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끄룻에 관한, 아주 짧은 탐방기...
안녕하세요...
작년 9월에 방콕-꼬사무이-꼬팡안-꼬따오...를 여행한 후에
춤폰으로 나와서 다시 방콕으로 올라가는 길에
반끄룻에 잠시 들렸습니다...
당시 태사랑에 올라온 몇 편의 반끄룻 소개 글을 읽고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품고 찾게 되었죠...
꼬따오에서 춤폰으로 나온 시간이 오후 늦은 시각이라
춤폰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7시에 출발하는
완행열차를 타고 반끄룻으로 향했습니다...
이른 아침의 춤폰역 풍경...
밤 기차를 타고 온 한 무리의 배낭여행자들이
어디론가로 이동하기 위해 썽태우를 타고 있다...
아마 내가 떠나온 꼬따오로 가기 위해 항구로 이동할 것이다...
왼쪽으로 가면 핫야이... 오른쪽으로 가면 방콕...
완행열차는 어김없이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으며
반끄룻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처음에는 빈자리가 꽤 있었는데 얼마 안 가서 승객으로 가득 찼다...
대부분 좌석 한 칸에 3명씩 낑겨 앉고 가더라... ^^;;;
앞 좌석의 여성은 째려보는 게 아니라
시선의 타이밍이 묘하게 맞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사진은 이상하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반끄룻 기차역... 작고 아담하고 예쁘장했다...
기차역 광장... 쌈러(?)가 1대 있었는데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금세 사라졌다...
그렇다... 나는 해변까지 걸어갈 작정이었던 것이다...
기존의 정보에 의하면, 역에서 해변까지 걸어갈만 하다... 아니다 걷기에는 먼 거리다...
이렇게 의견이 나뉘던데... 실상을 몸소 체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역 광장 앞 건물까지 가서 우회전한 후에
왼쪽 첫번째 골목으로 쭈욱 걸어가면 해변에 다다른다...
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렇게 한적한 길이 나온다...
으흠... 이 표지판을 보고 잠시 긴장했다... 가까운 숙소가 대략 2킬로미터 정도 되는군...
이 땡볕에 배낭 메고 걷기에는 만만치 않은 거리인데???
10분쯤 걷다보니 왼쪽에 편의점이 나타났다...
오잉? 그렇다면 해변이 그리 멀지 않다는 뜻???
오른쪽에 투어 사무실도 있었다... 오토바이도 빌려주는가보다...
들어가서 상담을 받아볼까 하다 그냥 고~하기로 했다... ㅎㅎ
5분쯤 더 걸어가자 해변이 나타났다... 이런 예쁘장한 표지판과 함께...
텅빈 해변을 바라보며 멍뭉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반대편 해변의 모습... 해변은 길고 파도는 잔잔한데... 사람이 거의 없었다...
물 상태는 보통이었고 모래는 우리나라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친 갈색 모래였다...
해변도로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이때가 오전 10시 30분쯤이었는데...
마치 유령마을처럼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숙소를 찾아나서기로 했다... 역으로 향한 길과 해변도로가 맞닿은
삼거리 모퉁이에 있는 방갈로 형태의 겟하우스가 맘에 들었다...
그러나 방이 텅텅 비어 있는데도 너무 비싸게 부른다... 1박에 800밧...
그 돈 주고 혼자 자기에는 아까워 미소를 지으며 자분자분 협상을 시도해보았지만
통하지가 않는다... ㅠㅠ
역 방향으로 조금 더 올라가자 아주 깔끔하고 럭셔리한 숙소가 나타났다... 1박에 1천밧...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숙소였지만 역쉬 혼자 자기에는 조금 비싼 감이 들었다...
이때부터 약 2시간 동안 해변을 아래 위로 훑으면서 탐문해보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숙소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지... 지난 보름 동안 꼬사무이, 꼬팡안, 꼬따오를 거치면서
반끄룻만큼이나 충분히 외롭고 쓸쓸하고 아름다운 해변에서 지냈는데...
왜 내가 굳이 반끄룻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반끄룻은 다른 이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내 타잎의 해변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부리나케 역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낮 12시 50분 경에 반끄룻에서 방콕으로 가는 열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열차를 타기 위해서...
그런데... 그런데...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시간에 맞추어 역에 도착하여 표를 사려고 하니
역무원 하는 말...
"오늘 방콕 가는 표는 매진이랑께~"... ㅠㅠ
아... 어쩔 수 없이 반끄룻에서 1박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문득 버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마침 역 근처에 버스정류장이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오~ 예!
역 앞에서 우회전해서 가다 해변으로 향하는 골목으로 접어들지 말고
조금 더 직진하자 버스 시간표를 붙여놓은 조그만 가게가 나온다...
그곳에서 표를 사고 기다린다... 아, 커미션으로 버스비보다 20밧 정도 더 떼더라...
근데 내가 탄 버스는 방콕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었다...
최종 목적지를 이야기하는데 어딘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암튼 내가 방콕으로 가고 싶다고 하자, 판부리에서 내려서 롯뚜로 갈아타란다...
1시간쯤 후... 버스는 나를 어느 한적한 도로에 떨구어주었다...
거기에 롯뚜 사무실이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출발하는 롯뚜는 방콕으로 가는 게 아니라 후아힌으로 간다고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걸 타고 후아힌까지 가서 다시 방콕행으로 갈아타든지,
아니면 후아힌에서 쉬었다 가든지... 최종 선택은 가면서 생각하기로 하고
나는 막 출발하려는 롯뚜에 얼른 몸을 구겨넣었다...
이렇게 해서 나의 지극히 짧은 반끄룻 체류는 끝이 났다...
어쩌면 내가 반끄룻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을 머물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불과 서너 시간만 머물고 그곳을 떠나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반끄룻은 내 취향의 해변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나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서 다른 사람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
기존의 태국 해변은 질려서 새로운 곳을 찾는 분,
외딴 섬으로 가자니 너무 멀고 번거롭고...
오지 느낌이 나는 육지 해변을 원하는 분,
그런 사람들에게 반끄룻은 딱 어울리는 곳이다...
그럼, 다들 즐건 여행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