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3 번외편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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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3 번외편 (빠이)

아랑다리 0 3044
올리고 나니 이야기 거리가 생겨서 번외편 하나 짧게 나갑니다.

http://lkfar.tistory.com/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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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리고 아까 차에서 졸다가 못 본 책을 보고 있는데 익숙한 남자 둘이 들어와서 바에 자리를 잡는다. 뭐지, 하고 살펴보니 아까 같이 차를 타고 온 싱가폴 남자 둘이다. 그 나를 현지인으로 인정한 첫번째 남자들. 고거는 괘씸하지만 그래도 반가워서 아는 척을 한다.

걔네도 막 놀래더니 합석해도 되냐고 물어본다.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사람 인연 맺는거 싫어하고 홀로 다니는거 좋아해도 기본적으로 이렇게 약속 없이 두번 만나는 인연에는 관대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해봐라. 같은 버스 타고 오고, 빠이의 이 많은 곳 중에서 내가 자리 잡은 바로 올 가능성이 얼마나 많겠나. 이정도면 전생에 전 연인 정도의 인연을 될 것이다.

앉아서 이런 대화를 나눈다. 나이트도 아닌데 나이 얘기부터 시작한다. 자기들 나이 맞추라길래 '너희 둘이 얘기하는거 봐서는 동갑 같지만 얘는 20대 초반 같고 너는 30대 중반 같아' 라고 하니 껄껄 웃어댄다. 소심한 복수는 성공. 둘다 22살이란다. 어린 것들.

내 나이 물어보길래 나도 맞춰보라고 한다. 'Twenty... Six?' 이놈들 아주 건실한 청년들이구먼. 흐뭇하지만 그래도 사기 치기는 좀 그래서 허허 웃으며 그것 보다는 많다고 한다. 'Twenty... Eight?' 이제 슬슬 장난하나라는 생각이... 한때 동안의 화신으로 여겨졌지만 지난 일년 파싹 늙은걸 나도 안다. 높이라 높이라 그래서 결국 36까지 오는데 둘다 놀래서 뒤집어진다. 이거 내 자랑 아니다. 진짜 있는 그대로의 가감 없는 팩트이다.

호구조사 끝났으니 대화를 좀 해야지. 난 여행 다니면서 만난 타지 사람들은 가치관에 관심이 많다. 가치관이라는게 나고 자란 환경이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가치관을 듣는 것만으로도 내 벽이 하나 깨지는 느낌을 받는다. 조금 돌려서 최근 이슈인 '리콴유'에 대해서 물어본다.

관심 없단다. 아, 얘네 22살이었지. 리콴유가 최근에 별세하는 바람에 이슈가 되긴 했지만 권좌에서 물러난지는 오래되서 관심 없단다. "지금 리콴유 아들이 총리 아니야?" 라고 물으니 맞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싫어한단다. 역시 그 안에 있으면 모르는건가... 싶다가 우리랑 소름돋게 비슷한 환경에 할말이 없어진다.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소득과 물가 얘기로 이어진다. 얘기를 들어보니 싱가폴은 일단 나라는 작고 제조업이 전무하기 때문에, 그리고 정치적으로 독재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다소 특이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일단 최저소득은 없단다. 경제원리를 믿는건가? 대학교는 5개가 있는데 거의 다 왠만하면 대학교를 간단다. 대졸 초임은 2500만원 정도. 뭐 우리 나라랑 비슷하군.

경악했던 점은 두가지. 하나는 음식이 대부분 2000원이면 된단다. 페이가 같은데 물가가 이리 싸면 사기지! 라고 생각하는데 차는 제일 싼 토요타가 1억이 넘는단다. 헐... 이 괴상망측한 시스템은 뭐지? 생각해보니 나라가 작아서 차를 비싸게 파나 싶기도 하다. '차는 필요 없잖아?' 라고 물으니 그래도 많이들 갖고 싶어한단다. 여자 꼬실려고 그런거겠지 뭐. 다 똑같군.

집 값은 얘기를 들어보니 비슷한데 신기한게 99년 임대이고 구입은 법적으로 안된단다. 허... 진짜 독재국가라서 가능한 시스템이려니싶다. 페이의 15%를 가져가는 대신에 은퇴하면 연금으로도 평소 생활은 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단다. 음식값이 싸서 가능하다고 웃으면서 얘기한다.

그 얘기를 듣는데 대충 뭔가 흐름이 나온다. 생활에 필수적인 부분은 세금을 거의 안매기고, 사치품에 폭풍 세금을 맥여서 국가를 운영하는가 싶다. 일종의 부자관세인데 대상을 사람이 아닌 재화로 촛점을 잡은거라고 해야 할까나. 뭐 추측이고 확실한건 나중에 찾아봐야겠지만 그래도 시스템은 똑똑하게 잘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친구들 첫 해외 여행이라 뭔가 숙소도 안잡고 다니고 거지처럼 다니는 내가 좋아보였나보다. 같이 다니고 싶어한다. 또 신기한게 미얀마 일정도 겹친다. 이건 인연은 인연인데... 같이 술 먹는거랑 같이 다니는건 다른 문제다. 일단 얼버무리고 내일 연락해보자고 한다. 근데 연락할 방법이 없다. 왓츠앱으로 한다길래 설치하고 깔려고 했더니 문자승인 때문에 안된다. 메일 주소 적어주고 연락 달라고 하고 방으로 들어온다. 그래도 이번 여행 4일만에 비록 14살이나 어리지만 첫 인연을 만들게 되어서 기분이 나쁘지 않다.

들어오면서 마이가 보이길래 여기 숙소 이름을 다시 물어보니 'River Side'라고 알려준다. 들어와서 검색해보니 엄청 비싼 'Ban Paan River Side'만 나온다. 거기일리는 절대로 없고, 옆에 방 하나 있는건 지 언니가 쓴다니 진짜 그냥 놓고 나 같은 호구가 걸리기만을 기다리나보다.

사실 난 은근히 마음에 들어서 폭풍 네고 후 이틀을 있을까 싶었는데, 바에 가깝다 보니 이거 너무 시끄럽다. 시설이나 이런건 다 참을 수 있는데 잠을 방해하는건 다른 문제다. 오늘 밤을 잘 자나 보고 생각 좀 다시 해봐야겠다.

내일 일출 보러 나갈려면 진짜 자야겠다. 어디로 가지? 나침반 보고 일단 동쪽 노선이 잘 보이는 곳으로 걸어가봐야겠다. 뭔가 사이트가 나오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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