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을 즐길 준비가 되셨나요? 카오쏙 호수+동굴 투어
카오쏙을 들고 나는 방법이나 숙소 등등의 자세한 이야기는 잠시 뒤로 제쳐두고, 오랜만에 해본 원데이 투어 이야기입니다.
사실 대부분에게 낮설게만 들리는 이 카오쏙 국립공원은 아주 예전부터 요왕이 가보고 싶다고 하던 곳 중의 하나였는데, 이번에 처음 와보게 되었어요. 그동안 안 간 이유는 제가
- 아니 ~ 카오 뭐시라고? 이름도 잘 모르겠는데 가고 싶지 않아!! 산은 뭐니뭐니해도 한국이 최고!! - 라고 어깃장을 놓아서였어요. -_-;;
일단 이곳의 위치를 파악해야 될텐데요, 푸껫을 완전히 벗어나 4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차로 왱왱 달리면 카오락 해변을 지나 따꾸아빠라는 작은 규모의 마을이 나와요. 따꾸아빠에서 내륙쪽(쑤랏타니 방면)으로 우회전해서 401번 도로를 타고 버스 기준으로 한 40-50분 정도 달리면 그냥 어느 외딴 시골 길 위에 내려 주는데 거기서 다시 2km 를 들어가면 카오쏙 국립공원 사무소가 나옵니다.
푸껫과 쑤랏타니를 잇는 버스는 필히 이곳을 지나쳐가니까 버스를 타도 되고 버스가 좀 불편타 싶으심 여행사 롯뚜(합승 봉고)를 타도 될테구요. 쑤랏타니나 끄라비에서는 카오쏙까지 롯뚜가 있습니다.
카오쏙 국립공원 앞에서 다시 401번 도로를 타고 쑤랏타니 방면으로 한참 달리다가(거의 50킬로?) 좌회전, 그러니까 북쪽 방향으로 틀어서 15킬로 정도 가면 랏차쁘라파 댐이 나오는데요, 이 넓은 두 구역을 한데 묶어서 카오쏙 국립공원이라고 하더라구요.
방콕에서 올때면 따꾸아빠까지 와서 버스를 갈아타도 되고, 아니면 쑤랏타니까지 와서 역시 버스나 기차로 갈아타도 될거 같아요. 방콕 -카오쏙 구간을 직행으로 잇는 버스는 없을거 같은데... 실제로 확인은 못해봤네요.
우리는 카오쏙 국립공원 사무소 근처의 방갈로에 여장을 풀고 랏차쁘라파 댐(Ratchaprapha Dam เขื่อนรัชชประภ)의 건설로 생긴 치여우란 호수 + 남 탈루 동굴 탐험 트레킹을 신청합니다. 1인당 1,500밧에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따로 내야해서 그다지 저렴한 가격은 아니에요.
일단 일정은 다음날 8시 반 숙소 앞으로 오는 차에 실려 치여우란 호수(랏차쁘라파 댐)으로 가는걸로 시작이에요. 거의 한 시간 정도를 달리는데요, 중간에 시장에 한번 세워주니까 혹시 필요한게 있으면 거기서 사시면 되요. 카오쏙 산속에 갇혀 있다가 닭고기 굽고 과일 지천으로 쌓인 노천 시장 보니까 눈이 닭눈처럼 동그랗게 되더라구요.
오전 10시쯤 호수의 선착장에 당도하면 오늘 같이 원데이 투어를 할 일행이 모입니다. 팀에 따라 대여섯명인 곳도 있고 열명쯤인 곳도 있고요.
배를 타기 전에 여행객 명부에 이름을 적고 국립공원 입장권을 사야되는데요, 1인당 외국인 기준으로 200밧이네요.
그런데 잠깐!! 이 표는 24시간동안 입장이 유효해요. 그러니 만약 전날 카오쏙 국립공원에서 오전 10시 이후에 표를 샀다면 다시 살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이 날 투어하면서 산 표를 이용해 다음날 오전 10시 이전에 카오쏙 국립공원에 들어가 정글(?)트레킹을 하면 되지요. 그러니 시간 안배를 잘해서 표를 2번 사지 마세요.
선착장 주변 풍경. 오른쪽의 창구에서 이름을 적고 표를 산다.
배 타는 곳
타게 되는 배는 이런 긴꼬리 배이다.
이 광대한 인공 호수의 전경을 한마디로 정의한 입간판이 호수 입구에 세워져 있는데요. 바로 이름하야 '구이린 인 타일랜드'입니다. 바로 태국의 계림 이지요. 꼬 리뻬에는 몰디브 인 타일랜드라는 별칭이(이 과한 명칭은 누가 정해준건지... 혹시 동네 주민들이 합심해서?) 붙어 있는데 이곳은 계림이군요. 그런데 그 명칭이 과하다고 생각되지 않을만큼 전경은 나름 그 이름값을 합니다.
예전에 작은 마을이 있던 곳인데 댐을 만들면서 수몰이 되었다는군요. 그래서 이 호수 밑바닥에는 사원도 있고 집도 있고 그렇대요. 그걸 생각하니 약간 으스스하기도요... 넓디 넓은 댐 위에 동글동글한 산들이 불쑥불쑥 솟아 있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수몰된 지구임을 증명하듯 삐쭉삐쭉 올라와 있는 죽은 나뭇가지들 역시 보입니다.
이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동식물이 사라졌을까하는 조금은 편치 않은 마음도 들고...
호수 중간에는 이런 석회암 산 봉우리 들이 양 옆으로 나타난다.
아무튼 긴 꼬리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호수 깊숙한 곳으로 가면 짜잔~ 수상 방갈로가 나오는데요. 가는 동안의 전경을 찍기 위해 모두의 카메라가 바쁘군요.
드디어 도착한 수상 방갈로에서 잠시 수영도 하고 점심도 먹고 하면서 휴식을 한 후 오후는 근처의 남 탈루 동굴 트레킹을 하게 되요.
이 근처에는 남 탈루 동굴 뿐만 아니라 씨 루 동굴, 박쥐 동굴등도 있다고 하네요.
아~ 근데 이 수상가옥, 정말 남루하고 비루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허걱할 정도의 시설인데 그래도 외국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잘만 지내는 듯 보여요. 그리고 헐리우드 호러 무비 보면 서양애들은 물만 보이면 훌떡 벗고 호수에 첨벙첨벙 하잖아요. 그러다가 살인마가 숲속에서 나타나곤 하는데... 정말 서양인들은 물이라면 아주 겁이 없습니다. 그리고 물 속에서 어쩜 그렇게 유유하게 팔다리도 휘젓지 않고서 수직으로 잘 떠있을까요.
수영 안하는 사람은 우리 둘 뿐이였다는... 다른 투어팀을 다 합해도 여행자중에 동양인이라곤 달랑 우리 둘뿐이였는데, 가이드 말에 의하면 쏭끄란이 시작되면 태국 사람들이 많이 올거라는군요.
이날 래프팅 하우스에서 차려주는 점심은 맛있는 편이고 밥도 넉넉해요. 그러니 아침은 간단히 드시길 바래요. ^^
수상 방갈로
투어의 점심 식사. 우리가 먹은 것은 채소볶음, 돼지고기 간장 볶음, 닭고기 탕수소스, 생선 튀김
우선 다시 배를 잠깐 타고 계곡 깊숙히 들어갑니다. 그리고 내려서 정글 트레킹이 시작 되지요. 동굴로 향하는 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더운 날씨에 걷는게 그다지 산뜻한건 아니지만 우리 일행중에는 거의 70을 훌쩍 넘긴 노부부도 있었는데 거뜬히 걸었어요.
하지만 트레킹 길이 밋밋하지 않고 작은 개울도 건너고 숲도 지나고 짧은 외나무 다리도 건너가고 정글의 정취를 느낄수 있는 길이였어요.
계곡으로 들어가는 중
트레킹 시작
개울도 건너고
여러가지 곤충도 보고
큰 나무
드디어 도착한 남 탈루 동굴~ 오늘 투어의 하이라이트가 될테지요.
동굴 내부는 매우 어두운 곳이어서 반드시 이마에 쓰는 랜턴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가이드가 빌려줘요. 그리고 신발이 문제인데요...이 탐험을 하면 100프로 젖게 됩니다.
요왕은 쪼리 신고 했고 전 운동화 신었는데 쪼리 신어도 할만은 하겠지만 안전을 생각하면 끈달린 스포츠 샌들이나 운동화가 좋겠지요. 물론 젖는건 문제가 되겠지만요. 크록스가 아주 좋을 것 같더군요...
제가 지금까지 태국에서 동굴에 들어가 좋았던 적이 없었어요. 늘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끈적하고 답답하고 , 100% 실망뿐이여서 동굴 가자고 꼬드긴 요왕의 옆구리를 매번 꼬집었는데 이 '남 탈루 동굴' 탐험은 정말 재미가 있더라구요.
일단 동굴내부의 종유석이 꽤나 아름다웠어요.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동굴 전 구간을 따라 물이 흐르고 있고 해서, 내부가 덥고 습할꺼라는 우리의 예상을 깨고 나름 시원했고 공기는 쾌적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좀 습하긴 하지만요.
동굴을 살살 걸어나오는 동안 어떤 부분은 물이 허리까지 오고, 또 어떤 구간은 수심이 목까지 이르고, 또 어떤 구간은 매우 좁은 바위 사이를 로프를 부여잡으며 비집고 나와야 해서 우리끼리는 '이것은 영화 생텀이다. 생텀~' 그랬어요. 혹시 생텀이라는 영화 보신분 계신가요?
오랜만에 해본 흥미진진한 동굴 탐험이네요. 제가 가본중 제일 재미있는 동굴 트레킹이에요.
동굴 초입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작은 박쥐도 천정에 다닥다닥 매달려 살고, 커다란 거미도 있고 맛없어 보이는 민들민들한 반투명한 물고기도 한 마리씩 보이네요. 반짝반짝 크리스탈 빚을 내는 종유석도 있고, 돌로 탕탕 두들기면 왱왱~ 맑은 종소리를 내는 돌도 있고 흥미롭습니다.
가이드 말로는 폭우가 오면 이 동굴에 물이 거의 수미터까지 차오를때도 있다는군요. 으아~ 무서워라. 만약 동굴로 들어왔는데 폭우가 와서 수심이 마구 차오른다면...? 그것은 대 재앙 !! 그래서 그런지 비 올때는 이 구역 출입을 금지한다고 팻말에 써있더라구요.
남 탈루 동굴 입구
동굴 안으로...
동굴 안에서는 거의 물을 따라 걷는 길이다
큰 거미
후반부로 가면 물이 깊은 곳을 몇 번 지나게 된다
한 시간여에 이르는 동굴 탐험을 끝내고 반대편으로 나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산길을 타박타박 걸어내려오면 오늘의 액티비티는 거의 끝입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기력이 쇠했는지 다들 말이 없군요.
아까의 그 수상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와 잠깐 간식과 수영을 즐기다가
다시 긴 꼬리 배를 타고 댐의 선착장을 향해 한 시간 정도 달리면 선착장에 도착, 다시 차에 실려 각자의 숙소로 이동하게 되지요.
저희는 여기서 수영을 하지 않아서 그 즐거운 감흥이 좀 덜했는데요, 오후 동굴 탐험을 마치고 래프팅 하우스로 돌아오자 때마침 하늘에서 폭우가 몰아칩니다. 서양인들은 그 빗속에 호수에 첨벙첨벙 하는데 , 물속이 무척 따뜻하다고 하더라구요.
아~ 우리는 그저 무료하게 비 그치기만 기다렸지만 , 다른 이들은 따뜻한 호수에 몸을 담그고 비오는 하늘을 향해 얼굴을 쏙 내밀고 정말 멋지게 보내더라구요.
이번에 우리나라에 돌아가면 필히 수영을 배우던지, 아니면 팔에 끼우는 튜브라도 사서 와야겠습니다. 수영복도 필히 챙겨 입고 가야 좋겠지요.
보람찬(?)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시간은 거의 저녁 7시를 가리킵니다.
트레킹 끝나고 수상 방갈로로 돌아와 먹는 간식
갑자기 비가 쏟아 진다
그 투어 어때? 1,500밧 + 200밧을 주고라도 할만한 가치가 있어? 라고 물어보신다면...
해볼만한 재미있는 투어라고, 망설이지 말고 한번쯤은 해보라고 대답할거 같아요. 하긴 여기까지 왔다면 필히 해볼만하지요. 여기서 이런류의 투어를 하지 않는다면 딱이 할 것도 없으니까요.
2,500밧을 내면 수상가옥에서 하루를 재워주고 여기에 뷰포인트 트레킹과 나이트 사파리 그리고 첫날 저녁과 다음날 두끼 이렇게 총 세 끼의 식사가 더 포함이 된다는데 이것도 괜찮은 조건인거 같아요.
래프팅 하우스에서 하루 숙박에 세 끼의 식사가 더 추가되고 그 외 트레킹할 시간도 많은걸 감안하면 이 옵션도 괜찮은거 같긴한데, 아무래도 치앙마이에서 하는 트레킹에 비해서 가격적으로는 좀 비싸지요.
그래도 깊은 밤 , 그리고 이른 새벽에 이 넓은 인공호수에서 맞이하는 시간이 선사하는 감흥이란...? 아주 독특할거 같은 상상이 드는걸요.
그런데 하루 투어를 하면서 저희가 봤던 수상가옥의 상태란... 저으기 민망한 수준이어서 그 점이 좀 꺼려지긴해요. 근데 여기가 호수의 유일한 수상 가옥은 아니고요 몇몇 군데가 더 있긴 합니다.
이것 외에도 카오쏙에는 쏙 강에서 즐기는 튜빙투어/카약투어/코끼리 투어 그리고 라플레시아 꽂 보러가는 투어/ 카오쏙 정글 투어 등등 다양한 종류의 투어가 있는데요, 가격은 업소들끼리 담합을 했는지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습니다. 하긴 제살 깍아먹기 안하고 어차피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투어를 필히 할테니 가격적인 면에서 경쟁을 안하는게 나름 현명할수도 있지요. 여행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쉽지만요.
그런데 어떤 회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차량의 좋고 나쁨, 트레킹 후 후식을 과일로 주느냐 아니면 그냥 싸구려 간식으로 때우느냐 이런 정도의 차이가 있어요.
저희는 그냥 숙소에다가 신청을 했는데, 우리 팀의 절반은 카오쏙- 라차쁘라파댐 입구를 오고 가는 한 시간 동안을, 트럭 뒷칸에 실려서 이동을 했거든요. 아웅~ 고생스러웠을거에요.
다른 투어팀들은 봉고 타고 와서 후식으로 과일 먹는데, 우리는 약간 허접한 간식 주고...
췟~ 어차피 가격은 1,500밧으로 다 동일할텐데 말이에요.
하지만 이런 작은 차이를 제외하고 전반적인 투어와 점심식사는 거의 동일한 편이였답니다.
아무튼 다음번에 다시 하고 싶은 투어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