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라쭈압키리칸 - 태국에서 가장 홀쪽한 도시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면적의 5배에 이르는 태국에는, 무려 80개 가까운 짱왓이 있지 않겠습니까. 태국어로 짱왓 이라고 불리우는 이 행정구역의 단위를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경상남도, 전라북도 이야기 할때의 '도' 정도가 될테지요. 면적이나 인구를 보자면 실제로는 도와 군의 중간정도의 크기입니다. 의미상 맞지는 않지만 대개는 '주'라고 하죠.
하 여튼 태국 대부분의 주에서 일반적으로는 주도가 제일 크고 유명한 도시인게 인지상정(?)인데요. 그런데 몇몇 짱왓의 경우 주도가 제 2의 도시에 밀려버리는... 그러니까 동생한테 밀리는 형님 같은 형국의 주가 몇군데 있어요. 그중에 하나가 바로 쁘라쭈압 키리칸 입니다.
쁘라쭈압 키리칸은 태국의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쁘라쭈압 키리칸 주의 주도여요. 어찌 된게 "우리 쁘라쭈압 가요~!"라고 말하면 태국에 오래 사신 분들도 "뭐? 어디 간다고?"라는 반응이 일차적입니다.
바로 이 주의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는 곳이, 방콕에서 버스로 3시간이면 당도하는 인기 해변 휴양지 후아힌입니다.
그리하야 "후아힌이 있는 '주'의 '주도'랍니다."하고 말하면, 심드렁하게 "아~ 그래?" 정도의 반응이거든요. 그야말로 마이너한 여행지입지요.
그런데 여기가 왜 태국에서 가장 홀쪽한 곳이냐? 하면 태국 전도를 살짝 펴보세요. 방콕에서 남쪽으로 계속 내려오다보면 후아힌과 춤폰의 사이, 태국 영토 중에서 가장 잘록한 부분이 있지요. 바로 거기가 쁘라쭈압 키리칸 시입니다.
기 다란 해변을 따라 줄지어 서있는 멋들어진 해변 리조트들과 수많은 외국인들과 그들을 호객하는 식당들로 와글와글 활황을 누리는 후아힌과는 달리, 방콕에서 버스로 5시간, 후아힌에서는 남쪽으로 약 2시간 못미쳐 걸리는 요 잘록한 도시는 한 주의 주도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한적하고 소박한 곳이에요. 하긴 태국에는 그러한 주도들이 많긴 하지요. 그야말로 태국 현지인들이 해변가의 식당에서 해산물을, 즐기면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로컬 분위기 물씬나는 곳입니다.
카오산에서 남부 터미널까지는 택시로 100밧, 방콕의 남부 터미널에서 에어컨 1등 버스로 175밧 정도 나오는 곳이여서 다다르기에는 전혀 어렵지 않은 곳이에요.
그럼 이름도 생소한 그 곳에 당췌 뭔 볼거리가 있어서 이렇게 사설이 길어!! 하실텐데요. 사실 그다지 볼거리가 없습니다. 볼거리가 있었으면 진즉에 아주 유명해졌겠지요. -_-;;
그럼 볼거리도 없는 곳을 왜 써? 인데요, 그냥 우리가 가본 곳이니까... 혹여 이 도시를 여행하는 분들이 있으시거나, 또는 다녀오신 분이 있다면 그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끄적끄적해봅니다.
쁘라쭈압키리칸 시내 지도
http://goo.gl/maps/Wwgy
쁘라쭈압키리칸 해변
이곳이 우리같은 외국인들 그리고 유럽여행자들에게 여행지로서 그다지 어필을 못하는데에는, 여기가 해안과 바로 맞닿아 있는 해변 도시이기는 하나 그 해변의 상태가 수영이나 일광욕을 하기에는 저으기 민망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바다와 접하고 있긴한데 뭐랄까 분위기가 어촌 마을 분위기에요. 일광욕하는 해변이 아니라요.
이 도시 근처의 마나오 해변이라는 곳은 일광욕하기에 괜찮은 곳이라고는 하던데 가보질 않아서 말이에요. 시내 바로 남쪽에 있는 아오 마나오 해변은 좀 낫다고 하는데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그 렇다고 뭐 아주 볼거리가 전혀 없는 곳은 아니에요. 도시 북쪽에 위치한 원숭이 사원은 396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당도할수 있는데 이곳 정상에 올라가면 동그란 만을 가진 이 작은 도시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크지 않은 도시인지라 도보로 다 걸어다닐수 있는 거리감이에요. 그리고 사원 정상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볼수 있는 원숭이들도 나름 즐길거리(?)중의 하나에요. 하지만 정직하게 고백하자면 ... 전 제옆에서 의뭉스럽게 어슬렁어슬렁 거리다가 갑자기 재빠르기가 바퀴벌레같은 요 원숭이 군단이 매우 무서웠고,(예전 무슨 헐리우드 영화에서 원숭이가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역할을 했었는데요 -_-;;) 게다가 여기저기 싸놓은 동글동글한 똥을 피해 가는 것도 짜증이 나서 사원은 요왕 혼자 올라갔습니다.
저처럼 동물 무서워하는 분들은 아마 올라가지 못할수도 있어요. 좁은 계단 양옆으로 원숭이들이 군데 군데 있으니까 말입니다.
음~ 저같은 캐릭터라면 여기까지 와서 그나마 이름있는 볼거리도 못보니까 영 꽝! 이긴 하군요.
그 러니 여기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활개치지않는, 태국 본연의 정취를 느껴보고자 하는 시간이 풍부한 장기 여행자나 목적지가 남부로 향하긴 하는데 야간버스를 타고 한큐에 가는게 저으기 두려운 분들이 하루나 이틀 정도 쉬어가기에 딱 괜찮은 곳입니다.
개인적으론 이러한 한가한 무드의 소도시가 정겹게 느껴졌는데 딱히 엄청난 매력 포인트는 없는지라, 어떤분에 따라서는 "이게 뭐꼬!! 나참~ " 할 수도 있어요.
하긴 어느 여행지, 어느 업소나 성향에 따라서 "이게 뭐람~" 할수 있지요.
도 시 특성이 이러하니 뭐 여행사도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그러니 당연히 투어도 그다지 없고요... 아~ 선착장 근처의 벽보에 스노클링 투어 선전지가 붙어져 있던데, 여기서 남쪽으로 조금 더 달려가다보면 나오는 '꼬 탈루'라는 작은 섬으로 투어를 간다는군요. 혹여 관심 있으신 여행자라면 숙소 카운터에 이 투어에 대해서 물어보세요.
저희는 갈길이 먼지라 패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스노클링 투어 한번 해볼걸~'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여길 또 언제 오겠어요. 으흠...
선착장에서 본 해변의 호텔
꼬탈루 투어 포스터
쁘라쭈압 시내
시계탑 광장이 가장 중심이다.
기차역
방콕과 롯뚜로도 연결 된다.
교회
산꼭대기에 사원이 있는 카오 청 끄라쪽(거울 산)
산 위의 원숭이들
카오 청 끄라쪽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쁘라쭈압 키리칸 전경
산 꼭 대기에는 탑과 사원이 있다.
멋진 건물의 락므앙(도시의 기둥)
꼬탈루 투어 포스터
쁘라쭈압 시내
시계탑 광장이 가장 중심이다.
기차역
방콕과 롯뚜로도 연결 된다.
교회
산꼭대기에 사원이 있는 카오 청 끄라쪽(거울 산)
산 위의 원숭이들
카오 청 끄라쪽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쁘라쭈압 키리칸 전경
산 꼭 대기에는 탑과 사원이 있다.
멋진 건물의 락므앙(도시의 기둥)
후아힌에 비할바는 전혀 아니지만 여기도 해변에 몇몇 대형 숙소들이 줄지어 들어차 있습니다. 그러한 호텔에서 묵는것도 괜찮을거 같은데요, 저희는 외국인들이 주로 선호한다는 '매기's 홈스테이'에 여장을 풀게 됩니다.
이곳은 태국의 일반 목조 가옥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민 곳인지라 특유의 가족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또 주방을 쓸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방 에 따라 요금이 다른데 에어컨 더블이 450밧 정도인지라 시설에 비해 마구 저렴한 곳은 아니였습니다. 선풍기 방은 훨씬 더 저렴하긴 한데, 때는 4월 혹서기... 이 시기에 선풍기 방에 묵는 여행자들을 보니 문이란 문은 다 열어놓고 침대에 실신한거처럼 누워있더라구요. 실제로 실신해 있는걸 본지도...으음...-_-;;
그리고 이런 류의 홈 스테이 숙소의 한가지 단점이 화장실이 공동 사용이라는거... 원래 여행자용 숙소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니 거실이 있고 화장실은 층에 하나씩 있는 구조에요.
각자의 신진대사에 따라 이러한 공동욕실 구조가 신체에 적잖이 부담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장점은요, 저희는 소심한 캐릭터인지라 조용히 묵다 나왔지만, 여기 묵는 여행자들의 성향상 친해지고자 한다면 비교적 쉽게 가까워질수 있어요.
뭐랄까 약간 공동체적인 성격을 띱니다. 넓은 뜰에서 물고기를 사와서 구워먹기도 하고요.
저녁이면 공동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숙소 한켠에서 먹기도 하구요. 가족여행자 그리고 장기 여행자가 많아요. 분위기 대충 짐작이 되시지요.
매기 민박집 에어컨 2인실(공동욕실)
아침이나 점심 식사는 그냥 길거리에 있는 식당이나 국수집등에 들어가면 됩니다. 이 도시에서 딱이 맛집이란걸 찾는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그다지 나쁠것도 없는 일반적인 식당들이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저녁이 되면 대형 호텔들이 위치해 있는 해변가를 따라 해산물 식당이 일제히 문을 열고 화염을 일으키며 가열찬 영업을 시작합니다.
여러 종류의 생선들, 갑각류들 그리고 오징어 조개 등등 바다 먹거리들의 총출동인데요, 긴 해안에 줄지어 서있는 해산물 식당이 꽤나 볼만 합니다.
저 렴해 보이는 노천 식당에는 우리 같은 행색의 서민들이, 호텔에서 운영하는 번듯한 식당에서는 자동차 끌고 온 태국인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열심히 식사를 해요. 우리야 뭐 외국인이니까 여기 저거 돌아다니면서 메뉴판 뒤져가면 호주머니 사정 적당한 곳에 안착하면 돼요.
생선 한마리 구이와 볶음밥, 그리고 얌과 조개볶음 요리 여기에 음료수와 얼음을 시키면 450밧 정도 나오는데요,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니 저녁 한끼 정도는 번듯하게 해산물로 위장을 달래 주어야 겠지요.
해변 노천 식당의 경우 테이블이 무지무지하게 많아서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식사하는 것도 그닥 민폐일게 없으니 홀로 여행자도 별 부담없이 눈치보지 않고 즐길수 있습니다. 물론 그냥 볶음밥 한접시만 먹고 가도 됩니다.
해가 지면 선착장 부근에 먹거리 노점이 선다.
각종 해산물이 주 재료
허이라이 남프릭 파우(조개 고추장 방아잎 볶음)
무양과 쏨땀
유티차이 호텔 건너편 국수집의 해물국수. 30밧
강변에 선 야시장(특별한 날에만 선다)
시계탑 광장에 서는 야시장(매일)
야시장의 해물 국수
각종 해산물이 주 재료
허이라이 남프릭 파우(조개 고추장 방아잎 볶음)
무양과 쏨땀
유티차이 호텔 건너편 국수집의 해물국수. 30밧
강변에 선 야시장(특별한 날에만 선다)
시계탑 광장에 서는 야시장(매일)
야시장의 해물 국수
철썩이는 파도에 달은 휘영청 떠있고 맛있는 음식도 차례차례 내어져 오니, 여기에 알콜이 들어간다면 그야말로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서 맞은편에 앉아있는 향단이도 춘향이로 보일 지경입니다.
생각만큼 막 저렴하진 않지만 어쨌든 해변의 바람을 맞으며 해산물 요리 먹는건 꽤나 낭만적이긴합니다.
빛이 사라지면 해변의 다소 칙칙하고 쓸쓸한 전경은 자취를 감추고, 밤의 풍경과 파도소리만 멋지게 들리거든요.
아쉬운건 해변이 동향인지라 멋들어진 낙조를 볼수는 없다는 것이에요.
하여튼 이 도시의 2가지 매력 포인트라면 산꼭대기 원숭이 사원과 해변가에 줄지어 서있는 해산물 요리 식당, 이 정도가 되겠네요.
방콕에서 남부로 향할때, 푸켓으로 갈때는 항공기를 타고 숑~ 하고 지나가거나 또는 밤버스에 몸을 싣고 비몽사몽간에 통과한 구간이 바로 여기인지라 낮에 보니까 참으로 생경스러웠습니다.
지나가기는 수차례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떤 곳인지 알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그 모습을 대면한 느낌정도겠지요.
주절주절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그냥 남부로 향하는 그 긴 구간에 이러한 도시도 있더라 정도로 이해해주세요.
쁘라쭈압 키리칸 만
앞바다에 뜬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