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커플 도둑에게 절도 당했습니다.
글 내용 수정하고 요약해서 같이 올립니다.
1. 차이나타운(야와랏)에 가서 도보 이동 중, 두바이에서 왔다는 남녀 커플이 환전소가 어디냐고 물으며 접근.
2.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급 친근감을 표시하며 한국 돈을 보여달라고 함.
3. 돈을 낚아채 가져가 2~3초 본 후 다시 돌려주는데 그 사이에 밑으로 돈을 빼내가는 수법으로 7천바트 당함.
4. 경찰서에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 후 경위서 작성.
정말 저도 제가 이런 글을 올리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태사랑은 가끔 눈팅만 하는 눈팅족인데 하도 화가 나서 잊었던 아이디를 찾아서 비번 찾고 행여나 다른 분들도 저처럼 당하시지 마시라고 글을 씁니다.
오늘은 오후에 BTS 싸판딱씬역에서 내려 싸턴항구에서 배를 타고 랏차웡항구에서 내려서 차이나타운을 도보로 구경하는 계획이었습니다. 1시 30분 정도에 싸턴항구에서 내려서 야와랏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며 사진 찍으며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걸어다닌지 한 40분~1시간이 흘러 오후 2시 10분에서 30분 정도 됐겠네요.
맞은편으로 건너갈까 말까 서서 고민을 하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영어가 들리길래 처음엔 서양여자인지 알았습니다) 영어로 환전소가 어디 있는지 묻습니다. 얼굴을 보니 키는 170~175 사이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는데 선글라스 알이 꽤나 크고 윗쪽엔 연한 갈색이고 밑으로 갈수록 투명한, 그라데이션이라고 해야되나요? 아무튼 그런 선글라스였습니다. 얼굴을 보니 예쁘장한 중동 쪽 여자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초행길이고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환전소는 한 번도 못 봤기에 모르겠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처음엔 여자 혼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제 오른편에서 서있던 키 큰 남자가 어디서 왔냐고 묻더군요. 키가 180~185는 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인상 착의는 남자 역시 중동 쪽이었고 꽤나 잘생긴 미남에 볼과 턱 등 턱수염이 많았는데 깎기는 하는지 수염 길이는 한 5~10mm 정도였습니다. (이런 걸 기억하는 저도 참.. 오늘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경험을 해서 그런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그래서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남자가 자기네들은 두바이에서 왔다고 합니다. 옷은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느낌이 그냥 평범한 관광객 차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태국 여행이 끝나면 다음 달에 한국에 놀러 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덧붙여 하는 말이 자기 아들이 있는데 강남스타일 노래만 나오면 춤을 춘다고 하고 자기는 한국 소주를 한 번 먹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옆에 아들도 없었는데 말을 하도 정신 사납게 또 빠르게 말을 해서 그런지 그런 의문을 가질 사이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속사포로 빠르게 말을 하다가 갑자기 한국은 돈을 뭘 쓰냐고 묻습니다. 저는 원을 쓴다고 대답했죠.
그러고 한국 돈은 가치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습니다. 대답을 해줬더니 못 알아 듣는 척을 하면서 남자가 자기 지갑을 꺼내더니 지갑 속에서 아랍어가 써져 있는 지폐 한 장을 꺼내더니 이게 우리 나라 돈이라고 말하면서 한국 돈은 자기가 한 번도 못 봤고 안 써 봐서 잘 모르겠다는 소리를 해댑니다. 어떻게 보면 참 사람 심리를 이용한 수법입니다. 저는 처음엔 일본 도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듣고도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보고 싶다고까지 말하길래 저는 이 사람들도 보여줬는데 나도 한 번 보여줄까? 하는 생각에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지갑에서 만 원짜리를 꺼내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참고로 제 지갑은 반지갑이고 왼쪽부터 500, 100바트가 약 2만바트, 그리고 만 원짜리는 2장이 있었는데 중간에 있었고, 1000바트는 11장으로 오른쪽에 넣어 놓고 있었습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면서 이게 만 원이라고 영어로 WON 써 있는 것까지 보여주는데 남자가 갑자기 가지고 있는 돈을 홱 낚아채 가더니 봅니다. 그 돈을 본 시간이 도합 3초도 안 됩니다. 2~3초 보더니 다시 저에게 돌려줍니다. 당연히 돈을 낚아채 가지고 가 볼 때 어이가 없고 황당하기 까지 했죠. 그래도 저는 참 그래도 오일머니로 유명한 그 부자 도시에서 왔는데 뭐 설마 돈을 훔치기라도 하겠나?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돈을 다시 돌려 받고 지갑 안에 돈을 넣고 지갑을 가방 안에 넣으니 여자가 오케이, 땡큐 하면서 좋은 하루 되라는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듭니다. 남자도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듭니다. 그렇게 다시 가던 길을 가는데 한 10미터 걸어가다 보니까 뭔가 느낌이 이상한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만 원짜리 한 장이 아닌 돈 뭉치를 통째로 가져가서 보려고 했다는 거 자체가 하도 황당하고 꺼림칙한 생각에 가방 안에서 지갑을 꺼내 들여다 봤습니다. 일단 가장 가치가 큰 1000바트를 보는데 11장이 있어야 할 것이 4장 밖에 없는 겁니다.
그 때야 당했다는 걸 알고 뒤 돌아서서 되돌아 갔지만 그 자리에 있을 리가 없죠. 차이나타운이 참 사람도 많고 승용차, 버스, 뚝뚝, 오토바이도 많고 좁은 골목도 워낙에 많아서 그 둘을 찾으며 돌아다닐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참 머리가 어질해지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2014년 연초에 액땜했다는, 7000바트 짜리 비싼 수업료 내고 소중한 경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서는 랏차웡 항구에서 약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처음에 이정표를 보고 갔지만 찾을 수가 없어 교통경찰에게 물어봐서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경찰서 안에 들어가니 바로 왼쪽에 책상이 있고 안내하는 여성 분이 어떻게 오셨냐고 묻길래 돈 도난 신고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왠만한 태국어 의사 소통은 가능합니다.) 바로 안 쪽 사무실로 안내 받고 경찰 아저씨에게 상황 설명을 해줬더니 보험 들은거 없냐고 묻더군요.(아마 여행자 보험인 것 같습니다.) 없다고 하자 그럼 경위서 쓰자고 하더군요.
처음에 제가 설명한 자초지종을 경찰 아저씨께서 다시 처음부터 아주 6하원칙 식으로 묻습니다. 언제 그랬냐, 어디서 당했냐, 피의자의 인상착의 등등.. 경위서는 경찰 아저씨께서 저 대신 써 주셨습니다. 아무튼 마지막으로 서명하고 태국 국내에서 연락가능한 친구 전화번호와 제 한국 집 주소, 한국의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적고 작성을 마쳤습니다. 내일 귀국한다고 말하자 참 마지막에 이런 불상사가 생겨 안타깝다고 말씀하시면서 만약에 이 사람들 찾으면 연락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숙소(주인이 서양인 아저씨와 태국인 아주머니입니다.)에 돌아와 얘기를 해주니 서양인 아저씨께서 그 차이나타운 야와랏 쪽에는 질 나쁜 파키스탄, 인도인들이 많다면서 조심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배를 타고 다시 싸턴항구로 돌아와서 배에서 내리니 한국인 커플이 대화하고 있으시길래 가서 차이나타운 가실거면 두바이 커플 조심하시라고 말 하려다가 그냥 안했습니다. (저는 그냥 외국에서 한국인을 마주쳐도 먼저 다가가서 말을 꺼내기가 꺼려지더군요. 혹시나 저를 사기꾼으로 볼 것 같아서 그냥 말을 아예 걸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런 일을 당하니 원래 가려고 했던 엑까마이, 텅러 쪽은 관두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찍은 사진 중 경찰서 관련 사진 두 장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