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래(Phrae), 고즈넉한 도시
'고즈넉하다'는 낱말이 있죠.
그 단어가 참 적당하다고 느껴지는 도시 프래(Phrae).
작년에 고구마님이 올리신 글도 참고.
한국 강원도의 어느 소도시 같기도 하고...
혹시 11월 초겨울에 고흐를 만나러 프랑스의 아를을 다녀오셨다면
그곳에서 느껴지던 을씨년스러움 같은 것이 흐르는 도시입니다.
고즈넉한 도시라고 표현을 했습니다만,
그것이 거리, 건물등의 외관에서 풍겨지는 분위기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그 보다는 여기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게 크겠죠.
쿨하다, 무심하다...
이런 표현이 상당히 어울리는 이 도시의 사람들입니다.
쏭테우, 트라이씨클등 이런 교통수단이 있는데
길거리 지나면서 한 번도 호객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강변으로 가려고 트라이씨클 모는 노인네와 흥정을 할 때,
30밧을 부르고는 무언가 비싸게 불렀다는 듯이 미안해하는 노인의 모습.
여기 사람들과 질문과 대답이 오가면 별다른 액션이 없습니다.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그냥 자기의 한도내에서 대답을 하고
극성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옆사람까지 불러서 묻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버스에서 새벽 3시쯤에 내려서 호텔에 체크인을 하니까,
프론트 직원은 새벽이 다 되었으므로 내일 12시까지 숙박하는 걸로 치자고 합니다.
하룻밤 숙박비 내고 거의 2일 묵은 셈이 되었습니다.
파라돈(Paradorn) 호텔. (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약 300미터)
왓 좀싸완 앞에서 쌀국수를 먹었고
돼지고기도 듬뿍 얹어주고 해서 포만감까지 들었는데, 쌀국수 한그릇 값이 20바트.
돈 내고 걸어오는데 쌀국수 아줌마한테 어째 그리 죄송한지...
일요일날 저녁에 짜런 무앙 거리에 차가 오가는 것을 막고 시장이 서는데
이렇게 요란하지 않고 평화가 흐르는 시장을 태국에서는 처음 보았습니다.
물건을 사는데 외국인에게 이처럼 관심없는 태국인들이 있을까?
일본인이냐 혹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 사람도 없습니다.
살포시 웃는 정도인데... 당신이 외국인이라는 걸 안다는 듯한.
그 일요 시장도 밤 9시 되니까 파장 분위기고,
밤 10시면 거리가 완전히 어둠과 침묵에 갇혀버립니다.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이 헬멧을 거의 착용을 안하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경찰도 그냥 놔두고...
여기 한 3일 있으니까 저도 그 경찰 자꾸 다시 만나게되는데
사람 많지 않은 시골 도시에서 한두 명만 거치면 다 아는 사이라서 그런지.
버스터미널 옆에 젊은이들 모이는 클럽이 두 곳인가 있던데
그 쪽만 새벽까지 웅성거리는 소리나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뿐.
남자든 여자든 다들 체격이 왜소한 것 같아 보이고
덩치가 작아서 그런지 한결같이 순하고 선해 보입니다.
모여서 맥주 마시고 그러는데 다들 수줍은 듯 속삭이지 고성으로 떠드는 사람 없습니다.
프래, 특별한 도시입니다.
우따라팃, 수코타이, 난, 람팡등에 들러싸였고 덴차이역이 있어서 교통으로는 요지인데
태국에서 이렇게도 '적막과 순수의 땅'으로 남아있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대로변에 조그마한 보석상에 쥬얼리 회사라고 간판이 걸려있습니다.
불현듯 드는 생각이 저 보석상에서 한달에 보석 한 개는 팔까...?
호텔 건너편에 건축자재상이 위치하는데
수시로 눈여겨 지켜봤지만 손님 들어가는 걸 못 보았습니다.
이 도시의 쏭크란은 과연 어떨지 정말 궁금해지는군요.
프래의 가장 번화가라고 판단되는
프래 크리스챤 병원앞 피씨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