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과 후아힌 사이 - 여행자들이 아무도 찾지 않는 도시 펫부리
아무도 찾지않는다는건 꽤 과장된 말이긴하지만, 태사랑에서 펫부리를 검색해보니 요술왕자가 작년에 작성한 여행정보와 그 외 몇몇 분들이 올리신 숙소정보 그리고 여행사진 게시판의 사진등등 몇 개 만이 검색되어지는군요.
펫부리는 방콕과 후아힌의 중간에 위치한 도시인데 딱 중간은 아니고 후아힌 쪽에 좀더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곳은 방문하기에 좀 계륵같은 곳이에요.
왕실별궁과 큰 동굴사원이 있긴 한데 방콕에 머무른 여행자라면 이미 왕궁과 위만멕 궁전은 다 봤을터... 그러니 방콕에서 2시간정도 떨어진 이 도시의 별궁이 큰 의미가 있게 다가오지 않을테고요, 아예 짐을 내려놓고 편하게 숙박을 하기에는 뭔가 여행인프라가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대중교통으로 후아힌이나 남부로 가는 여정 중에 내렸다 둘러보고 다시 차에 오르기에는 뭔가 상당히 귀찮고요.
사실 우리도 이번에 후아힌에서 미니밴을 대절해서 방콕으로 올라올 때, 중간에 이 도시의 두 군데 포인트, 산위의 별궁인 카오왕과 여기에서 조금 떨어진 원숭이들로 득실거리는 동굴 사원인 카오루앙을 방문하는 조건을 넣어 쉽게 올수 있었습니다. 혹여 차를 대절해서 방콕-후아힌 구간을 여행할 분들이라면 중간에 꼭 집어넣어보세요.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애매한 곳이지만 방콕과 후아힌을 오고가는길에 쉬어갈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곳이더라구요.
이곳을 대중교통으로 방문하는 방법과 설명은 작년에 요술왕자가 쓴 게시물에 빼곡하게 있는데 제목 ‘펫부리’로 검색하면 나옵니다.
저는 사실 거의 기대를 하지 않고 들린 곳인데요, 기대치가 낮아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꽤 좋은 감흥이 있었습니다. 같이 가신 분들은 상당히 좋아하시더라구요.
우리끼리 다닐 때는 나무에 꽃이 피어도 열매를 맺어도... 그냥 필 때 되니 피나보다 또는 저 열매 떨어져서 머리 맞으면 진짜 아프겠다 뭐 이런 생각 밖에 안하는데요, 저희에겐 아무 감흥 없는 식물이나 돌덩이도 누군가에는 탄성을 자아내는 뭔가가 될 수 있다는 게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여튼 산정상에서 내려다본 ‘융단처럼 릴라와디가 피어있는 광경’은 꽤 아름다웠습니다.
이곳은 아무래도 왕실관련 건축물이다보니 상당히 깔끔하게 관리되어지고, 내부에 전시되어져있는 식기나 가구들도 꽤 고풍스럽고요, 뭔가 한창 풍요로웠고 화려했던 시절이 고색을 뒤집어쓰고 박제 되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요왕이 혼자 갔을 때는 뒷길을 통해 걸어서 이 산위로 헉헉거리며 올라갔다던데, 이번에는대로 쪽에 접해있는 입구에서 케이블전차 같은 걸 타고 덜컥덜컥 올라갔습니다. 요금은 잘 기억이 안 나는 데 그다지 비싸지 않았어요. 왕복에 한 40밧 정도 했나...? 기억이 잘...
그리고 내심 가기 싫었던 카오루앙 동굴...
제가 지금까지 태국동굴에 들어가서 좋았던 기억이, 저기 머나먼 남부 수랏타니주의 카오속 국립공원의 동굴투어말고는 정말 단 한번도 없었거든요. 어둡고 습하고 냄새나고 좁고...늘 예외가 없었습니다. 근데 이곳은 높다란 천정이 외부로 뻥 뚫려 있어서 덜 어둡고 덜 냄새나고 축축하지도 않았습니다. 입장료는 없었구요.
단지 카오루앙 주차장에 차를 대자마자 뭣 좀 주워먹을 게 있을라나 하면서, 먹이를 노리는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슬금슬금 출몰하는 바람에 혹시나 안경이나 모자를 빼앗기는 공격을 당하지나 않을까 싶어서 조마조마했는데, 먹이를 줄 생각이 없는 우리같은 빈털털이들은 이 영악한 원숭이들이 그냥 깡그리 무시하고 눈길조차 안 주더라구요.
방콕에서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희미한 매력 때문에 찾는 이가 정말로 없는 마이너한 여행지인데 혹시 다녀와보신 분들 계신가요?
카오왕(프라 나컨 키리) 입구
꼭대기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왕궁
왕궁 쪽에서 바라다 본 사원
사원쪽에서 바라다 본 왕궁
카오루앙 입구의 원숭이들
카오루앙 동굴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