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에서 메쌀롱 가기(2부)
1부를 먼저 읽고 이 글을 읽어야 이해가 빠르답니다... ^^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myinfo&wr_id=43601
사방이 완전히 깜깜해져서 여기가 태국인지 한국인지
태국의 방콕인지 치앙마이인지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인지
전혀 분간이 안 될 무렵... 버스가 어느 공터에 스르르 정차하더니
운전사가 나를 보면서 씨익 웃는다...(뭐지?)
버스 안을 둘러보니 그때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나와 운전사와 안내군,
그리고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웬 여학생 뿐이다...
중학생이 쪼르르 버스에서 내리고나자 안내군이 내게 다가오더니 "타똔!"이라고 한다...
아,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구나... 내가 배낭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버스에서 내리려고 하자
운전사가 다시 씨익 웃으면서 악수를 청한다...(뭐지? 2)
밖으로 나오니 이런 된장...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단숨에 흠뻑 젖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내 그칠 기세도 아니다...
깜깜한 밤중에 낯선 곳에 홀로 도착헤서 비까지 맞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ㅠㅠ
공터 주변은 인적도 드물고 썰렁한데다 불빛 한점 없어서 뭐가 뭔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얼굴을 적시는 빗방울을 손으로 한번 쓰윽 훑고는 사방을 들러보았다...
길 건너 저만치에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 얼른 달려가보니 겟하우스 안내판이다...
오! 살았구나... ^^
(다음날 아침에 찍은 간밤의 구세주와도 같았던 간판...)
그 간판이 있는 골목으로 따라서 들어가니 겟하우스가 하나 나온다...
그런데 상호가 골목 입구의 간판과는 달랐다...
안으로 들어가자 리셉션 소파에 남정네 여럿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를 맞이한다...
빈방 있냐고 물으니까 있다고 하면서 리셉션에서 가까운 방을 보여준다...
방은 괜찮지만 리셉션과 너무 가까워서 남정네들 떠드는 소리가 부담스러웠고
요금도 내가 예상했던 금액보다 200밧이나 비싸다...
100밧만 깎아달라고 했더니 안 된단다... 미련 없이 나왔다...
아까의 간판으로 짐작컨데 이 겟하우스 말고도 다른 겟하우스가 이 골목 안에 있을 것이므로...
(내가 방문했던 첫번째 겟하우스...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다시 비를 맞으면서 50미터쯤 더 걸어가자
오른편에 꽤 넓은 부지 위에 방갈로 형태로 지어진 겟하우스가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리셉션에 여인네 여러 명이 앉아 있다가 나를 맞이한다...(뭐지? 3)
1박 요금을 물어보자 내가 예상했던 딱 그 액수이다...
방을 보여달라고 하자 비가 오므로 사진을 대신 보라고 하는데, 나쁘지 않다...
어차피 시간도 많이 늦었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날 것이므로 더 이상의 방황은 무의미하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결정하고 돈을 치르고 방키를 받아든다...
내 방,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내 방갈로까지 가기 위해 우산을 빌려달라고 하자
흔쾌하게 아주 커다란 우산을 빌려준다...
(이 겟하우스가 골목 입구에서 나를 인도했던 간판의 임자인 사과리조트이다...)
(사과리조트는 이렇게 단독 방갈로 형태로 이루어진 숙소이다...)
(제일 저렴한 방갈로가 1박에 300밧인데, 나름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 선풍기, 핫샤워, 물 2병 포함이다...)
(사과리조트가 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렇게 넓은 정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늦게 도착하고 일찍 출발하느라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지만,
다음번에는 꼭 일찍 와서 이곳을 충분히 즐겨보고 싶다...)
방에 배낭을 내려놓고 우산을 쓰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하루종일 덮밥 한 그릇밖에 구경하지 못한 내 뱃속은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비는 여전히 거셌고 사방은 여전히 컴컴했다...
아까 버스를 타고 오다가 다리 건너편에 편의점이 있던 게 기억 나서 그쪽으로 갔다...
평소 즐겨먹던 소시지 몇 개를 고르고 냉장고 안을 보니 오! 하이네켄이 무지 싸다...
웬일이지? 신기한 마음에 몇 병 고르고보니 창이다... ㅠㅠ
병 디자인이 달라지고 색깔도 달라져서 하이네켄과 너무나 흡사하다...
숙소로 돌아와서 소시지랑 창 야이 두 병을 단숨에 흡입하자 졸음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이렇게 생긴 커다란 다리가 타똔 시내 한복판에 놓여 있다...
타똔은 시내라고 부를 것도 없는 작은 마을인데,
강변을 따라서 분위기 좋은 숙소와 레스토랑이 몇 있다...
타똔에 관한 정보는 따로 간단하게 올릴 예정이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날이 청명하다... 이즈음 북부지방을 여행하다보니
낮에는 맑다가 저녁 무렵 두어 시간 비가 쏟아지는 날씨가 되풀이 되고 있었다...
타똔에서 메쌀롱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므로,
그러므로 메쌀롱에 가기 위해서 너무 일찍부터 서두를 필요가 없으므로,
어제 너무 늦게 도착하느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타똔 시내를 구경하기로 한다...
(타똔에서 인근 마을까지의 이정표... 메쌀롱을 이곳 사람들은 다들 도이 메쌀롱이라고 부른다...
거리는 43킬로미터이지만, 대부분의 구간이 오르막에 구불구불한 길이라서
속력을 제대로 못내는 탓에 썽태우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먼저 메쌀롱행 썽태우 정류장으로 가본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정류장이 있다...
공터에 노란색 썽태우들이 여럿 서 있는데, 이중에는 메쌀롱 가는 것도 있고 팡 가는 것도 있고 그랬다...
(이렇게 썽태우의 마빡이나 몸체에 행선지를 태국어와 영어로 함께 표기해 놓았다...^^)
(공터 한쪽편에 칠판이 있는데, 그곳에 메쌀롱 행 썽태우 시간표가 적혀 있었다...
분필로 써놓았으므로 언제든 마음대로 고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하겠다... ㅠㅠ)
썽태우 정류장과 시간표까지 확인했으므로 이제 본격적으로 타똔을 둘러볼 차례이다...
어딘가에서 주어들은 정보에 의하면 타똔에서는 절, 왓 타똔이 최고의 볼거리라고 했다...
오던 길을 되짚어서 다리를 건너 조금 걸어가자 오른쪽에 왓 타똔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였다...
(친절하게도 담벼락에 큼지막하게 표시를 해놓았다... ^^)
왓 타똔은 대웅전이 있는 전반부(?)와 커다란 탑이 있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는 약 10분 정도의 등산만 하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후반부의 탑은 약 30분 이상 등산을 해야 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전반부의 대웅전에서 후반부의 탑으로 가는 길목에
8개 정도의 불교 유적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왓 타똔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후반부까지 가는 게 좋다...
후반부까지 다 구경하려면 적어도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썽태우 시간표를 염두에 두고 시간 안배를 해야 한다...
그리고, 후반부를 구경하고 나면 온몸이 땀범벅이 되므로 샤워는 필수이다... ^^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눈꼽만 떼고 왓 타똔을 구경한 다음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고 썽태우를 타러 갔다...
(왓 타똔 전반부에 있는 탑... 태국 여느 절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탑이다...)
(왓 타똔 전반부에서 바라본 타똔 풍경... 우기라서 강물이 흙색이다... 어쩌면 건기에도 저 색일지도?
다리 오른쪽이 팡으로 가는 방향이고 왼쪽이 메쌀롱으로 가는 방향이다...
내가 묵었던 숙소는 다리 건너편 오른쪽이다... 강변이라서 분위기가 꽤 좋았다...)
(왓 타똔 후반부, 그러니까 산 정상에 있는 탑... 꽤 웅장하고 화려한 규모이다...
타똔까지 왔으면 반드시 이곳까지 올라와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왓 타똔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드넓은 평원과 그 평원을 핏줄처럼 가로지르는 강...
그리고 저 멀리 세상의 끝을 가로막고 선 구름과 고산들... 마치 샹그릴라로 가는 길 같지 않은가...
이 풍경을 보기 위해서라도 타똔에 가야 하고, 왓 타똔의 정상에 올라야 하리라...)
짧은 타똔 구경을 마치고 속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나는 다시 한번 타똔에 올것을 다짐했다...
그때는 일찍 도착해서 타똔의 평화스럽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
(사과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강변 레스토랑에서 먹은 카우똠 한 그릇... 가격은 50밧...
강변과 함께 하는 식사라서 분위기는 5000밧짜리가 부럽지 않았다... ^^)
산 정산까지 오르느라 땀으로 젖은 몸을 깨끗하게 씻고 숙소 식당에서 끓인 밥 한 그릇으로 빈속을 달랜다...
성수기 때는 아마 이 숙소와 식당이 현지인 관광객으로 꽤나 붐빌 것 같다...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나쁘지 않고...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다면 나라도 자주 오고 싶을 정도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보니 어느새 10시이다... 10시 30분 출발 썽태우를 타려면 슬슬 움직여야 한다...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역시나 리셉션을 지키고 있던 서너 명의 여인네들이 앞다투어 질문을 던진다...
음... 어제 내가 좀 일찍 도착했으면... 그리고 비만 안 왔으면 이 여인네들과 정담을 나누는 건데... ㅠㅠ
부디 다음번에 다시 방문할 때까지 잊지 말라고 인상적인 대화 몇 마디만 남기고 빠이빠이 한다... ^^
썽태우 정류장에 도착하니 10시 30분 출발 메쌀롱 행 썽태우는 이미 만원이다...
99%가 현지인이고 외지인은 딸랑 나 혼자다... 메쌀롱까지의 요금은 60밧...
잠시 평지를 달리는가 싶더니 썽태우는 이내 오르막 길을 힘겹게 달리기 시작한다...
오르막 길과 함께 꼬부랑 길이 계속 이어진다... 점점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의 감촉도 달라진다...
귓속이 막혔다가 뻥 뚫리는 것으로 보아 꽤 높이 올라온 것 같다.. 머리 위에 있던 구름이 어느새 발 아래 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 구름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광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비롭다...
메쌀롱이 점점 가까워지자 대부분의 승객이 내리고 젊은 고산족 커플과 나만 남았다...
고산족 커플은 나는 안중에도 없는지 둘이 히히덕거리면서 데이트에 열중이다...
용과를 맨손으로 까서 서로의 입에 넣어주기도 하고... 참 아름답고 부러운 광경이다... ^^;;;
이윽고 메쌀롱에 도착했다... 타똔을 출발한지 1시간 30분만이었다...
메쌀롱에 대한 첫인상은 말레샤의 카메론하이랜드와 많이 닮았다는 것이었다...
2박 3일 동안 메쌀롱에 머물면서 그 첫인상은 더욱 분명해졌다...
빠이를 출발하여 이곳 메쌀롱까지 오는 여정을 되짚어보니
하룻만에 단숨에 오지 않고 1박 2일 동안 쉬엄쉬엄 온 것은 무척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토바이나 승용차를 빌리지 않고
현지인들의 이동수단만을 이용한 것도 꽤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면서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곳으로의 이동과정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여정이었다...
(1부는 경어체를 쓰다보니 너무 늘어지는 것 같아서 2부는 평어체를 썼네요...
그래도 이렇게 길어지다니...ㅠㅠ 결국 타똔 소개와 숙소 소개는 따로 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