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피피 하이킹1] 뷰포인트에서 섬 남동쪽 로무디 해변까지
사실 태국의 뜨겁고 강렬한 햇살아래에서 하이킹을 한다는건 그다지 쉽지않은 일이긴 합니다. 준비없이 무작정 길바닥에 나갔다가는 정말 고생고생 엄청난 개고생이 될 수도 있거든요. 힐링하러 여행와서 헬타이를 맛 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이런 섬에서는 왠지 바닷물이나 해변에만 올인해야 될 거 같아서 이런류의 하이킹이 좀 넌센스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제 경우에는 오히려 걷기에는 이런 한가한 섬 안의 오솔길이 좋더군요. 우리나라 섬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는거처럼요.
하여튼 우리는 태국의 섬에서 이렇게 오솔길 걷는 것을 좋아하고, 개인적으로 완급을 조절할 수도 있고 또 따로 교통비를 들이지않고도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해변가를 볼 수 있어서 나름 좋아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산뜻하게 하이킹을 마무리하려면 그나마 볕이 강렬한 때를 비켜나서 하는게 좋을거에요. ^^
일단 피피 뷰포인트를 향해갑니다. 각자 출발하는 지점에 따라 방향을 잡기가 제각각일텐데요, 우리는 피피타운안의 시장길 근처에서 출발했습니다.
피피의 대부분의 숙소에는 지도가 비치되어있으니 그걸 방향계 삼아 걸어오다보면 Phi Phi Casita라는 꽤 대규모의 숙소에 이르게 되는데요, 피피 카시타를 맞닥뜨렸을때 길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지는데 오른쪽길로 가시면 됩니다. 이 지점이 뷰포인트로 향하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하여튼 쏙 들어온 이 뷰포인트 가는 길 안에도 숙소가 많이 포진되어있고, 예전에는 비포장 흙길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말끔하게 보도블럭이 깔려있네요.
이 길을 좀 걷다보면 그러니까 한... 200미터 정도? 진행방향 왼쪽에 자그마하게 뷰포인트 가는 방향이라고 이정표가 걸려있는데 그곳을 올려다보면 아이구아~ 계단이 다소 급한 경사로 쭈욱 이어져있는게 보입니다. 이걸 자박자박 올라가야죠. ^^
저같은 나이많고 저급체력의 소유자도 숨을 좀 쌕쌕 몰아쉬긴 했지만 큰 어려움없이 올라갈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에요. 더 놀라운건 중국인 아가씨들은 샬랄라 쉬폰 드레스에 굽높은 슬리퍼를 신고도 잘 올라오더군요. 중국 아가씨들 현지 적응력 만세!!
일단 계단길 정상 부근에 거의 다다르면 매표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없었는데 근래 생겼나봐요. 1인당 30밧이요. 매표소 부근에 있는 뷰포인트는 중간계 급이고요, 여기서 이정표를 따라 좀더 높은방향으로 시멘트 길을 따라 전진하다보면 진정한 뷰포인트가 나옵니다. 걸어가는 길에 저는 땀 좀 꽤나 흘렸어요. 덥고 힘들고... 운동부족이어서 그런가봐요.
피피 카시타 앞에서 뷰포인트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길로 쭉 가면
이런 골목 중간에 다시 이정표가 나온다
급경사 계단
여기서 보이는 뷰는 정말이지 꽤나 멋들어져서 피피를 다녀온 여행자들의 후기나 사진에는 아마 빠짐없이 등장 할거에요. 얼마전에 태사랑 대문사진도 요왕이 이걸로 바꾸었군요.
매점이 하나 있던데 냉장고에 붙은 음료수 가격을 보니 이런 높은곳에서 파는거치고는 저렴했습니다. 캔음료가 30밧정도로 시작했던 걸로 기억이 나니까요, 매점의 벤치에 앉아서 시원한 음료수 들이키면서 이 전경을 눈안에 한가득 안는 것도 아주 청량감 있고 좋을거에요.
우리는 가져간 물이 있어서 직접 사먹지는 않았지만요.
여기까지 올라온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금방은 못 내려 가겠더라구요.
많은 여행자들도 그런 맘인지 금방 사라지지는 않고 저 아래 해안선을 배경으로 셀카찍고 다른 사람도 찍어주고 하느라고 시간을 좀 보냅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이 지점에서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되내려가 타운쪽으로 하산을 할텐데요, 우리는 방향을 틀어서 롱비치 쪽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그냥 무작정 가기에는 좀 그렇고 구글맵의 위성지도를 간간히 들여다보면서 방향을 잡으면서 가야되니까 어느정도 준비가 필요합니다요. 피피섬이 육지에서 많이 떨어진 섬이긴하지만 워낙 여행자가 많아서 그런지 기지국을 많이 세워뒀어요. 그래서 트루무브 사의 인터넷이 아주 잘 잡히더군요. 그리고 가는길이 땡볕이니까 자외선 차단제와 모자, 여분의 음료수도 잊지 마세용. 안그러면 좀 많이 힘들거에용.
뷰포인트정상에 보면 란티 해변이라는 쪽으로 화살표가 붙어있는데 일단은 그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아니 이런~ 그런데 그 방향으로 가다보니 이쪽에도 매표소가 있네요. 양방향 매표소라니... 이 쪽으로도 뷰포인트에 접근하는 여행자들도 있나봐요. 아무래도 롱비치 쪽에서 오겠네요.
계단을 내려면 곧 여러갈래의 비포장 산길이 나오는데, 걸어나온 길 기준으로 오른쪽(남쪽) 방향에 나있는 길로 갑니다. 그리고 나서는 계속 계속 걷는거에요.
뷰포인트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른쪽 계단과 매표소가 또 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오거리가 나오는데 남쪽(오른쪽) 길로 가자
양옆으로는 인가가 거의 없고 수풀만 무성합니다. 볕이 쨍쨍한 밝은 날이지만 이런길을 혼자 또는 여성들로만 걷는건 별로 권할만한 일이 아니에요.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매우 적었는데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도 홀로는 없고 대부분 서양인 커플들이더군요. 서양인들은 덩치도 좋지요.
- 우리 이렇게 걸어가다가 산속에서 강도라도 만나면 어떻하지?
= 강도 만나서 이런 외진곳에 유기되면 발견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 아예 발견이 안될수도 있어...
산책의 분위기를 고양시켜주는 저런류의 쓸모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참(뷰포인트 출발 25~30분) 걷다보면 시멘트 포장 도로가 나오고 양방향 갈림길 앞에 서게 되는데요, 이때 왼쪽 길로 방향을 틉니다.
이 길을 따로 조금만 올라가면 곧 이어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민가들이 주루룩 서있는걸 보게 되는데요, 요왕의 설명에 의하자면....
- 2004년 쓰나미가 발생한 후 정부주도하에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진 이 구역에다가 거주지를 마련하는 구역공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일의 진척이 빠르지는 않아서 저번(2010년)에 왔을때는 마을의 모습이 좀 덜 여물은거 같고 주민들도 없는거 같았는데 이번에 와서 보니 빨래도 잔뜩 널려있고 사람들이 다수 살면서 마을의 활기를 찾아가는가봐요. 그런데 아무래도 좀 고립되어있다는 느낌은 떨칠수가 없는 구역이구만요.
산속 마을을 지나면 드디어 앞에 반짝반짝이는 수면이 보여요~
얏호~ 드디어 벌써 바다가 나온거야?
아닙니다. 바다가 아니라 저수지 수면입니다. 이 작은 섬이 이 수많은 사람들이 쓸 물이 어디서 나오겠나요. 다 빗물 받아서 씁니다. 이 산꼭대기에 방수천을 깔고 저수지를 만들어 놨네요.
저수지에서는 오른쪽 길로 가세요. 그럼 이제 거의 해안선에 다 와 갑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어서 전진~~~
처음 하이킹을 시작할때 우리의 목적지는 롱비치였는데요 롱비치를 향해 걷다보니 왼쪽방향으로 이정표에 로무디 해변이라고 된 화살표도 보이더라구요. 로 무 디 ? Loh Moo Dee ?
가볼까 말까 망설이면서 그 방향 언저리에서 똥마려운 강아지들마냥 들썩들썩하고 있는데 마침 그 해변쪽에서 나온 어느 여행자 커플이 우리를 발견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베리 나이스 플레이스~" 이므로 꼭 가보라고요...
방금 빠져나온 사람이 이렇게 말해준다면 당연히 가봐야죠. 예정에는 없던 로무디 해변으로 고고~~하게됩니다.
산길을 계속가다보면 시멘트 포장길이 나온다
자세히보면 오른쪽으로 화살표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