젠장!!
이렇게 맛 없는 밀크티는 처음이다.
연하고 달지도 않고 심지어 홍차맛도 옅다.
맙소사 ㅠㅠ
아직 나오지 않은 케익은 취소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어리석은 동생이 그건 정말 먹어보고 싶다고 꼭 사고 싶다고 했다. 그건 맛있을지도 모른다며..
싸우기 싫어서 그러라 하고 얼른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렇게 포장을 해달라고 말하고 기다리는 중에 여성 관광객 3명이 우르르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고국의 언어를 쓰신다.
세상에 내 맘 같은 사람이 없는지라
한국사람 보이면 말 걸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그러지 못했는데
(나는 나쁜사람이 아니지만 타인이 나를 처음 보고 나쁜 사람이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이 날은 용기를 내어서 살짝 말을 걸었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네....."
"여기 비싸고 맛 없어요. 저희 지금 나갈거에요."
"어머, 고맙습니다."
그러더니 셋이 수근수근 짧게 상의하고는 일어나서 나가버렸다.
지금까지 정말 좋았는데, 이 가게 때문에 동생하고 싸울뻔 했다.
배가 불렀지만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고 주문했는데 맛조차 없다.
바로 옆 노점 물가에 비하면 10배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다.
화가 안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희생자는 나와 동생으로 끝나야 한다.
그렇게 서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가게를 나왔다.
이대로 호텔로 들어가기는 싫었다.
동생하고도 풀고, 맛있는 케잌을 먹여줘야 마음이 풀릴것 같았다.
그래서 옆에 있는 다른 가게로 갔다.
거긴 손님이 몇 명 있었으니까 괜찮겠지 싶었다.
(이 앞의 가게는 안에 조명도 켜져 있지 않았고, 손님도 우리 뿐이었었다.)
이게 그 두 번째 가게
먹음직해 보이는 체리파이와 티라미스를 주문했다.
무슬림이 하는 가게인 듯 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처럼 기본 물을 한 잔 준다.
티라미스
생크림과 함께 주는 체리파이
둘 다 비쥬얼은 상당히 좋아보였는데 맛은 그저 그렇다.
그래도 그 앞의 집보다는 나았다.
배가 너무 불러서 티라미스는 먹지도못하고 가지고 나왔다.
안그래도 맛난게 많은 카오산에서 맛도 없고 비싼 음식에 내 위의 공간을 빼앗겼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ㅠㅠ
그것 때문에 동생과 싸울 뻔 했던 것도!!
서로 말이 없이 호텔로 들어갔다.
수영장에서 디너크루즈 배가 지나다니는 야경을 보자고 했지만
동생은 삐진건지, 미안한건지, 화가 난건지 방에서 쉬겠다고 했다.
같이 내려가서 칵테일이라도 한 잔 하면서 풀고 싶었는데..
당장은 붙어있어봐야 좋을거 같지 않아서 혼자서 수영장으로 내려갔다.
할 것이 없으니 혼자서 이것저것 했다.
주로 폰으로 태사랑 확인하고..;
전통배 디너크루즈
삔까오 다리
삔까오 다리 가변차로 신호등 줌샷
(폰카라 줌이 많이 안좋네요)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수르야에 간 첫 날 밤에, 베란다에서 저 삔까오 다리를 보면서..
저 가변차로 신호등의 빨간불, 초록불을 보면서..
나는 숯불갈비를 떠올렸다;;
충분히 배터지게 잘 먹고 다녔지만, 저런 색 조합을 본 순간 숯불양념갈비가 떠올랐다 ㅠㅠ
멀리 있고, 밤인데다가, 눈이 예전만큼 좋지는 않아서 처음엔 무슨 건물에 붙어있는 네온사인 같은건줄 알았다.
동생이 신호등이라고 말해주고 나서야 신호등으로 보였다.
혼자서 그렇게 놀다가 방으로 올라가니 동생은 자고 있었다.
깨워서 남은 술과 과일을 먹자며 베란다로 나갔다.
수르야에 간 날 부터 매일 밤에는 비바람이 몰아쳐서 베란다에서 술 마실 기회가 없었는데,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고 비도 안내리고 베란다에서 먹을 기회를 준다.
앉아서 과일도 깎고 술도 따르고 낮에 있었던 일도 이야기 하고..
그렇게 서로 마음이 풀렸을 즈음에 도마뱀이 나타났다.
그 전부터 있었겠지만 우리 눈에 그제서야 들어왔다고 해야 정확하겠지.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
카메라를 가지러 가려고 움직이면 도망가고,
손에 있는 아이폰은 줌 기능이 많이 떨어진다.
망고를 한 조각 던져주니 잘 먹는다.
저 뒤에 큰~것도 던져줬는데 앞에 있는 작은걸 서로 먹겠다고 싸우고 난리다.
귀요미들 ㅋㅋ
그렇게 앉아서 짜오프라야의 밤풍경을 감상하며
남은 술과 과일을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며 여행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 했다.
아주 늦게까지.
<오늘의 지출내역>
날짜 | 사용내역 | 사용금액 (THB) | 비고 |
08월 15일 | 돼지고기 덮밥 *2 | 30 | 방람푸 시장 (아침) |
꼬지 *2 | 20 | ||
코코넛 빵 | 10 | ||
닭다리 구이 | 40 | ||
타이 커피 | 25 | ||
망고스틴 3키로 | 150 | 람푸 시장 약간 위 길가 노점 | |
좋은 두리안 3.5키로 (150/kg) | 450 | ||
두리안 3.5 키로 (100/kg) | 300 | ||
편의점 | 60 | 물, 음료수 등 | |
10만원 환전 -> 2260바트 | ㅠ_ㅠ | ||
공항 미니밴 *2 | 200 | ||
타이 마사지 1h *2 | 440 | ||
마사지 팁 | 40 | ||
나이쏘이 (점저) | 120 | 피셋 *2 | |
쏨땀 욕크록 160 | |||
닭튀김 | 55 | 쏨땀 욕크록 | |
쏨땀 | 30 | ||
돼지고기 들어간 쏨땀 | 75 | ||
베이커리 앤 커피 | 340 | 정말정말 맛이 없고 비쌈 (화가 난다!!) | |
사프론 245 | |||
티라미스 | 130 | 무슬림 빵집 | |
체리파이 | 115 | ||
계 | 2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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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선열들의 훌륭한 뜻에 감사하며 아침에 묵념하고 싶었는데, 못했습니다. (ㅠㅠ)
케잌은 2년 전 방타이때 묵었던 애따스 호텔 골목에 있는 빵집이 맛있습니다.
굉장히 맛있었지만, 가격이 한국과 비슷하고 맛도 한국의 맛있는 집과 유사하여, 특별히 방콕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그런 케잌은 아니었습니다. 굳이 갈 필요는 없습니다.
도마뱀은 10마리도 넘게 봤습니다. 과일 냄새를 맡고 온 듯 합니다.
자러 들어가기 전에 과일 좀 많이 던져주고 갔는데 아침에 보니 거의 다 먹고 없었습니다.
두리안도 조금 주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