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la vida - 2nd day in Bangkok/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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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 la vida - 2nd day in Bangkok/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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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숨을 고르고,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 간단히 생각했다.

 

그래도 시간이 꽤 많이 남았길래 (약 오후1시) 짐톰슨 하우스에 가기로 결정.

경찰서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바깥풍경을 멍때리며 바라봤다..

 

다른듯 비슷한듯, 미묘한 창문밖의 풍경.

 

사실 태국에서 가장 의외였던건,

택시가 한국보다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부분이었다.



나의 섣부른 편견이 만들어놓은 태국에 대한 선입견이 하나씩 부서질때마다

초등학교 운동장 철봉 밑에서

모래속에 파뭍힌 동전과 예쁜 조개껍데기를 줍던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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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 소리로

"짐톰슨 아저씨는 하이랜드 바나나를 너무 먹어서 과식으로 죽었을거야" 라고 생각했다.

(고인이 되셨다면 죄송합니다;;)

 

 

짐톰슨 하우스의 영어 설명을 들으며 한바퀴 집을 돌아보고 나니,

매장앞 연못에 알수없는 검은색 무언가가 헤엄치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가만 보니 이것이 크기가 제법이고, 멀리보니 얼추 악어 같더라.

그래서 "악어로구나~~!!" 라고 좋아라 달려갔는데..

 

잉어과로 추정되는 물고기였다..-_-;;

근데 정말 컷다, 옆에 아기가 엄마랑 같이 구경하는데 아기보다 훨씬 컷으니까 =)

 

아니 상식적으로 그렇게 얇은 곳에 악어를 놓으면

관광객은 "먹이" 가 되는거겠지;;?

혼자 이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상상을 한건가;;- 라고 잠시 자책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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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V라니..더군다나 영화관이다 ㅎㅎ

전직 CGV스텝이었던 언니에게 보여주니 빵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설마 제휴사인가;;?

그러고보니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는 [예스맨!]이고
제일 재미없게 본 영화는 [왓치맨] 이었다.

도대체 같은 '맨'인데..
왓치맨은 왜 그런걸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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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톰슨 하우스를 나와 무얼할까 고민했는데.

가이드북을 방에 두고 나온게 생각났다..

 

택시기사가 지나오면서 마분콩이 가깝다고 한게 생각나 무작정 걷고 있는데.

배가 아파왔다..

[물갈잇배] 가 드디어 내게도 찾아온것..;

눈앞에 마분콩은 있었지만, 가이드북이 없다는걸 깨닫고 조금씩 불안해져서

그냥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카오산 가주세요"

 

"응 당연히 가지"

 

"미터로 가는거죠?"

 

"아니 200바트"

 

"-_- 비싸네, 안탈래.."

 

"알았어 , 미터로 갈게 얼른타!"

 

200바트를 부른 택시가 카오산에 다다랐을때 약 75바트정도 나왔다 =)
(백바트만 불렀어도 기쁘게 탓을텐데 말야..)

카오산에 오니까 배도 좀 덜아픈거 같아서

벼르던 '헤나' 를 하기로 했다.

 

귀국하자마자 회사에 가야하기때문에 회사사람들의 눈이 좀 신경 쓰이긴 했지만.

아무렴 어때, 여긴 카오산 이고 한국도, 회사도 아닌걸 ..

제작년 겨울에 문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건 '원하는일'이었지만 너무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일이라
결국 헤나로 만족했던 기억이 났다.

'다름'과 '틀림' 의 차이
'개인주의' 와 '이기주의' 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또한 남의 눈을 의식하며 커가는 작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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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를 해주는 주인총각이 말했다

 

"난 이영애가 정말 예쁜것 같아"

 

"아하하, 정말? 다른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은 없어?"

 

"너도 정말 예뻐"

 

"고마워"

 

사실 이 대화가, 물건 구매와 택시 이외의 태국인과의 첫 대화였다.

물론 나는 손님이고 그는 주인이었지만...

뜨거웠던 카오산에 조금씩 해가 져 가고, 어둑어둑 해질 무렵

가게마다 간판을 환하게 켜고, 낮에 사라졌던 사람들이 이리저리 쏟아져 나오는걸 바라보면서

 

-지금 이순간이 조금만 더 오래 지속됬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때 느껴지는 코끝이 찡해지는 조금 차가운 바람.

거리가 어둠으로 물든것도 상관없이 빼곡히 들어선 빛나는 간판들.

다만 나는 말하고 있지 않아도 들려오는 많은 음악소리와 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

 

이곳에 "내"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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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음악을 틀어주는 펍에 들어갔다.

작은 맥주를 시킨다는게 큰걸 시켜서 ... 조금 후회했다 ㅎㅎ

 

내 옆자리에는 오늘 내일 하실것같은 백인아저씨와..태국여성분이 마주 앉아있었다.-_-;;

그 할아버지는 아주 노골적인 대화를 입맛을 다셔가며 이야기했고
그 틈틈히 나를 보며 호기어린시선을 보냈다.

동방의 미덕이 웃음이라지만
-정말 진심으로 웃어주고 싶지 않았다-


뚱한 표정으로 분노의 일기를 쓰고, 그 슈가대디 커플이 사라진 다음에
얼큰하게 오른 취기의 힘을 빌어 실실 웃기 시작했다 ㅎㅎ


맥주를 다 마시고 거리로 나서니 Cold play의 Yellow가 들려왔다.
거리의 칵테일바에서 틀어주는 노래를 좀더 크게 듣고 싶어서 자리에 앉았다.
롱 아일랜드 칵테일을 시켜서 목청껏 따라불렀다.
또 눈시울이 붉어졌지만..참을만했다.

yellow를 태어나서 처음 들었을때는..

지금은 헤어져버린 예전 남자친구를 열심히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낸 편지는, 보낸지 4~5개월만에 그사람에게 도착하고 있었고.

아프가니스탄의 우정국을 탓해야 할지,
미국의 우편물 처리속도를 탓해야할지 모른채 그사람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매일 컴퓨터를 마주하고 이야기를 할수 있었지만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낼때는 늘 기분이 남달랐다..
우체국에가는 그 길이 그렇게 즐거울수 없었는데..^^

일년간의 파병이 그사람의 무엇을 그렇게 달라지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더이상 기억조차 나지 않게 단단히 묶어버려서 그런지..

헤어질때 느꼈던 숨이 막힐듯한 통증도, 그 목소리도 그 눈동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술이 더 마시고 싶었는데, 아는 술의 이름도 없었고.

어린왕자가 사는 소혹성의 이름을 딴 칵테일이 눈에 띄었다.

마시고 나서 세상이 나만두고 빙글빙글 도는 재미있는 구경을 했고 ㅎㅎ

linkin park 의 somewhere i belong 을 들으며

머리끝까지 취해버린 나는 취하지 않은척 열심히 걸어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헤나를 말리기위해 거리를 어슬렁 거리면서 사둔 수영복과 쪼리, 그리고 카오산표 원피스를 입고 다시 수영장에 올라갔다.

 

하지만 출렁거리는 물을 본순간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속을 비우고 말았고;;

수영장 의자에 앉아 또 멍때리며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ㅎㅎ

 

 

 

바에 잠깐 앉아서 영국에서 온 바람둥이 아저씨와 조금 이야기를 하다가

작업을 하시게 뒤야할것 같아서 ㅎㅎㅎ

수영장으로자리를 옮겼다.

 

수영장에는 벨기에산 (?!!) 두 총각들이 담금질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첫인상이 모든걸 판가름한다고 했던가.

-나는 여기 여자와 약을 찾아왔어요- 라는 눈빛을 사방에 쏘고있는 그 청년들은

내가 같이 이야기 해주길 바라는지 연신 손짓과 알아들을수 없는 유럽영어를 구사했다.

 

"heyyy cutie come on!!"

 

"hey what's up?"

 

이름을 까먹어 기억도 안나는 두사람은 친구사이인데, 둘중 하나가 여자한테 차여서 위로방문 했다고 한다.

 

"음..근데 내 눈에 너희는 그냥 여자를 찾아온것 같아.."

라고 솔직하게 한마디 했다가

 

"yes actually i just wanna f****** girls, becuz i wanna f***.. but dont worry we are friend"

라는 니킥을 정수리에 꽂아주고 싶은 말을 하는 그 얼굴을 보며..
(표현이 심했다면 죄송..-_-;; )
난 다시 자리로 돌아가 음악을 들었고.

이 두명의 벨기에 얼간이들은 그뒤로도 잠시 온갖 난동을 부리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어제 그 남미총각이 다시 묘령의 여인과 함께 올라와서 내게 인사를 했다.

 

"Hey good to see u again!"

어제와는 다른 레게머리..

어제 인사를 무시해서 미안했던 것도 있고,
묘령의 여인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 앉았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젊은 총각은 손자로 21살
묘령의 여자분은 할머니라고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왔는데 손자의 일때문에 와서 겸사겸사 놀다 가는거라고..
자신의 영어가 좋지 않아 미안하다고 하는 젊잖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게 보여주는 호의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나와 그 총각과 그의 할머니.
이 세사람의 의사소통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고싶은 말을 다 하고, 쉬운단어를 통해 속뜻을 받아들일수 있었다.

두명의 남미 총각들이 합류해서 네사람이 자국어로 이야기 할수 있도록
난 혼자 물속에서 열심히 걸어다녔다.

서울보다 별이 적게 보이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멀찍이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이 밤에 수영을 한다는건
회사에 치이고 사람들에게 상처받으며 꼭 꿈꿔왔던 도피처였기 때문에
이 보다 더 좋을순 없었다.


.
.
.


이렇게 좋은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으면 좋았을텐데..
이 이상한 밤에는 정말 이상한 일들만 가득 벌어져서
방에 돌아왔을때는 새벽 4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이후로 일어난 사건 때문에 나는 돌아오는 날까지 다시는 밤에 수영장에 올라가지 않았고,

온갖 복잡한 생각을 안고 방에 돌아왔을때는 왠지 더 지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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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가 참 좋던데..
내일도 좋았으면 좋겠네요 =)

사실 이날 수영장에서는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수없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었답니다 ㅎㅎ

차마 부끄러워 적을순 없지만, 정말 세상에는 여러가지 일과
여러종류의 사람이 있는것 같아요 .

팁! 짐톰슨 하우스. 25살 아래로는 입장료 50% 할인 이던데요 =)
딱 85년생이었던 저는 50% 할인을 받을수 있었답니다.

10 Comments
휘모수 2009.05.14 01:43  

4년전 첨 카오산 갔을때 숙소에서 유럽애들이 인사만 해도 얼굴 뻘게져서 빠른 걸음 하던때가 엊그제 같네요..ㅎㅎ 나이가 드니깐 얼굴이 두꺼워지는데..담에 가면 그러지 말아야지..ㅠ

Swany 2009.05.14 10:26  

ㅎㅎㅎ 처음에는 다 그런것 같아요 =)
걍 인사인데도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

근데 카오산에서는 영어보다는 손발짓이 더 중요했던것같아요 ㅎㅎ

people 2009.05.14 11:03  
수영장에서 뭔일이 있었을까??

19금의 일이 벌어졌을까?

물론 언어의 문제로 한국사람들과 어울리는 여행자들이 많지만...

다른 나라의 여행자와의 교류에서 내가 여행을 하고 있음을 다시

느낄수 있고 그것이 여행하는 또 다른 매력이 아닐지....

people 2009.05.14 11:05  
수영장 2시까지 개방인데 ...

4시 까지 노셨군요 ㅋㅋ

친구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동했을 했다면

아무도 없는 옥상 수영장에서 하늘을 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그런 말들을 하기에 딱 좋은 장소 인데...
Swany 2009.05.14 11:43  
2시까지 개방이라 2시전에 방에 내려가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일이 빵..터졌어요 ;;
외국사람들이 개방적인건지 제가 보수적인건지 ..ㅎㅎ

여행중 동행이 필요하다고 느낀때는 정말 좋은 경치와 건물을 봤을때였어요.

"가족" "친구"와 함께 보고싶다는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그때 조금 센치해 졌었어요 ..=)
짜이옌 2009.05.14 12:47  

원래 우리나라 CGV가 3개국 합자 영화관이거든요...
C : 원래는 제일제당 이었죠.지금은 CJ라고 부르는...그 CJ에 C
G : 홍콩에 골든 하베스트(Golden Harvest)에 G
V : 호주에 빌리지 로드쇼(Villiage Roadshow)에 V

그렇게해서 씨제이골든빌리지(CJ Golden Village)합자회사를 만들어서

CGV라는 영화관이 탄생...

아마도 위 EGV는 비슷한맥락이겠죠....E는 태국회사

Swany 2009.05.14 15:25  

한번이라도 인터넷에 검색해봤으면 좋았을걸 부끄럽네요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동쪽마녀 2009.05.14 16:02  

공감이 많이 되는 여행기입니다.
제가 아는 일본인 아가씨가 있는데,
지금 방콕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씩씩하고 영특한 아이라서 참 이뻐하는데,
백조양의 여행기가 자꾸 그 아이를 생각나게 하는군요.^^ 
엄마 아빠께서 참 잘 키우셨다는 느낌이 많이 묻어납니다.^^
계속되는 여행기 기대하고 있습니다.^^

Swany 2009.05.14 17:23  
좋은말씀만 해주셔서 부끄러워요 ..=)
그렇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

설렘반 두려움반으로 떠났던 여행인데,
지금은 그리운 마음이 더 많이 남은걸보니
여행을 더 해야하나봐요 =)

필리핀 2009.05.15 13:44  
아... 셩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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