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투어 효도관광 11 - 방람푸 아침시장과 배용준
어제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피곤하지만
고갱님들을 위해 오늘 아침엔 방람푸 아침시장을 다녀오기로 했다.
나나 마늘이는 아침에 못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니
고갱님들께 미리 이야기 해 두었다.
늦어도 7시 반에는 가야 하니
우리가 연락 없으면 그 때 전화를 걸어서 우리를 깨워달라고.
눈에 물만 묻히고 잠옷만 갈아입고 나가면 되니 꼭 깨워달라고 했다.
그렇게 7시 반에 호텔에서 나가 방람푸 아침시장에 갔다.
스님이 한 분 뿐이었지만
작게나마 탁발하는 것도 보고,
아기자기한 노점상과 태국인들의 아침장보기를 보면서
우리도 현지인에 섞인 듯한 착각을 하고 오기에 좋은 곳이다.
무엇보다 방콕 한가운데(는 시암이긴 하지만;)에서 저렴하게 과일을 살 수 있는 편리한 곳이다.
과일칼을 괜히 들고간게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었다.
고갱님들은 만족하셨다.
한번 쓱~ 둘러보고 본격적으로 과일쇼핑을 시작했다.
망고, 망고스틴, 용과, 람부탄, 쇼군오렌지, 두리안을 샀다.
두리안은 지난 여행때 두 번째 두리안을 샀던 할머니네 노점에서 샀는데,
'뮤즈'님의 날카로운 지적 덕분에 곱씹어보니 우리가 사기를 당한것 같아 과히 마음이 편하진 않았지만
거기서만 두리안을 팔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두리안을 사려고 노점 앞에 서서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 할머니는 두리안 잘라 포장하느라 엄청 바쁘셨으니까.
검은 블라우스를 입은 부티 나보이는 아줌마가 두리안을 고르고,
그 두리안이 포장될 동안
누가 봐도 외국인인 우리에게 아줌마가 말을 걸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니?"
"콘 까올리"
"오! 한국사람!!! 나 배용준 좋아해! 한국 좋아~"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어,
기억나진 않지만 소소하게 몇 마디 주고 받다가
아줌마한테 좋은 두리안 골라달라고 말했더니,
내가 잘못 말한건지 아줌마가 잘못 이해한건지
두리안 키로당 150바트라고 친절하게 대답해주신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나도 키로당 150바트, 너도 키로당 150바트. 태국사람인 나랑 똑같은 가격이야~"
엄청난 듯이 이야기하는 통에 오히려 엄청난 사실을 다시금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태국은 기본적으로 외국인에게 차등적으로 돈을 받는것이 일상화된 나라라는 것.
어디를 가든 내국인 요금과 외국인 요금이 다르고,
뻔히 가게에 진열된 공산품을 파는 것 조차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것.
일부 관광지의 입장료 정도라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공산품이나 과일 등의 먹거리에서도 그런걸 당연시 하는 것은 조금.. 불편하다.
여행가서 돈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여행자를 무슨 돈줄 취급하는 것은, 특히나 그걸 그 여행자가 느끼게 한다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다.
여튼 욘사마 덕은 못보고
아줌마가 눌러보고 패스시킨 두리안 중 하나를 골라 포장해왔다.
우리가 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 고른다기 보다는 대강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두 번째 것을 선택하도록 당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지만
이건 내 생각이고,
내 일행의 생각은 다를지도 모른다.
그렇게 두리안 포장을 마지막으로 쇼핑한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호텔로 돌아왔다.
과일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두리안은 꽁꽁 묶어두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