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락 드나들기와 해변, 마을의 분위기
"작년에 못먹었던 ‘카놈찐’, 올해도 못먹고 떠나네~"
보들보들한 쌀국수에 내 맘에 드는 깽(커리국물)을 끼얹고, 주인아줌마 손맛이 배어있는 각종 야채절임과 파인애플, 멸치, 생채소를 곁들여 비벼먹는 카놈찐... 오래된 노하우와 풍성한 인심을 자랑하는 팡아타운의 ‘카놈찐 나 싼짜오’도 들를 겸 끄라비에서 버스를 타고 왔더니만...
이게 뭐야 월요일은 휴무. 근데 오늘은 도착한 날은 월요일... 당췌 되는일이 없습니다. 11시부터 문 여는데 다음날 아침 일찍 길을 떠나야 되니까 역시 연이 안 닿네요. 작년에는 쏭그란 기간이라 못 먹었는데... 아쉽네요. 카놈찐에 대한 허기는 나중에 푸껫의 카놈찐 매띵에서 채우기는 했지만, 역시 카놈찐은 이곳만한 곳이 없네요...
끄라비의 버스 터미널에서 에어컨버스(요금 80밧)를 타니 1시간 반이 조금 넘게 걸려 팡아 시내에 도착합니다. 끄라비가 시발점이 아니라 다른 지역(싸뚠)에서 출발한 버스가 여기 잠깐 섰다가 다시 출발하니 레이다를 바짝 세우고 있어야 탈수 있어요. 그냥 멍하니 있다가는 버스는 스리슬쩍 와서 스리슬쩍 가 버릴 수도 있거든요.
일 년 만에 다시 와본 팡아 타운...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왠지 타운은 활기가 없어보이고, 심지어 먹을 만한 식당도 성에 차는 게 없는데다가 문을 닫은 곳도 꽤 보이는군요. 숙소에서 얻어온 지도에는 야시장이 저 멀찌감치 표시되어 있긴 한데 타운에서 저 멀리에 있는지 당체 암만 걸어가도 보이지도않고... 그나마 빅씨가 있어서 이것저것 쇼핑하긴 좋은데 크게 위안이 되지는 않는 적적한 분위기...
작년에 머물렀던 팡아 인은 빅씨에서도 가깝고 시설도 좋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곳에 묵어 보고 싶어서 터미널에서 나와 북쪽으로 조금만 더 걸어나가면 나오는 ‘팡아 게스트하우스’에 묵게 됩니다. 하지만 방도 매우 작고 온수샤워도 안되는데 480밧이나 합니다. 에어컨방인데 온수샤워가 안되다니... 음...좋지 않다. 물가가 많이 올랐어요. 정말...
별 무소득으로 끝난 팡아 타운에서의 1박을 하고 다음날 터미널로 걸어가 카오락까지 가는 버스를 알아보니 팡아-카오락 구간 직행은 없구요, 일단 따꾸아빠로 가서 거기서 카오락가는 차편으로 갈아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줍니다. 사실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롯뚜가 있었는데, 이상하리만치 매우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면서 요금을 아주 높게 불러요. 높은 요금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상세히 설명해주는 바, 바가지의 의도가 보이므로 패스
따꾸아빠까지 가는 버스는 1인당 60밧, 버스 안내군에서 따꾸아빠라고 말해놓으면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릴 곳을 알려주고 최종목적지로 가는 카오락으로 향하는 썽태우도 대충 알려줘요. 썽태우를 타고 30~40분정도 가면 바로 카오락의 방니양이 나옵니다. 요금은 50밧
카놈찐 나 싼짜오. 이 모든걸 단돈 20밧에 먹을 수 있다!! (단, 삶은달걀은 1개 5밧)
바로 이걸 먹으려고 간건데... 갈때마다 문들 닫아서 2년 넘게 못먹고 있음 ㅠㅠ
(이 식당에 대한 소개는 펀낙뻰바우님의 글을 참조 http://bit.ly/13x70oz )
너무 좁았던 팡아 게스트하우스
팡아 버스 터미널
따꾸아빠로 가기 위해 탔던 춤폰 가는 버스
카오락을 가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르 메르디앙 또는 JW 메리엇에 묵고자하는 리조트 숙박객들이더라구요. 그 외 좋은 리조트에 묵는 분들이랑요. 그럼 일반적으로 카오락으로 가는 방법은 방콕에서(또는 직항으로) 푸껫까지 비행기로 온 다음에 차 대절편으로 이곳까지 도착이 되려나요...
푸껫에 빠똥 까론 까따 방타오 해변이 있듯이, 카오락에는 남쪽에서부터 카오락, 낭텅, 방니앙, 쿡칵, 방싹 해변들이 나란히 있군요. 물론 해변 간의 거리는 꽤 되는 편입니다. 오토바이로 꽤 달려야 다음해변이 나오는 정도?
사실 저로서는 이번에 카오락을 처음 와보는지라 이곳이 꽤나 생소했어요. 하지만 도로를 따라 해변이 거의 남북방향으로 일렬 줄지어있는 형상인지라, 저같은 선천적 방향감각 결여자 조차도 위치잡기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카오락은...
쑤린 군도로 향하는 전진기지인 쿠라부리(북쪽)와 씨밀란 군도로 향하는 전진기지인 탑라무 선착장(남쪽) 사이에 있다고 봐야할지도... 물론 정 중앙은 아니고요, 그냥 위치적으로다가...^^
이곳은 뭐랄까... 푸껫의 까따나 싸무이의 보풋과 견줄만한 곳인데요... 좀더 분위기가 가라앉고 적적한 느낌인거 같기도 하고요... 카오락이 좀더 시골 같습니다.
중장년 또는 노년기에 접어든 서양 커플여행자가 많이 보이고 또 가족여행자들도 드문드문 보이더라구요. 3월초라서 성수기는 이미 끝났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비수기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도 좀 애매한 시기인데도 그러합니다. 예전에는 분위기가 좀 달랐으려나요.
여행자 구성이 이러하니 걸어 다니는 사람도 느릿느릿, 뭔가 좀 에너지가 돋지 않아 약간 기분이 쳐집니다. 이건 뭐 개인적인 감정이라 봐야겠군요.
하여튼 분위기가 적잖이 차분하기도하고 하야, 성향에 따라서는 이러한 공기가 좀 흥겨워야하는 휴가랑은 합이 안 맞는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요란벅쩍지근한 소음에서 해방되어 차분한 휴식을 원한다면 정말 좋기도 할 것 같구요. 아니면 대형 리조트에 묵을 계획이라면, 리조트 내에서 시중을 받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테니 거리의 이러한 상황에 크게 영향을 안 받을 수도 있겠네요.
혹시나 씨밀란 투어를 할 예정이라면 푸껫에서보다는, 여기서 하는 게 육로이동이 훨씬 줄어드니까 좀 덜 피곤해지는 장점도 있을테고요.
카오락에서는 제일 번화가 해변이 아마도 낭텅 해변 주위일거 같은데, 바로 거기에 바로 맥도날드가 있더라구요. 그러니 제일 번화가겠지요. 그러니 낭텅 해변 주변이 ‘카오락타운~’일테고...
낭텅해변의 북쪽방향에 위치한 방니앙 해변 도로변에서 격일제로 열리는 방니앙 시장이 생각보다 꽤 큰 규모로 열려요. 도로변에서 봤을 때는 규모가 작아 보였는데 안쪽으로 꽤나 깊게 시장이 형성되어있는 바, 현지인들이 주로 장을 보는 과일, 채소, 고기, 생선등의 식료품도 팔고, 아무래도 해변 휴양지다보니 여행자를 상대로 하는 제품들, 그러니까 모자, 수영복, 원피스종류의 비치웨어도 많이 팝니다. 그 외 각종 기념품도 보이고요. 로컬시장과 관광객 상대의 시장이 결합 된 것 같은 형태군요.
시장 안에 식당도 있긴 한데 그다지 구미가 땡기진 않더라구요. 많이 지저분해보이기도하고... 식당은 이렇게 격일제로 해서는 좀 음식의 질이 미심쩍거든요. 매일매일 문을 열고 재료수급이 원활해야하는데... -_-;;
하여튼 방니앙 시장은 볼만했습니다. 뭐 큰 볼거리는 없지만 카오락이 좀 적적한 곳이다 보니 이거라도 봐야 되는 정도?
그리고 방니앙 해변의 대로변 동쪽에는 2004년 당시 거대한 쓰나미에 밀려서 육지 안쪽까지 쓸려들어온 군함이 한척 있습니다. 왠지 이걸 보니 기분이 서늘해져요.
위치는 방니앙 시장의 거의 맞은편이니 찾기는 쉽고 도로를 오고가다보면 육안으로도 보이니까 한번쯤 가보셔도...-_-;; 전 왠지 기분이 우울해져서 오래 있기가...
쓰나미 기념 공원에 있는 '떠813'
경찰함정 바다에서 한참을 밀려 들어왔다.
방니앙 시장 앞 썽태우 터미널
방니앙 시장
해변은 대부분 자동차와 버스가 다니는 펫까쎔 도로에서 안쪽으로 한참을 들어가야 나오는 형상이라 숙소가 큰 길가에 있다면 해변까지 걸어가려면 힘이 좀 듭니다. 물론 대로에서 해변 안쪽으로도 차랑 오토바이가 다닐 수는 있긴하지만요.
한 가지 맘에 드는 점은 방니앙에서 펫까쎔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다보면 심심찮게 보이는 현지식당들에서 외국인 입맛에 맞추지 않은 꽤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줘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하네요.
이런 해변 관광지에 오면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로컬음식 먹기가 좀 힘들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맛있는 팟타이 전문식당와 쏨땀을 제대로 만들어주는 이싼음식식당, 그리고 고기구이뷔페인 무까타집까지... 거리를 두고 좀 드문드문 있어서 좋아요. 뭔가 상업성에 덜 찌든 지역주민과 나이든 유럽인이 묘하게 접점을 이룬 곳...
방니앙에는 괜찮은 식당들이 제법 있다.
이보다 더 괜찮은 팟씨유 탈레를 언제 먹어보았던가?
이싼식당
팟타이 전문점도 있다.
다음에 카오락에 오게 된다면 숙소 선정을 잘해서 제대로 괜찮은 리조트 생활을 해보고싶기도?.
그냥 게스트하우스에 묵게 되면 외부에서 즐길거리가 좀 빈약한지라, 왠지 기분이 좀 쳐질거 같은 카오락입니다.
해변의 상태는 육지에 붙은 해변치고는 제 눈에는 괜찮은 편이였어요.
사실 타운이라고 볼 수 있는 낭텅의 바닷가와 방니앙의 해변은 그렇게 맘에 쏙 드는 비주얼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해변을 즐기기에는 별무리가 없어보이고... 꽤나 길더라구요. 육지해변이니까 일단 물상태는 한수 접어야겠죠.
여기보다 훨씬 북쪽에 있는 쿡칵 해변과 파카랑 곶 바로 아래쪽 해변은 모래도 곱고 물도 좀 더 맑습니다. 오십보 백보이긴해도요... 이곳은 해변의 경사도 비스듬히 완만해요.
낭텅 해변
낭텅이 주변에서는 가장 번화하다.
일단 카오락의 유유자적함을 즐겼다면(그외 즐길게 없는 곳이기도...-_-) 이곳을 빠져나가야 될텐데요, 푸껫으로 향하는 버스는 펫까쎔 도로에서 기다리면 오긴 옵니다.
그런데 운이 안 닿아서 시간이 안 맞으면 우리처럼 땡볕에서 오래 기다려야되요. 1시간 기다렸습니다. 운이 좋으면 금방 차를 탈 수도 있고요. 이건 그야말로 복불복이겠네요.
저 멀리 버스가 보이면 손을 가열차게 흔드세요. 그래야 버스가 서니까요.
카오락-푸껫 구간 버스 요금은 1인당 100밧이고 자리가 없으면 초반에는 좀 서서 가기도 해야해요. 카오락에서 푸껫의 새 터미널까지 가는데 거의 2시간이 넘게 걸려버립니다.
이상하게 푸껫에 들어와서 길이 꽤 막히더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