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시내 돌아보기 (1) - 로맨틱한 벽화와 지옥도의 사원 <왓 푸민>
지금이야 태국에 많이 동화 되었지만 완전히 태국에 흡수되기 전인 1800년대까지는 란나는 미약하게나마 독립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난은 란나의 5개 공국 중 하나였지요.
란나는 콘므앙족(북부타이족)의 나라이고 샨(타이야이)족이나 타이르족과 가까운 형제민족입니다. 야유타야를 세운 타이싸얌족(중부타이족)과도 같은 타이 계통의 민족이지만 근원관계가 좀 더 멀죠.
란나에는 콘므앙족과 함께 타이르족도 함께 살았는데요, 특히 이 난 지방에 타이르족이 많이 살았습니다. 그래서 난은 타이르족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사실 태국의 각 지방 전통의 건축물이나 예술품, 생활도구 등의 양식의 차이는 평범한 외국인 여행자가 알아챌 정도는 아닙니다. 저도 잘 모릅니다. ^^;
중부와 북부 차이는 약간 느낄 수 있지만 치앙마이와 난의 차이는 이거다 할 정도로 느껴지지는 않아요.
아무튼 난에 왔으니 난 시내를 돌아봐야겠죠.
태국의 지방 소도시 들... 특히 북부 도시들의 구시가 볼거리는 사원 말고는 딱히 없어요. 시내 한바퀴 돌며 길도 보고 집도 보고 사람도 보고 길가에 핀 꽃도 보고 그러다가 유명하다는 사원도 가는 길에 있으면 구경하고 그러는거죠.
왓 푸민
https://goo.gl/maps/oweGAXQDra6ZLqdd7
난 시내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며 1600년대 말 타이르 양식으로 지어진 왓 푸민은 명성에 비해 규모는 무척 작습니다.
하지만 누가뭐래도 난의 대표 볼거리는 왓 푸민입니다. 왓 푸민 사원 내부의 벽화는 난하면 첫번째로 떠올리는 상징이지요. 십자모양의 작은 불당 안 사면에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벽화는 1800년대 말에 그려졌다고 하네요. 불당 안 벽화는 태국의 대부분의 사원에 그려져 있지만 왓 푸민의 벽화는 그 내용과 스타일이 독특합니다.
왓 푸민의 본당
왓 푸민 벽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을 형상화한 조각이 불당 앞에 놓여 있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이 그림을 그린 작가가 붙인 이름은 '뿌만 야만(버마 할아버지와 할머니)'인데 '끄라칫 락반르록(사랑의 속삭임)'이란 별칭으로 더 유명합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귀속말로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데 두 사람의 묘한 표정이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남자의 하반신은 허리부터 무릎까지 검은색 문신이 있습니다. 상반신에는 붉은 색으로 사람 모양의 문신이 여러개 있는데 문신의 수가 그 사람이 부리고 있는 노예의 수라고 합니다. 여자는 치마사이로 다리가 드러나 있네요. 경건한 불교 사원에 어울리지 않는 로맨틱한 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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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등장하는 여러 장면들
군중 속의 남녀가 맞담배를 태우는 모습.
남자가 관심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담뱃불을 청할 때 여자 역시 마음에 들면 그에 응한다고 합니다.
물레로 실을 잣고 있는 여자 뒤에서 남자가 포옹하는 장면
뒷편 창문에는 무슬림으로 보이는 여성이 아니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자 : 당신은 이전에 여자를 만난적이 있나요?
남자 : 없습니다. 당신의 부모님은 내가 당신의 집에 놀러 가는 것을 허락하실까요?
여자 : 아니요, 우리 부모님은 당신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내 마음속에 놀러 오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가슴을 드러낸 여성이 머리에 꽃장식을 달고 있습니다.
귀에 뚫은 구멍에 돌돌말린 금박이 꽂혀 있습니다. 높은 신분의 상징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여자
일상 생활 속의 장면들 말고 불교적인 이야기가 그려져 있기도 합니다.
지옥도
본당의 불상과 고승의 밀납인형
사원 한켠의 돔형태의 건물로 들어가면 지옥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이 있습니다.
너무 세밀하게 묘사하여 좀 끔찍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