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분위기로 더욱 농염해진 푸켓타운 저녁풍경
푸켓타운의 여러 길이 다 특성이 있긴 한데, 그중에서 하이라이트인 딱 한곳만 짚어보라면 아무래도 ‘탈랑 거리’가 될 거 같아요. ‘쏘이 롬마니’라는 작은 골목이 여기에 있는데 이 롬마니 골목 안에는 레트로한 느낌의 가옥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실제 생눈으로 보는 것보다 사진으로 보는 게 더 예뻐서 그런가... 이 근처에는 카메라 든 사람들이 늘 서성거립니다. 저 같은 카메라 고자인 캐릭터도 여기서는 대강 구도를 잡아도 사진을 예쁘게 찍을 수도 있을 거 같군요.
하여튼 이 길의 상징적인 특성이 있어서 그런가 푸껫타운에서 열리는 일요 나이트 마켓도 이 길거리 위에서 열리구요. 저희는 아직 못봤는데 이런식으로 열린다고 하네요.
랏야이 시장 http://mumuka.me/en/thalang-road/
탈랑 거리의 연장인 끄라비 거리를 가다가 라넝 거리로 연결 되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재래시장(딸랏쏫)이 나옵니다. 왁자지껄 소란스럽고 생동감 있는 시장 특유의 활기를 맛 볼 수 있지죠. 그 시장 맞은 편에 각 해변으로 가는 썽태우 시발점까지 있으니 더더욱 그렇기도 하고요. 라농 도로 위에는 뭔가 분주하고 떠들썩한 생활의 활기... 그런게 깊게 배어 있습니다. 여기 시장은 과일도 꽤나 저렴하므로 해변으로 떠나기 전에 쟁여갖고 가면 좋아요.
탈랑 거리 바로 남쪽 팡아 길에는 영화 비치에 나와서 유명해진 그 오래된 숙소 온온호텔(언언호텔)이 있어요. 예전에는 정말 허름한 외양이었는데 멋들어진 외관으로 새로 지어올린지 몇 년 되었어요. 부띠끄 호텔로 변신하면서 방 가격도 상당히 올라갔더군요.
그리고 분수대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야왈랏 길을 타고 북쪽 방향으로 쭈욱 올라가면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작은 규모의 술집과 클럽이 다수 포진해 있네요. 분위기가 상당히 로컬스러워요, 손님들 나이대도 꽤나 어리구요. 그냥 건전한? 분위기인데 뭔가 좀 이 길에 걸 맞는 분위기가 있다고 해야하나... 그런 술집들이요. 태국 젊은이들이 와서 음악 듣고 술 마시고 뭐 그런 모양새입지요. 외국인구역의 술집이랑은 손님이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타운 곳곳 여기 저기에 자리잡은 고택도 꽤 되는데 이건 예전에 올린 글들 참고해 주세요.
계절에 따라서 좀 다를 수는 있는데 2월의 한낮은 관광이고 뭐시고 간에 그 볕 받고 돌아다니다간 병 걸릴 거 같아서 이번엔 밤에만 잠깐 돌아봤네요.(실제로 볕 뜨거운 한낮엔 사람이 길에 잘 안다니고 늦은 오후부터 저녘때가 분위기도 좋아요.) 그래서 타운의 정취를 느끼려면 적어도 1박은 해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지 싶어요.
그리고 타운에 있는 식당은 관광지 물가가 아니라 이곳 주민들 대상의 물가인지라 몇몇 고급업소 빼고는 가격대가 합당한 수준입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밥 먹는 자리는 좀 서민적이고 편안한 걸 좋아합니다. 먹는 행위 자체가 좀 원초적인 거라 편안한 공간이랑 어울린다고 생각을 해서 격식 있고 이런데 가면 숨 막혀요. 고급호텔 부속 식당에 가보면 음식의 질은 훌륭하지만 왠지 불편감이 느껴진달까...
저는 되도록이면 음식 자체와 어느 정도의 청결, 그리고 종업원의 응대에 관심이 가고, 분위기는 그닥 따지지 않지만, 돈 좀 쓰더라도 전반적인 분위기를 다 아우르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비싸고 격식 있는 곳에서 뜻 깊은 체험이 될 수도 있겠어요.
뭐 어쨌든 푸껫타운에는 허름하고 그다지 쾌적하진 않지만, 영업을 오래해온 노포들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작은 기쁨이 되겠고요. 아... 하긴 태국음식이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오래된 가게나, 근래에 영업을 시작한 가게나 초보여행자에게는 감흥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제가 푸껫타운에서 가봤던 식당은 먹는 이야기 게시판에서 제목 푸껫타운으로 하면 제가 예전에 끄적거린게 나오는데 이번에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어요.
하여튼 다시 탈랑 로드로 돌아와서... 이번에 와서 보니 가옥마다 색깔 조명을 입혀놨더군요. 이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작위적이고 촌스럽긴한데 원래 레트로가 좀 촌스러워야 제맛이죠.
어쨌든 이 조명 덕분에 야간에 보는 이 길의 정취에 뭔가 촌스럽지만 농염미가 살짝 날립니다.
그리고 분수대에서 시작되는 길 중의 하나인 랏싸다 길에 있는 농민은행이 건물을 개비했던데 꽤나 위용 있는 하얀색 건물로 치장을 했더군요. 이게 낮에 보면 그냥 뭐 오~ 그정도인데 밤에 보니까 와우~ 싶었어요. 약간 콜로니얼 컨셉으로 지은거 같기도 하고요... 아마 이 푸껫타운의 정체성에 맞게 건축분위기를 잡은거겠죠.
아~ 그리고 푸껫타운에 새로운 볼거리도 하나 들어섰는데, 옛날 펄 극장 자리에 트릭아이 뮤지엄이 오픈했더군요. 우리나라 제주도에 있는 건 봤는데 푸껫타운에도 이러한 시설이 생겨서 괜시리 반가웠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건물 외벽에 그려진 보라색 ATM 정말 진짜 같아서 정말 은행기계인줄 알고 다가오는 사람도 있을거에요. 저도 첨에 보고 긴가민가 하면서 한참을 보고 있었어요. ^^
주중이라면 일정에서 타운을 빼버려도 되겠지만 일요일이면 그 고풍스런 거리에 시장도 열리고 하니까요... 확률적으로 칠분의 일이 맞아떨어진다면 기회가 좋으니 이 유서 깊은 타운에서 묵어보는 것도 뭔가 기억에 남는 감흥이 될 거 같습니다.
사실 이 길에는 예쁜 찻집들도 굉장히 많아요. 저는 커피-차 문화 랑은 안 친해서 실제로 저런 업소에 는 거의 들어가질 않지만 카페 문화 좋아하는 분이라면 탈랑거리의 찻집들이 꽤나 마음에 들 거에요. 푸껫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 문화 + 유럽 포르투갈에서 살짝 배어나온 콜로니얼 문화 이런 게 마블링처럼 섞여 돌아가는 냄새가 나요. 저는 외부에서 카페 안쪽을 바라다보았는데 분위기 쫴 좋아 보이더군요.
푸껫타운의 구시가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