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도보관광으로 느껴보아요. 차이나타운-몽족 시장-이슬람골목의 풍경들
혹시 도보 관광 좋아하시나요? - 아악~ 그 더운 태국 날씨에 웬 도보 관광!! 꽃 피는 춘삼월에도 집 밖에 안 나가는구만... - 사실... 이건 제 마음의 소리입니다. -_-;;
한발한발 내딛는 도보 관광, 즉 ‘여행지를 걸어서 둘러보기’는 완급을 온전히 내 스스로 조절할 수 있고 또 더 찬찬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태국은 무척이나 덥고, 또 인도가 그다지 잘 정돈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길거리가 좀 지저분하기도 해서 도보관광을 적극 권하기에는 사실 좀 무리가 있어요. 인도 자체가 좁기도 하지만 그 좁은 길 한가운데 공중전화부스, 버스정류장, 표지판 기둥, 오토바이와 차 등등 수많은 장애물에 개똥까지 신경쓰고 다녀야 하니 말이에요... 그나마 이런 인도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 인도가 없이 그냥 차도만 있는 곳도 많지요...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그리고 태국에서 보는 일반적인 가옥들이나 오래된 건물들도 그다지 관리가 잘되고 있는 느낌은 아니에요. 좀 우중충하다고 해야 하나요. 사실 좀 그래요. 이런 점과 더불어 태국에서 자주 느끼는 부분인데요, 왜 장사가 잘되는 식당에서조차도 구석의 거미줄 같은 걸 제때제때 걷어내지 않을까요. 손님인 내가 빗자루를 휘둘러서 다 치워주고 싶을 정도던데 말이지요.
하여튼 처음 가시는 분들은 이러한 태국 거리의 일반적인 상황을 이해먼저 하시고요...
치앙마이에서 걸어서 구경하기 좋은 루트가 <해자 안의 사원 순례>과 <님만해민의 예쁜 업소들 구경>에 이어 삥강변 근처의 오래된 구역인 차이나타운-몽족 시장-이슬람 골목의 루트도 괜찮을 듯 합니다.
( 지도 참고하세요 : http://bit.ly/iieYA1 )
일단 치앙마이 지도를 펴놓고 창모이 거리를 찾아봅니다. 타페 문의 약간 북쪽에서 시작되어 강변까지 쭈욱 동서로 이어져 있는 도로이지요. 이 거리의 서쪽 초입에는 한인업소인 코리아 하우스가 있으니 아시는 분들도 많을거에요. 창모이 거리의 서쪽 끝은 해자부터 시작되고 동쪽으로는 강변까지 이어져 있는데 이 강변 쪽이 치앙마이의 차이나타운입니다. 창모이 거리를 와로롯 시장 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와로롯 시장을 얼마 앞에다 두고 차이나타운 특유의 커다란 붉은색의 문(패루)이 서있을 거에요.
그런데 차이나타운이라고 해서 중국색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온다거나 뭐 그렇게까지는 아니에요. 그냥 중국인 거주지 같은 느낌이랄까요. 와로롯 시장구역의 강변쪽 거리에는 중국계 사원도 있고, 뭐 그렇구요. 좀 더 탐험심이 있는 여행자라면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보세요. 물론 낮에 하셔야겠지요.
이 구역을 찬찬히 둘러보셨나요? 그럼 조금 더 강변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와로롯 시장이 나옵니다. 건물 안에 있는 실내 시장입니다. 현지인들은 ‘깟 루앙(큰 시장)’이라고도 합니다. 와로롯 시장 자체도 큰 볼거리인데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별거별거 다 팔아요. 그런데 철저한 현지인을 위한 재래시장이라서 여행자가 살만한 상품은 거의 없지만(여행자의 관심을 끄는 건 일요시장이나 나이트 바자에 많지요), 엇~ 이런 것도 팔아? 하는 신기한 것이라던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어서 더 반가운 것 등등(주로 먹을거리지만) 감동을 준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의류 매장도 있긴 한데 거의 우리 취향에는 안 맞는 것들이에요. 사실 그 누구의 취향에 맞을는지... 좀 아삼삼한 분위기의 옷인데요. 어쨌든 태국 재래시장의 옷은 이러하구나 하고 보는 재미는 있습니다.
와로롯 시장 옆에는 똔람야이 시장이라고 또 다른 재래시장이 있는데요, 여기는 좀 더 식자재 위주의 시장입니다. 냄새도 좀 구리구리하고 한 켠에는 생선도 팔아서 비린내도 나지만, 한바퀴 둘러보면 나름 재미있습니다.
차이나타운 입구의 패루
와로롯 시장 지하에는 카놈찐 가게들이 쭉 들어서 있다
와로롯 시장 내부
똔람야이 시장 내부
와로롯 시장과 똔 람야이 시장 사이에는 먹을거리 노점 골목이다 / 와로롯 시장 근처의 중국 사원
이곳에는 쌈러도 흔하다
이 복잡하고 커다란 재래시장 두 곳을 다 둘러 보셨으면 와로롯 시장의 건물 사이를 타고 남쪽으로 살짝 내려오다가 우회전 해보세요. 지도상으로는 와로롯 시장의 남서쪽 귀퉁이입니다. 여기에 바로 몽(Hmong)족 시장이 있어요. 이곳에는 검은색의 몽족 의상 그리고 그 외 오만 잡다구리한 직물 상품 등을 파는 곳인데요, 물론 고산부족의 수공예품은 치앙마이를 자주 여행해 보신 분들이라면 그다지 낯선 물건들은 아닐테지요. 하긴 카오산에서도 두꺼비 등 긁으면서 다니는 고산족들의 코스프레를 보셨을테니까요.
근데 이곳의 몽족 시장은 마치 도매시장 같은 분위기랄까요. 이런 가게들이 주변 골목까지 촘촘히 들어서 있고 가게 마다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제품 자체는 막 특이할게 없으나 이렇게 모여있는 곳은 처음이에요. 아주 그냥 고산족 부족의 의상과 가방, 그리고 수가 놓여진 그 무언가들로 가득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혹시 고산 부족의 물품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도매로 잔뜩 사 볼만 한 것 같아요. 근데 특색은 있는데 제 눈에는 그다지 이쁘다고는 볼 수가 없네요. 검은색이라 그런가...
하여튼 이 복잡하고 와글와글한 시장 구역을 다 둘러보셨다면 창모이 거리 끝에서 강변 도로를 타고 오른쪽으로 내려 가세요. 이 근처에는 주변 지역으로 가는 썽태우도 많이 서있고 과일가게도 많습니다. 조금 지나면 꽃시장도 나오고 중국사원도 하나 나오고 옛날 우체국 건물도 나오고... 쭉 가면 나와랏 다리 입구의 큰 길이 나옵니다. 조심해서 건너시구요... 이제 들어선 길이 짜런 쁘라텟 거리입니다. 계속 직진하다 보면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짜런 쁘라텟 쏘이 1이라는 골목이 나올거에요. 그 골목으로 쏘옥~ 들어가 보세요. 바로 그곳이 이슬람 구역인데요, 여기 역시 차이나타운처럼 그 문화적 색채가 다른 태국의 골목들과 대비될 정도로 확연히 다른 곳은 아니에요. 이미 두 개의 문화가 섞였다고 해야하나요... 하지만 간판에서 보이는 이름들이 소피아, 파티마 뭐 이런 식으로 이슬람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음... 이슬람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기나긴 차도르를 입고 돌아다니는 여성은 없구요,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 이슬람식 두건은 쓰고 있군요. 이곳엔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도 있어요. 물론 이슬람식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는데 이슬람식 커리 밥(카우목)이나 싸떼(커리 양념 꼬치구이), 카오쏘이(커리 국수) 같은걸 해내는군요. 나름 큰 규모의 식당이니까 혹시 시도해 보고 싶으시면 식사 한 끼 하셔도 무난합니다. 골목 안에 있는 식당 중에는 카오쏘이 잇쌀람이 가장 유명합니다. 물론 이슬람 식당이라 돼지고기는 없어요.
이 골목을 다 지나면 바로 나이트 바자 길이 눈앞에 짜잔~ 하고 나오지요.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위에 설명한 지역을 다 둘러본다 해도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더운 날씨와 다소 지저분한 거리가 맹점이 될 수 있겠지요. 서로 다른 네 개의 문화(태국, 중국, 몽, 이슬람)가 현지에 녹아들어져 있는걸 보고 싶으시다면 괜찮은 루트라고 볼 수도 있어요. 다른 문화와 혈통을 가진 이들이 이렇게 타국에서 현지에 녹아들며 모여서 사는구나 하는 걸 천천히 걸어가면서 느끼는 정도...? 라고 할까요.
몽족 시장
창모이 거리 강변쪽에는 각 지역으로 가는 노선 썽태우들이 대기하고 있다
과일 시장
꽃 시장
이슬람 골목의 모스크
혹시 이 구역을 걸어 보신 다른 분들의 느낌은 어떠셨는지요?