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4.사람잡는 데스밸리를 거쳐 숲속요람같은 요세미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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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4.사람잡는 데스밸리를 거쳐 숲속요람같은 요세미티까지

고구마 4 1496

  

다른 사람들의 라스베가스 여행기를 보면 고급진 호텔구경도 마구마구하고 쇼핑도 아울렛에서 싼 가격에 득템해서 심봤다!! 하고, 맛있는 뷔페도 막 먹고 그러던데, 그런 것에 비해서 우리는 라스베가스를 좀 소박하게 즐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긴 라스베가스 와서 슬롯머신 한번 안 당겨봤으니 말이야... 그래도 우리수준에서 볼만한 건 다 봤으니 별 여한은 없다.

그나저나 오늘은 갈길이 먼데 아침부터 서둘러야 해...

네바다주의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해서 ->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를 보고 장거리 운전한 후 -> 요세미티 국립공원 남쪽마을인 오크허스트에 안착하기가 오늘의 미션이다.

 

데스밸리도 이름은 꽤나 들어본 곳인데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줄은 이전까지는 몰랐었다. 죽음의 계곡이라니... 벌써 이름에서부터 운 떨어지는 소리가 뚝뚝 흐르는 곳이다.

라스베가스에서 아침 9시에 출발해서 2시간 정도 달리니 데쓰밸리의 동쪽 부근에 도착이다.

공원내부로 좀더 들어와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 문을 여니 훅 끼치는 그 열기 열기... 습기라고는 없이 그냥 태워버릴 것 같은 열기였는데 이정도로 더운 날씨에서는 습기가 없는 게 그나마 견디기가 나을 수 있단 생각도 든다.

 

데쓰밸리에서의 첫 관광지는 ‘자브리스키’라는 일종의 뷰포인트였는데 놀랍게도 이 죽음의 계곡에도 트레일코스가 있고 그걸 실제로 도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에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잠시 포인트에 서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탁탁 막히고 얼른 차에 들어가 에어컨을 켜고 싶은 상황인데 도대체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여기를 트레킹하는 걸까. 그것도 혼자서 터벅터벅 말이다.

우리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그 사람을 뒷모습을 보면서 왠지 걱정이 되었지만, 뭔가 그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겠지... 성취감이라던가...

 

사정없이 내리쪼이는 열기에 기가 꺽인 채로 차에 올라타고 그다음 향한 곳은 일명 ‘아티스트 드라이브’라 불리는 길이다. 이름만 보자면 꽤 로맨틱한 곳인데 실제로는 로맨틱이고 뭐고 없다. 그냥 덥다. 이 드라이브의 중간에는 파스텔톤의 형형색색바위가 있는데 이름하야 ‘아티스트 팔레트’...라 불린다. 미국사람들 워낙 입심이 쎄고 말빨이 좋아서 그런가 뭔가 이름 짓는 것도 발군의 실력이 있다. 실제보다 더 멋있게 말이다.

그 다음은 데블스 골프코스를 지나 소금층이 두껍게 껴있는 배드워터... 별스레 설명할 것도 없다. 데블스 골프코스는 동그랗고 푸석한 돌맹이가 넓게 퍼져있는 모양새였는데 뭐가 기온차가 나면 탁탁 공치는 소리가 나나보다. 그래서 명명하길 시적무드 흘러넘치는 악마의 골프장이라고 한 거 같은데...

골프코스를 지나 당도한 ‘배드워터’라는 곳은 해수면보다도 낮은 해발 -80미터라는데, 아아...사막 한가운데에 소금이 두텁게 껴있는 모습은 정말 신기하기는 했다. 그래서 그 곳을 좀 걸어보기도 하고 요왕은 호기심을 못 참고 더럽게도 땅바닥에 있는 소금을 혀에 갖다대더니

- 퉤퉤!! 아우짜!! 진짜 소금이잖아

그런다. 척봐도 허옇고 거칠한 것이 소금이 맞는데 뭘 먹어보기까지... 하여튼 신기한곳임에는 틀림없지만 이곳 역시 데스밸리... 그냥 타들어갈 것만 같다.



 자브리스키












 아티스트 드라이브











 배드워터












  

공원내부의 관광지 서너군데를 둘러본 후 우리는 되도록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서, 어둡기 전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근처마을인 오크허스트로 가자고 의기투합하고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너무 더운 열기에 머리가 찜쪄버린 탓인걸까... 원래 우리의 루트는 이 지점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야 했건만, 뭐에 홀린 듯이 남쪽으로 향해버린거 였다. 결과적으로 원래 루트보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더 빙 둘러가야 했던 것...

달려도 달려도 끝이 안날 것만 같은 사막길이 한참을 나오고 우리말고는 다른 차도 보이지않는다. 그리고 이걸 어쩌나... 자동차의 연료게이지는 간당간당해가는데 주유소는 나올기미가 안 보인다. 맘을 졸이며 한참 차를 달리니 주유소가 나오긴하는데... 아니 이게 뭐야. 기름값이 왜이래... 지금까지 휘발유를 갤론당 2.8정도에 넣고 다녔는데 여기는 3.8이다. 망할 데쓰밸리...

최소한의 기름만 넣고 다시 달리고 달리니 드디어 바스토우라는 도시에 도착이다.

이 바스토우는 로스엔젤레스에서 라스베가스가는 길목에 있는 도시인데 바로 이곳에서 라스베가스로 가거나 아니면 그랜드캐년으로 가거나 하는 일종의 분기점 도시이다.

시간은 오후3시가 다되어가고 배는 사정없이 고파오기 시작하는데 내비게이션에 물어보니 근처에 인앤아웃이 있다. 흐흐흐~ 그 유명한 인앤아웃을 이제야 비로소 먹어보는구나 하면서 차 몰고 갔더니만 세상에나 사람이 뭐 이렇게 많아... 사람들의 대기줄이 문밖으로 삐져나올 정도고 손님들은 안에 자리가 없어서 근처 풀밭에 드러누워서 햄버거를 먹고 있다.

기가 팍 죽어서 옆에 있는 판다익스프레스로 가봤더니 여기도 같은 신세... 도대체 이 많은 백인 젊은이들은 어디서 온 거지? 오늘 무슨 날인가? 단체수학여행이라고 온걸까?

결국 우리는 근처에 있는 한가한 칼스주니어로 갔다. 칼스주니어도 맛있는데 아무래도 인앤아웃에는 대적이 안되나보다. 빈자리가 텅텅이다.

 

아아... 아직 갈 길이 먼데도 시간은 벌써 오후를 훌쩍 넘어섰다. 이후 우리는 운전을 해나가며 계속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보았다. 미국의 도로는 밤이되면 상당히 어두워지는데 도시도 그런데 산 주위 마을은 오죽할까.

이런 초조한 맘과는 달리 우리의 렌터카는 부지런히 달렸고, 오크허스트에 도착하니 거의 9시가 다 되어가는 밤이었다.

 

오늘하루 요왕이 운전한 거리가 장장 900킬로미터이다. 아마 지금까지 당일 운전기록으로는 최고기록 경신이고 앞으로도 이 기록이 깨질 일은 없을 거 같은데, 이 먼 길을 아무 사고없이 달려와준게 너무 다행이고 고마울뿐...

 

오크허스트 시에 들어오기 직전 언덕 위의 커브길에서 본 이 작은 산골도시의 야경은 뭔가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우리는 야경사진을 한 장 찍은 후 도시로 진입했는데 미리 예약했던 일박에 88달러 정도인 베스트웨스턴도 마음에 쏙 들고,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만 같은 안락한곳이어서 그런가 피로감에 젖은채 쿨쿨 깊게 잠들었던거 같다.

잠들기전 늦은 밤... 나무와 숲이 어우러진 우리 숙소의 베란다창을 살짝 열자 산뜻한 산공기가 방안으로 휙 들어오는데 아... 피톤치드가 듬뿍 배어 있어서 그런가 뭔가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나는 숲이 좋구나...^^



 

 드디어 오크허스트 도착




 여행중 가장 좋았던 숙소







 




4 Comments
필리핀 2015.06.08 20:37  
헐~ 900키로... 고생하셨네요... ㅜㅜ
참새하루 2015.06.21 01:19  
어제에 이어서 오늘 아침
고구마님의 여행기를 읽다보니
느끼는 점 두가지가 생기네요

첫번째 필력~~ 역시 글 잘 쓰는 사람의
여행기는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미국사람들 워낙 입심이 쎄고 말빨이 좋아서 그런가 뭔가 이름 짓는 것도 발군의 실력이 있다"

읽는이를 미소짓게 되는
재치있는 표현들

두번째는 어떻게 이런 상세한 일정과
여정들을 생생하게 현실감있게 썼을까
혹시 디이어리 같은걸로 매시간 감정과 여정을
기록하지 않았을까...

여태까지 여행기란걸 써본적도 없고
사진으로 편하게 남겨왔는데
시간이 오래지나고 나면 기억도 흐려지게 마련이라
어디서 어떻게 찍었는지
어떤 여정으로 지나왔는지 가물가물해집니다

고구마님의 여행기에 영향을 받아서
저도 이번 여행에는 조그만 노트에
여정이라도 기록해서 남겨둘까 합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근사한 여행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추억을 회상하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여행기 잘보고 있습니다
zoo 2015.07.16 23:45  
하루에 900킬로를 운전하시다니!! 정말 고생많으셨네요.
그건 그렇고 숙소가 완전 럭셔리 하고 멋져요^^
날씨가 맑아서 사진도 더 멋진 것 같아요^^
Cal 2015.07.24 13:09  
칼스주니어!  잘 하셨습니다.  인앤아웃보다 칼스주니어가 맛있지요.  인앤아웃이 그렇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가격이 조금 싸서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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