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4편 장수마을 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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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4편 장수마을 훈자

Lucky 0 3089

나는 50대 중반으로 같이 여행을 다니던 막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부득이 혼자 다니게 되었습니다.

일정은 2007년 7월 15일 출발하여 파키스탄의 라호르 - 라왈핀디 - 탁실라 - 칠라스 - 훈자를 거쳐 카라코롬 하이웨이를 타고 7월 27일 중국으로 출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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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나의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2007년 7월 23일

 

칠라스에서의 둘째날 - 길깃에서 복마니가 있는 훈자마을로

 

 

길깃 버스터미널에 내리니 사방이 황량한게 뭐가 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길깃 버스터미널’이란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고 왔는데, 그러한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비스듬한 산의 경사면 언덕에 2층인가 3층의 버스터미널 건물이 있고, 또 수많은 여행사가가 어지러운 간판을 내걸고 있다. 아까 지나온 낭가파르밧을 가는 여러 가지 코스를 크게 선전하고 있었고, 또 라카포시 베이스캠프 가는 코스도 있다. 멀리 K2까지 가는 코스도 있어 여기에서 코스를 선정하고 준비를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몇 개의 식당과, 가게 등등. 도대체 길깃의 유명한 ‘메디나 게스트하우스’는 어디에 있고, 복마니네 집은 어디인가?

 

우선 무엇인가 먹어야하겠기에 식당을 기웃거려 보았으나, 입구에서부터 흘러나오는 파키스탄의 냄새랄까 하는 것에 가라앉았던 속이 다시 뒤집혀온다. 할 수 없이 가게에서 먹을 만한 과일을 살펴보니 과일마저도 변변한 것이 없다. 그 중 망고가 제일 만만해 보여 망고 두 알을 사서 주차장 한쪽에 앉아 까먹었다.

 

주차장 축대 아래에는 새로 건물을 짓기 위해서 기초공사를 하고 있다. 워낙 바위와 모래가 섞여 있는 지형이라, 따로 기초공사가 필요 없는지 시멘트 기둥을 세울 자리만 구덩이를 파고 있다. 기둥 자리 마다 한 사람씩 구덩이를 파서 흙을 위로 올리고 있는데, 그 모양이 정말 다양했다. 거의 허리 굽은 할아버지가 아닌가 할 정도로 나이가 많은 사람에서부터 열두세 살밖에 안 돼 보이는 어린애 까지 있다. 어떻게 저런 어린 나이에 공사판에서 일을 할까 하는 생각이 앞서는데 그래도 나름 한 개의 구덩이를 맡아서 파고 있다. 도구라고는 괭이같이 생긴 것 한가지와 두 손이다. 정말 힘들게 사는 아이들도 있다.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니 길깃 시가지는 언덕 저 아래 도도하게 흐르는 인더스강 근처다. 버스 터미널은 시의 외곽에 있는데 시가지와 터미널 사이가 너무 황량한 모래언덕이라 처음에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니까 길깃은 인더스강을 끼고 고구마와 같이 길에 늘어서 있는 형태이고, 버스터미널은 시가지보다 한참 위쪽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게스트하우스까지는 스즈끼를 타고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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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깃 버스터미널 근처 건축공사현장에서 노동하는 아이들.





잠시 생각을 하고, 길깃에 묵지 않고 바로 훈자로 가기로 결정했다. 길깃에 묵을 때는 강변에 있다는 암각불상을 보고 낭가파르밧을 갈 계획이었지만, 이미 낭가파르밧은 보류하기로 했고, 그렇다면 암각불상 한 가지만 보기 위해서 길깃에 있기에는 조금은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복마니도 길깃에서 훈자로 자리를 옮겼다고 하지 않는가? 또 가장 큰 유혹은 내가 앉아있는 곳 바로 앞에 카리마바드가는 미니버스가 서있는 것이다.

 

카리마바드가는 버스표는 주차장 한편 한 평 남짓한 가건물에서 팔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 우리나라의 쌍용 이스타나 정도 되는 버스가 있다. 일제 도요다 것인데 이름은 모르겠다. 버스는 요만해도 좌석을 붙일 있을 만큼 가까이 붙여놓았을 뿐 아니라 자로 재어본 것이 아니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좌석의 넓이도 좁은 것 같다. 그래서 정원이 30명 정도는 된다. 모든 짐은 버스 지붕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버스는 모든 좌석에 사람이 타야 출발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앞자리에도 한명, 그리도 뒤에도 한명이 비었는데 출발을 한다.

 

버스는 우회도로로 언덕을 내려가 다리를 건넌다. 이 다리가 근처에서는 인더스 강을 넘는 유일한 다리다. 바로 KKH상에 있는 다리다. 그리고 다시 내려온 만큼 큰 산비탈을 타고 올라가는 듯하더니 이번에는 그래도 제법 도로변에 밭도 있고, 나무도 있고, 농가도 있고 - 다른 곳이라면 이런 것을 열거하는 것이 참 쓸데없는 일이건만 파키스탄에서는 신기한 일로만 비쳐진다 - 한 길을 제법 속력을 내며 달린다. 이곳은 산사태나 홍수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지, 길도 깨끗한 포장도로이고 주변의 풍광도 아름답다.

 

어디쯤일까? 도로변으로 길게 담이 둘러쳐져 있는 곳에 버스가 선다. 물론 담은 벽돌로 쌓은 것이 아니라 나무 울타리다. 앞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내리더니 울타리사이로 난 길을 걸어 들어간다. 당연히 버스는 다시 떠나야 할 것이어늘 웬일인지 잠잠히 서 있다. 그러기를 5분이 지났는데도 누구하나 말하는 사람 없이 모두 다 당연하다는 듯이 있다. 여기서 빨리 갑시다! 뭐 이런 소리를 질렀다가는 내쫓기는 것이 당연할 것 같다.

 

한 10분 가까이 되었을 즈음 울타리 사잇길을 아까 그 남자가 걸어 나오더니 여자 두 명이 따라 나온다. 두 명의 여자는 앞자리 운전사 옆에 타고, 남자는 뒤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게 파키스탄식 차타는 방법인가 보다. 남자가 길깃에 와서 앞자리로 잡아 놓고, 집 앞에서 여자를 태워서 가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파키스탄은 남녀가 따로 앉는다. 남녀의 자리가 구분되어있지 않다면, 운전석 옆자리가 당연하게 여자의 자리가 된다. 파키스탄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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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본 ‘라카포시’의 모습





가는 길에 ‘라카포시 베이스캠프’ 올라가는 길이 이제쯤일까 저제쯤일까 눈에 힘을 주고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인터넷에서 열심히 공부한 그대로 라카포시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 ‘디란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는 라카포시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했으니, 적어도 베이스캠프에 못 간다면 디란 GH까지는 가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눈으로 찍어 두었다. 정보대로 잠시 뒤에 훈자강을 넘는 커다란 훈자대교가 나온다.

 

그런데 훈자대교를 건너 얼마 가지 않아서 몇 개의 상점과 커다란 주차장, 그리고 길가에 간판을 걸고 있는 호텔들이 나타난다. 지나치는 버스 차장에서 언뜻 보아서도 경치가 무척 아름답다. 여기는 어딜까? 나중에 복마니한테 안내를 받아 다시 오게 되는 데 ‘라카포시 뷰포인트’로 여기에서 보는 라카포시의 모습이 최고다.

 

길깃에서 두 시간을 조금 못 걸려 ‘카리마바드’에 도착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카리마바드는 KKH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길게 형성된 시가지다. 도로변으로는 이런 저런 상점들이 이어져 있고, 도로 왼쪽으로 산언덕을 끼고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다. 지대는 꽤 높은 듯하여 해발 2500미터는 되었다. 그런데 아침에 느끼던 두통이나 메스꺼움 같은 것이 길깃을 떠나 카리마바드까지 오는 사이에 어느 샌가 잊혀졌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왔다 다시 올라오니 그렇게 고산증이 심하지 않은 듯 했다. 바로 훈자마을 들어가는 스즈끼를 찾아서 탔다.

 

뒷자리에 겨우 끼여 앉으니 그 작은 차에 사람들이 꾸역구역 밀고 들어오는데 이건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다. 몸을 최대한 움츠려 조그맣게 만들어 가지고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었지만 불평을 할 처지가 되지 못했다. 그나마 안에 앉지 못한 사람은 뒤에 매달려 가는 것은 고사하고 옆에도 매달려 간다. 비록 짧은 거리지만 카리마바드에서 훈자마을까지는 고갯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경사도 경사려니와 커브도 아주 심하다. 그렇지만 모두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는 사람들, 안쪽에서 누군가 내리기라도 하면 몇 명은 내렸다가 다시 타야한다. 그런데 저렇게 매달려 가는 사람들도 차비를 낼까? 낸다, 차비를 받은 사람이 따로 없이 운전사가 혼자서 모두 하는데, 앞쪽으로 와서 운전사에게 주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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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 스즈키 트럭을 개조해 서민의 발로 이용되는 스즈키





스즈끼까 ‘불루문 호텔’ 앞에서 내려 주었다. 복마니가 이 호텔 이층에서 식당을 열고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고 가파른 계단을 배낭을 메고 겨우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마디로 썰렁하기 그지없다. 손님은 하나도 없고, 한쪽 테이블에 애들 둘이 - 청년 - 장난을 하고 있다가, 내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얼른 일어나 의자를 빼주며 앉으라고 한다. 많은 여행을 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 낮선 곳에 갔을 때 만나는 한국학생들을 보면 정말 마음이 뿌듯하다. 한국 학생들은 그곳이 어디든지 같은 동포를 보면 자리를 권하고, 또 나처럼 나이가 조금 들었다 싶으면 일어나 자리를 마련해 준다. 세상 어느 나라 노인네가 한국 노인네처럼 대우를 받으며 다니겠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잠시 뒤 카운터같이 생긴 곳 뒤쪽에서 장막을 헤치고 한 사람이 나오는데 그가 바로 복마니였다. 그런데 그 사람이 복마닌 줄 어떻게 알았냐고? 사진을 본 것은 아닌데 딱 보면 그가 복마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생겼다. 나이는 삼십 정도 되는데 키는 180정도는 되 보이는 큰 키다. 얼굴은? 바로 복마니같이 생겼다. 어떻게? 바로 저팔계를 생각하면 된다. 인상 쓰고 있는 돼지 대가리는 없다. 말도 세련되지 못하다. 아마 그런 것이 복마니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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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력을 보라! 세계의 오지 파키스탄의 훈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한글. 블루문 호텔 한편의 복마니네집.





우선 복마니표 김치찌개를 주문해 엉터리 한식으로 식사를 하며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라고 했다. 마침 와지르호텔은 현지인들이 몰려와서 빈방이 없다고 하며 이곳저곳 알아본다. 같이 있던 젊은이 중의 한명은 자기를 ‘린’이라고 불러 달라는 20대 중반의 철없이 꿈 많은 여자다. 학교를 다녔다면 학생이라고 부를 텐데, 스스로 학교를 다니지 않는 다고 하니 아가씨라고 불러야 겠지. 훈자에 와 있는지가 꽤 오래 되었다고 하며 동네방네 안 쏘다니는 데가 없는 듯한 명랑한 아가씨다.

 

훈자 하면 ‘하이더 인’과 ‘올드 훈자 인’이 유명하다. 도미토리 50루피로 더 이상 저렴한 곳은 없다. 게다가 올드훈자 인의 할아버지가 하는 식당은 식사 한 끼가 50루피다. - 한 번도 먹지 않아서 어떤 메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50루피라면 메뉴라는 개념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곳을 가기에는 내 나이가 조금 높은 듯하다. 이곳저곳 알아보며 ‘멀베리 호텔’이 어떻겠느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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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니 식당에서 보이는 훈자계곡의 아름다운 경치, 멀리 구름에 휩싸인 라카포시가 보인다.





‘린’양이 앞장을 서고, 놀고 있는 파키스타니를 불러 짐을 들게하고 따라 나섰다. 호텔은 길 아래쪽에 있으며 마당에 커다란 멀베리 체리 나무가 있어 호텔 이름이 멀베리다. ‘린’양이 나서서 지배인과 다시 흥정을 하였지만 크게 깎을 수는 없었다. 아래층 정원가에 있는 방에 짐을 풀었다. 훈자는 지대가 높아 초가을 날씨 같다. 낮에는 반팔로도 지낼 수가 있으며 더위를 느낄 수도 있으나 밤에는 춥다. 그런데 호텔의 온수는 미지근하며, 불은 어둡고, 뭐 말만 호텔이지 딱 게스트하우스 수준이다. 하지만 훈자는 전기등 모든 게 부족해 펑펑 쓸 수가 없는 곳이다. 피곤해 일찍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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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묵은 멀베리 호텔, 마당에 있는것이 멀베리나무고, 2층은 식당이다.




 

* 다음은 발티드 성과 훈자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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