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밤거리 풍경 - 내게는 소돔과 고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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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 밤거리 풍경 - 내게는 소돔과 고모라 <쏘이 부아카오>

고구마 7 1358

 

‘부아카오’ 고상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연꽃 그중에서도 하얀색 연꽃이라니...

뭔가 기품이 서려있는 그 꽃을 길 이름으로 달고 있는 이곳은, 이름과는 달리 야단법석 혼비백산 골목이다. 

이 골목은 파타야 남부의 싸이 썽 도로와 싸이 쌈 도로 사이에 껴서 평행을 이루며 길게 이어진 거리인데 내가 아주 꼬꼬마시절에 이 골목언저리에서 몇 밤을 묵어 본 적이 있다. 

저렴한 숙소들이 몰려있기도 했었고, 제2도로에서 안쪽으로 2-3분정도 더 걸어 들어가야 하는 위치적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 시절엔 뭐 그까이 거리감이야 대수롭지 않기도 했었고...하긴, 지금도 나는 아무생각 없이 걷는 건 곧잘 하는 편이다. 

 

이 복잡다단한 길은 북쪽 파타야 깡에서 시작하여 남쪽 파타야 따이 길까지 대략 2km 정도로 어른이 한눈 안 팔고 부지런히 걸으면 30분 안에 주파 할 수 있는 거리감...

 

파타야 제2도로인 싸이썽 길에서 이 부아카오 길로 진입 할 수 있는 길도 몇몇 되는 편인데, 정확한 골목 번호를 달고 있지만 그 골목에 있는 유명 숙소이름으로 불리는 곳도 있다. 

예컨데 쏘이13은 쏘이LK로 부르기도 한다.

 

그건 그렇고 교통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인 일방통행인 해변도로 & 제2도로와는 달리,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은 길은 양방향인데다가 걷는 사람, 썽태우, 과속하는 여행자 오토바이, 오토바이 택시, 여기에 손수레까지... 정말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건 다 나와 있는 느낌이다. 

 

파타야 타임으론 아직은 이른 오후 8시 즈음. 나는 이 쏘이 부아카오로 살살 걸어 들어갔다. 

파타야 깡에서부터 들어갔는데 이 골목 초입에는 100밧짜리 맛사지 가게도 있고 이발소도 있고 그리고 식당과 편의점, 문신가게 같은 업장들로 놀고 있는 빈자리가 안 보일 정도로 촘촘하다. 

맥주바에는 덩치가 꽤나 큰 서양 중노년들이 앉아서 거리를 바라다보고 있는데 , 왠일인지 그들의 곁에는 하나같이 친구들이 자리하고 있지않았다. 모두 홀로 온 사람들이 한 테이블 씩 차지하고는 길가를 향해 나란히 앉아있는 형상이랄까 그렇다...

북유럽 특유의 굳고 딴딴한 눈매에 따분한 표정들을 하고 있는데, 체격이 크고 얼굴이 각져서 그런가 풍기는 분위기들이 UFC 은퇴선수들 같았다.

 

이 길에는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나이든 서양남자들이 꽤 보이는데, 단기 여행자 모드는 아니고 뭐랄까... 이 해변도시에서 여러 달, 어쩌면 여러 해를 보내며 닳고 닳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문신이 새겨진 팔과 다리를 내보이며 오토바이를 모는 폼새가 나 같은 쫄보가 보기에는 좀 위협적이었다. 

좀 더 걷다보면 정면에 알콘 레지던스라는 거대하고 낡은 숙소가 보이고, 이곳을 지나니 비어바들과 더불어 ‘부아카오 시장’이 나왔다. 이 부아카오 시장 맞은편에는 과일 가게들이 좀 있었는데 가격이 대략 괜츈한 편. 과일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부아카오 시장에는 음식을 파는 수 많은 노점과 음식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된 푸드코트 같은 구역, 그리고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 가 보면 태국인 아가씨들이 살법한 옷이나 화장품, 그 외 잔잔한 아이템들이 있는데 여행자가 살 만 한건 없어 보였다. 뭔가 이 구역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 관심을 보일만한 옷들도 좀 걸려있고... 뭐 그랬다.

 

시장을 잠깐 둘러보다 나와서 다시 부아카오를 따라 걷다보니 이 거리 양 옆으로 자리 잡은 많은 업장에서 일하는 태국인 여성들이 가게 바깥에 나와 손님들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중 어느 업장은 단체로 메이드 유니폼을 아주 짧게 입고 있었는데, 그중 한 아가씨는 높은 의자에 걸터앉아 다리를 100도 각도로 활짝 펴고는 상체를 숙인 채 좌우로 살랑살랑 흔든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이런 선정적인 꼬임에 본격적으로 눈길을 주는 사람이 없긴 했지만...뭔가 진취적인 직업인의 태도로구만. 가게 사장님이 좋아하실 종업원이다. 

 

이 길에서 혼자 다니는 남자들은 업장의 여성들에게 반가운 손짓과 컴온~ 이라는 환대를 받는 주요 포커스였고, 나 같은 아줌마는 그냥 투명인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천천히 관찰하며 다니기엔 더 나았을지도...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까. 

 

가슴의 거의 3/4정도를 드러낸 튜브탑을 입은 아가씨가, 가게 앞 길거리에 나와 짝다리를 짚은 채 약간 초조하게 손님들을 물색하는 중이였는데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도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눈길이 갔다. 아... 그런데 뭔가 성형수술이 잘못되었나보다. 그녀의 가슴은 상당히 크게 부풀어 올라있긴 한데, 그녀의 가녀린 몸통에 비해 그 크기가 꽤나 부자연스러운데다가, 노출된 피부가 땐땐하게 울퉁불퉁한것이 구형구축이 온 모양이었다. 빨리 손봐야 불편감에서 해방될 수 있을 텐데...ㅠㅠ

 

그리고 바지이긴 한데 밑위 길이가 너무 짧아놔서, 팬티보다도 작은 사이즈의 청바지를 입고 있는 활발한 아가씨도 있다. 저런 손바닥만한 게 바지라고 쏙 들어가다니. 그 가녀림이 놀라워라. 저 핫팬츠는 내 팔뚝에 올려놓으면, 그냥 완장 차고 있는 정도의 사이즈밖에 안되는데... -_-;;

 

이 길거리의 어느 바에는 나이가 꽤나 든 여성도 종업원으로 있었는데,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는 40대 정도의 백인남자와 서로 농을 주고받다가 남자가 “투모로~”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려하자 손을 잡고서는 안 놔준다. 하지만 그 남자는 재빨리 손을 빼고는 빙긋 웃으며 빠이빠이~ 하면서 제 갈 길을 가고, 뒤에 남은 태국인 아주머니(날씬한 체형을 유지하고 짧은 원피스에다 긴 생머리를 하긴 했지만...)는 아쉽고 낙담한 표정이 잠시 스쳤다가

다시 거리 쪽으로 시선유지...

 

이런 복잡다단한 길을 타박타박 걷다보니 거리에는 이곳의 주요 유동인구인 서양인 남자들이 좋아할법한 스테이크 식당과, 근사해 보이는 맥주집으로 다시 빽빽하고 이어지고 있었고, 나는 내 옆을 종이 한 장 차이를 두고 쌩 달리는 과속 오토바이를 피해서 불안한 시선으로 뒤뚱뒤뚱 걷느라 그다지 많이 걸은 것도 아닌데 체력이 LTE 급으로 방전되고 있다. 

 

아... 이 거리는 예전에 내가 길을 잘못 들었던 쏘이6번에 비하자면야 그 리비도의 농도가 현격히 낮은 편이긴 했지만(그때 글), 오고가는 차량과 오토바이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소돔과 고모라처럼 느껴지고 있다. 힘들어 죽겠으니까...-_-;;

쏘이 6이 강렬한 빨간색으로 끓고 있는 용광로라면, 이 길은 오만 색들이 다 모여서 각자의 온도로 끓고 있는 듯 한 곳...

그래서 몸은 차에 치일까 걱정되지만, 걷기에는 심리적으로 이곳이 훨씬 더 편하긴 하다. 

좋은건가?

 

느리게 좀 더 걷다보니 오잉~ 이 거리에도 맥도날드가 생겼네. 

언제 생겼담. 근데 내부에는 손님들이 별로 없다. 밥 때가 지나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 프랜차이즈점이 이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겐 맛으로도 가격으로 별로 매력이 없어서 그런건가... 아니면 내가 봤을 때만 그런건지도...

 

맥도날드를 지나니 또 다시 작은 규모의 바들이 점점이 이어졌다. 

정확히 그 위치를 기억 할 수는 없지만, 이 길에는 트렌스젠더 들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바도 있었다. 다른 업장의 종업원들보다 훨씬 더 큰 키, 박력 섞인 목소리, 요란한 손짓, 크게 웃을 때는 상체를 온통 뒤로 젖히면서 박장대소하는 액션,  길고 풍성한 웨이브가 구불구불 늘어진 헤어스타일... 여성스러음을 극대화시켜 꾸며놓은 그 외양에서, 간혹 남자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때면 나도 모르게 움찟 오그라드는데... 사실 이런 나의 촌스런 태도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세련된 게 아니라고 하므로 안 그럴려고 노력해보지만 쉽지가 않아...

그들 앞에서는 본능적인 위축감이 든다. 

 

곁가지 길로 들어가면 선정적인 속옷이 걸린 가게도 있다. 사실 거기에 걸린 옷은 선정적이라기보다는 좀 기묘하고 괴상망측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 디자인인데 저걸 어떻게 입지? 저 끈 같은 저것은...으흠. -_-;; 뭔가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디자인이다. 

 

이러고 걷다보니 이제 제2도로로 빠져 나갈 수 있는 쏘이13, 소위 쏘이LK에 이르렀는데 여기서 더 걸어나가 파타야 남부도로까지 완주를 해볼 엄두가 안 나고 있다. 더 본다고 뭐 특별한게 나올 거 같지도 않아...

이 요란스런 거리를 걷기에는 내가 이 길에서 그다지 안 어울리는 존재인데다가, 무엇보다도 차에 치일 것만 같아서 이젠 여기를 빠져나가고 싶다. 

이쯤에서 우회전해서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그길. 바로 쏘이LK에도 바들이 오글오글 제법들 모여있었다. 

 

낡은 의자, 손님으로 채워지지 않은 한적한 업장 내부, 이런 업에 종사할거라곤 그다지 예상되어지지 않는 순수한 외모로 삼삼오오 모여 있는 여성들...

그러니까 뭐랄까... 나이가 많이 들거나 덜 예쁜 건 둘째 치고 배가 아주 통통하게 나왔다거나, 또는 뱅글뱅글 돋보기 안경을 쓴 사람도 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종업원들 중 일부일뿐이긴 하지만...

 

아직 열기가 달구어지지 않아서 이런 분위기인지 아니면 이 골목의 업장들은 이런 분위기로 쭉 가는 건지 잘은 모르겠다. 

나는 요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늙은이가 된듯해서... 늦은 저녁에는 도무지 길거리에 나와 볼 수가 없다. 

부아카오를 빠져나와 제2도로에 안착하니, 평소에는 복잡해 보이기만 하던 이 길이 무척 정돈 된 분위기로 느껴질 지경이다. 적어도 여기에는 인도란 게 있으니까 말이다. (형편없이 좁고 불편한 상태이긴 해도...ㅠㅠ ) 

부아카오... 내 취향의 길은 아니지만서도 그 안에 시장도 있고 맛있는 식당도 두어군데 있고하니, 묵을 것까지는 없지만 세상 모든 여행지가 그러하듯 한번쯤은 방문해볼만 할지도...

 

 

 

 

부아카오 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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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필리핀 2019.09.12 17:14  
한편의 멋진 산문이네요!
방콕포스트에 실려야 하는데...^^;;

오늘 아침에 부아카오로 죽 먹으러 갔다가
그 좁은 길에 차도와 인도가 구분이 안되어 있어서 혼비백산했어요ㅠㅠ
고구마 2019.09.13 10:50  
맞아요. 길은 좁은데 인도란게 없으니. 그냥 다들 각자도생 해야하는 분위기.
저는 예전에 정말 오토바이가 팔을 살짝 치고 간적도 있는데
워낙 그 길분위기가 그래서 그런가...오토바이도 저도 아무렇지 않게 그러려니 했어요.
니까르도나 2019.09.12 19:48  
제가 알고있는 부아카오의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신 것 같네여....
저도 태국에 가면 항상 가는 곳이 파타야 인데... 전 그 곳에 가면
이젠 부아카오 안에서 먹고 자고를 모두 해결 하죠.
이제 파타야의 다른 곳은 잘 안가게 되더라구요. 
모든 것을 그 안에서 해결할수 있기에 전 너무 좋더라구요.
파타야를 그 곳에 밀집시켜 놓은 것 같은 느낌이죠~~ㅎㅎㅎ
또 서울에 찬바람이 불면 그 곳을 거닐고 있을 저를 기대 하게 하네요~~^^
고구마 2019.09.13 10:53  
숙소. 마사지. 편의점. 식당. 맥주바. 등등이 장르별로 꽉 밀집해있어서
그게 장점이긴했어요.
저렴한 가격에 인기가 많은 스테이크 집도 있었고....^^
태구기 2019.09.23 16:26  
우연히 하나를 읽게되면서 몇시간째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고 있어요~
남자인 저와는 조금 다른 시선에서 본 또다른 태국의 모습이
아주 섬세하게 다가와서 수십번을 갔다 왔는데도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읽는게 새롭고 재미있네요~
제봉 2019.09.30 13:54  
글을 재미있게 잘쓰시네요ㅎㅎ
저도 예전에 부아카오에 있는 트리타운에서 맥주한잔했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방문하고싶네요
롤러캣 2019.11.17 12:49  
글이 너무너무 재밌어요. 조지 오웰의 Keep the Aspidistra Flying을 읽는 느낌이예요. 고구마님 글에는 영국 지식인 관찰자 감성이 있어요. 전생에 영국인이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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