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벤짜낏띠 공원>과 <QSNCC>
거대하고 복잡하고 활기와 더불어 소음도 넘치는 방콕. 하긴 여느 대도시나 다 시끄럽고 부잡스럽고 북적북적하죠. 그게 바로 대도시니까...
이런 분위기에서 정서적으로다가 좀 도망치고 싶어서 자주 갔던 벤짜낏띠 공원은 아속역 사거리 남단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 공원이자 습지공원이기도 합니다. 벤짜=5, 낏띠=지금 왕의 어머니 ‘씨리낏’대비를 말합니다. 1992년, 씨리낏 대비의 60세(12간지가 5번 돌아가고 새롭게 시작되는 해. 환갑)를 기념하여 만든 공원입니다. 그리고 퀸 씨리낏 내셔널 컨벤션 센터(Queen Sirikit National Convention Center;QSNCC)가 바로 이 호수 남쪽에 맞닿아 있어서, 공원 전반적인 분위기가 뭔가 좀 각이 잡혀서 운영, 관리되고 있는 느낌이에요. 왕실의 이름이 붙은 곳은 대부분 관리가 잘 되더라고요...
벤짜낏띠 공원 입구(아쏙에서 올 때)
https://goo.gl/maps/EPGGiFYDtFg4RxxJ7
저는 이곳의 평화로운 분위기와 호수 주변을 뛰는 러너들의 건강한 모습이 아주 활기차 보여서 방콕에서 지내는 짧은 기간 동안 몇 번 방문했는데요, 사실 이런 평화~로운 느낌은 해가 이곳을 내려쬐지 않는 시간대의 ‘ 기간한정’ 상황입니다요. 대낮에 가본 적 있는데... 해가 쪼이기 시작하면 정말 이 열기와 빛을 받으며 여기를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내가 사람인지, 아니면 무 댓디여우(태국식 반건조 돼지육포)인지 뜨거워진 머릿속에서 약간 정체성 혼란이 올라고 그래요.
하여튼 이른 아침... 이 공원의 북동쪽 모서리 입구로 들어가면 호수가 눈앞에 펼쳐지는데 이 시간대에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호숫가 트랙을 뱅뱅 돌면서 조깅을 하고 있어요.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고 태국인들도 있고요. 그리고 매일은 아닌 것 같은데 잔디밭 위에서 요가 강습도 하더라고요. 체계적인 클래스 같지는 않고 그냥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동호회 느낌...?
이 호수의 지나 서쪽방향으로 총총 걸어가면 구역마다 줄을 잘 그어서 도로나 나무들이 일직선으로 질서 있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군데군데 벤치가 있어 잠깐 쉬기에도 괜찮았아요. 그늘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해를 피하기에는 나름 유용하더라고요. 그리고 철제 펜스에도 드문드문 직원들이 지키고 있어서 뭔가 통행에 제한이 있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펜스가 있긴 하지만 출입구들이 만들어져 있어 이쪽저쪽 오가기에 그다지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지키는 이들이 있어서 더 안심되기도 했고요...
나무들이 일자로 줄지어 있는 구역을 지나 좀 더 서쪽 방향으로 걷다보면 생태습지 공원과 그 위를 거닐 수 있는 스카이워크가 거미줄처럼 놓여 있습니다. 이 산책로는 멀찍이 떨어진 룸피니 공원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저는 룸피니 쪽을 향해 조금 걷다가 일사병에 걸릴 것 만 같아서 금방 돌아 나왔어요. -_-;; 하필 룸피니 쪽으로 갈 맘을 잡은 그때!! 시간대를 잘못 잡아서 제일 더운 대낮에 갔었거든요. 아침이나 저녁나절에는 선선한 바람에 좋은 산책길이 되어줄 거에요. 공원은 오전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개장해요.
오전에 벤짜낏띠 습지 공원 스카이 워크를 걷는 건 낮과는 달리 그냥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녹색의 수생식물 가득한 습지 위를 걷는 게 뭐랄까...내가 있는 곳이 거대한 빌딩 숲이라는걸 잠시 잊게 해 주는 평화롭고 진정되는 느낌이랄까... 그랬습니다. 마음이 안정되고 차분해지면서 왜 사람들이 도 닦을 때 바다가 아닌 숲으로 들어가는지 알겠더라고요.
이 구역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길 원하거나 아니면 해를 피하고 싶다면, 바로 호수와 닿아있는 퀸 씨리낏 내셔널 컨벤션 센터로 한번 들어 가보세요. 이 거대한 컨벤션 센터 안은 멋지고 거대한 조형물이 몇개 있어서 오호~ 하면 보게 되더군요.
지하층에는 음식점과 카페들이 입점해 있는데 꽤 사람이 별로 없어 차분한 분위기인데다가 푸드코트 형식의 음식점은 비싸지 않아서 가격적인 부담도 없었어요. 버거킹도 시내랑 똑같은 가격에 같은 프로모션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컨벤션 센터를 방문했을 때는 끼니때가 아니어서 식사는 안하고 그저 아마존 커피나 한잔 마시고 나왔는데 공원에서 쪼인 열기를 식히기에 꽤 좋은 장소였습니다.
벤짜낏띠 공원 풍경
정문에 박혀 있는 씨리낏 대비의 문장
대낮 호숫가에 홀로 앉아 볕을 쪼이고 있는 여행자
잔디밭에서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
습지공원 위 스카이 워크
길을 따라 쭉 서있는 나무들
고급 주거지중의 하나인 밀레니엄 방콕
퀸 씨리낏 내셔널 컨벤션 센터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