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래] 북부의 작은 성곽 도시 프래
응? 프래는 또 어디야?
프래Phrae는 프래 주의 주도인 도시인데요. 일단 태국 전체 지도를 보고 그 위치를 단번에 딱! 짚어낼 분이 많지는 않을 정도로, 여행지로서는 좀 마이너한 곳이에요. 실제로도 도시 내에 여행자가 거의 없습니다.
일단 이 생경한 지명의 도시가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일단 파악하자면... 치앙마이에서 람푼, 람빵을 거쳐 남동쪽 방향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거의 세 시간 정도 이르러서 덴차이라는 도시까지 오게 되요. 이 덴차이에서 방향을 동북쪽으로 틀어서 약간 올라가면 프래가 나옵니다. 이 프래를 지나서 그 방향 그대로 더 달려 나가면 ‘난’이 나오는데요, 이 난이라는 도시도 마이너 하기는 매일반입니다. ^^
( 지도를 참고 하세요 : http://bit.ly/dH8mo9 )
치앙마이에서 프래 행 에어컨 버스를 타니 거의 3시간 반 정도 걸리더라구요. 그날 우리가 탄 버스는 마치 비행기처럼, 버스의 앞 쪽 자리는 VIP석, 그러니까 2-1 좌석이구요 버스의 중후반 좌석은 일반적인 에어컨 버스처럼 2-2 좌석인... 그러니까 버스 한 대에 좌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빈부격차 그대로 드러나는 그런 버스였어요. 처음 보는 버스 스타일이군요. 요금은 지금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2-2 좌석 기준으로 160밧 정도 한 것 같습니다. 방콕에서 여기까지 에어컨 버스로 온다면 한 8-9시간 남짓 정도 걸리려나요.
볼거리가 아예 없는 곳은 아니지만 여행자들로 북적북적이는 태국의 여느 도시나 마을과는 그 분위기가 좀 다른... 뭐랄까 여기서는 여행자가 정말로 이방인인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었어요. 태국은 아시다시피 여행자가 딱히 이방인 분위기를 느끼기 힘든, 그야말로 여행자 천지인 곳이잖아요. 여긴 안 그래요.
도시 내의 교통도 쌈러와 썽태우가 주종이네요. 뚝뚝은 보질 못했어요. 그리고 썽태우도 도시 구석을 마구 헤집고 다닌다기 보다는 주로 학교 앞에 진을 치고 있는 형상이어서 손만 들면 쌈러나 썽태우나 끼익~ 서는 다른 여행자 도시들과는 좀 그 분위기가 다릅니다. 알아서 다니슈!! 하는 분위기에요.
태국의 대부분의 도시는 여행자가 지내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곳이 많잖아요. 영어간판에 삐뚤삐뚤한 영어로 - 무언가를 해주겠다, 뭘 빌려주겠다 - 라는 광고로 빼곡한 치앙마이에서 지내다 이곳으로 오니까 상당히 낯설더라구요. 이방인은 신경 안 쓰고 그냥 제 할 일 하는 도시에요. 세븐일레븐도 마치 슈퍼처럼 큰 규모로 있는 대신 그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아서 세븐이 보였을 때 뭔가를 사놔야 하는 분위기에요. -_-;;
하여튼 도시의 느낌이 이러한데요, 일단 버스를 타고 프래까지 오셨나요? 프래 터미널에 내리면 좀 황당하실 거에요. 썽태우고 오토바이 택시고 쌈러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큰 길까지 한 300m 정도 걸어 나와야 합니다. 거기서도 언제 지나갈지 모르고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저희가 묵은 숙소는 짜런 므앙 거리의 골목 안에 있는 텝파웡 플레이스입니다. 터미널 앞 길에서 쌈러로 1인당 20밧씩 40밧 냈습니다. 짜런 므앙 거리는 구시가지로 진입해 들어가는 중심 도로인데요, 터미널 앞 큰길에서 구시가 방향으로 쭉 오다가 우회전 해서 짜런 므앙 거리로 진입해서 한 150m 정도 들어오다가 진행 방향 왼쪽을 유심히 보시면 작은 골목이 하나 나 있고 역시 작은 간판이 붙어 있어요. 그 골목으로 쏙 들어가시면 나오는 게스트 하우스에요.
2월 기준으로 에어컨 방은 350밧, 400밧 이렇게 두 종류가 있군요. 50밧 더 주더라도 400밧짜리 방이 훨씬 시설이 좋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보여준 두 개의 방 중 2층에 있는 방이 와이파이가 잘 잡힐 것 같아 350밧짜리에 묵었어요. 인터넷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도 예약이 가능하긴 한데요, 이런 사이트를 통하면 좀 더 가격이 비싸지네요.
두 방 모두 책상, TV, 온수샤워 냉장고 등등 편의 시설은 다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지내기에 불편하지는 않았는데 북향이어서 그렇게 볕이 잘 드는 곳은 아니었어요. 물론 복도 반대 쪽에는 남향의 방도 있습니다.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숙소 스텝들은 친절한 편이었어요. 방은 꽤나 넓어서 답답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구요, 여행자 숙소이면서 동시에 현지인들이 사는 곳이기도 해요. 조용하기는 무척 조용하네요.
이 집 주인은 좀 나이가 든 유럽 남자인데, 어쩌다 여기에 머물게 된걸까요. 하여튼 집주인이 유럽인이어서 영어는 어느 정도 통하는 편이에요. 오토바이도 빌려주네요. 하루에 250밧입니다. 저희는 아침에 빌려서 그날 저녁에 돌려 줬는데, 24시간 단위로 빌리는 것인지는 안 물어봤어요. 혹시 다음에 가시는 분 계시거든 빌리기 전에 일단 물어보세요.
근데 그 시골까지는 도대체 왜 갔소? 라고 물어보신다면... 음 그냥 시간이 많이 있기도 했고-_-;;,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가보고 싶기도 하고 해서요.
텝파웡 플레이스
구시가 입구에 서는 야시장
이런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갈 때는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가는 편인데 나름 이 도시의 매력이 있더군요. 프래는 치앙마이나 난처럼 태국 북부에 있던 위성국가였고 근세에 들어서야 태국에 완전히 편입된 작은 왕국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도시 내의 건축물이 고택의 분위기를 띠고 있는 게 많아요.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 <반 웡부리 Ban Vonaburi>이라고 하는 프래 왕국의 왕족이 살았던 분홍색 유럽식 건축물이 있어요. 관리가 아주 잘되어 있는 곳으로 안으로 들어가면 각종 비품들과 가구들이 동남아의 이 외진 곳에도 서구 문명의 한 자락은 일찌감치 들어와 있었더라고요... 방 여기저기에는 프래 왕족들의 사진도 많이 걸려 있어서 훨씬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서면 나오는 로터리에서 왼쪽 길(큰덤Kheun Deom 거리)로 들어오면 왼쪽으로 연초록색을 한 아주 고풍스러운 건물의 학교를 볼 수 있는데요, 그냥 콘크리트로 지어진 여타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뭔가 고색창연한 느낌을 내는 곳입니다. 학교가 이렇게 고풍스러운 멋을 내고 있는 곳은 처음이군요. 바로 그 맞은 편에는 비슷한 분위기의 멋스런 목조 건물(예전의 왕궁이자 지금은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네요. 이 길에 특히 오래된 건물이 많아서 여기저기 골목골목 둘러보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커다란 티크 나무가 통째로 기둥으로 쓰여진 <반 쁘라탑 짜이 Baan Pra Tub Jai>라는 목조 건축물도 볼만합니다. 근데 아무래도 웡부리의 집보다는 좀 격식이 덜하고 내부에 수집품 등이 좀 정신없이 배치된 느낌입니다. 하지만 수려하게 새겨진 조각이 있는 커다란 티크 나무 원목이 통째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1층 내부는 상당한 감흥이 있습니다. 태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대형 버스 타고 오더라구요. 프래는 태국에서 가장 큰 티크 산지라고 하네요.
웡부리는 왕족의 건물이고 이 쁘라탑 짜이 목조 건물은 이 지방의 부유한 이의 저택이라고 들었어요. 박물관처럼 정형화 되어 있는 볼거리가 아니라, 실제로 여기 살았던 사람들이 쓰고 간직한 물품들이 전시되어져 있어서 나름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입장료는 부담없는 30밧(웡부리), 40밧(쁘라탑 짜이) 정도에요.
버스 터미널 북쪽에 있는 <왓 쩜 싸완 Wat Chom Sawan>도 여느 태국 사원과는 좀 다른 양식의 독특한 분위기더라구요. 외관은 거무죽죽하고 안으로 들어가보면 넓은 회당이 있습니다. 몬 족 양식이라고 하네요. 보통 보게 되는 화려한 일색의 사원 내부가 아니라, 좀 더 경건한 무드입니다. 하긴 뭐 사원에 대한 이해가 저는 없는 고로... 음~ 특이하구먼~ 하고 그냥 나왔지만요.
반 웡부리
옛 왕궁(지금은 박물관)
학교도 고풍스럽다
반 쁘라탑짜이
왓 쩜싸완
왓 프라넌 / 왓 루앙
그리고 도시 외곽의 볼거리로는 프래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약 12-13km 정도 떨어진 곳에 <패 므앙 피 Phae Meuang Phi>라고 불리우는 작은 침식 지형이 있는데요, 마치 새송이 버섯을 세워놓은 것 같은 모양이에요. 약간 분위기 으스스하군요. 방문객이 그다지 많지 않은 곳이고 입장료도 없어요. 그런데 가는 수고에 비하면 그렇게 대단한 볼거리는 아니에요. 그렇다고 여기 프래까지 와서 안 볼 수도 없고 말이에요. -_-;; 여긴 여자분 혼자서 가기에는(아마 혼자서 갈 여자분도 없겠지만....) 약간 분위기 아삼삼한 곳이여요. 혼자서 방문은 비추입니다. 이 곳 이름도 유령마을입니다. -_-;;
프래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왓 프라탓 처해 Wat Phrathat Cho Hae>라는 사원도 볼만은 합니다. 언덕 위에 있는 전형적인 북부 양식의 사원으로 경내에 있는 높은 금색 불탑이 나름 신성한 의미를 가진 곳인지 아주머니들이 불탑 주위를 돌면서 꽤나 경건하게 기도 드리더라구요.
그런데 이런 도시 외곽 볼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저희처럼 오토바이를 운전하든지 아니면 썽태우를 대절해야 하든지 해야 되는데 썽태우 하루 대절 가격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네요.
패 므앙 피
왓 프라탓 처해
혹시 태사랑 회원님들중에 이 프래를 다녀오신 분 계신가요? 저희가 놓친 무언가를 이곳 프래에서 발견하신 여행자가 있으시다면, 이 마이너한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