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로서 치앙마이에서 둥지틀고 싶은 구역은 어디?
치앙마이에서 중장기로 체류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여러가지 방향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치도 훨씬 광범위해지고 숙소의 형태도 스튜디오식 원룸/원베드룸 스윗룸/또는 무반 등으로요.
저희같은 경우는 거의 9년전 즈음에 치앙마이에서 잠깐 지낼때는 깟쑤언깨우 옆의 훼이깨우 레지던스의 한 칸짜리 원룸에 한 달가량 지냈었고, 몇 년 전에 또 잠깐 지낸시기에는 창프악 구역의 푸리피만 레지던스의 침실+거실 구조의 좀 넓은 곳에서 지냈었습니다. 라차팟대학교 근처에 있는 푸리피만에 묵으면서는 사실 후회를 많이 했었어요.
지내면서 뭔가 격리된듯한 느낌이 늘상 들었었는데 사실 위치는 대학교 근처인지라 유동인구는 꽤나 많아서 늘 북적이는 느낌이 듭니다만, 초록은 동색이라고 여행자는 아무래도 여행자들 구역이 좀 편하더라구요. 젊다못해 어린 태국대학생들이 암만 바글거려봤자 우리와는 접점이 없으니 그냥 군중속의 고독이랄까... 너무 현지인 구역에 가면 여행자로서는 오히려 더 소외감이 진하게 느껴지더군요. 제가 사교성이 없어서 그런지도 몰라요.
다른분들이라면 젊은 대학생들 사귀어서 막 교류를 했을지도 모르죠. -_-;;
라차팟대학에는 한국어과도 있으니 더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치앙마이에 살고 계신 교민들의 경우 항동지역의(구시가에서 공항 지나 서남쪽으로 한참 가야 되는 구역) 번듯한 무반이나, 싼띠탐 구역의 신축원룸에도 좀 계신다고 합니다. 훼이깨우 거리에 있는 힐사이드콘도도 한국인 장기 체류인에게 인기가 있다고 하던데 정확히는 모르고 그냥 풍문으로만 줏어들은거라 좀 다를수도 있습니다만... 잘 아시는분 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여튼 사설이 길었는데 이러한 긴호흡의 여행자 말고 그냥 며칠 내지는 일주일 정도의 여행의 즐기는 일반적인 여행자라면 치앙마이의 어느 구역이 가장 성향에 맞으신가요?
치앙마이가 나날이 번창해지면서 각각의 구역이 개성을 달리하며 좀더 선명하게 나뉜다고 봐야할까.... 타패문앞, 문므앙거리, 님만해민, 나이트바자, 창푸악, 해자안쪽, 싼띠탐, 치앙마이대학정문/후문 등등으로요.
이중 여행자로서 저희가 둥지틀기에 제일 좋아하는 곳은 문므앙거리쪽입니다. 사실 이구역은 예전부터 백패커들의 사랑을 받는 오래되고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들이 촘촘하게 운영되는 곳이어서 원래 여행자들이 옹기종기 많았었지요. 지금은 치앙마이도 물가가 많이 오르고 숙소 리노베이션도 하고해서 예전 같은 2000년대 초반의 정취는 많이 희미해졌습니다만...
걷는게 다소 힘들긴하지만 이 구역에 묵으면 도보로 커버할수 있는 구역도 많아요. 나이트바자, 와로롯시장, 왓프라씽까지 다 걸어서 갈만합니다. 좀더 무리해본다면 깟수언깨우까지도 도보가능합니다.
하지만 태국이 인도가 잘 확보 되어있지 않고 걷는 길이 그다지 편치 않은데다가 길 건널때도 스트레스가 만빵이어서 사실 권할만하진 않네요. 인도가 없어서 바로옆에서 질주하는 차량이랑 같이 걸어야되는 구역도 있다니까요. 나참...
문므앙거리가 타패문을 중심으로 남/북 이렇게 나뉘는데 저희 성향에 남쪽은 또 별로에요. 왠지 잘 안가게 되는군요. 쏨펫시장이 있고 중저가게스트하우스로 빽빽한 랏차담넌 쏘이1과 5가 있는 문므앙 북쪽구역이 제일 편하게 느껴집니다.
이 구역은 학교와 사원, 로컬시장이 위치해 있어서 여행자와 로컬의 안배가 적당하다고 해야하나 뭐 그런느낌이에요. 문무앙거리에서 해자 안쪽으로 좀 더 걸어들어가서 위치해있는 윱파랏 중고등학교 앞은 아무래도 학교 구역인지라 저렴한 식당들이 몇몇 포진해있고요, 우리가 좋아하는 삼왕상 근처의 왓 인타킷(검은사원) 옆 길에 줄줄이 서있는 국수집, 닭밥집, 카우써이집은 가격대도 편안하고 히스토리도 있는 곳입니다.
해자 안쪽 구역의 문므앙거리에는 식당, 빨래방, 오토바이렌트점 등등 여행자를 오랫동안 상대해왔던 업소들이 있어 의사소통도 원활한편이고 뭐 그래요.
쏨펫시장 안쪽 골목
랏팍키나이 남쪽 거리
전 이상하게 러이크로 거리와 나이트바자구역은 정이 안가고요.
왜 그럴까 그냥 곰곰히 생각해보면... 러이크로거리의 몇몇 바가 풍기는 어둑한 정취가 좀 체질에 맞질않고 나이트바자는 오로지 외국인여행자들을 겨냥한 떠들썩함이 공기중에 배여있는거 같아서 그런거 같습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는곳이지요.
요즘은 거의 안가지만 예전에는 깔래나이트바자에서 공연보면서 식사하는것도 좋아했었고요, 이런곳에서 사진 찍는것도 초행여행자에게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아누산 야시장에서는 트랜스젠더 캬바레쑈도 열리고 있는바, 저희는 직접 쑈를 관람해보진 않았고 그냥 트랜스젠더 무희들이 나와서 호객할때 잠깐 먼발치에서 보긴했습니다. 우리한테야 나이트바자구역이 좀 감흥이 없을 순 있지만 치앙마이가 생경한 여행자라면 볼게 많은 동네이지요.
그리고 팬시한 상점들과 나름 감각적인 분위기로 어필하는 님만해민은 전혀 우리취향이 아니에요. 무거워보이는 대포카메라를 들고 사진찍기 좋아하는 젊은아시아인(역시 중국이 대세)들과, 태국현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곳이고, 유명식당들도 자리를 잡은지 꽤 되어서 여러모로 성황인곳인데도 불구하고, 반짝반짝 광을 내며 들어앉은 수많은 가게들을 보면 왠지 이 구역에는 오래된 히스토리가 없고 트랜디함만이 과한 느낌이 들어서 좀 그래요.
뭔가 오래된 시간 위에서 한겹한겹 둥지를 틀고 있는게 아니라 급조된 예쁜 펜션촌 같다고 해야하나.... 우리나라 경기도의 프로방스나 쁘띠프랑스같은 곳에서 느끼는 감성과 비슷하다고 할수도요.
그런데 이건 그저 우리의 성향에 바탕을 둔 취향일뿐입니다.
님만해민 특유의 정돈된 분위기와 밤을 신나게 보낼수있는 나이트라이프용 클럽과 펍, 여기에 한인식당을 비롯해 식도락을 충족시키는 수많은 가게와 비교적 깔끔한 숙소들등등 장점이야 많죠. 게다가 얼마전에는 님만해민 바로 초입에 마야라는 쇼핑몰도 오픈을 하고 마야에서 치앙마이대학쪽으로 좀만 가면 하버라는 쇼핑가도 있고요.
단 제 성향이 샬랄라레이스 치렁거리는 분위기, 과도한 멋을 낸 까페문화 이런것과는 거리가 안드로메다마냥 먼지라(오히려 남자인 요왕이 저보다는 좀더 나은정도...) 그런것일뿐이라 생각이 됩니다.
예쁜 가게들이 많다
린캄 사거리의 싱크파크think park
여행지선호도는 각자의 연령이나 취향 그리고 관심있는 액티비티의 종류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니까요. 이 구역을 좋아하는 여행자 특히 여자분들중에서는 많을거 같습니다. 저야 뭐 샐러드보다는 쏨땀, 커피보다는 길바닥 두유를 좋아해서 이모양 이꼴인겁니다.
제 개인적인 성향은 중요한게 아니고, 치앙마이를 방문하는 다른여행자들은 어떤구역을 선호하는지가 궁금해서 소심스레 여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