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끄릇
제가 떠나기 전날부터 바람이 꽤 세고 파도도 커져 아무도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또 그 한적한 해변에 한국인 한 분이 들어가셨군요. 게다가 좋은 숙소도 확보하셨군요...
지금 방콕에서 치앙마이 준비하고 있지만 아~~다시 가고싶어 집니다.
정보 더 드릴께요.
해변에서 왼편 언덕 위에 큰 절이 보이지요. 왓 텅 싸이(?)
자전거로는 크게 멀지 않으니 꼭 가보시길 권합니다. 언덕은 자전거를 밀고 가야하고 막바지에는
땀 좀 흘릴만한 경사도이지만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오래되지 않은 절인데 화려하면서도 조용하고 위엄을 갖춘 곳입니다.
본당이 개방되어 있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앉아 있으면 꽃이든 향이든 올리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지요. 실제로 가끔씩 오는 외국인들 거의가 그렇게 하고요. 제가 본 태국 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입니다. 조금 놀라울 정도였어요.
반끄릇 아침시장은 역 앞에 매일 열리지요. 저녁시장은 요일에 따라 장소를 바꾸더군요.
세븐일레븐과 BB리조트 사이 길을 쭉 따라가면 제법 큰 사원이 하나 나옵니다. 그 앞에 목요 저녁시장이
열리는데 그리 크진 않지만 제법 북적입니다. 시장 앞 길을 오른편으로 돌면 해변으로 통하지요.
세븐일레븐에서 역을 향해 가는 도로 중간 쯤에 간판들이 쭉~ 늘어선 곳이 있지요.
간판들 맞은편으로 길이 하나 나 있고요. 그 길을 따라 가면 토요 저녁시장이 열려요.
여기는 반끄릇 뿐 아니라 인근 마을들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제법 규모가 큰 장으로
노점도 많고 시골치고 인파도 엄청나 걷기가 힘들 정도랍니다.
국수는 25밧 정도 하고 다른 것들도 싸다는 느낌을 줍니다. 야채나 과일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두면 아주 좋을 겁니다. 구경하러 가 보세요...
세븐 일레븐 앞에 점심 때 서는 노점부부, 남편의 닭고기 숯불구이는 제 짝이 맛있어 했고
서글서글한 아내의 매운 솜땀이 제 입에는 맞았어요. 매일 점심 메뉴로 찰밥과 함께 테이크 아웃 했지요.
다해서 65밧, 솜땀 비빔국수도 굳,
저는 저녁 7시반 출발하는 핫야이행 2등슬리퍼로 3일 전 예매를 하고
일찌감치 한 시간 전에 역에 나갔는데 무슨 소린지 방콕에서 출발 자체가 캔슬되어 열차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그 바로 뒤의 오후2시 방콕출발 말레이 버터워스행 하고 두 편이 아예 운행을 안 한다는 것.
할 수 없이 21시 반의 오디너리가 슬리퍼를 달고 있다해서 그걸로 표를 바꿨는데
틀림없이 온다고 몇 번이나 확인한 기차가 밤 8시 쯤 되니 이번에는 네시간 연착이라는 겁니다요.
19시반 예정이 새벽 2시가 되어버려 꼼짝없이 우리는 인적없는 반끄릇역에서 7시간 반을 새웠어요.
어디 들어가 좀 쉴려고 해도 근처엔 숙소가 전혀 없고 해변까지 가야 되는 형편이라
사무실에 좀 있게 해달라고 한 번 부탁 해봤지만 안된다더군요.(사실 기대도 안했지만)
모기향을 두군데 피워놓고 컴에 넣어둔 음악을 틀어놓고 벤취에 드러누워 장기전 태세로 들어가니
역원 아저씨가 자전거 타고 퇴근?? 근데 그게 아니라 좀 있다 얇은 덮을 것 둘과 베개 둘을 갖고 와서 주는 게 아닙니까.
너무 놀랍고 감사했지만 베개의 꼬장꼬장한 때가 보통 정도가 아니어서 도저히 사용은 못했어요.
하여간 반끄릇은 소박함이 살아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