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투어 효도관광 14 - 시암니라밋을 보러 가는 길
동대문에서 밥을 먹고있는데, 사장님이 오셔서 맛이 어떠냐 물으신다.
맛이 좋다 등등의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내가 지금 여기서 공연장 가려면 택시가 제일 빠를까요? 하고 물었더니
사장님이 아무래도 택시가 제일 나을거라 하신다.
그럼 얼마나 걸릴까요? 30분 정도 걸릴까요? 하니까
넉넉하게 한 시간 잡으라고 하신다.
헉; 우리 늦었네;
18시 까지 어떻게 가지? 하면서 4시가 약간 넘어가는 시계와
아직도 한참을 먹어야 하는 음식을 번갈아 보며 당황하고 있었는데
사장님 왈, 아~ 그거 잘못 적힌거야. 저녁 뷔페 신청 안했으니까 7시 부터지~
휴~
순간적으로 수영장 놀이 괜히 했나 하면서 막 후회하고,
공연 늦으면 고갱님들께 쿠사리 먹을거 같아서 막 좀 그랬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사실, 고갱님들이 쿠사리를 주지는 않겠지만
뭔가.. 여행 분위기가 달라지니까.
여튼 여유롭게 식사를 마치고
고갱님들께 수르야 호텔도 구경시켜드릴 겸
그 쪽 큰(?)길로 나갔다.
평소 지론대로 초록/노랑 투톤 택시는 보낸다.
핑크핑크한 삥끄택시를 잡는다.
이유는 투톤 택시는 개인택시.
우리나라랑 달리 개인택시는 차만 사면 아무나 할 수 있는건지
어디 등록된 것도 없어서 자동차 번호판을 알아도 기사와 연락조차 할 수 없다.
반면 부농택시는 회사택시라 어딘가에 등록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때 까지의 일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는
투톤 택시 = 아저씨 무서움, 미터 잘 안감, 흥정으로 돈 많이 부름
삥끄 택시 = 아저씨 착함, 미터 잘 가줌, 흥정하는 사람 적음
이었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연속 두 번이나 흥정하려는, 게다가 300밧이나 부르는 부농택시를 보내고서야
아빠님이 약간 짜증을 낸다.
그냥 아무 택시나 빨리 타자신다.
더운거지.
얼큰한 국수 먹고, 뜨신 국물 먹고 나와서
많이 더운거지.
사실 나도 그랬으니까.
게다가 아빠님의 조급증.
반드시 약속장소에는 넉넉하게 도착해야 한다는 그 조급증과 더해져서
자꾸 재촉을 하셨다.
하는 수 없이 오는 택시는 모조리 잡았는데,
투톤 택시 역시나 300을 부른다.
400을 부르는 아저씨도 있다-0-
사실 기본 400밧에서 시작, 350, 300으로 깎아주는데,
350까지만 깎아주거나 아예 안깎아주는 아저씨도 간혹 있었다.
역시나 투톤택시 아저씨들은 조금 더 무서웠고, 투톤택시는 부농택시보다 좀 더 낡은 자동차다.
몇 대 인가를 보내고 내가 가려는 목적지까지는 도저히 미터로 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전에 검색하면서 어딘가에서 읽은 것에 의하면,
택시기사님들 끼리도 나름 구역이 있어서
그 곳을 잘 넘어가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암니라밋 공연장은 훼이꽝 쪽인데, 카오산에서 꽤나 먼 곳이기 때문이다.
처음 내가 어떤 실수를 했냐면,
보통 흥정으로 400에서 시작하는 기사님들을 맞으며 약간 어리둥절해 있었는데,
세 번째 인가 부농택시 아저씨가 400을 부르고,
내가 계속 미터로 가자고 주장을 하자
아저씨가 250까지 낮춰 불렀었다.
그 때는 택시잡기 초반이라,
그리고 왠지 흥정으로 택시를 타는 것은 가이드의 역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상한 자존심이 생겨나서
그냥 보내버렸다.
"정말? 250인데도? 너 진짜 너무한다~"
이런 대답을 하며 그 아저씨가 엄청 어이없어 했었는데,
몇 대의 택시를 더 잡아보며 그 아저씨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대의 택시를 더 보내고서야
고갱님들의 성화에 못이겨 투톤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그 흥정의 과정은 이렇다.
"시암니라밋 보러 갈거에요." (공연 팜플렛에 있는 주소를 보여준다)
"훼이꽝이군. 400밧"
"ㄴㄴ 200밧"
"350밧"
"ㄴㄴ200밧"
"300밧, 하이웨이로 갈거지?"
"ㄴㄴ200밧, ㅇㅇ 하이웨이. 200밧 인클루드 하이웨이"
(아저씨 엄청 어이없다는 표정을 과장되게 지으며 진지하게) "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똑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200밧, 하이웨이."
(아저씨가 싫다고 할 것 같아서 뒤에 오는 다른 택시에게 눈길을 준다) (<ㅡ이게 포인트였던 듯)
(아, 진짜 오늘 일 안풀리네 하는 표정으로) "알았어, 타"
재빨리 올라탔다.
아저씨는 약간 화가 나 있다.
분위기는 매우 좋지 않다.
"공연 몇 시야"
"7시요"
"시간은 좀 있네" (5시 조금 넘어서 택시를 탔다)
"그래도 좀 빨리 가주세요. 일찍 가는게 좋거든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절에 들어갈 때 문 양 옆에 두 명씩 서 있는 사천왕상 같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부라리며 분노를 표출한다.
"200밧에 하이웨이 포함은 너무한거 아니니? 어? 진짜 너 그건 너무한거다. 하이웨이비는 따로 줘야 할거 아냐"
"ㅇㅋ"
사실, 인클루드 하이웨이.. 내가 영어를 너무 대강해서 잘못한게 맞는데,
내 의도는 하이웨이는 따로 하고 200밧에 가죠~ 이런 뜻이었었다.
250밧으로 흥정해준 부농택시를 보낸데 대한 이상한 자존심의 발동으로 200밧으로 흥정하고 싶었다;
내가 말을 개떡같이 했으니 당연히 아저씨는 톨비 포함 200밧? 아, 진상..-_-
이런 마음이었는데
뒤에 택시가 너무 많이 오니까 손님을 놓치기 싫은 마음에 할 수 없이 우릴 태운것 같았다.
내 현지심을 이용한 네비앱 과시를 통한 돌아가기 막기 신공은 이 때 터득했다.
톨비를 따로 주기로 하고서도 아저씨는 화가 미처 풀리지 않았는지 약간 심기가 불편해보였는데,
내가 아무생각없이 '우린 어느 길로 가고 있나' 싶은 지극히 자유여행자스러운 스스로의 위치확인차 지도앱을 켜는 순간
아저씨가 엄청 움찔하며 내 핸드폰을 힐끔힐끔 쳐다보는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리곤 화가 가라앉지를 않는지 억지로 누르는것 같았지만 약간 느껴지는 듯한,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시키, 머야. 돌아가지도 못하겠네'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우린 흥정하고 탔는데,
아저씨는 계속 미터기를 끄지 않았다.
지난번 방타이때 공항에서 카오산 가는 택시를 흥정한 후 아저씨가 미터기를 껐던 것과는 상반되는 행동이라
눈여겨 지켜보았다.
한 시간 예상하라던 동대문 사장님의 말씀과는 달리 정체구간 하나도 없이 30분 만에 공연장에 도착하였다.
미터기는 190밧 언저리 쯤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택시를 탔을 때의 미터기가 72밧이었다는 것을 나는 기억한다.
여튼, 일반적인 택시비보다 엄청 낮은 금액으로 흥정을 한 탓에 기분이 뾰로퉁해진 아저씨를 달래주기 위해
20밧 짜리를 하나 꺼내서 200밧과 함께 드리고 내렸더니
아저씨가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무섭다고만 생각했는데 20밧에 활짝 웃어주다니,
은근 귀여운 아저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