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건 사고 대처 8가지 Tip
직업때문인지 몰라도 여행도 많이 다녔고 (45개국 이상 다닌 것 같습니다.), 타국에서 다년간 거주 (네팔 2년, 파라과이 2년) 하다 보니 사건 사고에 대해서 아무래도 민감하고, 그 때마다 스쳐 지나갔던 이런 저런 생각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일반적인 이야기라 별로 도움이 안될수도 있지만,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1. 상식적이지 않은 일은 과감하게 거부하세요.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낯선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있습니다. 한국인을 만나는 경우도 있고,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겠지요. 웃고, 인사하고, 정보 나누는 것 너무 좋고 권장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상식에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의심을 하거나 단호하게 "노"라고 하세요. 태사랑에도 자주 등장하는 중동 부부 사기단의 경우에도 처음 만나고, 만난지 얼마 되지않아 지갑에서 돈을 꺼내 보여달라고 하는 건 평범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화폐 전부를 꺼내서 보여달라고 하는 건 더욱 이상하지요. 한 두 장이면 되는데 말이죠. 물론 그 상황에서는 외국인이고, 여행자라는 생각에서 방심할 수 있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조금 의심스럽고,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가와서 지갑을 잊어버려서 돈이 없다, 조금만 빌려달라 이 경우도 통상적이지 않죠. 경험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한국업소나 대사관 등 이런 곳을 찾아가지 길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닙니다.
또한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이 갑자기 어디를 같이 가자거나, 이거 좋다고 꼭 해보라고 하면서 적극 추천한다면 그것도 통상적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여행을 다니다보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나 이 경우에도 신중하게 한 번 정도는 더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외국의 관광지역에서 호의를 베푸는 현지인은 무조건 의심하세요. 일반 주민들이야 충분히 호의를 베풀 수 있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서 현지인이 다가와 친절한 건 99.99% 목적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여간 기준이 애매하고, 모호하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그냥 "노"라고 하세요. 그 사람들 두 번 볼 사람들 아닙니다.
2. 여행자 보험은 꼭 드세요. (참고로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사람 아닙니다. ㅎㅎ)
대개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단기여행의 경우 1-2만원 정도면 여행자 보험 가입이 가능합니다. 장기 여행의 경우에는 더욱 꼭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보험회사마다 다르지만 1년의 경우 30-50만원 정도로 기간에 비해 비싼 편은 아닙니다. 여행자 보험의 경우 도난과 같은 경우에도 대처할 수있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건강문제죠.
욕을 먹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의료보험이 잘 되어 있는 나라 많지 않습니다. 특히 개도국의 경우 공공의료 시설이 낙후되어 믿고 이용하기 어렵고, 결국 대부분 민간병원에 가야합니다. 이 경우 의료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응급실을 이용하면 100-500불은 기본적으로 나갑니다. 추가 검사가 있을 경우에는 1000불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미국 여행하시는 분은 반드시 여행자 보험을 드세요. 미국은 의료비가 비싸 입원을 해야하는 경우 천만원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치료받고 난 뒤 영문 medical certification을 받아서 한국 보험회사에 제출하면 대개 치료비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대개는 무사히 여행하는 분이 많아서 돈이 아깝다 생각할 수 있어도, 만약의 경우에는 대비용으로 좋죠. 비싼 가격이면 저도 여행자 보험을 쉽게 권하지 못하지만, 오랜만에 가는 해외여행 1-2만원 정도는 충분히 지불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장기 여행의 경우 1년의 안전을 위해서 30-50만원 정도는 많은 액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 여행전에 해당국가 한국대사관 홈페이지를 꼭 확인하세요.
동남아의 경우에야 태사랑이라는 사이트가 있어서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를 사전에 얻을 수 있지만, 대중적인 여행지가 아닌 경우 최근 정보를 얻기 힘듭니다.
우리나라 외교부가 무능한거야 다 알지만 그래도 해당국가 대사관 홈페이지를 검색하며 최근의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사이트보다 쉽게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미리알고 가면 그래도 예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칠레 북부 아타카마에서 산티아고로 오는 야간버스를 탔는데 중간 휴게소에서 털이범이 마치 승객인것 처럼 타서 머리 위 선반에 있던 저의 배낭을 가지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다행히 돈은 다른 곳에 두어서 금전적인 손해는 없었지만, 문제는 저와 와이프의 여권이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는 겁니다. 다음 날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칠레대사관 방문해서 대처했지만 참 암울했던 기억이었습니다. 대사관 직원말로는 요즘 일주일에 서너 팀이 거기서 도난 당하고 대사관을 방문한다고 하더군요.
저희는 돌아가는 길이 아르헨티나 경유여서 여행증명서로는 안되고 결국 단수여권을 발급받았습니다. 그 사이에 또 여행자 한 팀이 연락이 오더군요. 저희랑 똑같이 당한 경우였습니다. 대사관 직원 이야기로 주칠레 대사관 홈페이지에 사례가 잘 정리되어 있으니 다음부터는 여행전에 꼭 들어와서 읽어보라고 하더군요. 만일 읽어봤다면 아마 전 배낭을 머리위 선반에 올리지 않고 발 밑에 두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랬다면 분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
아 그리고 참조로 여권분실 후 귀국시에 항공편이 경유일 경우에는 여행증명서로는 어렵습니다. 이 때는 단수여권이 필요하구요, 직항으로 귀국할 경우에는 여행증명서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여권사진은 꼭 여행시 한 두 장 들고다니세요. 잊어버릴 경우 그 사진 찍는 것도 현지에서는 일입니다.
4. 여권에 100불, 여분의 신용카드 한 장 챙기세요.
물론 여권까지 잊어버릴 수도 있지만,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체크하고, 신중하게 챙기는게 여권입니다. 여행갈 때 꼭 여권에 100불짜리 한 장 따로 넣어두세요. 만일 지갑을 잃어버릴 경우 요긴하게 사용됩니다.
그리고 여분의 신용카드 한장을 지갑 이외에 안전한 곳에 보관하세요. 지갑을 분실하거나, 급하게 큰 돈이 필요한 경우 이보다 유용한 수단은 없습니다. (요즘은 한국 신용카드의 경우 24시간 전화로 정지가 가능해서, 만일 잊어버려도 한국에서 재발급 받거나 분실해지하면 됩니다.)
5. 여권, 지갑, 신용카드를 절대 한 가방에 넣지 마세요.
제 경험상 오리지널 여권을 길거리에서 보자고 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습니다. 굳이 찾자면 2013년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주를 여행할 때, 카슈가르 지역에 폭탄테러가 있었고, 이 때 중국 공안이 버스정류장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여권을 검사하더군요. 실제로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습니다. 갑자기 경찰이라고 하면서 다가와 오리지널 여권을 보자고 하면 오히려 의심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개 여권사본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여권, 지갑, 신용카드를 한 곳에 넣지마세요. 잃어버릴 경우 말그대로 속수무책입니다. 지갑을 잊어버리고 여권이라도 있으면, 집에 전화해서 송금을 받는 방법으로 여행을 계속할 수 있고, 여권만 잊어버린 경우에는 영사관이나 대사관을 방문하면 여행증명서 (당일 가능), 단수여권 (1박 2일)을 발급받으면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습니다. 헌데 두 가지를 동시에 잊어버리면 처리하는데 2-3일은 날아가고 수습하다 지쳐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여권은 국경을 통과하고, 이동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숙소 세이프티 박스나, 없는 경우 숙소 안전한 곳에 보관하세요. 숙소에서 도난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들고다니는 것보다는 덜 위험합니다. 그리고 현금은 분할해서 지갑에 좀 넣고, 보조배낭에 좀 넣고 이런식으로 나누세요. 그리고 숙소에도 조금 두고 다니시구요. 한 곳에 넣고 다니다 잊어버리면 정말 난감해집니다.
6. 현금 및 여권 분실의 경우 한인업소나 대사관 (영사관)을 찾아가세요
아무리 조심해도 분실할 수 있습니다. 이럴경우 한인회나 한인상가를 찾아 가세요.(하지만 여권분실의 경우에 아시겠지만 대사관이나 영사관으로 반드시 먼저 가셔야 합니다. 다만 당황스러우시면 현지에서 도움을 좀 받으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제가 굳이 한인업소를 제일 먼저 언급하는 것은 이것이 가장 좋다는게 아니라 접근성이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대사관이나 영사관은 수도나 대도시에만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게 사실이죠.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외국에서 한국인이 젤 무섭다고 해도 그래도 결국 어려울 때는 말 통하는 한국인이 제일 편합니다. 지역에서 오래 장사하신 분들의 경우 이럴 경우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경우가 많고, 여권 분실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알려주시기도 합니다.
만일 한인회나 한인상가가 없으면 대사관 혹은 영사관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긴급송금서비스라고 해서 가족에게 돈을 받아서 주는 경우도 있고, 여행 후 갚는 조건으로 빌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마저도 없을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어렵더라도 현지 경찰서나 관공서를 찾아가세요. 100%는 아니어도 일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관광업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나름의 제도를 갖추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이마저도 힘들다면 지나가는 한인분들에게 도움을 받으세요. 한인업소 및 대사관, 영사관도 없는 지역이라면 한국인이 많이 여행을 가지 않는 지역이고, 이런 곳이라면 도움을 요청받는 한국인 여행객도 진지하게 도와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태국 방콕에서 지갑을 잊어버렸다고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돈을 빌리는 건 흔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한인업소와 대사관, 영사관이 있는데 굳이 길거리에서 돈을 빌리려고 하는 경우죠. 이렇게 대처하는 분들은 참 특이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셔도 될 듯 합니다.
7. 최악의 경우 도저히 회피할 방법이 없을 때는 모두 순순히 내주세요.
치안이 안좋거나 유사 사건이 많은 지역의 경우 도저히 빠져 나오기 힘들다 싶으면 다 내주고, 무사히 나오는게 최선입니다. 핸드폰, 카메라, 지갑의 현금 모두 합치는 100-200만원이 넘는 경우 많고, 아깝죠, 속쓰리고.. 하지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절대 없습니다.
특히 총기류가 허용되거나 범죄자들에 의해서 많이 사용되는 지역의 경우 (특히 아프리카 및 중남미 지역)에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어설프게 저항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으니 그냥 다 내주시고, 가능한 빨리 벗어나는게 최고입니다. 대개 그런 경우 여행자의 목숨을 노리는게 아니라 원하는 건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돈이나 물건입니다.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나올 경우 그냥 보내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8. 나는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도 여행을 오래하다 보니 결국은 당하더군요. 분실하기도 하고. 한 두 번은 괜찮습니다만 자주 여행을 다니다보면 결국은 한 번은 난처하고 급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러니 에이 나는 괜찮아, 나는 아무 일 없을 거야 하는 생각은 버리세요. 특히 여행경험이 많아질수록 방심하게 되고,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헌데 제 경험으로 보니 여행 많이 했다고 사고 안생기지 않더군요.
하여간 나라마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늘 조심하고, 주의하세요. 그것이 예방하는 최선의 길입니다. 일반적인 이야기라 도움이 크게 되지 않겠지만 수긍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참조하시고, 아무쪼록 안전 여행 하세요. 여행하다 사고 생기면 시간, 돈 다 잃고 두 번 다시 기억하기 싫은 공포만 남습니다.
그럼 다들 해피여행하시길....
* 일부 내용 수정 및 추가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