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시객잔에서의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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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객잔에서의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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佳人은 이곳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으려고 왔을까요?

여행이란 얻으려고만 오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데 아직 佳人은 탐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움켜쥐려고만 합니다.

무념무상... 무쏘의 뿔처럼 그리 가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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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쥔 손으로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습니다.

내 손이 비어야 더 많은 것을 움켜쥘 수 있고...

그들이 내민 손을 잡을 수 있고, 그래야만 그들의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여행이란 그들의 문을 열고 그들 속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내 문을 닫아놓고 그들 문만 열라고 하면 설령 그들이 문을 열어도 닫힌 내 문 때문에 그들에게

다가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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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하며 얻는 것은 무엇이고 버리는 것은 또 무엇입니까?

그저 평범하게 노폐물을 버리고 여행지의 짜증만 얻어 올 것인가?

많이 버려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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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40분 트레킹을 시작하여 1시간이 넘어간다.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니 제법 많이 올라왔다.

 

佳人은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마눌님 때문에 할 수 없이 등 떠밀려 오게 되었다.

다시 걸을 수 있어 감사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생명을 다시 찾은 마눌님에게 거절하기 어려워....

그러나 한 편으로는 도전욕구도 있었기에 흔쾌히 결정했다.

부부간에는... 때로는 내가 하기 싫은 일도 내색하지 않고 해야 할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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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멀고 힘든 길을 가장 편하고 빨리 가는 방법은?" 이라는 설문조사를 영국의 어느 신문사에서

했단다.

비행기로 간다. 고속철을 타고 간다......

많은 답이 나왔지만, 그러나 그 답은 바로 친구와 함께 가는 방법이란다.

 

여보! 佳人이 친구가 되어줄게~

당신이 佳人의 친구가 되어 걸어간다면 우리도 빨리 그리고 즐겁게 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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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길은 마방이 장사를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차마고도의 흔적을 찾아 마방의 자취를 따라 걸을 수도

있고 말을 타며 그들의 향취를 느끼게 체험을 할 수 있는 길이다.

 

가끔 우리와는 같은 허수아비..... 그러나 다른 느낌의 허수아비도 볼 수 있다.

이 산중에 왜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았을까?

쫓는 것은 무엇이고, 쫓겨가는 것은 또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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佳人의 삶이 마치 허수아비와 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영혼도 없이 짜인 일과 속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허수아비처럼 살아 온....

지금부터라도 텅 빈 영혼에 하나씩 채워가며 살아야겠다.

 

길을 가다 보면 이렇게 객잔에 대한 설명을 바위에 적어놓았다.

NAXI FAMILY.... 뭬야? 산속에서 낚시하는 가족이 사는 집이야?

인터넷도 무료로 되고, 마시며 쉬고 잠을 잘 수도 있는 방이 모두 무료야?

우리에게 낚싯밥을 던진 게야? 그런 게야?

바로 트레킹 길에서 처음 만나는 나시객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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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퉁이를 돌아드니 멀리 마을이 보인다.

약간의 경사가 완만하면 이곳에는 사람이 살고,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

순박한 사람들?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벼랑 아래 염소가 있기에 내려다보니 돈을 내고 사진을 찍으라는 영악한 할배도 만났다. 나 원 참!!!

그러면 까마득히 멀리 절벽 아래 보이는 그 염소가 사진 모델이라도 되나?

할배요~ 그리하셔서 행복하십니까? 살림이 많이 나아지셨습니까?

제가 사탕이라도 하나 드릴 테니 오물거리며 잠시동안 만이라도 달콤함에 빠져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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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로 들어서는데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든 닭....

고도가 높은 곳에 살면 고지 적응을 위하여 자연히 동물은 허파에 바람이 많이 들어 있어야 살아가기

수월하다.

 

그러나...

너희들! 만약에 말이다.

佳人이 숙소에 도착하여 "백숙!"하고 한 마디로 주문만 하면 오늘 털 옷 벗고 뜨거운 물에 목욕하고

세상을 하직하는 게야~~ 오늘의 순번은 누구냐?

 

그런데 닭의 많은 친척 중에 거위의 꿈을 인순이가 노래했고,

백조의 호수라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도 있고...

그리고 미운 오리새끼도 백조가 되고 도널드 덕도 있는 데..... 

닭의 꿈이나 닭의 호수, 도널드 치킨은 왜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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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40분 드디어 도착했다.

보통 사람들은 이곳까지 오는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만 걸으면 충분히 도착할 시간이지만, 

우리 부부는 딱 3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그만큼 천천히 걸었고 체력과 호흡에서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우리다.

그래도 말 안 타고 걸어서 왔다.

그러나 천천히 걸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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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밥부터 먹는다.

방금 입구에 놀던 닭들이 눈에 아른거려 백숙은 시키지 못하겠다. (사실은 백숙이 비싸서...)

그래서 볶음밥으로 주문했다. (8위안)

그런데 그 볶음밥 속에는 닭들이...... 젠장,  산산이 부서지고 찢겨져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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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닭들아...

백숙보다 저렴한 볶음밥을 먹었지만, 그래도 너희들이 밥 속에서 놀고 있구나.

 

밥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소식을 하는 우리 부부는 두 사람이 한 그릇을 먹어도 충분하겠다.

이건 고봉으로 담은 머슴 밥이야~~ 머슴 밥....

그래도 체력유지를 위하여 모두 비웠더니만 저녁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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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이곳에서 하루를 머무를 留 하기로 했다. 물론 놀 遊 도 하면서....

대부분의 트레커는 이곳에서 점심만 먹고 28 벤드라는 굽잇길을 돌아 올라가 차마에서 1박을 한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천천히 그리고 즐기며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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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을 떠나며 누구나 일상에서의 탈출로 자유스러워지기를 바란다.

그 이유는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의 짜여진 스케쥴을 벗어나기를 원하기에....

 

그러나 내가 짠 그 여행 계획에 얽매어 우리는 다시 여행 일정의 노예가 된다.

여행계획이란 내가 만들고 나를 위해 준비되는 것일진 데 어이없게도 그놈의 계획이 나를 또 구속한다.

인간은 영원히 짜여진 틀 속에서 허덕이며 살아가나 보다.

 

여보야~~ 우리는 바람처럼 구름처럼... 그리고 흐르는 물처럼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머물다 가자.

빨리 간다고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고 더 행복해지는 일도 아닌데....

때로는 이런 산 속에서 즐기며 유유자적하게 놀다 가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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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적인 옷걸이...

중국의 저렴한 객잔에는 옷걸이가 대부분 없다. 

2인실의 방은 40위안으로 앞 창문으로 위롱쉐산이 액자에 걸린 듯 보이는 환상적인 곳이다.

물론 전기장판이 깔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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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화장실....

물론 남녀 구분이 되어 있다.

문이 각각 두 개로....

글도 필요없다. 그냥 그림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 너무 사납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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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각각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서로 일을 보며 친목을 도모할 수 있게 개방적인 곳이다.

중국의 화장실은 서로 담소를 하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오프라인의 공간인가?

맹자도 공자도 예전에 이런 곳에 앉아 일을 보며 인생을 노래하고 사상을 다듬었을 것이다. 

 

아니면 서로를 감시하기 위하여 화장실에서조차 비밀스럽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가?

물은 물론 수세식은 수세식인데 손으로 바가지를 떠야 하기에 水가 手를 사용하여야 하는 手洗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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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장실의 주요 특징은 바로 열린 창문이다.

그 창문을 통하여 밖을 내다보면 용이 누워 있다는 위롱쉐산이 가득 담겨 있다.

 

밤에 화장실을 이용하면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며 별 헤는 밤을 노래할 수 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비둘기, 강아지, 노새, 노루는 이곳에 있지만 프랑시스잠이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곳에 없다. 

 

지금 화장실에 앉아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그러나, 이곳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이런 시를 읊조릴 수도 있다.

그러나 바닥에는 佳人의 이름 석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릴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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佳人이 평소에 하지 않던 일...

산에 올라오니 정신이 혼미해져서 그렇습니다.

그냥 "쟤는 원래 저래~~"라고 하시면 여러분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실 겁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마눌님~ 佳人이 자꾸 헛소리가 나오는구먼...

                         화장실에 앉아 별 헤는 밤을 생각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너무 높이 올라와 자꾸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가 나오는가 보우....

                         그래도 인생의 황혼기에 이렇게 당신과 둘이 이런 곳을 함께 한다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우.

 

 

6 Comments
분미 2010.01.27 16:15  
아름다운사진..좋은글 볼때마다 새로운 느낌입니다...감사합니다..
佳人1 2010.01.28 09:00  
분미님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꽃새우 2010.01.28 19:10  
여행기를 읽으면 마치 같이 여행을 하는 느낌을 주십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제가 행복해집니다.
사진도 멋지지만 편집 능력도 대단하세요.
책장 넘기는 효과를 주는 편집 비법을 알려 주실 수 있는지요?
佳人1 2010.01.29 09:57  
꽃새우님~
글 속에서나마 우리는 함께 여행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관운장 2010.03.12 20:21  
꽃새우님 비법을 거저갈켜 주실리야 잇겟읍니까
가인님이 동문서답을 하십니다
佳人1 2010.03.13 08:53  
제가 동문서답을 했군요?
저는 서문동답을 할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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