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피피섬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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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 피피섬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호놀룰루 17 3834
아래 두 글이 쇼핑에 대한 글이라면 이번엔 피피섬에 대해 얘기입니다. 여행 다녀온 게 2주 전이니까 오래 전도 아니죠.

이번 여행은 참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동남아 여행 중에서 8박9일로 거의 최장기 여행이었는데다 말로 듣던 푸켓과 피피에 대한 기대도 컸거든요. 푸켓,피피... 왠지 어감만으로도 청량감을 안겨주는 이 이름들에서부터 환상이 시작됐는지도 모르죠.

아무튼 푸켓의 바닷가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해파리 시체와 쓰레기가 나뒹구는 빠통 비치는 좀 실망스럽더군요. 바닷가의 길다란 집게게와 엄지손가락 마디만한 조개들을 주으면서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기도 했지만(포로놀이...--;) 물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는 전혀 들지 않았으니까요.

피피섬은 왕복 4시간 가까이 오가는 것도 좀 지치고 시간낭비 같았는데 막상 선착장에 도착해보니 더 힘이 빠지더군요. 섬을 둘러싼 보도블럭과 게스트하우스,상점들, 그리고 빽빽하게 선착장을 메운 배들!!! 선착장의 시꺼먼 물을 보고 질색하는 친구를 다독여 추천대로 피피 빌라 리조트를 찾아갔습니다만... 그 앞바다는 저녁이라 물이 빠져서인지 쓰레기와 거친 돌멩이들이 나뉭구는 가운데 배들이 '파킹'해있는 살풍경을 연출하고 있더군요. 한숨~ 하루에 두번씩 사먹던 길거리 상점의 '바나나 로띠'만이 피피섬에 실망한 우리에게 다소의 위로를 주더군요...

그래도 마야베이가 있는 피피 남섬은 좀 다르겠지 했는데 마지막 기대도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스노클링 투어 배들이 10여척 빡빡하게 정박한 마야 베이는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이 북적이고 있었고 여기저기 목을 내밀고 있는 관광객들로 '목욕탕'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죠. 탄식~

게다가 물 밖의 북적임과 달리 물 속은 한적하기 그지없더군요. 예쁜 물고기도 적고 해양오염의 척도로 꼽히는 해파리들만 자주 눈에 띄더군요. 가끔씩 여기저기 해파리에게 쏘여서 상처도 따끔거리니 말 그대로 '공포감'이 엄습하는데 여기 가세한 건 징그러운 노랑 줄무늬 물고기! 떼를 지어다니며 롱테일보트를 쫓아다니고 사람들 몸에 부비부비거리는 이 녀석들은 정말 생선같더군요. 그리고 거의 '뭘봐' 식으로 째려보는 간 큰 녀석들 앞에선 제가 먼저 시선을 거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 것 같았거든요! --;;; 빵부스러기라도 한조각 던져보십쇼. 이 녀석들 피라니아처럼 몰려듭니다. 지금도 상상만으로 다리가 덜덜 떨린다는...--;

더 가슴 아팠던 건 죽어가는 산호였습니다. 백화현상이라 그러죠? 바다의 사막화. 산호가 많아야 물고기들 서식처가 되고 놀이터,식당이 되는데 이건... 텅 빈 운동장처럼 뻥뻥 하얗게 비어있는 공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마야 베이건... 다른 스노클링 포인트건...

스노클링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니 대니 보일 감독에 대한 원망이 슬슬 싹트더군요. 그는 영화 '비치'를 통해 토착 문화를 죽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서구 배낭여행자들의 파괴적 여행 행태를 고발하는 데 성공한지 모르겠지만(평자들은 실패라고도 하더군요) 이 영화를 만듦으로써 그 자신도 피피섬이라는 열대의 보석을 깨부수고 만 셈이죠. 능력만 된다면 보일 감독에게 푸켓행 비행기표를 끊어 그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더군요. 환경복구 기금이라도 뜯어내야되지 않겠냐는...--;;

뭐... 그 수많은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의 코피피 파괴 행위에 동참한 저도 자괴감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가뜩이나 유명세로 몸살 앓는 피피섬을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정복감'을 맛보고자 했냐는 자책이 때때로 듭니다. 사진 속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섬(사실 피피섬 근처 밤부 아일랜드처럼 정말 지저분한 해변과 바닷가도 사진을 찍어보면 환상으로 나오더군요... --)이 실제로 그렇게 피폐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걸 꽉 봐야했냐는... 그나마 비수기여서 좀 나았을텐데 푸켓과 피피의 방들이 꽉꽉 차는 성수기에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도 힘드네요.

하와이,멕시코,필리핀,태국 등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잠시 속세의 일을 잊어버리는 게 간간이 찾아오는 나름의 삶의 보상이었다고 생각해왔는데 여태까지의 스노클링 중 최악이었던 코피피에서의 경험은 이제 좀더 몸살앓는 유명 여행지의 환경적 부담을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푸켓과 피피행을 고려하시는 분들... 제가 감히 여행길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피의 아름다움만 담아오시지 말고 피피의 환경적 부담에 대해서도 조금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고요...

현지 가이드업 하시는 분들이나 생업이 있으신 분들은 피피가 마치 못 올 데라도 되는 양 썼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지만 이건 개인적인 여행 소감일 뿐이라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럼,즐거운 여행 하세요...


honolulu




17 Comments
수정 2003.07.29 11:34  
  우기라서 더 그랬나봐요./. 제가 겨울에 갔을땐 그래도 물색깔도 이쁘고 깨끗한 편이었는데;; 안타깝당
홍홍 2003.07.29 14:01  
  저도 갔을 때 아름다웠던 섬으로 기억되는데... 요즘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가??
쑤기 2003.07.30 01:37  
  지난 1월에 갔을때는 물도 깨끗하고 산호도 많이 봤는데....안타까울뿐이네요...ㅡㅡ;;
피파 2003.07.30 14:04  
  조키만 하드만..난 저번달에 갔따왔슴..
호놀룰루 2003.07.30 15:53  
  우리나라와 달리 보석처럼 빛나는 피피의 바다색이야 물론 아름답죠... 처음 해외에 나간 한 한국인 여성도 감탄을 쏟아내더군요. 그러나 다른 열대 지방의 섬들과 물 밑을 비교해본다면 물고기가 없어져 볼거리가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시리라 생각이 드네요. 제 친구는 이번  피피 여행에 별 세개를 주던데 글쎄요...전 두 개가 적당할 듯 싶습니다. 여태까지 여행 중에 이렇게 해파리에 많이 쏘이고 살아있는 산호를 드물게 본 경우도 처음이네요.
호놀룰르 2003.07.30 15:56  
  다양한 수중 체험과 감동을 위해선 코사멧이나 민도로섬,보라카이가 낫다는 생각입니다.
우껴 2003.07.31 10:34  
  꼭 자기 할껀 다하고 저런 글을 쓰죠..ㅋㅋ
더우껴 2003.07.31 11:14  
  그냥 자기 생각 올린 글인데 꼭 삐딱하게 시비거는 인간들이 있죠..ㅋㅋ
그러게요.. 2003.08.02 13:41  
  진짜 그렇네요...못가봐서 부럽나부죠..
그냥 2003.08.03 04:04  
  무엇이든 개인차가 있죠. 저도 동남아의 유명한 비치는 다 가보았지만(전 다이빙도 합니다)피피가 가장 좋았답니다. 스노클링할때 몰려드는 노란색 물고기도 넘 인상적인였는데...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틀리죠.....
이수 2003.08.05 01:03  
  피피섬 꼭 가보싶었는데.. 아쉽네여..비치 이후로 마니 알려져서 조금씩..오염되나봐여..안타깝네요.. 영화에서봤을땐.. 정말 아름다운 낙원이였는데.. 흠..
2003.08.10 03:45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스노클링을 하려면 섬으로 배를 타든 비행기를 타서 리조트섬으로 들어가든 몇십분에서몇시간까지 이동 하게 되있고 물론 피피 같은 경우는 물고기구경이지 산호초구경은 아니지만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섬에서 엽서에 한장면같은 비치를 구경하긴 힘든데 피피만은 다르죠. 어느나라든 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 해변은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아름다운 해변일수가 없구요. 그리고 어느나라든 그날의 날씨에 따라 물색깔은 당연히 바뀌어지게 되있습니다. 건기일땐 푸켓바다두 정말 좋은축에 바다입니다.그래서 바다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므로(스콜이 문제가 아니라 흐린날씨상태만으로도 바다색깔이 달라지거든요) 우기보다 건기인 바다를 선택하라고 말씀드리고 싶구요.제가 지금까지 다녔던 해변들중에서두 그만한데가 없습니다. 저는 별4개이상줍니다. 만약 산호초를 보기 위해 피피가신다면 말리겠지만 그외 엽서같은 바다와 수많은 고기떼를 원하신다면 피피 추천입니다.(물고기두 이뻐야 한다면 몰디브로..) 제가 본 피피는 환상적이였거든요.태국에 갈꺼면 피피 안보고오시면 후회하실꺼라고 적극 추천해요. 충분히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글이 피피를 가시고 싶은분들께 이젠 더러워서 가도 별로겠구나..하도록 글이 쓰여진거 같아서 이렇게 한마디 남깁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남아해변에서 텔레비젼에 나오는 하늘색빛깔에 해변이 아님 해변이 더럽구나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런 해변을 꿈꾸시는분들은 돈을 많이 투자해서 리조트가 관리하는 섬으로 가시면요.(물론 여기서 피피많은 하늘색바다해변에 물속안이 보이는 바다였습니다..) 리조트에서 바다를 위해 리조트근처에서 조그만배로 바꿔타고 들어가므로 선착장두 없구요. 아님 조그만비행기나 수상비행기를 이용하구요.리조트두 섬내에 1~3개정도 밖에 없기때문에 쓰레기두 구경 못하시구요.(물론 이런데는 밤에 할께 없다는게 단점이긴 하지만요..ㅋㅋㅋㅋ )저는 요번년도 1월과 7월에 피피에 갔다온 사람입니다
지나가다 2003.08.12 16:52  
  우기때는 어떤 바다도 스노클링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건기때의 50%정도면 성공이죠. 지금 시기라면 동부해안 따오쪽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물론, 말레이반도 모두 합친다면야 말레이시아 쁘렌띠안만한 곳이 없겠지만요.
아마리 2003.08.12 21:50  
  찐님 말쌈에 한표!!  <br>
저는 6월초에 갔따왔어여...배낭여행으로.. <br>
태국 남부 다 돌았는데...피피 아름다운 섬이져.. <br>
가셔두 절때 후회안하실듯... <br>
해피동은 2003.08.14 19:55  
  전 피피만 벌써 3번째 갔다왔었는데여.. 물론 다이빙 때문이긴 하지만.. 사실 맨첨보단 오염도가 심해진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진 피피가 아름다운 섬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하구여.. 글구 전 건기, 우기, 건기 이런 순으루 건기때와 우기때의 피피의 바다를 다 봤거든여.. 하하~ 우기때만 보시고 건기때의 바다를 보시지 못했다면 건기때 바다를 한번 보세여. 다만 요즘은 중국사람들이 떼거지로 들어와 분위기 자체가 시끄러워졌지만 피피섬은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지나가다가 2003.08.17 12:17  
  호놀룰루님은 망가져가는 피피의 환경을 돌아봐야 한다는 걱정스런 말투이신데 거기다 대고 '피피, 좋던데 뭘' 이런 코멘트는 좀 포인트를 비껴가는 것 같아 답답하네요..
어휴 2004.10.01 07:28  
  글 쓰신 분의 의도와는 완전 다른 헛소리를 하는 분(?)이 계시네요~리플보다가 정신연령을 의심하게 만드는 분이 있어 황당합니다...아직 피피에 갈 계획만 세웠을 뿐인 저이지만, 글 쓴 님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쓰신 글인지 이해가 됩니다. 세계 3대 해변이라 불리는 곳들에 여러번 가봤지만 정말 날이 다르게 오염되고 더러워 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 곳에 처음 온 사람들은 본래의 그 청정함과 아름다움을 보지 못해 그것만으로도 좋다, 아름답다, 깨끗하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그 섬의, 그 해변의 본 모습을 본 저는 씁쓸하기만 하더군요...피피 뿐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해변들이 오염되고 있습니다. 님들이 피피, 좋던데 뭘~하는 그 순간에도 말이지요...과연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봤던 그 아름다운 해변을 볼 수 있을지 염려스럽습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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