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판주 삼느아Xamneua에서 위엥싸이(비엥싸이,Viengxay)로 가는 길은 두 길이 있다.

6번 국도를 타고 25km를 가는 흔한 길이 있고

북쪽의 므앙엣MuangEt과 동쪽의 솝바오Sopbao를 거쳐가는 180km의 드문 길이 있다.

흔한 이유로 늘 25km의 길을 따라 다녔는데

이번에는 드문 이유로 180km의 길을 따르기로 한다.

지금까지는 흔하고 드문 길의 삼거리에서 관성이 자연스럽게 작용했으나

이번에는 관성을 거스를 때도 된 것 같아,

더구나 삼느아에서 므앙엣까지 산길이 포장되었으니 괜찮을 일이다.

삼느아에서 푸꽁Phoukong까지 50km의 길은 비록 고도 1000m의 산정길이긴 하지만

공항 신청사 완공과 함께 최근에 포장되기도 했고

대형 화물 차량이 드물게 다닌 탓에 도로 파손이 없다.

푸꽁을 기점으로 길의 고도는 낮아지고

드문드문 계단식 논이 나타나고

가옥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사람의 말도 여럿으로 섞인다.

므앙엣은 라오스 변방의 변방에 치우쳐있는 국경 도시이다.

10km 떨어진 곳에 양국민을 위한 반단BanDan 국경이 있고

지척에 베트남 국경 도시인 치엥쿠옹ChiengKhuong이 있다.

므앙엣에서 솝바오를 거쳐 솝하오Sophao까지 70km의 길은 마강NamMa을 따라간다.

어느새 길의 고도는 300m까지 떨어졌으며

길과 강 사이에는 계단식 논이 펼쳐져 있다.

베트남 무깡차이의 계단식 논에 비하자면

단의 높이가 낮고

경사가 완만하며

벼의 생육 상태도 허약해 보이고

농부의 손놀림도 느린 듯하다.

산의 사면에 매달려 사는 삶과

강의 퇴적지에 얹혀사는 삶의 차이가

계단식 논의 형태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솝하오에서 부터는 하오강NamHao을 따라 길의 고도는 높아진다.

1000m까지 올라간 고도차와 풍부한 물을 이용해서

인간은 수력발전시설을 만들고

자연은 폭포를 만든다.

솝하오에서 50km 떨어진 그 길 끝에 비엥싸이가 있다.

10년 동안의 '비밀 전쟁'에서 미군을 이긴 승리의 땅이고

라오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을 잉태하고 키운 요람의 땅이 이곳이다.

그 상징적인 땅에서 아늑한 하룻밤을 보내며

관성화된 나의 길을 벗어난 것에 대해 의미 없는 승리의 의미를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